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 구 -2-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온 사이를 친구라 한다 그렇다면 알만한 사이란 무엇일가
알만한 사이라 해서 지나치거나 이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내수첩에는 친구들과 알만한 사이의 사람들 전화번호가 빽빽하게 들어있다
예로부터 기쁨을 함께 할수는 있어도 어려움을 같이할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고 했다
기쁨을 같이할수 있는 사람이 알만한 사이라고 한다면 어려움을 같이할 사람을 친구라 할수있다
과연 친구가 얼마나 있을가 수첩에 적힌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며 나혼자만의 서열을 구분하고있다
대부분이 품앗이 친구일 뿐이다
품앗이를 하다보면 주고 받는 속살을 따지는 경우가 많은데 어쩌다 우리는 금전만능의 시대에 살다보니 속살을 중시하는 사회가 되였다 속살이 두툼하고 실할수록 친소의 관계가 재정립된다 주어서 싫어할 사람이 없다
그러다 보니 오랜 지기보다 속살이 두툼한 새로운 사람과의 거리가 형성되기도한다
살만하니 배고플때의 아내와 친구를 버리는 경우가 바로 이경우에 속하는데 이는 인격상의 하급에 속한다
진정 아픔과 슬픔을 진심으로 내아픔처럼 같이할 친구는 있을가
고등학교시절 나와 짝꿍을 고집하던 윤배녀석이 있었다
아버지는 하늘을 치솟는빌딩이 있고 상가도 여러군데 골고루 가지고 있는 내노라 하는 부자였다
서울에 그리도 많은 학교를 못가고 삼류 야간 고등학교를 들어왔다
영어책을 읽지못해 내가 연필로 토달아 준것을 씩씩하게 읽고 좋은성적을 받았다
매일같이 가정부가 손질해주는 산뜻한 교복을 입고 우리들은 바라만 보는 도너츠집을 서슴없이 드나들었다
그러던 녀석이 무슨재주가 있어서인지 서울 명문대 경찰학과를 나와 그럴듯한 자리를 꾀차고 있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였다
내가 아내와 첫아이 셋이서 아주 힘들게 살아가든 어느날 우연히 녀석을 만났다
너 정도면 지금쯤은 좋은직장에서 힘꽤나 쓰지 않을가 했는데 조금은 의아해 하는 눈치이다
술한잔 나누던 녀석이 꾀제제한 내 모습을 보더니 지갑을 열어 수표한장을 내민다
녀석에게는 대수롭지 않을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몇달을 품팔이 해야할 그야말로 거금이다
- 야 임마 그냥주는게 아니야 형편이 닿으면 이자까지 갚아야한다 -
한푼이 아쉬운 나는 아무말없이 받아서 속호주머니에 넣었다 여기서 대답을 하게되면 자칫 바보가 된다
y극장은 경찰에서 힘깨나 쓰는 녀석의 작은 아버지의 것이다 내가 살고있는 집에서 정확하게 두 정거장 거리이다
녀석은 저녁 늦게는 언제든지 이곳에 있어 퇴근 길에 자주 들렸다
마지막 표를 팔면서 직원은 퇴근하고 뒤늦게 들어오는 이들로부터 현금으로 받아내는 것은 녀석의 푼돈이 된다
당시만 해도 시간을 맟추러 들어오는 젊은 데이트족들이 대부분이였고 생각보다 제법 많았다
- 야 출출하거든 언제든지 여기에 와서 마음놓고 한잔먹고 싸인만 하고가 -
녀석은 주인을 불러 인사를 시키며 잘 대접하여 드리라고 부탁을 했고 주인은 허리를 굽씬거리였다
아마도 어떤 불가분의 관계가 있지 않은가 싶다
세월이 한참이나 흘렀다
어느날 안양시장에 가는길에 사거리앞 L빌딩앞에서 윤배를 만났다
이 빌딩이 작은 아버지의 것이라며 관리실로 들어가드니 커피 배달을 시키자 아가씨가 생글생글 웃으며 들어온다
- 야 타라 - 마침 별로 바쁜일이 없어 녀석의 오토바이 뒤꽁무니에 매달렸다
갓 구어낸 호빵처럼 매끈하게 빠진 빨강 오토바이는 꽤나 고급스럽다
부르릉 소리와 함께 오토바이는 거침없이 ㅇㅇ학교 안으로 쑥 들어간다
뒤따라 가자니 복도 양쪽으로 매스컴을 통하여 자주 보턴 예쁜 유명 탈렌트 들의 얼굴이 여기저기 걸려있다
기수가 기록된것으로 보아 모두다 이학교 출신이다 이학교 이사장이 일찍죽은 사촌의 부인이라고 한다
지나는 이마다 깍드시 허리숙여 인사하는것으로 미루어 보아 녀석은 학교에서 중책을 가지고 있는것 같다
창박골로 들어가니 깊은 계곡에는 깨끗물이 흐르고 위에는 시원한 막사가 제법 너르다
산듯하게 화장한 젊은 두여인이 개다리를 송두리채 들고 들어와 요리를 하고 있다
녀석이 지갑을 열자 여인의 애교가 상위로 뚝뚝 떨어지며 예쁜손이 부지런히 움직인다
- 자주와 - 저기 언덕에 제법 너른 농장이 있는데 참외도 오이도 가지도 호박도 토마토도 주렁주렁이다
너무 많아 주체를 못해 동네 사람들을 나누어 주고있어 너도 자주와서 마음껏 가지고 가라 -
어느새 녀석은 혀가 꼬부라저 있고 그럴때마다 아줌마의 손이 대신하여 주고있다
어느샌가 석양이 산기슭에 내려앉자 승용차 한대가 와서 기다리고 있다
자식 아방궁이 따로없군 돈이란게 이렇게 사람을 그럴듯하게 만드는구나 !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라는 실감을 다시 느낀다
태양은 착하고 부지런하다 하여 더 머물러 주지 않고 못된놈이라 해서 건너뛰지 않는다
학교다니며 공부꽤나 했다고 거들먹 거리든 녀석은 기껏해야 분필가루나 뒤집어 쓰거나 사무실 구석에서
서류 뒤적이기 바쁜데 영어책도 제대로 읽지 못하던 녀석은 아방궁속에서 살고있다
역시 세상은 금수저만을 위하여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친구란 누구일가 돈좀 제법 쓴다고 친한 친구가 될가
마음 놓고 술한번 제대로 사지 못하는 나는 누구에게 정말로 둘도 없는 친구가 될수 있을가
어려서 부터 어려움을 모르고 살던 녀석이 끝까지도 너털웃음으로 살고있다니 복이 많은 녀석이다
특별하지도 않은 하루를 아무런 생각없이 보냈다
그래도 내일이 있다는것은 누구나가 공평하게 분배된 것이 아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