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을 본다는 것은 외진 것을 본다는 뜻이다. 외따로 떨어져 으슥한 곳에 있는 것은 대체로 곤고하다. 구석에 있는 것은 밀려나 있고, 실의에 빠져 있고, 한없이 쓸쓸하고, 앞이 캄캄하다. 이렇게 구석에 있는 것을 살붙이로 여겨서 대하는 일은 자애가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많은 때에 우리는 자신이 언젠가 이 구석에 한 덩어리의 찬밥처럼 놓일 수 있다는 것을, 궁색한 형편에 처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산다. 찬란한 때에도 이 차가운 구석을 기억한다면 누구에게라도 덜 매정할 테고, 그리하여 구석에 있는 것을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의 볕 아래로 불러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