강변 만추 서정
십일월 중순 수요일이다. 근래 밤낮 일교차가 커서 이른 아침 교외로 나가면 안개가 짙어 가시거리가 짧다. 자연학교 등교 시각을 조금 늦추어 소답동으로 나가 창원역을 기점으로 운행하는 1번 마을버스를 탔다. 도계동 만남의 광장을 거쳐 용강고개를 넘자 어제 그제와 달리 안개는 짙게 끼지 않아 일찍 사라져가는 즈음이었다. 용잠삼거리에서 동읍 행정복지센터 앞을 지났다.
매장 문화재를 관리하는 기관에서 선사 유적지 유물을 시굴하는 다호리를 지났다. 군데군데 구역을 정해 지표면을 파냈다. 주남저수지를 비켜 대산 일반산업단지를 거쳐 가술에 이르니 승객은 모두 내려 혼자 남아 제1 수산교를 앞둔 요양원에서 내렸다. 옅게 낀 안개가 걷혀 강변 풍광을 조망하기 좋을 듯했다. 북면에서 한림으로 강변을 따라 뚫은 신설 도로에서 강둑으로 나갔다.
남강이 보태져 굵어진 물줄기가 창녕함안보에 가두어졌다가 공도교를 빠져나온 강물이다. 본포에서 북면 신천과 밀양에서 흘러온 청도천이 합류해 수산에 이른 강물은 삼랑진으로 향해 유장하게 흘렀다. 강 언저리는 물억새와 갈대꽃이 피어 은색으로 물들어 눈이 부실 경지였다. 갯버들의 일종인 포플러가 듬성듬성 높이 자라 무성한 잎을 단 채 서 있어 강변의 운치를 더해주었다.
모산에서 수산으로 건너는 교량은 1킬로미터가 넘는데 예전의 다리는 제1 수산교라 부르고 신설된 국도에 걸쳐진 다리는 수산대교로 이름을 붙였다. 나는 여러 차례 강심을 가로질 놓인 두 교량을 건너 수산과 명례 일대로도 트레킹을 다녔다. 긴 교량에는 좁기는 해도 자전거 통행과 함께 보도가 확보되어 걸어 지나기에도 어려움이 없었다. 다리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아주 멋졌다.
이번에는 수산대교를 건너지 않고 교각 밑을 지나 대산 문화체육공원으로 향했다. 아주 넓은 강변 둔치에 플라워랜드와 파크골프장을 비롯한 체육 시설이 들어선 곳이다. 둑에서 둔치로 뚫어 놓은 자전거 길을 따라 걸으니 군락을 이룬 물억새꽃 열병을 받으며 지났다. 플라워랜드에 이르자 아침 이른 시각이라 탐방객은 많지 않았는데 국화와 코스모스가 뒤늦게 만개해 절정이었다.
인부들이 땀 흘러 가꾼 보람으로 외진 꽃밭에는 다양한 꽃들이 늦가을을 장식했다. 핑크뮬리는 분홍색이 옅어져도 제 모습이 살아 있었다. 계절의 여왕 오월부터 화사했던 장미는 더위가 늦게까지 물러가지 않아선지 겨울을 앞두었는데도 꽃송이를 볼 수 있었다. 넓은 면적을 차지한 옥국은 다양한 색상으로 피어 계절의 주인공다웠다. 코스모스도 꽃잎이 시들지 않아 생기를 띠었다.
플라워랜드와 인접한 파크골프장은 풍광이나 잔디 상태가 아주 잘된 곳이다. 수요일은 주중 한 차례 휴장으로 정한 날임에도 골퍼들이 여럿 보여 의아했는데 장내 방송에서 의문이 풀렸다. 무슨 단체에서 대회가 개최되어 외부의 골퍼들이 이른 아침부터 찾아와 잔디밭을 누볐다. 자전거 길을 따라 북부리로 가니 기존 골프장만도 아주 넓은데 잔디밭을 확장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유등으로 내려가지 않고 강둑으로 올라섰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북부리 팽나무에는 장애인단체에서 아이들을 데려와 견학을 마치고 차량으로 이동하려 했다. 우암리로 가는 들판은 벼를 거둔 뒷그루 당근 씨앗을 파종하려고 농부들의 일손이 분주했다. 트랙터가 땅을 갈고 철골을 세우는 작업은 무척 힘든데 숙련된 일꾼들이었다. 거베라를 가꾸는 화훼농장을 지나자 죽동천이었다.
천변 언덕은 인근 농가에서 콩이나 참깨를 심어 거둔 뒤였다. 여름 뙤약볕에도 태공이 낚싯대를 드리웠던 자리는 봄에 자란 머위가 가을에 한 번 더 움이 터 싱그러운 잎을 펼쳤다. 지번에 등재된 사유지가 아닌 공유 수면이라 누구나 채집이 가능한 천변 비탈로 내려가 머위를 따 모았다. 벚나무가 그늘을 드리웠고 북향 응달이라 머위 잎줄기는 보드라워 찬으로 삼아도 될 듯했다. 24.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