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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도시
I. 마녀의 탄생
II. 박해 받는 필멸 자
III. 천적
주의: 소설 중 등장인물, 지명 등은 모두 가상이며 실제 존재하지 않는 허구입니다.
I. 마녀의 탄생
1994년 8월 중순의 어느 날 경상남도 한 시골 구멍가게에 두 사내가 앉아 대낮부터 술을 마시고 있었다. 허름한 가게 앞엔 평상이 놓여있고 다 낡은 양은 밥상에 막걸리 몇 통과 갓 구운 오징어가 놓여있었다.
사내들은 무슨 이야긴지 진지하게 계속 이야길 나누며 술을 연신 마시고 있었다.
“행님요! 마 퍼뜩 일어나입시더! 퍼뜩 챙기가 여 뜹시다 마~”
맞은편에 앉은 사내보다 상대적으로 주름이 적은 50대 사내가 보채듯 형님이라는 사내에게 투정을 부리고 있었다.
[꿀꺽꿀꺽! 탁!]
“임마 또 와이라노? 처논 덫이 얼만데 지금 그길 다 챙기가 언제 간다꼬 이 난리고!”
60대 사내는 단숨에 막걸리 한잔을 비우고는 상에 세게 내려놓고선 앞에 앉아 칭얼대는 50대 사내에게 언성을 높여 말했다.
50대 사내는 뭐 마려운 표정으로 형님이라 불리는 사내를 보며 다급하게 말을 이어갔다.
“행님요! 아까츠메 낮잠을 안잣습니꺼!”
“자째 근데 낮잠이 와?"
60대 사내는 술안주인 오징어를 입으로 뜯다말고 궁금한 표정으로 50대 사내의 이야길 듣기 시작했다. 50대 사내는 그 틈을 노려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마 디비지가 낮잠을 자는데 꿈을 꾼깁니더! 꿈에 죽은 어무이가 나타나가 ‘해가지면 여는 위험하다.’꼬 그러면서 무서운 표정으로 퍼뜩 여를 떠나라 카데에!”
진지한 표정으로 듣던 60대 사내는 눈살을 찌푸리며 진지한 표정으로 얘기를 이어가는 50대 사내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기 시작했다.
“임아 임아 또 병 도졌구마는 니! 지난번에도 뭐 산에 이상한 기운이 느껴진다꼬 지랄발광을 해가 서울아들 겁먹으가 내빼삔거 기억 안나나?”
50대 사내는 억울하단 표정으로 형님이란 사내를 보며 말을 이어갔다.
“행님요! 그때 거 산에 그 뭐꼬 그거...죽은 사람 발견 안됐습니꺼!”
헝님이란 사내는 콧방귀를 뀌며 입을 실룩거렸다.
“아이고 박수무당 여 하나 낳구마는 아나! 내 운세나 봐도가 임아야!”
“행님요! 그라지 말고 퍼뜩 가입시더!”
“시끄릅다! 문딩아!”
두 사내의 대화는 점점 목소리가 커져갔고 구멍가게 전체가 들썩거렸다.
그러자 가게 안 쪽방의 유리문이 유리창 깨지는 소리를 내며 열리더니 주인으로보이는 여자가 고개를 내밀었다 앞머리엔 분홍색 롤을 감고 껌을 씹으며 양미간이 찌그러진 상태로 고개를 내민 여 주인이 거친 입심을 자랑하기 시작했다.
“도통 시끄릅아가 뉴스를 볼 수가 없다카이! 느그 꿈에 엄마가 나왔는데 나보고 우짜라꼬 여서 떠드는기가! 술도 얼마 마시지도 않음서!”
형님이란 사내는 유리문 열리는 소리와 여 주인의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어깨를 들썩이며 놀랬다.
“아이고 깜짝이야! 아 떨어질 뻔 했구머는!”
껌을 씹으며 두 사내를 한심한 표정으로 잠시 바라보던 여 주인이 말을 이어갔다.
“꼴을 보니끼니 마~ 어디서 굴러먹던 꾼들 같은데 여는 처음이라?”
거침없는 여 주인의 말에 형님이란 자가 입을 열어 응수한다.
“저저저 말하는 거 보라꼬 저래가 여 아들은 안되는기라~”
여 주인의 눈썹이 치켜 올라가며 문지방을 붙잡고 일어나기 시작했다.
“니 지금 뭐라켔노? 니가 내 서방이가? 뭐꼬!”
50대 사내가 이때를 틈타 형님이란 사내의 팔을 잡아당겼다.
“행님행님 퍼뜩 가입시더 고마 여 시끄럽게 해봐야 하나 도움 안됩니다!”
형님이란 사내는 50대 사내의 손을 억지로 떼어내려 손에 힘을 주며 눈은 구멍가게 여 주인에게 고정이 돼있었다.
“임아야 놔봐라 오늘 저거 버릇을 고치놀끼다!”
“하이고~ 웃기고 있네! 느그 저 ‘귀산’에서 뭐 잡을라꼬 그라는 거 다 안다~”
“자가 뭐라카노?”
여 주인의 핵심을 찌르는 말에 두 밀렵꾼은 당황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서로가 부인하고 나섰다.
“행님요 아무래도 돈거 같십니더 퍼뜩 가입시더~”
형님이란 사내는 여 주인의 말에 약간 이상함을 느꼈는지 슬리퍼를 신는 여 주인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니 지금 뭔 산이라 했노?”
“뭐? 뭔 산? 귀산? 거또 모르고 아들 잡으로 왔나부제?”
50대 사내는 형님이란 사내의 팔을 끌며 가게를 나가려다 둘의 대화를 듣고는 형님이란 사내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여 분명히 ‘오마산’이라꼬 했는데…”
구멍가게 여 주인은 50대 사내를 보며 말했다.
“거 지도엔 그리 써있을끼라~ 근데 여 사람들은 거를 ‘귀산’이라 부른다카이~”
어느새 구멍가게 여 주인은 평상 앞까지 와서는 형님이란 사내를 작은 키로 올려보고 있었다.
[덥썩!]
“마~ 버르장머리 요걸로 고치줄끼가?"
여 주인은 형님이란 사내의 그곳을 느닷없이 잡아 흔들면서 미소를 흘리며 말했다.
“아이고 깜짝이야! 이기이기 미칫나!? 안놓나!?
”
형님이란 사내는 놀라서 허릴 숙이고 여 주인의 손을 뿌리치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50대 사내는 허겁지겁 놀라 지갑에서 지폐 두 장을 꺼내 양은 밥상 위에 던지고는 극부의 통증으로 허릴 피질 못하는 형님이란 사내를 끌고 가게를 빠져나왔다.
“니! 내 기억 똑띠했다! 똘아기 같은 년! 기다리라! 니!”
50대 사내에게 끌려가며 형님이란 사내는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구멍가게 여 주인을 향해 고래고래 소릴 지르고 있었다.
“임마! 저런 년은 따끔한 맛을 봐야한다꼬! 거서 왜 말리노!”
형님이란 사내는 분이 풀리지 않았던지 부축하던 50대 사내를 향해 짜증을 냈다.
“하이고~ 행님이을 제가 몰라서 그래요? 멧돼지도 맨손으로 때려잡을 사람이 여자한테 그리 약해빠지가~"
50대 사내는 신이 나서 장난끼 섞인 미소를 비추며 조잘거리다. 형님이란 사내가 흘겨보는 것을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숙소로 잡아둔 민박집 앞에 도착한 두 사내는 잠시 뭐라 하더니 이내 민박집 공터에 세워둔 차에 올랐다.
“에이! 미친년 때문에 재수 텃다! 가가 빨리 걷고 여 떠삐자!”
“행님! 진짜로! 생각 잘 했심더!”
차는 20여 분을 달려 그들의 목적지인 ‘오마산’ 입구에 도착했다.
덫을 걷고 잡은 동물들을 빨리 싣기 위해 차로 산길을 오르려는 순간 차는 심하게 좌측으로 기울어지며 웅덩이 같은 곳에 빠졌다.
[덜커덩! 위~~~~~~~~~잉~~~~~~~~~]
낡은 찦차 운전석에 앉아 운전을 하던 50대 사내는 짜증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이기 또 왜 이라노! 아까는 분미이 없었는데!”
50대 사내는 낡은 찦의 운전석 창문을 내려 웅덩이에 빠진 앞바퀴를 살펴보며 엑셀레이터를 밟았다.
60대 사내는 울컥이는 차 때문인지 아니면 아까 그 구멍가게 주인의 도발 때문인지 속이 울렁거려서 도저히 차를 계속 타고 있을 수 없었다.
“임마야~ 내리라 마! 여서 그거 빼낼라카믄 깜깜해가 확인도 못 한다!”
형님의 말에 50대 사내는 엑셀레이터에서 발을 때고 차에서 내렸다. 내린 사내는
앞 바퀴로 달려가 이리저리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형님이란 사내는 차 뒤로 돌아가 장비를 챙기기 시작했다.
“퍼뜩 온나! 뭐하노?!”
장비를 챙긴 형님이란 사내는 차를 지나 산길 쪽으로 걸어가다 뒤돌아서 따라오지 않고 바퀴를 살피는 50대 사내를 독촉했다.
“네! 갑니다! 가요!”
50대 사내는 앞 바퀴 살펴보기를 포기한 듯 짐을 몇 가지 챙기더니 산길로 걸어가는 형님을 따라 종종걸음으로 따라가기 시작했다.
앞서가던 형님이란 사내는 뒤에서 자꾸 누가 부르는 느낌이 들어 몸을 돌려 뒤를 돌아봤다. 아니나다를까 50대 사내가 다 기어들어간 목소리로 자신을 부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형님~ 형님~ 형님~”
“와! 와! 와!”
시선이 마주치자 50대 사내는 다급한 표정을 지으며 형님이란 사내에게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켰다. 그 손가락 끝은 왼쪽 산중턱이었고 그 방향을 따라 형님이란 사내도 고개를 돌려 바라보기 시작했다.
“저! 저! 저!”
“뭐꼬?”
꽉 찬 나무숲 사이로 언뜻언뜻 사람 형체가 보이는 것을 감지했고 순간 둘은 몸을 숨길 수 있는 곳으로 재빨리 뛰어갔다.
“이 모꼬? 아까 그 똘아이가 신고 한기가?”
“쉿! 쫌 조용히 해 보이소!”
구멍가게 여 주인이 불법밀렵을 신고한 것으로 생각한 형님이란 사내는 침을 튀어가며 여 주인을 욕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실눈을 떠가며 사태파악을 하려고 애쓰던 50대 사내는 동공이 커지는 것을 느끼며 형님이란 사내를 팔꿈치로 툭툭 쳤다.
“행님요! 행님요! 저저! 저기!”
“뭐 임마야! 아까부터 뭘 자꾸 보라카노 날세꾸마는!”
“저기 뭐꼬? 저저…여자 아이가?”
“행님도 그리 보이지에? 제 눈엔 한 20대 초반처럼 보이는 기 아주 이쁠기 같십니더!”
50대 사내의 이야길 듣던 형님이란 사내는 고개를 돌려 히죽히죽 웃으며 신이 난 사내의 뒤통수를 때렸다.
“니 읍내 아가씨 술집에 그리 돈을 꼬라박고 여직 정신을 못 차릿나?”
“행님요! 장가도 못 갔구마는 그런 재미도 없음 어캐 살라꼬요!”
“으이그 인가이 되긴 글렀다카이 인가이! 느그 어무이가 꿈에 빨리 여를 떠나라 했다믄서 이 지랄을 하는데 자가 눈에 들어오나 지금?”
“혹시 알아요~ 자가 어무이가 점지해 준 삭시깜인지?”
“헛소리 치아쁘고 퍼뜩 일라라! 해 저문다 시끼야!”
두 밀렵꾼들은 산길을 따라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들이 올라가는 속도에 맞춰 해도 저물기 시작했고 나무들 사이론 바람이 불어 가지들이 스산한 소릴내며 마치 밀렵꾼들의 침입을 누군가에게 알리는 거 같았다.
“여 와이라노?”
50대 사내 뒤를 따라오던 형님이란 사내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앞서 걷는 사내에게 말을 걸었다.
“와예? 뭐 잘못된 거라도 있십니꺼?”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무성의한 말투로 형님이란 사내의 말에 응답하는 50대 사내가 갑자기 옮기려던 발길을 멈추고 상체를 앞으로 내밀어 숲속 무언갈 잠시 응시하다 갑자기 몸을 낮추며 뒤따르던 형님에게 몸을 낮추라고 수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아무생각없이 뒤를 따라 걷던 형님이란 사내는 앞서가던 사내의 휘젓듯 흔드는 손에 의해 얼굴을 문지르고 지나가자 짜증스런 표정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뭐꼬! 에잇 퉤퉤퉤!”
형님이란 사내의 격앙된 목소리에 50대 사내는 고개를 돌려 손짓발짓을 하면 조용하라고 표현했다.
“쉿!”
“이기 미칫나? 뭔데? 앞에 뭐가 있다고 이 난리고 앙?”
유난히 달빛을 받아 밝은 숲 속에 어렴풋이 여인의 형체가 밝게 보였다.
하늘하늘한 소복인지 드레스인지 구별은 어렵지만 달빛을 피하지 못하고 부드러운 곡선이 훤히 들어나 보였고 윤기가 흐르는 머리칼은 달빛을 그대로 품어 금빛으로 보였다. 마치 선녀와 같은…
“자가 아까 갸가?”
고개를 쭉 내밀어 앞을 보던 형님이란 사내가 50대 사내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으나 이미 50대 사내의 모든 감각은 숲 속의 여인에 집중돼있었다.
아무 대답이 없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 형님이란 사내가 고개를 돌려 50대 사내를 보고 넋이 나간 표정을 확인하곤 혀를 차며 말을 이어갔다.
“임아~ 맛이 가삣네~ 마! 느그 어무이가 퍼뜩 여를 떠나라고 꿈에 나와 씨브리따메! 벌써 해가 지가꼬 사방팔방이 깜깜하그마는! 뭐하기가?”
형님이란 사내가 속삭이는 듯 말은 했지만 말엔 힘이 들어가 있었다. 그러나 돌아온 50대 사내의 답변은 형님이란 사내의 뒷목을 뻣뻣하게 할 정도였다.
“행님요! 오늘 어무이가 이 못난 아들놈 장가 보내줄라꼬 안 그랍니꺼~ 캬~ 이자 마 총각딱지 떼게 생기십니더!”
“미친놈 아이가? 누가 너더러 총각이라 하데? 입은 삐뚤어졌어도 말은 똑띠하라꼬 네 읍내서 얼마나 오입질을 마이하믄서 다녔는데…
“행님요! 거랑 거랑 같아요?! 진짜 자는 내 반쪽이란 생각이 든다 안카요!”
“알았다! 알았다! 시키야 눈에 힘 안빼나? 별~ 미친늠을 다 봤다카이 마!
일단 일부터 마치고 아를 엎어트리던 싸가 집에 갖고가던 마음대로 해라꼬마 퍼뜩!”
“아입니더! 지금 해야겠심더! 일단 먼저 가서 걷고 계이소 퍼뜩 자빠뜨리가 하고 싸가 뒤따라 갈 테이끼니!”
두 밀렵꾼이 옥신각신 대화를 나누다 50대 사내가 웅크리고 있던 몸을 세워 달빛을 받으며 서 있던 여자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야야야 미칫나! 퍼뜩 안 돌아오나?”
형님이란 사내는 50대 사내의 돌발행동에 놀라 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뒤에서 애타게 부르기 시작했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푸스럭 저벅저벅]
달빛 속을 거닐던 여인은 갑자기 들린 인기척에 놀라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고. 어두워서 뚜렷하게 보이진 않았지만 분명 그것은 사내의 그림자였다. 놀란 여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리기 시작했다.
“에헤! 행님 땜에 아가 놀랬잖습니꺼!”
50대 사내는 자신이 숲에서 불쑥 튀어나온 것은 생각도 않고 여인의 줄행랑을 형님이란 사내에게 전가했다. 이를 듣던 형님이란 사내는 기가 찬다는 표정으로 밤 하늘을 올려다 보며 한숨을 쉬기 시작했다.
“어이~ 아가씨! 저희 나쁜 사람 아닙니더~ 쫌만 기다려 보이소! 어이! 야! 이 가시나야!... 하따 그놈의 가시나 여우맹키로 빠르구마는~”
50대 사내는 너무 신이 나서는 마치 춤을 추듯 뛰어서 여인이 사라진 방향으로 달려갔다. 형님이란 사내는 모든 것을 포기한 듯 천천히 일어나 50대 사내가 사라진 방향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점마랑 같이 일하는 내가 미친놈이지 누를 원망할끼고”
그들 셋은 달빛이 비추는 수풀을 지나 어둠이 짓게 깔린 숲 속으로 점점 들어가고 있었다.
“어디가삣노? 아기씨요? 어디 숨었세요? 나 나쁜 놈 아인데~ 얼굴 좀 보입시더~”
눈을 크게 떠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피고 여인을 애타게 찾던 사내 눈 앞에 허름한 초가가 한 채 보였다. 사내는 모든 것을 다 알았다는 듯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초가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디딤돌에 약간의 흙과 풀 그리고 피가 떨어진 것을 확인한 50대 사내는 입맛을 다시며 신을 벗지도 않고 마루로 단숨에 올라섰다. 그리곤 얼기설기 엉성하게 만들어진 창호지를 바른 문을 힘껏 잡아당겨 열었다.
“여 있었네!”
초가에 발라진 창호지 사이로 달빛이 흘러 들어 방 한 구석에 웅크리고 떨고 있는 여인의 모습을 사내는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여인은 갑작스런 사내의 난입에 사시나무 떨 듯 몸을 떨며 눈엔 눈물이 한 웅큼 고였고 사내가 한 발작만 발을 떼어도 와락 쏟아질 판이었다. 소복 사이로 달빛 같은 살결이 살짝살짝 보이자 난입한 50대 사내의 콧구멍이 커지며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마치 발정 난 수소의 그것처럼…
사내는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여자를 내려다보며 바지에 허리띠를 풀기 시작했고 여자를 향해 입을 열었다.
“여 얼마나 오래 살았는교? 나이도 어린기 같은데 마 오늘 튼실한 육봉 맞 좀 보이드릴꾸마는? 처음에만 약간 아플끼라 이 와 안 풀리노~”
남자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허리띠도 풀질 못하고 여자 앞에 서서 씩씩거리고만 있었으며 이미 바지는 그의 중요한 물건에 의해 터질 듯하게 불거져있었다. 그런 사내의 어설픈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여인의 입가에 미소가 살짝 흐르기 시작했고 급기야 50대 사내의 눈을 의심하게 만들 일이 벌어지게 된다. 미소를 보이던 여자는 갑자기 다리를 가리고 있던 소복을 양손으로 걷어 올리고 남자를 향해 바로 앉아 다리를 벌려주는 것이 아닌가…
“헉! 모꼬? 아가씨도 내 마음에 들어요? 마~ 남자가 그리웠구마는 야가!”
50대 사내의 말에 고개를 약간 끄덕이던 여자는 손을 뻗어 남자의 허리띠 버클을 풀러 주더니 바지를 서서히 내리기 시작했고 사내는 여인의 다음 행동을 상상해가며 황홀한 마음에 눈을 감고 있었다.
[끼익~ 철크렁~ 끼익~ 철크렁~]
그때였다. 낡은 초가의 창호문과 창문들이 일제히 닫히기 시작했고 그렇게 잘 들어오던 달빛은 순식간에 사라져 방은 암흑천지로 변했다. 황홀경에 빠져있던 사내는 갑작스런 소리에 눈을 뜨고 어리둥절한 눈길로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곤 방금 전까지 바지를 벗기던 여인의 감촉이 느껴지지 않는 걸 알고선 벽을 더듬거리며 여인을 찾기 시작했다.
“아이고 놀래라! 마~ 막상 할라카이 부끄부끄 하셔요? 오빠 바지까지 벗겼음 책임을 지시야지요~ 어여 나오세요~”
그렇게 벽을 더듬고 방금 전까지 여인이 앉아있던 방향으로 팔을 저어 여인을 찾던 사내 곁으로 어둠 속에 잠시 여인의 얼굴이 사내의 귓가에 살짝 보이더니 귓가에 대고 입을 열었다.
“엄마가 떠나라 했을 때 떠났어야지~”
[푹!]
사내는 꿈에서 들었던 어머니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자 맥박이 빨라지고 심장이 고동치며 엄습하는 공포에 온 몸이 얼어붙은 거 같았다. 그리고 어머니의 말이 끝나자 등이 뚫리는 고통과 함께 날카로운 것이 자신의 등으로부터 가슴까지 찢고 나온 것을 느꼈다.
너무도 고통이 심한 사내는 벌벌 떨며 자신의 가슴을 뚫고 나온 것을 손으로 부여잡았고 그것이 사람의 팔이란 것을 알아차렸다. 사내의 가슴을 뚫고 나온 손은 무언가를 움켜쥔 채로 다시 등으로 나갔고 이내 사내는 맥없이 방바닥에 꼬꾸라졌다.
[우걱우걱…]
방안 가득 생고기를 씹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여인의 콧노래가 흥얼거렸다.
마치 생일파티 속 주인공인 어린아이 같이…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밥 먹는다~…”
다시금 창문이 열리며 달빛이 세어 들어왔고 남자가 쓰러진 방향 쪽 벽면은 선혈이 낭자했다.
남자의 시체 바로 뒤엔 피로 붉게 물든 소복을 입고 서 있는 여인이 보였고 오른손엔 상당히 많이 먹은 듯한 살코기를 들고 있었다. 그것의 형태로 봐선 남자의 가슴을 뚫고 나온 손이 쥐고 있던, 바로 남자의 심장이었다.
그때였다. 창 밖에서 다른 한 남자의 음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형님이란 사내가 찾아온 것이다.
“야! 임아야! 어딨노? 확 두고 가쁜다! 퍼뜩 나온나!”
피를 뒤집어쓴 듯한 여인은 죽은 사내의 온기가 남아있는 심장을 손에 쥐고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다 밖에서 들리는 사람소리에 동공이 커진 눈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려 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보았다. 몇 초간 밖을 바라보던 여인은 발 밑에서 간헐적으로 경련을 일으키는 시체의 목을 향해 손을 뻗었다. 여인은 죽은 자의 목을 강하게 움켜쥐고 눈을 심하게 깜박이며 얼굴에 경련을 일으키더니 말문을 열었다.
놀랍게도 그 목소린 죽은 50대 사내의 목소리였다.
“행님요! 퍼뜩 와보이소! 여 끝내줍니더! 행님도 함 해야지예!”
초가집 근처까지 찾아온 형님이란 사내는 50대 사내의 목소릴 듣고 안도감과 배신감으로 고함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마! 뚫린 입이라꼬 그걸 말이라 씨브리노! 으잉? 미친놈 아이가?”
“행님요~ 쪼메만 함 보이소 쥑인타카이!”
“에라이 자쓱아! 오입이나 하다 디지삐리라~ 마! 여서 내려가믄 너랑은 다시는 같이 일 안 할끼다! 그케 알고 마 영원히 얼굴 안 볼끼면 거 있으라~ 내는 내려간데이~ 퉷!”
형님이란 사내가 바닥에 한차례 침을 뱉고 몸을 돌려 산길을 따라 다시 내려가기 시작했다.
죽은 남자의 성대를 꽉 움켜지고 있던 여인은 또 눈을 몇 번 깜박이더니 다시 원래의 눈으로 돌아왔다. 여인은 마치 매우 귀찮은 일이 생겼다는 듯이 양미간을 찌푸리며 일어났다! 서서히 발을 옮겨 초가집을 나섰다.
형님이란 사내는 산을 내려가며 계속 뒤를 힐끔힐끔 돌아보다 이내 성큼성큼 내려가기 시작했다.
“누굴 원망할끼고 저런 미친늠을 끌고 온 나를 욕해야지~ 퉤!”
몇 발자국을 앞으로 나갔을 때의 일이다. 갑자기 튀어나온 덫이 형님이란 사내의 발목을 절단할 기세로 물었다.
[철크렁 탁!]
“으악!!!”
심한 고통에 온몸을 떨며 형님이란 사내는 그 자리에 꼬꾸라져 쓰러졌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발목을 물고 있는 덫을 벌려 발을 빼내려 애썼지만 그럴 수록 상처는 더욱 깊어지고 고통은 배가 되었다.
“이…기… 여 와있노…으~ 영철아이! 영철아이! 임아야! 퍼뜩 와바라!”
형님이란 사내는 죽은 사내의 이름을 부르며 애타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그 누구도 들을 수 없었다. 마치 산 전체가 거대한 방음벽 같이 그 사내의 애타는 고함을 집어삼켜버렸다.
사내는 극심한 고통으로 서서히 쇼크상태에 빠지며 고함소리도 자자 들었다.
“거 아무도 없어예! 여 좀 살려주이소~ 여 사람이 다칫심더 아무도 없십니꺼?”
그때였다. 사내는 주변의 풀들이 요동치며 무언가가 다가오는 걸 느꼈다.
바로 그때 풀숲에서 튀어나온 건 다름아닌 다람쥐였다. 다람쥐는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덫에 물려 피를 흘리는 사내의 발과 사내의 얼굴을 번갈아 가며 바라보았다.
사내는 살 속을 파고드는 고통 속에서도 작은 다람쥐가 풀숲에서 튀어나온 걸 보고는 웃음을 터트렸다.
“콜록~콜록~히히힛 이기 모꼬? 임아야! 놀래따아이가~ 콜록~콜록~ 쉬쉬 저리 가쁘라~ 여는 위험타~”
사내는 웃으며 다람쥐를 살리려 주변에 있는 작은 돌멩이를 집어 다람쥐를 향해 던지기 시작했다.
[찍찍찍~]
다람쥐는 돌이 날아오면 멀리 갔다가 다시 다가와선 사내를 응시했다. 이내 지겨워진 사내는 큰 돌을 주어 던지기 시작했고 다람쥐는 전혀 달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사내 주변에 돌이 다 떨어져 더 이상 던질 수 없게 됐을 때 다람쥐가 갑자기 허연 이를 들어내며 등과 꼬릴 바짝 세웠다. 그리고 순식간에 사내의 몸을 타고 올라가 정수리 위에 자릴 잡더니 사정없이 사내의 눈꺼풀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이내 풀숲 여기저기서 온갖 산짐승들이 튀어나와 사내를 물어뜯기 시작했다.
사내의 비명은 거의 괴성에 가까워졌고 눈꺼풀에선 계속 피가 흘러 앞을 볼 수가 없었다. 그렇게 몇 초가 흘렀을까? 사내를 공격하던 산짐승들이 어디론가 모두 사라졌고 적막 속에 오로지 사내의 신음소리만이 공기에 울려 퍼졌다.
연신 흐르는 눈가의 피를 닦으며 시야를 확보하려 애를 쓰는 사내 앞으로 하얀 천이 나풀거리며 다가왔고 이내 사내의 의식은 완전히 사라졌다.
“상요이 아부지요! 여 뒷방에 묵던 산적 같은 놈들 짐도 고대로 놔두고 내뺏는갑다! 퍼뜩 경찰에 신고 좀 해봐라 마!”
“아침부터 와이리 시끄럽노 여편네가 잉?”
동이 트고 밀렵꾼들이 묵었던 민박집은 일대 소동이 벌어졌다. 이틀 치 숙박비를 낸 두 사내가 짐은 고스란히 두고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밭일을 나가려던 민박집 여주인의 남편은 부인의 바가지에 할 수 없이 대청마루에 엉덩이를 반쯤 걸치고서 억지로 손을 뻗어 전화기를 끌고 왔다.
“밭일 나갈라꼬 신발까지 신은 사람을 꼭 일을 시킨다이끼이니!”
“뭐라 씨브리쌋노! 퍼뜩 안 하나?”
동네 공처가로 소문난 상용이 아버지는 날벼락 같은 부인의 호령에 얼른 수화기를 들어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요보쎄요~ 오마리 파출소입니더~’
“누꼬? 득구 아들이가?”
“예예 아저씨요 잘 계십니꺼?”
“하모하모 나야 마 늘 그렇다 아이가 마누라 등살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뭐라꼬? 니 오늘 안방 병풍 뒤에 눞히줄까? 앙?”
파출소 순경을 붙들고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하던 남편을 향해 불 같은 고함이 들렸고 거기에 순간 놀란 남편은 전화를 끊었다.
“온다카드나? 갸들 잡으러…? 니 말 안 했제?”
“그카니끼니 와 소리를 빽빽 질러가 사람 혼을 쏙 빼놓냔 말이다!”
“이기이기 오늘 미칫나! 막 으잉 간땡이가 부으가 튀나올라카나부제?”
민박집 여주인이 싸리 빗자루를 들어 남편을 때리려 자세를 잡는 그 순간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뭐하노 안 받고?”
“여보쎄요~ 상요이네 민박집입니더~”
“예~ 아저씨요~ 접니다~ 광수~”
“아~아~ 그래 득구 아들이구마는 니가 날 살리따~”
“뭔 일이 있십니꺼? 전화가 갑자기 끊키가 뭔 일인가 해서 전화 드렸십니더”
“아 말도 마래이 그제 민박 온 놈들이 마 짐이고 뭐고 다 놔두고 내뺴삐따 아이가! 그기 또 와 내 잘 못이고? 그래가꼬 내 밭일도 못 나가고 이리 달달달 볶이고 있다 아이가!”
“콱! 쥑이삐까? 어잉!”
슬금슬금 눈치를 보면서도 할 말은 다 하는 상용이 아버지였다. 하지만 바로 옆에 서 있는 부인의 눈에선 화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저씨요~ 마 쪼메만 기다리시소 퍼뜩 찾아 뵙겠십니더~”
“그래그래 퍼뜩 온나 고맙데이~”
경찰관으로 근무 중인 동네 친구 아들이 빨리 온다는 소리에 마누라의 싸리빗자루 매질을 피할 수 있게 된 남편은 마음 속으로 기뻐했다.
"이 보라꼬 이 보라꼬 꼭 어디서 빙신 같은 것들을 손님이라꼬 끌고 와가!”
민박집 여주인의 남편을 향한 바가지는 한 동안 계속 되었고 그 바가진 실은 누구의 책임도 아닌 것에 대한 화풀이였다.
민박집을 둘러싸고 있는 시멘트 벽돌 담벼락 넘어 여주인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질 때 페인트가 여기저기 벗겨진 철제대문 앞으로 오토바이 소리가 들렸고 잠시 후 시동이 꺼지더니 20대 후반의 경찰관 한 명이 마당으로 들어왔다.
[끼익~ 철크렁~]
“계십니꺼?”
“아이고! 왔네! 왔어! 퍼뜩 온나~ 내 방을 보여줄끄구마~ 따라온나~”
마치 구세주를 본 듯한 표정과 손짓으로 상용이 아버지는 집을 찾아온 광수를 맞이했고 그리고는 곧장 밀렵꾼들이 묵었던 뒷방을 향해 걸어갔다.
[끼익~]
“여다~ 함 살피보그라~’
“진짜로 야들이 짐을 다 두고 가삤네요~”
“하모하모 그렇다카이~”
“야들 뭐 타고 왔십니꺼?”
“그 뭐꼬 찌프 타고 왔을끼다 아주 씨크믄거~”
순경은 작은 방에 들어가 사라진 사내들의 짐을 살피기 시작했고 민박집 남편은 문지방에 기댄 채 순경의 질문에 답해주고 있었다.
“아이고~ 아부지요~ 야들 밀렵꾼들이구만요~”
“그래? 내는 몰랐다카이~”
“모르긴 개풀을 몰라~”
남편의 강한 부정에 옆에서 방을 같이 내다보고 있던 민박집 여주인이 입을 삐죽이며 작은 목소리로 남편 발뺌에 일침을 가했다.
“야들 어데로 간다는 말은 없었십니꺼?”
“뭐꼬…귀산에 대해 마이 물어보드마는 소문 듣고 왔다꼬~”
“귀산요?”
"응 거 간다꼬 했다마~"
"알겠십니더~ 일단 여 방은 가마이 놔두이소~"
"얼메나? 오래 걸리나?"
두 남자의 대화에 민박집 여주인이 끼어들어 민박집 영업에 지장이 있다는 투로 말했다.
"마 그리 오래는 아닐낍니더~"
"어쨌거나 잘 좀 처리해 주이소~"
민박집 여주인은 남편에게 하는 것과 달리 순경에겐 공손했다.
"그래 그래 광수 니만 믿는데이~ 뭐 좀 무꼬 갈래?"
"괜찮십니더~ 귀산에 가봐야지에~"
"그랴~ 아부지는 잘 계시제? 은제 함 읍내 다방에서 코피나 한잔 하자꼬 좀 해라~ 논에 좀 고마 매달리고"
"저도 마 그리 마실도 다니시라 하는데도 그렇십니더~ 아저씨요~ 저 가보겠심더~"
"그래그래 욕보그래이~"
광수라는 불리는 순경은 민박집 부부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들어왔던 철제 대문 쪽으로 걸어갔고 인사를 한 후에 오토바이를 타고서 사라진 밀렵꾼들이 향했을 거 같은 귀산을 향해 출발했다.
순경은 20여 분을 달려 귀산 입구에 도착했고 산 입구에는 민박집 부부가 말했던 검정색 짚이 웅덩이에 빠졌는지 약간 삐딱한 자세로 서 있었다.
순경은 타고 온 오토바이에서 내리며 시선은 짚을 계속 살피고 있었다. 외관상으론 웅덩이에 빠진 것 외엔 특이한 점이 없어 보였다.
[까악! 까악! 푸드득!]
순경이 짚 근처까지 갔을 때 갑자기 어디선가 까마귀 한 마리가 튀어나와 가뜩이나 긴장한 순경을 깜짝 놀라게 했다.
“오메 깜짝이야! 뭐꼬뭐꼬? 이 까마귀 아이가?!”
마을사람들이 귀산이라 부르는 오마산은 까마귀가 자주 나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그러다 개발로 인하여 그것이 자취를 감춘지 오래였는데
오늘 순경 앞에 모습을 보인 것이다.
검붉은 눈동자에 몸 전체가 장막을 감싼 듯 까맣고 마치 주변의 모든 빛을 삼키려는 듯 거대한 날개를 펼치며 몸을 앞으로 내밀어 날아올랐다.
“퉤~ 재수가 없을카이 까마구를 다 보는구마는~”
까마귀 때문에 신경질이 낳는지 순경은 바닥에 침을 뱉으며 짜증을 토해내곤 흙이 여기저기 잔뜩 묻어있는 낡은 지프를 살피기 시작했다.
운전석 문을 열고 차에 올라 상체를 숙여 운전석부터 살피기 시작했다.
차키는 꽂혀있는 상태였고 외관과 마찬가지로 바닥엔 흙이 많이 떨어져있었다. 순경은 몸을 더 안으로 밀어 넣고 조수석 수납함을 열어 잡다한 영수증 등을 꺼내보았다. 별로 중요한 것이 없는지 다시 수납함에 꾸겨 넣고는 뚜껑을 세게 닫았다. 순경은 뒷좌석의 짐들을 살피며 민박집에서의 예측한 것이 맞았다는 것을 알았다. 사라진 사내 둘은 밀렵꾼들이었다. 엽총 두 정과 각종 덫이 발견된 것이다.
“산에 기이올라 마 디지삔거 아닌가?”
지프에서 내린 순경은 차량의 앞쪽으로 가서 수첩을 꺼내 차량번호를 적기 시작했다. 차량번호를 수첩에 적은 순경은 허리춤에서 무전기를 빼서는 파출소에 차량조회를 요청했다.
“응 알았다~ 쪼메 걸리끼다~ 지원이 필요할끼 같으면 말해라~”
“됐십니더~ 여 어딘가 있겠지에 차주 조회되면 마 전과기록이나 함 털어주이소~”
“알았데이~ 대충하고 퍼뜩 온나~”
“야~ 알겠심더~
순경은 파출소와의 무전을 마치고 무엇인가에 이끌리 듯 산길을 따라 들어가기 시작했다.
울창한 나무 사이로 금새 햇빛이 가려지고 곳곳에 깊은 그림자가 깔렸다.
[파다닥! 찍찍찍]
순식간에 순경 발 밑으로 무언가가 날렵하게 지나갔고 순경은 놀라 발을 들어 밑을 살폈다.
“뭐꼬?!”
사방을 둘러보다 몇 미터 앞쪽 나무에서 뭔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고 순경은 실눈을 떠가며 그 물체가 뭔지를 살피려 애썻다.
“점마 저 다람쥐 아이가?”
순경은 다람쥐에 시선을 고정하고 다시 산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다람쥐가 순경을 내려다보는 나무 근처에 왔을 때 다시 다람쥐는 도망갔고 그와 동시에 나무 밑 낙엽 위로 뭔가가 떨어졌다.
“점마 모꼬? 크크 마~ 여 니 맘마 떨어지삐다…”
순경은 낙엽더미 위에 떨어진 물체가 다람쥐가 놓인 밤이라 생각하고 그 나무를 지나며 다람쥐를 향해 말을 걸다 곁눈질로 물체를 확인하곤 뒷걸음질 쳤다. 그것은 훼손은 많이 됐지만 분명 사람의 눈알이었던 것이다.
“이기 뭐꼬? 이기!!!”
순경은 놀라 고함을 질렀고 그 순간 숲에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 소리는 마치 여자의 콧노래소리 같았다.
“이~ 뭐 이런…”
순경은 숲 사방에서 들리는 콧노래소리에 공포를 느끼며 뛰다시피 산을 내려왔다.
“여서 사람 눈알이 나왔십니더!”
“어데? 김 순경이가? 뭔 일이고? 똑띠 말해봐라!”
“여 오마산에 사람이 없어졌다키가 왔더만 사람 안구를 다람쥐가 물고 다니고 막 난리났십니더!’
“야가 뭐라카노 진짜! 니 거 고마 있으라 퍼뜩 가꾸그마~”
김 순경과 파출소의 무전은 급박했다. 무전을 마치고 파출소는 일대 소동이 벌어졌고 소장 이하 근무 중인 경찰관 3명이 당직자 1명을 빼곤 모두가 오마산을 향해 출동했다.
“야야 무전 잘 받고! 뭔 일 터지므는 바로 무전 하그래이!”
작은 읍네 파출소에서 정년퇴직을 얼마 남기지 않고 생긴 일에 몹시 당황한 듯한 파출소장은 파출소를 지킬 순경에게 이런저런 지시를 하며 황급히 나머지 순경들을 이끌고 차에 올라탔다.
산 밑으로 내려온 김 순경은 실종 된 밀렵꾼들 지프 옆에서 동공이 커진 눈으로 산을 살피다 다시 시계를 내려다보는 일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때 저만치 멀리서 싸이렌 소린 들리지 않지만 경찰차의 경광등이 번쩍이며 다가오는 것을 보고 김 순경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도착한 순찰차에서 내린 경찰들은 김 순경 주변에 몰려와 자초지정을 듣기 시작했다.
“마 우야된 일이고? 뭐한다고 여까지 와가 뭔 일이고?”
“그기 말입니다~ 상요이 어무이 민박집 아시제예?”
“알제~ 거 남편 맨날 뚜드러 패는 그집 아이가?”
“예예~ 근데 아침에 거 아저씨가 전화가 온기라예 민박을 하던 둘이 없어져삐따고…”
그렇게 김 순경은 지금까지 겪은 일을 파출소장을 비롯한 동료들에게 설명했다.
“거 눈알 발견한 곳이 어디고 가보자 마~ 앞장서본나”
“예~ 따라오이소~ 마~”
“근데 이 차는 갸들 꺼가? 어이 거 호출해가 야들 차적 조회 어케 됐는지 함 알아보그라~”
“야~”
한 10여 분을 산길을 따라 올라가니 좀 전에 그 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여입니더…여예!”
“우엑~”
한 경찰관은 낙엽 위에 나뒹굴고 있는 사람의 안구를 보더니 그 자리에서 토하기 시작했다.
“임아야! 저 가서 토해라 구두에 튄다! 시끼야~”
파출소장은 처음 겪는 일이지만 연륜이 느껴질 정도로 차분했다. 아무리 작은 동네라고 하지만 몇 십 년 경찰 생활에 사람 시체 몇 번을 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눈 하나 깜짝 안하고 데려온 순경들에게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서에 무전해가 비번 아들 다 비상 걸고 여로 오라케라~ 그카고 우리 인력만으론 안될끼니까 시경에 지원 요청하고~”
“예 알겠심더~”
“저 눈알 저거 일단 증거니끼니 수거하고~ 점마 저 아직도 토하고있나? 똥물까지 기 올라오겠구마는~ 쯔쯔쯔”
“죄송합니더~ 이런 일이 처음이가~”
“마! 여 태어날 때부터 눈알 보고 태어난 인간이 어디있노? 어잉? 정신 퍼뜩 차리가 빨리빨리 따라붙어라!”
김 순경과 동기인 이 순경은 소장의 질타에 손으로 입을 닦으며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내뱉었고 주변 수색에 동참했다.
후미에 있던 순경이 뛰어와 소장이 있는 쪽으로 왔다.
“차적 조회 나왔심더~ 이름 김영츨 나이 53세 본적은 경남…”
“그래? 밀렵으로 걸린 건 없네? 마 잡범이가 뭐꼬?”
작은 키에 피부가 새까맣고 호랑인 두툼한 호랑이 눈썹을 갖은 소장이 조회 결과를 가만히 듣더니 한 마디 툭 던졌다.
바로 그때였다.
“소장님요! 퍼뜩 여 좀 보이소! 여…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