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끼는 자기 희생의 상징 동물” | ||
불교 속 토끼 이야기 | ||
[주간불교] |
통도사 등 많은 사찰 벽화에 등장
2011년 올해는 신묘년이다. 토끼의 해이다. 토끼는 일반적으로 꾀가 많은 동물로 상징된다. 토끼가 등장하는 이야기들에는 ‘지혜로움’이 먼저 떠오른다. 듬직하고 의젓하기보단 때론 너무 재빨라 일을 그르치기도 한다. 힘 약한 사람이 자신보다 강한 사람을 이기는 방법은 지혜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야기 속 토끼는 영특하게 묘사된다. 늘 당하기만 하는 백성들에게 삶의 방법을 깨우쳐 주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토끼는 약한 짐승이다. 그래서 쫓기는 자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토끼의 왕성한 번식력은 약자의 생존전략 중 하나다. 일정한 발정기 없이 아무 때나 짝짓기를 해 새끼를 잉태할 수 있는 생물은 인간을 제외하고 오직 토끼뿐이라고 한다. 잡아먹히는 숫자보다 더 많은 새끼를 낳아야만 종족을 보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중·일 삼국에서는 토끼를 신비함과 영원성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여긴다. 세 나라의 불교와 도교, 신화나 전설 등에서 토끼는 하나의 문화유형으로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세 나라 문화 속에서 토끼는 달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토끼가 달 속에서 떡방아를, 중국에선 약 방아를 찧는다고 믿는다. 절구질하는 토끼는 인도와 중국의 신앙과 설화가 결합돼 한국과 일본으로 이어진 것이다. 토끼가 가지는 상징성 때문에 사람들은 예부터 이상적으로 생각하던 달에 토끼가 산다고 믿었던 것이다.
불교 설화에서 토끼는 자기희생의 상징으로 묘사돼 있다. <대당서역기(大唐西域記)>에 제석천(帝釋天: 불교의 수호신)을 위해 스스로를 소신공양하는 토끼의 이야기가 나온다. 제석천이 노인으로 변신해 여우·원숭이·토끼에게 먹을 것을 청했을 때, 여우는 생선을, 원숭이는 과일을 가져왔으나, 빈손으로 돌아온 토끼는 불 속에 제 몸을 던져 제석천을 공양했다는 이야기다. 토끼의 소신공양에 감동한 제석천은 토끼의 형상을 달에 새겨 후세의 영원한 본이 되게 하였다고 한다.
양산 통도사, 수원 팔달사 등의 벽화에는 거북이 등에 탄 토끼 모습을 볼 수 있다. 불교에서 토끼의 이미지를 중시했음을 방증한다. 토끼가 희생제물이 되어 병자를 고쳤다는 이야기는 민간전설로도 전해진다.
그래서인지 불교경전에는 토끼와 관련된 부처님 말씀이 속속 등장한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시길“앞에 나타나는 대상을 분별하는 그림자일 뿐이다. 그런데 앞에 나타나는 대상은 항상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니므로 만약 변하여 없어질 때에는 이 마음이 곧 거북의 털이나 토끼의 뿔과 같을 것이니 곧 너의 법신도 함께 끊어져 없어지는 것과 같으리니 그러면 그 무엇이 무생법인(無生法忍)을 닦아서 증득하겠느냐?” <수능엄경>
우리나라나 동양고전에 등장하는 토끼는 작고 약해 보이지만 꾀가 많아 언제나 재치 있게 위기를 극복한다. 또 다른 설화에서는 사람에게 은혜를 갚고 동물들 사이 분쟁의 해결사로 등장하기도 한다. 호랑이 같은 맹수에 비하면 토끼는 약한 동물이다. 하지만 재치와 꾀로 강한 동물에게 지지 않고 오히려 그들을 이용한다. 이로써 약자를 보호하고 이익을 얻는 존재로 등장한다. 신묘년(辛卯年) 토끼해에 영리한 토끼에게서 삶의 지혜를 찾아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