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유지영] 제15회 한미수필문학상 대상에 충청남도 소방본부 남궁인 공중보건의사의 <죽음에 관하여>가 선정됐다.
![한미수필문학상 심사위원회(사진 왼쪽부터 한창훈 소설가, 정호승 시인, 홍기돈 문학비평가)](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image.docdocdoc.kr%2Fimagebank%2F2016%2F01%2F06%2F540%2F20160106000060.jpg)
- ▲ 한미수필문학상 심사위원회(사진 왼쪽부터 한창훈 소설가, 정호승 시인, 홍기돈 문학비평가) 유지영 기자
올해로 15회를 맞은 한미수필문학상 공모에는 지난달 30일까지 다양한 환자 이야기를 담은 수필 84편이 응모됐다.
대상의 영예는 가슴 절절한 이야기를 안정되고 설득력 있는 문장으로 써내려간 충청남도 소방본부에서 군 복무중인 남궁인 공보의의 <죽음에 관하여>에게 돌아갔으며, 우수상 3편은 ▲신동아의원 신종찬 원장의 <목화송이 한 바구니>, ▲수원하나병원 전현태 원장의 <그와 그녀의 이야기>, ▲동아대병원 허원주(방사선종양학과) 교수의 <용설란>으로 결정됐다.
또한 장려상 10편은 ▲대구가톨릭대병원 김대동(외과) 교수의 <비타민> ▲강동경희대병원 김창우(외과) 교수의 <군의관 K의 일상> ▲신제일병원 박관석(내과) 원장의 <라면 한 그릇> ▲대구파티마병원 이동원(소아청소년과) 교수의 <선생님, 우유를 먹여도 될까요?> ▲전남대병원 안과 이효석 전임의의 <부성애> ▲조안성형외과 조안영 원장의 <옹이구멍>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조용수 전임의의 <죽음에 대하여> ▲서울특별시립 고양정신병원 최원석 원장의 <역전이의 심연(深淵)에서 버텨내는 용기> ▲길병원 최은석(정형외과) 교수의 <11월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닌 달> ▲서울아산병원 홍범식(비뇨기과) 교수의 <배관공의 소망>이 차지했다.
대상에는 상금 500만원과 상패가, 우수상 3인에게는 상금 200만원과 상패, 장려상 10인에게는 상금 100만원과 상패가 각각 수여된다.
이번에도 한미수필문학상 심사는 한국문단을 대표하는 서정시의 대가라 불리는 정호승 시인, ‘섬과 바다의 소설가’라는 별명을 가진 한창훈 소설가, 성역 없는 비판으로 차세대 문학평론가로 꼽히고 있는 홍기돈 가톨릭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맡았다.
심사위원들은 고심 끝에 최종 심사까지 올라온 5편의 작품들 가운데 만장일치로 남궁인 공보의의 <죽음에 관하여>를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심사위원회는 “대상을 수상한 <죽음에 관하여>는 이야기를 진행하는 능력이 안정돼 있고 설득력 있는 문장이 돋보인 작품”이라며 “특히 암으로 죽기 직전에 있던 환자가 뜻하지 않는 교통사고를 내 아주머니 한명이 죽게 되고 그 사이에 끼어있는 의사가 중간자적인 입장에서 삶의 아이러니에 대해 성찰해 가는 과정이 굉장히 뛰어나 감동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번에 우수상을 받게 된 <용설란>이라는 작품은 문장이 매우 안정적이며, <목화송이 한 바구니>는 전형적인 수필작품으로 목화에 대한 어렸을 적 기억을 잘 살려낸 작품이라는, <그와 그대의 이야기>는 정신과 의사가 환자에게 당해 쩔쩔매는 과정을 굉장히 솔직하게 써내려간 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본지가 제정하고 한미약품이 후원하는 한미수필문학상은 환자와 의사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 2001년 제정됐다.
시상식은 3월 중 한미약품 본사에서 개최되며 대상 수상자는 ‘한국산문’을 통해 정식으로 문단에 등단하게 된다.
제15회 한미수필문학상 심사평 - 심사위원회(정호승·한창훈·홍기돈)
날로 궁핍해져 가는 요즘 세상에 온기를 불어넣는 글들
2015년 한미수필문학상에 투고된 작품은 모두 84편이었다. 투고된 작품의 수로 보자면 예년과 크게 다를 바 없었으나, 질의 측면에서는 비약적인 성장이 확인되었다. 응모작의 평균 수준이 크게 상승한 데 따라 차마 낙선시키기 아쉬운 작품들을 내려놓아야 하는 심사자들의 고민과 아쉬움은 여느 때보다 클 수밖에 없었다. 또한 선정한 작품의 등급을 정하는 데서도 각각의 작품은 나름의 개성과 장점을 확보하고 있었기에 심사장의 열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심사 과정은 다음과 같았다. 1차 심사는 한창훈ㆍ홍기돈이 맡아 진행했고, 각각 전반부와 후반부에 투고된 응모작을 나누어 심사하여 20편의 작품을 심사 대상으로 올렸다. 1차 심사에서 거른 40편을 대상으로 세 사람의 심사자들은 각각 15편 내외의 수상작을 추려서 최종 심사 대상으로 추천했다. 2차 예선이었던 셈이다. 심사자들이 겹쳐서 추천한 경우도 있고, 각각 추천한 경우도 있었던 까닭에 본심에서의 심사 대상은 25편으로 좁혀졌다. 수상작은 토론을 거쳐 이들 가운데서 선정했다.
세 사람의 심사자에게서 모두 추천을 이끌어낸 작품은 다섯 편이었다. 〈죽음에 관하여〉, 〈목화송이 한 바구니〉, 〈그와 그녀의 이야기〉, 〈용설란〉, 〈라면 한 그릇〉. 이 다섯 편을 대상과 우수상의 대상으로 삼되, 이외에 특별히 논의대상으로 삼아야 할 작품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 논의에 들어갔다. 각각의 장단점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커다란 논쟁 없이 대상작은 〈죽음에 관하여〉로 정해졌다. 문장의 완성도, 안정적인 구성, 내용을 이끌어가는 묘미, 죽음의 의미에 관한 성찰 등이 고평되었기 때문이다.
반면 어느 한 작품을 장려상으로 내려 보내야 하는가를 둘러싸고는 치열한 논의가 펼쳐졌다. 〈그와 그녀의 이야기〉는 다른 작품들과 변별되는 소재를 확보했고, 이를 의사의 심리 묘사로 이어가는 데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별개의 사건을 하나의 소재로 묶어내는 솜씨가 만만치 않다. 〈용설란〉은 읽고 난 뒤 잔잔한 울림이 남는데, 소년 같은 설렘이라든가 용설란이라는 소재의 배치ㆍ그녀의 질문 및 태도 등이 적재적소에 간결하게 자리해 있다. 〈목화송이 한 바구니〉는 환자와 의사의 깊은 교감이 두드러지는데, 의사의 체험과 환자의 삶이 한데 어울려가는 흐름이 자연스러운 것이 수필의 정석에 다가가 있다. 〈라면 한 그릇〉의 경우에는 의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어디까지인가를 생각게 하는 한편 라면이라는 상징을 적절하게 살리고 있다.
논의 끝에 결국 장려상으로 결정된 작품이 〈라면 한 그릇〉이다. 마지막 문장이 자꾸 라면의 의미를 확인시키려는 군더더기로 거슬렸기 때문이다. 〈목화송이 한 바구니〉의 처리가 너무 성의 없지 않은지 지적이 있었으나 삶과 죽음의 돌연한 경계를 드러내는 계산일 수 있다는 반론이 힘을 얻었다.
장려상은 세 심사자가 각각의 미덕을 제시하고 설득하는 방식으로 선정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날로 궁핍해져 가고 있으나, 그럴수록 누군가는 온기를 불어넣고자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우리는 인간의 존엄을 지켜 짐승으로 굴러 떨어지고 마는 비극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선정되었든 그렇지 못하였든 응모작들은 모두 따뜻하기 이를 데 없다. 아마 응모한 모든 분들 또한 그러하리라. 만만치 않은 심사였으나 줄곧 훈훈했던 까닭은 바로 거기에 있을 게다.
첫댓글 <목화송이 한 바구니>는 제 두 번째 수필집 <<안동 까치구먼집으로 가는 길>>에 수록된 한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