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랜드 영건 3인방을 형제로 비유한다면? 팀 허드슨(26)이 과묵한 자수성가형의 큰 형이라면 마크 멀더(24)는 깔끔한 이미지의 엘리트형의 둘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토는? 아마도 겁을 상실한 자유분방한 장난꾸러기 막내의 이미지가 아닐까. (사실 그는 실제로도 3남매 중 막내이다.)
갈기머리에 유니폼위로 높이 올려 신은 스타킹이 트레이드 마크인 배리 지토(24,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그는 유난히도 수식어를 많이 달고 다니는 선수이다. ‘fearless’(겁없는), ‘free-spirited’(자유분방한), ‘colorful’(화려한), ‘entertainer’(연예인) 등등.
하지만 그의 개성을 표현하는 이런 단어들을 제쳐두고 투수로서 그를 가장 잘 표현한 말은 아마도 클리블랜드 짐 토미(31)의 한 단어가 아닐까 싶다. “nasty”(지저분한)
지토는 말 그대로 화려하면서도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커브와 뛰어난 제구력을 앞세워 17승(8패, 방어율 3.48)을 거두며 2001년을 그 어느 선수보다도 뜨거운 해를 만들었다.
특히 그가 막판 9연승을 비롯, 시즌 후반기에 그가 보여준 엄청난 활약은 팀을 시즌 초반 지구 꼴찌팀에서 102승의 와일드카드 팀으로 변모시킨 일등공신이었다.(후반기 11승 2패, 방어율 2.29)
사실 집안환경만 놓고 본다면 지토는 뮤지션이 되었어야 했다. 그의 아버지 조 지토는 냇킹 콜, 프랭크 시나트라와 함께 음악을 했었고 한때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지휘를 맡기도 한 유명한 음악가였고, 그의 어머니 역시 유명한 연주가였다. 그의 두 누이역시 훗날 음악가로 성장하였다.
하지만 지토만은 달랐다. 악기를 배우기는 했지만 3살 때 크리스마스 선물로 플라스틱 배트와 공을 받은 이후 그는 유난히 야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물론 지금의 자유분방하고 연예인적 기질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이지만.
아이러닉하게도 지토가 야구선수로서 훌륭히 성장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음악가 아버지의 헌신적인 뒷바라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아버지는 음악생활을 은퇴하고 샌디에고로 이사를 하면서 아들 배리가 야구를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도왔다. 집 뒷뜰에 작은 야구 그라운드를 만드는가 하면 배리가 13살이 되자 전 파드레스의 좌완투수이자 1976년 사이영상 수상자였던 랜디 존스에게 약 4년간 개인교습을 받게 했다. 수업료가 1년에 2,500달러나 되었지만 결과적으로 개인교습은 배리가 큰 선수로 성장하는데 좋은 계기가 되었다.
UC컬리지와 피어스 컬리지를 거쳐 남가주 대학 재학시절 12승 3패, 방어율 3,28에 112이닝 동안 삼진을 무려 154개나 잡아내며 전미 장학생(All-American honors)으로 선발되는 등 일약 유망주로 떠오른 지토는 199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9번에 어슬레틱스에 지명되었다.
그리고 곧바로 159만 달러의 보너스를 받고 오클랜드에 입단하게 되었다. 피어스 컬리지 시절인 98년 드래프트에서 텍사스 레인저스로부터 3라운드에 지명되어 계약금 30만 달러를 제시받았던 것과 비교한다면 1년 만에 크게 발전한 셈.
약 1년간의 짧은 마이너리그 생활을 거친 후 지토는 드디어 당시 선발 오마 올리바레스의 부진을 틈타 전격 메이저리그에 입성을 하게 되었다.
2000년 6월 22일 애너하임 에인절스와의 첫 선발등판 및 빅리그 데뷔전을 갖은 지토는 5회 무사만루에 위기에서 상대 중심타자인 팀 새먼(33), 모 본(34, 현 뉴욕 메츠), 개럿 앤더슨(29)을 연속 삼진으로 처리, 팀을 승리로 이끌면서 데뷔전에서 깊은 인상을 심어주게 된다.
이후 데뷔전 포함 14번의 선발등판에서 7승 4패, 방어율 2.72라는 신인으로서 놀라운 센세이션을 일으키게 되었다. 특히 9월에만 5승을 거두며 ‘가을의 사나이’로서의 예고를 시작하였다.
하지만 그가 팬들을 정말로 놀라게 한 것은 뉴욕 양키스와의 AL 디비전 시리즈 4차전. 어슬레틱스가 1승 2패로 벼랑에 몰린 상황에서 선발로 나온 지토의 맞상대는 바로 사이영상 5회 수상의 ‘로켓맨’ 로저 클레멘스(39). 어느 누구도 클레멘스의 승리를 의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백전노장’ 클레멘스와 뉴욕 양키스의 강타자들을 5.2이닝 동안 이 겁없는 22살의 청년에게 철저히 농락당했다.(5.2이닝 5안타 1실점) 이 경기를 통해 지토는 팬들로 에게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키게 된다.
이듬해 지토에게도 어김없이 2년생 징크스가 찾아오는 듯 했다. 타자들이 상대적으로 치기 편한 직구를 노려치기 시작했고, 그에 비해 지토의 칼 같던 제구력과 변화구는 위력이 떨어진 듯 보였다. 언론에서는 그의 정신자세를 문제 삼기까지 하였다.
하지만 지토의 뒤에는 언제나 아버지가 있었다. 7월 24일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6실점을 허용하며 2이닝 만에 강판 당한 후 아버지는 지토를 찾았다. 아버지는 지토의 아파트에서 머물며 아들에게 정신적 해이를 지적하며, 야구를 기본에서부터 다시 시작할 것을 주문했다.
아버지의 허심탄회한 충고와 격려 이후 지토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게 된다. 예의 날카로운 제구력과 커브는 되살아났고 5점대가 넘던 방어율은 이내 3점대로 낮아졌다. 8월과 9월에는 잇달아 ‘AL 이 달의 투수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지토의 부진과 맞물려 나가던 팀 성적 역시 그의 부활에 힘입어 엄청난 속도로 상승하였다. 전반기 간신히 5할 턱걸이 승률이었던 어슬레틱스는 후반기들어 연일 승리행진을 펼치며 후반기에만 무려 58승을 기록, 당당히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게 되었다.
지토의 진면목은 다시 만난 양키스와의 AL 디비전시리즈에서 또 한번 펼쳐졌다. 디비전시리즈 3차전 마이크 무시나(33)와의 맞대결은 그야말로 근래 보기드문 명투수전이었다. 특히 이 경기는 현역 최고의 커브를 가진 좌우투수간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끌었다.
비록 호르헤 포사다(30)의 솔로홈런 한방과 상대투수 무시나의 또다른 혼신의 피칭에 그의 호투는 빛을 잃어버렸지만 빅리그 2년차 답지 않은 그의 소름이 돋을 정도의 노련함과 대담함은 당대 최강인 양키스의 타선을 다시 한번 농락하기에 충분했다. (8이닝 2안타 1실점, 1홈런, 6삼진)
사실 지토는 랜디 존슨(38, 애리조나 D-백스)과 같은 불 같은 빠른 공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그의 공은 말그대로 날카롭다. 그의 직구 평균 구속은 90마일 초반에 불과하지만 제구력이 동반되어 있고, 공 끝이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컷패스트볼같이 변화하기 때문에 공략하기는 난감하다.
무엇보다도 그는 샌디 쿠팩스 이후 최고의 커브를 가진 좌완투수로 평가받고 있다. 그의 커브는 큰 낙차 외에도 횡으로 변하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자칫 타자들이 빠지는 볼로 판단하기 쉽지만 어느새 낮게 파고들어 서서 삼진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그가 영건 3인방 중 가장 강력한 구위를 갖추었다고 평가되는 이유도 바로 이 커브 때문이다. 또한 직구와 함께 사용하는 체인지업 역시 타자들을 압도하는 또다른 주무기이다.
그러나 마운드에서 그를 더욱 강력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두둑한 베짱이라 할 수 있다. 포스트시즌이라는 큰 무대에 올랐음에도 전혀 눈깜짝하지 않고 상대를 요리하는 그의 모습은 차라리 산전수전 다 겪은 선수의 모습이라 해도 믿을 수 밖에 없다.
그의 무리없는 안정된 투구폼 역시 그의 장점이다. 젊은 투수들에게 있어 무리한 투구폼이 종종 부상을 유발시킨다는 점에서 그의 부드러운 투구폼은 그가 부상없이 오랫동안 좋은 활약을 할 것이라 예상케 하는 요인이다.
지토는 그의 자유분방한 개성만큼이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기타 연주에 즐기고, 서핑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지토는 MLB라디오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프로그램(Go surfin' with Zito)을 진행하는 한편 비시즌 동안에는 발레 무대에 출연하기도 하는 등 연예인적인 기질을 숨기지 않고 있다.
지난 시즌 초반 부진했을 때 느닷없이 머리카락을 파랗게 물을 들이는 한편 얼마전부터는 그의 우상 엘비스를 따라 갈기머리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산악 모터싸이클에까지 재미를 붙였다고 전한다.
또한 그는 원정에 나설 때는 늘 어머니가 만들어준 핑크색 베게와 테디 베어 곰인형을 같이 가지고 다니며, 경기 전에는 꼭 30분씩 요가를 하며 몸을 풀곤한다. 과연 이만큼 개성만점의 메이저리거가 있을까?
2002시즌 5월 17일(한국시간) 현재 지토는 9경기에 등판하여 4승 2패, 방어율 3.69로 영건 3인방 중 유일하게 자기 몫을 하고 있는 선수이다. 불안한 출발을 보였던 지난 해와 비교할 때 무난한 출발이라 할 수 있으며 시즌 후반기에 유난히 강한 그의 특징을 살펴볼 때 지난 해 이상의 활약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장기계약을 맺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었던 그는 얼마전 어슬레틱스와 총 4년간 930만달러(2006년 구단옵션 포함)에 이르는 장기계약을 성사시켰다. 이로서 지토는 영건 3인방중 어슬레틱스와 장기계약을 맺은 마지막 선수가 되었다.
메이저리그 3년차 선수에게 장기계약은 드문 일이라 할 수 있지만 그의 현재 모습을 볼 때 계약내용이 오히려 헐값이라는 생각까지 들 게 한다.
그의 구질만큼이나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배리 지토. 그의 연예인적 기질에 대해서는 여전히 말들이 많다. 하지만 그가 연예인이면 어떻고, 머리를 빨갛게 하면 어떤가. 결국 야구선수는 실력으로 모든 것을 말해 주는 것이 아닌가
배리 지토(Barry Zito)
- 1978년 5월 13일 생 - 188cm, 95kg - 좌투좌타 - 소속팀 : 오클랜드 어슬레틱스(2000 ~ 현재) - 통산성적(5월 17일 현재): 58경기 28승 14패, 336탈삼진 144볼넷 방어율 3.32 - 주요 경력 2000년 7월 22일 메이저리그 데뷔 2001년 8월,9월 연속 ‘이 달의 투수(Pitcher of the Month)’선정
출처 : 중앙일보
첫댓글 지토 넘 좋아합니다. 한때 제 컴바탕사진은 무조건 지토였던 때가... 으흐흐.. 한참 벤폴즈 빠이브 좋아할때 지토가 가장좋아하는 뮤지션이 벤폴즈라는 얘기듣고 더 좋아졌었습니다. 여자들이 참 좋아하게 생긴 외모인듯해요..
벤폴즈파이브 좋쵸 해체하고 솔로앨범도조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