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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追跡者)-46
그들은 놀라서 한발 물러 선 채 모여 그 속을 들여다 보았다. 아직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다시 한번 그 손잡이 고리를 당겼다. 그러자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기어가 돌아가는 금속성 소리가 나며 다시 먼저 열린 그 어둠 속에서 두 개의 철제 상자가 올라왔다. 하나는 가로 1.5 미터 높이 1 미터 세로 1미터 정도의 크기였고 다른 상자 하나는 높이 50 센티 길이가 그 보다 조금 길고 넓이가 같은 크기였다. 그들은 상자 주변으로 몰렸다. 나는 얼른 쎄지로를 보았다. 쎄지로는 문없는 출입구의 한 기둥을 잡고 머리만 내밀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부츠는 벗은 채 였다. 내가 보자 그녀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나는 벽에서 떨어져 두 손에 총을 쥐고 있는 놈 옆에 섰다. 러시아놈이 쇠스랑을 가져와 철재 상자 자물쇠 뭉치를 내려쳐서 상자의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 모두가 놀라 열린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그 속에는 순금 궤(bar)가 꽉차 있었다. 몇 십 년이 지났다고 하지만, 황금은 황금이었다. 그들 모두가 놀란 채 뚜껑이 젖혀진 상자 속을 들여다 보고 있을 때 클리스코프가 나를 보며 의아해하고 있었다. 그놈의 목적은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열리지 않은 다른 상자가 더 그에게 관심이 있음을 알았다.
“왜, 더 이상 열지 않는 것이지? 어서 서둘러!”
그가 나를 보며 나에게 묻고 명령했다. 이왕 시작한 것 팬티 벗고 주는 것이 의심을 덜 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버틴다 고 다른 방법이 생겨날 수가 없음을 알고 있었다. 나는 벽으로 가서 다시 한번 파이프 속의 고리를 당겼다. 첫 번째 두 번째 당겼을 때 걸림쇠의 느낌으로는 완전하게 당겨진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힘을 가해 세 번째 고리를 풀기 위하여 손잡이를 당기자 구르릉하는 소리와 함께 바로 옆의 바닥이 똑같이 갈라졌다. 그것은 흙으로 위장된 작은 문이었다. 그들 중 하나가 손으로 그 작은 문을 좌우 80 센티 정도의 넓이로 완전히 열어 젖히자 철커덕하며 연결고리에 물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고정되고 가로 세로 높이가 1 미터 됨직한 붉은색 장미목으로 만든 상자가 서서히 위로 올라왔다. 금괴에 모였던 사람들이 다시 그 상자에 관심을 가지고 상자 앞으로 갔다. 케롤만 뒤에 처져 모두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다. 역시 훈련된 경사다웠다.케롤의 앞 동쪽 벽 주변에는 그들이. 그리고 중간쯤에 서 있는 케롤의 우측 3 미터 쯤의 문없는 출입구 좌측에는 쎄지로가 공포가 역력한 모습으로 다시 서 있었다. 두 개의 상자를 열었던 러시아 놈이 다시 그 장미목 상자의 잠금장치를 쇠스랑으로 걸어 젖혀 뜯어내었다. 그리고 상자의 뚜껑을 열자 뚜껑과 연결된 내용물이 서서히 위로 올라왔다. 내용물은 검은 기름종이에 싸여 있었다. 그 내용물을 싼 기름종이를 뜯어내자 네모난 검은 박스가 드러났다. 내가 처음 보는 형태의 모니터였다. 그리고 그 모니터 밑에는 구식같은 컴퓨터의 데스크 하드박스가 모니터를 받치고 있었다. 클리스코프가 케롤을 봤다. 케롤은 손에 들었던 권총을 허리의 권총집에 넣고 주저 없이 모니터 앞으로 가서 본체에 숨겨진 전기 케이블을 찾아 꺼냈다. 그와 동시 아크샤가 계단 아래서부터 시작된 커넥터가 붙어 있는 공업용 케이블을 나무의자와 함께 가져왔다.
“케롤라인! 이 디스크를 바로 열 수있겠지?”
클리스코프가 들었던 디스크를 케롤에게 주며 강하고 힘있게 말했다. 명령이 담겨 있었다.
“현재로서는 가능합니다. 바로 시행하겠습니다.”
역시 군 조직의 일원으로서의 말투였다.
“시작이 되면 내가 직접 볼 수 있도록 조작해 놓는 것을 잊지 말도록.”
“옛써. 써~ㄹ.”
대단하였다. 명령체계가 잘 잡혀있음을 느꼈다. 도대체 캐나다 정부는 무얼 하고 있었으며, CSIS 라하는기관은 무엇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얼마 전에도 알카에다의 일부인 캐나다 조직이 퀘벡 인근 숲 속에서 실제와 같은 전투 훈련을 받고 있는 것을 6 개월이나 지나서야 한 농부의 신고로 일망타진한 것도 우연은 아니었다. 그런 이 바보들. 쉬쉬쉭하는 소리와 함께 부팅이되고 있었다.
화면은 흑백이었고 사진이 나타났다. 케롤이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장군님. 여기 이 키보드 옆에 달린 작은 바를 아래 위로 올렸다 내렸다 하여 화면에 나타난 그림과 글을 위 아래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저는 뒤에 있겠습니다.”
케롤이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나자 주변에 서 있던 잉거스터와 강일성이 막 다시 새로운 화면이 나타난 모니터 앞으로 한 걸음 옮겼다. 주위의 사람들도 역시 조금 동요하였다. 뭔가 세상이 달라지게 만들 무엇인가를 보려는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케롤이 자리를 물러나 다시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는 순간,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케롤이 돌아서서 겨눌 시간을 주지 말아야했다. 나는 동양인 옆으로 미끄러지듯 다가가서 그가 눈치를 채고 고개를 돌릴 때 권총을 쥔 오른 손목의 급소를 누르고 안으로 꺾어면서 그의 총을 빼앗았다. 그것은 2 초내에 끝났다. 그리고 안전장치를 풀며 케롤에게 달려가 그의 목을 왼손으로 감으며 우측 목 급소를 눌렀다. 이것 역시 2 초 내에 끝났다.
“아아악!”
갑작스러운 공격에 당한 케롤이 비명을 질렀다. 동양인이 왼손에 든 총을 바로잡고 안전장치를 풀려하였다. 나는 그의 좌측 다리를 쐈다. 그가 쓰러지며 쌓여있던 금괴 위로 넘어져서 그들을 깨웠다. 그리고 놀라서 나를 멍하니 보고있는 쎄지로 앞으로 케롤을 끌고 갔다. 그 시간은 5 초 정도가 소요되었다.
“쎄지로! 어서 뒤쪽에 있는 포크리프트로가서 숨어요. 빨리!”
“제임스. 그럼, 당신은?”
“어서 달려가요! 이건 장난이 아닙니다.”
쎄지로로서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런 경우는 예상치도 못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무언가 걱정이 되어서인지 되돌아 보며 주춤하다가는 달려갔다.
“제임스! 이것 안 놔! 이 새끼야.”
내가 몰랐던 또 다른 여자가 나를 부르며 요동을 쳤다. 그러나 무술에서든 힘에서든 내가 한 수 위였다. 그리고 앞에 있는그들은 경찰을 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나는 그녀가 업어치기를 하지 못하게 그녀의 등에 무릎을대고 허리를 낮춰 그녀와 키를 맞춘 후 목에 감은 왼손에 더 힘을 주었다. 오른손에 잡은 권총으로 그녀의목을 겨누고 한발 두발 뒤로 이동하였다. 이제 그들은 모니터 화면에서 떨어져 나를 향하고 있었다. 나를 향해 클리스코프가 소음총을 겨누었다.
“제임스! 어차피 너는 죽어야 할 놈이었다.”
그가 소리를 치며 권총의 안전장치를 풀었다. 나는그래도 설마 너가 케롤을 쏘겠냐? 현직 경찰을 쏘겠냐? 하는 생각으로 케롤을 끌고 계속 뒷걸음쳤다. 문없는 출입구를 넘었다 하는 순간 가슴에 큰 충격이 왔다. 아크샤와 강일성 그리고 앞으로 나선 두 놈이 총을 겨누고 있었다. 클리스코프가쏜 것이다.
“장군님! 클리스코프. 당신이 나를…”
케롤이 맞았다. 그의 오른손이 발사 충격에 의하여 흔들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와 함께 총을 든 놈들이 사격을 했다. 나는 케롤을 방패로 문없는 출입구 옆의 기둥 뒤로 피했다. 이제는 내가 사격을 할 차례였다. 나는 그들이, 특히 클리스코프가 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왼손으로 케롤의 등 뒤를 받치며 허리를 낮추어 정조준하여 방아쇠를 당겼다. 클리스코프. 너는 죽어야 한다. 나는 그의 이마를 조준했었다. 그가 피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그가 낙엽처럼 떨어져 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들에게서 날아온 총알이 케롤에게 박히는 것을 느꼈다. 나는 다시 정조준하였다. 클리스코프가 떨어져 나간 자리의 빈 곳에 보이는 모니터와 그 모니터를 받치고 디스크를 작동하고 있는 본체를 향하여 주저없이 두발을 쐈다. 내 생각은 옳았다. 그 물체는 터지며 폭발음을 냈고 화염을 뿜어내었다. 그들은 놀라 뒤로 돌아가 금괴가 들어있는 박스 뒤로 몸을 숨겼다. 나는 쎄지로가 숨어있을 포크리프트로 가기위하여 몸을 돌리는 순간 핑 소리와 함께 왼쪽 팔이 떨어져 나가는 충격을 받았다. 그 총격을 오래 느끼고 있을 수가 없었다. 입구의 계단을 내려오는 놈이 쏜 것이다. 그는 소음총이 아니었다. 그는 계단에 앉아 정 조준하였었다. 나는 케롤의 목에 감았던 왼손을 풀며 케롤 어깨너머로 그놈에게 총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그는 계단에서 떨어져 내렸다. 어깨 바로 아래의 팔에서 피가 흘렀다. 힘이 빠졌다. 더 이상 케롤을 잡을 수 없었다.
“제임스! 네놈은 살아서 이곳을 나가지 못한다.”
발악하는 소리가 났다. 강일성이었다. 아크샤가 계단 밑으로 움직이며 소리쳤다.
“네놈의 총에는 2 발이 남았다. 어떡할 테냐?”
그들은 출구가 없는 이 건너편 공간에서 내가 발버둥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아크샤의 하복부를 겨냥해 한 발을 쏘았다. 그는 계단 밑으로 숨지 못하고 쓰러졌다. 다리를 맞췄다. 이제 그들은 기다렸다. 그들과 나 사이에는 장애물이 없었다. 불과 15미터 정도의 거리는 텅 빈 공간이었다. 누구도 일어나거나 앞서지 못할 것이었다. 나는 케롤을 기둥에 기대어 앉게 하여 두고 쎄지로에게 달려갔다.
“쎄지로! 어디 있어요?”
이곳까지 불빛은 미치지 않아 포크리프트 뒤는 어두웠다. 나는 조급해졌다. 금방 쎄지로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판단이 틀렸다면 우린 죽은 목숨이다. 나는 다시 소리쳤다.
“쎄지로!”
“여기 있어요.”
겨우 들릴듯한 목소리가 났다. 그녀는 포크리프트 뒤쪽 철망으로 된 작은 문 옆에 쪼그리고 앉아있었다. 그 문은 높이 2 미터 넓이가 1.5 미터 정도로 포크리프트가 통과할 정도였다. 나는 포크리프트위로 올라갔다. 포크리프트를 이곳에 두고 따로 키를 보관해야 할 이유가 없을 것이었다. 내 생각이 맞았다. 키는 꽂혀 있었다. 나는 다운타운에서 슈샤이너 일을 하기 전에 포드 아우디 크라이슬러에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여 납품하는 벤홉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6개월을 일하는 동안 더 많은 시간당 웨이지(Wage=시간당 급료)를 받기 위하여 스텐다드와 리치먼드 그리고 포크리프트 운전면허를 땄었다. 그런 나에게 포크리프트는 쉬웠다. 나는 시동을 걸며 소리쳤다.
“쎄지로! 일어나서 빨리 옆으로 피해요!”
후진 기어를 넣자 차는 움직였다. 액셀레이터를 힘껏 밟았다. 붕 소리와 함께 차는 뒤로 달려 철망 문을 부수었다. 차를 그대로 둔 채 내려 쎄지로를 찾았다. 그녀는 옆에 있는 제설기 밑 어둠 속에 숨어 있었다. 그녀를 잡고 찌그러져 떨어진 철망 문을 지나 어두운 통로로 달렸다. 그들이 달려오는 소리가 뒤에서 났다.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이곳에 밖으로 나가는 문이 없다면, 우리는 죽는 거다. 10 미터쯤 비스듬한 언덕을 달려 올라왔을까 했는데, 평평한 바닥이 나타났고 위로 달빛에 의한 희미한 빛이 보였다. 숲이 뒤덮은 철문이 위에 덮여 있었다.
그 틈으로 달빛이 스며들고 있었다. 바로 옆에서 소음총에서 튀어나온 총알이 흙벽에 박히는 소리가 났다. 뒤쪽 벽을 맞히는 소리도 났다. 저들도 어둠속의 목표물을 제대로 볼 수 없는 채 사격하고 있었다. 나는 등을 구부려 1 미터 높이의 철문을 등으로 밀었다. 더 힘껏 밀었다. 쎄지로를 가슴에 안고서. 그리고 돌아서며 마지막 남은 한발의 실탄을 그들에게 쏘았다. 목표가 없었다. 그냥 짐작이었다. 그러나 탱하는 소리가 들렸다. 포크리프트 뒤에 장착된 가스통에는 맞지 않았다. 이제 실탄이 없다. 이 문이 열리지 않으면 우린 여기서 꼼짝 못하고 죽는거다. 쎄지로를 더욱 힘주어 꽉 껴안고 그 힘을 합쳐 세번째 있는힘을 다해 문을 밀자 문은 퍽 소리를 내며 열렸다. 나는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쎄지로를 들어 위로 올렸다. 쉽게 올라갔다. 그냥 내 손에서 쑥 빠져 나가는 느낌이었다.
“제임스! 나요. 제래미 번. 경찰이 포위하고 있오.어서 나오시오.”
그가 내민 손을 잡는 순간 왼쪽 다리에 번갯불 맞은 충격이 오며 다리에 힘이 빠졌다. 이것이 죽음인 것이다. 마지막 같이 온 힘을 다하여 소리를 쳤다.
“쎄지로. 어서 릭 경감을 불러요!”
“제래미! 쎄지로는?”
“옆에 있오. 지금 릭 경감과 SWAT 이 진입하고 있오. 걱정 말고 어서 올라 오시오.”
그는 쓰러지는 내 팔을 힘껏 잡고 들어 올렸다.그리고 곧 어둠 속의 통로를 향한 제래미 형사의 대응사격이 시작되었다. 그 제래미 형사 뒤로 SWAP Team 이 진입하는 것이 보였고, 릭 경감이 나를 보고는 급히 다가와서 부축하였다. 나는 죽어가고 있었다. 눈이 감겼다. 쎄지로를 찾았다. 그녀의 손을 찾았다. 부드럽고 따뜻하였다. 꼭 잡았지만,더 이상 힘이 없다. 아직 할 일이 더 남았는데…
“조경순을 살해한 공범을 잡았소. 나를 쏜 한국인 조기석이요. 조경순의 이빨 사이에 끼어 있던 머리카락의 DNA 분석 결과로 그의 자백을 받았소.”
쎄지로가 울면서 다가와 나를 부축하였다. 멀리 도로 옆에 경광등을 켠 엠블런스가 보였다. 왼쪽다리에는 감각이 점점 없어졌다. 쎄지로의 얼굴이 희미하게 사라져 갔다. 나는 죽고 있었다. 눈물이 났다.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쎄지로가 내 손을 잡았다. 나는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 이것이 마지막일 것이다. 쎄지로의 울음소리가 들렸으며, 그녀의 손바닥으로 내 눈물을 닦아 주고 있었다. 살고 싶다. 아직은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