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이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https://www.youtube.com/watch?v=BaviYP6qkZc
밤이 길어지니 슬프나
종일
우중쭝한 구름
마음 무겁다
잠을 푹 잤다
쥐내리지 않으니 이리 잘 수 있나보다
엊저녁 김회장이 전화한게 걸린다
내가 기억 못한걸까 그 동생이 잘못 안걸까?
내가 기억한 걸 확신할 수가 없다
만약 내가 방금 전 두었던 바둑을 술마셔 기억 못했다면 큰문제
집에 와 바로 하루 정리하며 내가 첫판을 어떻게 이겼는지 기억해 기술했는데 그게 엉타리였다니 이해할 수가 없다
젊은 사람 기억이 더 좋을거라 생각한다면 난 어딘가 문제있지 않을까?
의문을 제기했는데 어떻게 이겼는가의 결정적인 순간을 기억해 내지 못하니 내가 한심하다
집사람이 아침에 대강 일하고 파크볼 치러 가자고
그래야 오래 칠 수있겠단다
난 대강 일 처리한 뒤에 파크볼 치고 와서 나머지 마무리 하자니 집사람이 선뜻 들어준다
밥 한술 먹고
동물 건사
병아리들이 모이를 먹지 않는다
전기 사료를 먹이지 않아서일까?
오늘은 개와 닭전기 사료를 사와야겠다
동죽을 씻어 한봉지 담았다
큰형님께 가져다 드려야겠다
뒷산 이른 밤나무에 가보자고
밤이 떨어져 있을 것같다
뒷밭을 지나며 도꼬마리 풀을 보이는대로 뽑았다
도꼬마리는 번식력이 넘 좋다
하나가 생기면 그 주위 일대를 점령해 버린다
이른 밤나무 밑에 가보니 이미 다른 사람이 다녀가 버렸다
예전엔 사람이 다녀가도 우리 주울 건 있었는데 올핸 밤이 별로 열리지 않아 한톨도 남지 않았다
힘들여 올라왔는데 넘 아쉽다
내려오며 집사람은 호박잎을 따왔다
호박잎을 손질해 봉지에 담아 둔 뒤 점심 때 호박잎 데쳐 먹자고
파크볼이나 치러 가자고
가는 길에 조개를 가져다 주러
큰형님댁에 가니 수정이가 왔다
매주 아빠집에 온다고
아이구야
너무 고맙다
요즘 세상
자기 바쁘다고 부모님은 날몰라 하는데...
네가 있어 너무 고맙고 감사하구나
파크장에 많은 분들이 즐기고 있다
우리도 바로 시작
한바퀴 돌았는데 고관절이 아파 못걷겠다
왜 이리 아플까?
두 번째 돌면서 넘 아파 아웃
어디가 그리 문제일까?
커피한잔 마시고 쉬었다 다시
집사람은 꽤 잘 친다
난 오비만 내지 않아도 파로 끝나 괜찮을 것 같다
이글이나 버디 찬스에서 펏팅이 안되어 실패하지만 세컨샷에 가까이 붙이니 오비만 없어도 제 타석은 칠 수 있지않을까?
4바퀴돌고 아웃
집사람은 아쉬워 하지만 내가 고관절이 아파 더 이상 못치겠다
성산 사료상회에 가서 병아리와 개사료를 샀다
넘 비싸다
사료값 때문에 동물 키우기 힘들겠다
집사람은 조개를 씻는다고
난 점심을 지었다
시래기 된장국을 끓였다
집사람이 용암 아짐에게 조개를 드리고 싶다며 전화
용암 아짐은 조개를 드리면 조개국을 맛있게 끓여 드신다고 하신다
맛있게 드시니 드리고 싶단다
아짐 집에 가니 아무도 없어 광주아짐을 드리고 왔다고
광주아짐이 그 먼 바다에 들어가 캐 온걸 주자며 넘 고마워 하더란다
그래 마음을 알아주시니 고맙다
씻은 조개를 야외 솥에 넣고 불을 때 삶았다
조개를 그대로 보관하기 어려우니 삶아서 살과 국물을 보관하면 좋다
물이 끓어 오르길래 열어보니 조개가 모두 벌어졌다
식혀서 살만 추려내면 되겠다
서울아짐이 모싯잎 송편 떡쌀을 가져왔다
같이 점심하자니 호박잎만 몇잎 싸드신다
난 막걸리 한잔
안마셔도 되련만 습관인것같다
잠 한숨 자고 나니 3시가 훌쩍 넘었다
내려가 무를 솎자고
진즉 솎아 주었어야했는데 뭐가 그리 바빴는지 솎지 못했다
무는 처음에 씨앗을 여러개 심는데 좀 크고 나면 솎아 한두개씩만 놔두어야 잘자란다
두어개를 남겼다가 어느 정도 크고 나면 또 하나를 솎아내어 김치 담아 먹고 하나만 놔두면 크게 자라게 된다
무를 거의 다 솎아 내고 있는데 관휘어머님이 오셨다
참 오랜만에 집에 오셨다
건강해 보이시니 좋다
고추와 가지를 좀 따서 가져가시라고
밭을 둘러 보고 농사를 잘 지어 놓았단다
올핸 고추만 잘 되었지 나머진 별로라고
같이 집으로 올라왔다
내가 좋아하는 막걸리와 추석선물이라고 포도를 사 오셨다
아이구 난 드릴게 없는데...
집사람이 솎은 무라도 다듬어 가라고
무는 별로지만 잎은 김치 담아 먹을만 하겠단다
막걸리 생각이 나 돼지고기 한점 굽고 있는데 노열동생이 올라왔다
오랜만에 집에 올라왔다
그동안 바빴단다
노열동생은 소주만 마신다
저번에 먹다 남긴 소주가 반병있어 내 놓았다
노열동생과 한잔 하려는데 아산형님이 올라오신다
아이구 반갑다
무슨 일이시냐니 예초기를 빌리러 왔다고
잘 오셨다며 같이 막걸리나 한잔 하시자고
집사람과 관휘어머님도 함께
삶은 동죽과 돼지고기 안주
함께 어울려 마시니 즐겁다
아산형님이 예초기를 빌려 달라해서 미안하단다
조카들 집에서 빌릴수 있는데도 내가 더 이무러워 여기까지 왔다고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얼마나 고맙냐고
그러면서 이런저런 동네분들 이야기
난 개인적으론 한분한분 좋아하지만 몇 아짐들의 입살은 질색이라고
부녀회장이란 사람은 마을 아짐들을 아우릴려 하지 않고 갈라치기 하며
특히나 나이드신 괴치아짐은 말씀을 참 맛없이 하시며 다른 아짐들을 선동하는게 좀 그렇다고
잘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다며 참고 살으란다
내가 이 마을에 들어와 좀이라도 보탬되려고 했는데 그런 아짐들을 보며 마을 일에는 전혀 관심두지 않기로 했다며
형님네 하고나 잘 살자고 했다
노열동생이 먼저 내려간다기에 예초기를 아산형님 집에 가져다 주고 가라며 예초기를내 주었다
관휘어머님도 집에 가신다고 일어서신다
찾아와 주어 넘 고맙다
언제 쉬는 날 같이 조개나 잡으러 가자고 했다
아산형님과 술한잔 더 마셔 버렸다
그래도 형님과는 마음이 맞으니 술한잔 할 기분이 난다
넘 취해 저녁은 생략하고 일찍 잠자리로
창문을 여니 서늘한 공기가 쑥 밀려든다
님이여!
가을 내음이 물씬물씬 풍겨 납니다
오늘도 가을 향기에 취하며 즐겁고 행복한 하루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