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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견관(司空見慣)
사공은 자주 봐서 익숙하게 보인다는 뜻으로, 처음에 대단해 보이던 것도 매우 자주 보았기 때문에 신기하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여겨진다는 말이다.
司 : 맡을 사(口/2)
空 : 빌 공(穴/3)
見 : 볼 견(見/0)
慣 : 익숙할 관(忄/11)
(반의어)
천재일우(千載一遇)
출전 : 맹계(孟棨)의 본사시(本事詩) 정감(情感)
사공견관(司空見慣)은 처음엔 아름답고 대단하게 보이던 것도 점차 대수롭지 않고 심드렁해진다는 뜻이다.
지난해는 이른 봄부터 날씨가 따뜻해서 봄꽃이 한꺼번에 피고 져 아쉬웠다. 올봄에는 차례를 지켜주니 다행이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덕수궁에는 진달래가 가고 나니 병아리꽃, 황매화, 수수꽃다리(라일락)도 서서히 따라가고 있다. 이제는 철쭉과 모란이 한창이다.
이맘때 대한문 앞을 지나던 사람들 중에는 바람에 실려오는 수수꽃다리 향기에 이끌려 궁에 들리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퇴근하다 달콤한 향기에 유혹되어 들어와 아예 꽃대궐의 야경까지 감상하고 가는 이들도 있다. 관람객들로부터 "참 좋은 데 근무하십니다!"라는 말을 종종 듣곤 하는 것도 이 시기이다.
중국 역사에도 성품이 강직하고 성격이 꼬장꼬장한 인물이 많이 있지만, 당나라 시인 유우석(劉禹錫)만한 이는 드물다. 그는 천성적으로 부조리, 부정한 일을 보고 참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왕숙문 등과 정치개혁을 꾀하였으나 수구세력의 힘이 워낙 드세어 실패했다.
유우석(劉禹錫)은 당시 권세가들의 부조리를 비판 혹은 풍자하는 글로 필화를 입어 귀양살이를 반복한 인물이다. 그가 세도가들에게 미운털이 박혀 지방관리인 소주 자사(蘇州 刺史)로 좌천됐을 때 사공(司空) 벼슬을 하던 이신(李紳)과 교유했다.
이신(李紳)도 당무종때 재상으로 공을 세우기도 했지만 반대세력의 배척으로 얼마 못가 한직인 사공(司空)으로 밀려난 인물이다. 뜻한 바를 이루지 못한 그는 공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음주가무에 빠져 방탕한 생활을 했다.
그즈음 이신(李紳)은 평소 흠모하던 유우석(劉禹錫)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유우석이 이때의 감회를 노래한 시가 '증리사공기(贈李司空妓)'라는 제목으로 당나라 사람 맹계(孟啓)가 지은 '본사시(本事詩) 정감(情感)' 편에 전해진다.
高髻雲鬢宮樣妝(고계운빈궁양장)
높은 쪽머리 구름머리한 궁녀처럼 꾸미고
春風一曲杜韋娘(춘풍일곡두위낭)
봄바람에 '두위낭'이라는 노래 한곡 부르네
司空見慣渾閑事(사공견관혼한사)
사공이야 흔히 보아 심드렁한 일이지만
斷盡蘇州刺史腸(단진소주자사장)
이 소주 자사의 애간장은 다 끊어지는구려
'두위낭(杜韋娘)'은 당시 유명한 기녀인 동시에 그녀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노래이기도 하다. 사공(司空)인 이신(李紳)이 베푼 연회에서 노래와 춤을 추는 기녀가 아름다웠던 모양이다. 이 시를 본 이신(李紳)은 "그녀가 그리 예쁘면 데려가도 좋다"며 기녀를 유우석에게 양보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소주 자사인 나조차 애간장이 끊어질 정도로 기녀가 아름다운데, 사공(司空) 당신은 얼마나 음주가무를 즐겼으면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긴단 말이요. 그동안 어떻게 지냈길래 이 지경까지 되었단 말이요. 이 시도 사실 유우석다운 풍자시다.
여기에서 '사공견관(司空見慣)'이란 성어가 유래한다. '처음에는 대단해 보이던 것이 점차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는' 그런 심리기제(心理機制)를 이르는 말이다.
덕수궁은 병아리꽃, 황매화, 수수꽃다리(라일락)에 이어 지금 철쭉과 모란으로 말그대로 '울긋불굿 꽃대궐' 모습이다. 처음 근무할 때는 아름다운 풍경에 탄성을 수없이 쏟아냈으나 이제는 익숙한 모습에 설레임이 희미해졌으니 '사공경관'이 따로 없다.
글머리에서 관람객이 "참 좋은 곳에서 근무하십니다"라는 말을 상기해보면, '사공견관'이란 말이 필자에게도 들어맞는 말이다. 처음에는 서울 대도시 한가운데의 덕수궁에 근무하며 얼마나 설레었는지 모른다. 사시사철 변하는 궁궐의 모습에 푹 빠져 틈나는대로 사진도 찍고 글도 쓰며 몇년을 지나고 나니 점차 심드렁해지고 있다. 행복에 겨워서다.
사공견관이란 이 말은 반드시 좋고 가치 있는 것에 대하여 감각이 무뎌지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부정적이고 나쁜 상황에 점점 익숙해서 무덤덤해져 가는 경우에도 쓰일 수 있다. 이를테면, 황당한 일을 수시로 겪다보면 그것에 익숙해져 나중에는 별 신경 쓰이지도 놀라지도 않는 사공견관의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정권 교체기인 요즘 이런저런 말들이 많다. 아무쪼록 새정부에서도 참신하고 올바른 정책에 우리 국민들이 사공견관할 수 있기를 바란다. 새정부의 위정자들은 '첫 마음가짐은 쉽게 가질 수 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지킨다는건 매우 어려운 일(初心易得 始終難守)'이라는 말, 그러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없이 한결같아야 한다(始終如一)'는 말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선우협(鮮于浹)은 유년기에 임진왜란을 겪고, 30대에 인조반정으로 한때는 산천초목까지 떨게한 권력자들조차 피바람에 복사꽃처럼 떨어지는 것을 눈앞에서 본 인물이다. 그때 그가 읊은 시조가 있다.
간밤에 부던 바람에 만정도화(滿廷桃花) 다 지거다
아이는 비를 들고 쓸려 하는구나
낙환들 꽃이 아니랴 쓸어 무삼하리오
이 시조는 단순히 비바람에 떨어지는 복사꽃을 노래한 서정시가 아니다. 당시의 정치풍토를 읊은 지독한 풍자시다. 피어 있을 때는 모두가 우러러 보지만 결국은 지고마는 정치인들의 무상함과 연민을 읊은 시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아이처럼 모든 것을 쓸어버리려는 상황이 결코 벌어져서는 안될 일이다. 그들도 한때는 봄을 장식한 꽃이었다.
■ 사공견관(司空見慣)
사공은 자주 보아 익숙하다는 뜻으로, 귀하지 않고 일상적인 일을 일컫는 말이다.
우리나라 희성(稀姓)의 하나인 사공(司空)은 고려 때 정일품(正一品)의 벼슬 명칭이라 하고, 공조(工曹) 판서를 달리 부르는 이름이라도 한다. 여기서의 사공은 고대 중국 주(周)나라부터 내려온 관직명으로 수리와 건축을 담당했다고 했다.
사공을 맡은 벼슬아치가 자주 보아 익숙해졌다(見慣)는 말은 흔히 접하는 물건이라 귀하거나 신기하지 않다는 것을 비유한다. 이런 성어야말로 고사를 모르면 짐작도 할 수 없다. 우선 당(唐)나라의 시인 유우석(劉禹錫)과 이신(李紳)이 등장하고, 그 시구에 이 말이 사용된 후 자주 보아 익숙하거나 일상적인 것을 가리키게 됐다.
중당(中唐)때 일찍이 감찰어사를 지낸 유우석은 문장과 시문에 출중했다. 시는 통속적이면서도 매끄러워 동년배 유명시인 백거이(白居易)는 시호(詩豪)라 칭하기도 했으나 정치혁신을 꾀하다 지방을 전전하는 불운을 겪었다.
유우석이 소주(蘇州)지역의 감찰관인 자사(刺史)로 근무할 때 토목공정을 맡고 있던 사공 이신이 그를 집으로 초대하여 성대한 주연을 베풀었다. 이신도 민농(憫農) 시로 유명하지만 이때는 유우석의 명성을 흠모하던 터였다. 바로 곡식 낟알마다 농민들의 고생이 어려 있다는 입립신고(粒粒辛苦)의 성어가 나오는 시다.
유우석이 거나하게 술이 취하자 이신은 무희들에게 노래와 춤을 부탁했다. 더욱 기분이 좋아진 유우석은 즉석에서 칠언시 한 수를 읊었다.
高髻雲鬟宮樣妝(고계운환궁양장)
春風一曲杜韋娘(춘풍일곡두위낭)
높은 상투 쪽진 머리 궁녀처럼 예쁘고, 봄바람에 흥겹게 두위낭을 부르네.
司空見慣渾閑事(사공견관혼한사)
斷盡江南刺史腸(단진강남자사장)
사공이야 자주 보아 익숙한 일이지만, 강남자사 애간장은 끊어진다네.
두위낭(杜韋娘)은 노래 제목이라 한다. 유우석 자신은 미녀들의 휘황한 가무에 황홀한데, 초대해 준 이신에겐 자주 접하는 일 아닐까란 뜻이다.
민농(憫農) / 이신(李紳)
이 시의 제목은 민농(憫農)으로 중국 소학교 어문책에 실려 있는 시다. 민농(憫農)은 '농민을 가엾게 여기다' 정도의 해석이 되겠다.
이신(李紳)은 당나라의 재상이자 시인이고, 백거이(白居易), 원진(元稹)과 친했다. 이들은 안사의 난(安史之亂) 이후 당나라 사회가 도탄에 빠지자 민간의 시나 민요를 수집하여 천하의 민심을 파악했다. 이것은 담당하는 관청을 '악부(樂府)'라고 하고, 수집한 민요를 '악부시(樂府詩)'라고 한다.
이 시(詩)는 이신(李紳)이 젊은 시절 쓴 시(詩)로, 농부들의 수고와 고생을 근심하며 이 시(詩)를 썼다.
어릴 때부터 밥그릇의 밥풀때기를 남기지 말라고 배웠다. 그게 다 농부의 피와 땀의 결실로 만들어진 산물이라고 배웠기 때문에 지금도 밥을 먹으면 싹싹 긁어먹는 습관이 있다. 농부의 고생을 한번쯤 생각해보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시를 읽으면 좋을 것 같다.
憫農(민농) / 李紳(이신)
其一
春種一粒粟(춘종일립속)
봄에 한 알 곡식을 심어
秋收萬顆子(추수만과자)
가을에 많은 곡식 거둔다
四海無閒田(사해무한전)
사방에 놀리는 밭이 없어도
農夫猶餓死(농부유아사)
농부는 여전히 굶어죽는다.
其二
鋤禾日當午(서화일당오)
밭을 갈다가 정오가 되면
汗滴禾下土(한적화하토)
땀방울이 벼 아래 땅에 떨어진다
誰知盤中粲(수지반중찬)
누가 알아주랴, 상 위의 쌀밥이
粒粒皆辛苦(입립개신고)
한알 한알 농부의 고생에서 나온 것을!
이 시는 두 首로 이뤄진 연작시다. 교과서에는 둘째 수가 실려 있어 더 유명하다. 첫째 수는 농부들이 겪는 고생을 강조하고 있으며, 둘째 수는 우리가 먹는 밥이 모두 농민들이 땀을 흘린 덕분이라는 것을 상기시키고 있다.
교과서에 두번째 수가 실린 이유도 이런 교육적 효과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마지막에 수지반중찬(誰知盤中粲) 입립개신고(粒粒皆辛苦) 즉, "누가 알아주랴, 상 위의 쌀밥이, 한알 한알 농부의 고생에서 나온 것을!" 이 부분에서 교육적인 느낌이 든다.
憫農 / 李紳
(농부를 슬퍼하며)
其二
鋤禾日當午(서화일당오)
벼논을 매노라니 태양은 중천
汗滴禾下土(한적화하토)
땀방울 벼 포기 밑 땅에 떨어지네
誰知盤中粲(수지반중찬)
그 누가 알리요 밥상 위 밥이
粒粒皆辛苦(입립개신고)
알알이 모두가 고통인 것을
이신(李紳)의 '농부를 슬퍼하며(憫農)' 其二는 첫째 수와 짝을 이루는 시다. 첫째 수는 농부들이 겪는 구조적 모순을 강조하고 있다면, 둘째 수는 우리가 먹는 밥이 모두 농민이 흘린 땀방울임을 상기시키고 있다. 특히 이 시 마지막 두 구절은 거의 격언화 되어 중국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이신(李紳), 백거이(白居易), 원진(元稹), 장적(張籍) 등은 안사의 난(安史之亂) 이후 당나라 사회가 도탄에 빠지자 이를 문학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신악부운동(新樂府運動)을 전개한다. '악부'는 한나라 음악 담당 관청이었고, 여기에서 민요를 수집하여 천하의 민심을 파악했다. '악부'에서 수집한 민요를 '악부시(樂府詩)'라 불렀으며, 후세 시인들도 '악부시' 제목을 그대로 써서 현실 문제를 고발하는 작품을 많이 남겼다.
이신(李紳), 백거이(白居易), 원진(元稹), 장적(張籍) 등 중당 신악부운동 참여자들도 '악부시'의 전통을 회복하여 당시 백성의 실상을 시작에 담아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은 '악부시'의 제목을 그대로 쓰지 않고 현실에 맞는 새 제목을 달았다. 말하자면 '악부시'의 정신은 견지하고 제목은 바꾼 것이다. 이런 시를 '신제악부(新題樂府)' 또는 '신악부(新樂府)'라 불렀다.
문제는 현대에 이르러 이들의 시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들에 대한 비판이 격화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들이 추진한 신악부운동은 긍정할 만하지만 이후 이들은 사대부 지식인의 테두리에 안주하여 계급적 한계와 비현실적 이상만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특히 이신에 대한 비난은 더욱 심각해서 2000년대 이후에는 근거 없는 낭설까지 추가된 실정이다. 이신이 고관대작에 오른 이후 포악한 성격에 음식의 사치까지 더해져서 닭 혀(鷄舌) 요리를 즐겼는데 한 끼 식사를 위해 닭 300마리를 잡았으며, 이 때문에 그의 후원에는 닭뼈와 닭털이 산처럼 쌓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정사 야사 어디에도 이에 관한 기록은 없다. 당나라 범터(范攄)가 지은 '운계우의(雲谿友議)'란 필기소설에 이신이 벼슬에 집착하고 성격이 강포했다는 기록이 있을 뿐이다. '구당서'와 '신당서' 이신전(李紳傳)에는 이런 기록조차 없다. 또 유우석(劉禹錫)이 이신(李紳)의 호화로운 잔치에 초대받아 지었다는 '이사공의 기녀에게 주다(贈李司空妓)'라는 시도 두홍점(杜鴻漸)과 관련이 있다는 기록도 있다.
고대의 인물이나 사건을 현대의 안목으로 다시 규정해보는 건 필요한 일이다. 모든 역사는 현대사라고 하지 않던가? 하지만 현대의 관념을 무분별하게 고대에 적용하여 살아남을 인물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이신을 포함한 신악부운동 참여자들은 모두 유학자였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백성을 하늘로 삼는다(以民爲天)’는 유학의 원리를 신봉하면서 이를 시로 표현하려 했다. 신악부운동은 그런 문학적 실천의 일환이었다. 그런데 이들을 비난하며 프롤레타리아의 삶을 살지 않았다고 분노하는 건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 司(맡을 사)는 ❶회의문자로 后(후)의 자형(字形)을 거꾸로 한 것, 口(구; 기도의 말), 신에게 빌다, 모시다, 사당, 또 비는 사람, 벼슬아치, 졸개 등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司자는 ‘(일을)맡다’나 ‘벼슬’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司자에 대한 해석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后(임금 후)자를 거꾸로 그린 것으로 제사를 주관하는 사람을 그린 것이라는 해석이다. 다른 하나는 팔을 하늘 높이 들어 명령을 내리는 사람을 그린 것으로 보는 해석이다. 그러나 갑골문의 형태로 보면 높은 직책을 가진 사람이 명령을 내리는 모습에서 ‘주관하다’나 ‘관리하다’라는 뜻을 가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司(사)는 ①(직무로서 어떤 일을)맡다 ②엿보다, 살피다 ③지키다, 수호(守護)하다 ④관아(官衙: 공무를 집행하는 곳) ⑤마을 ⑥벼슬(관아에 나가서 나랏일을 맡아 다스리는 자리. 또는 그런 일) ⑦벼슬아치, 관리(官吏), 공무원(公務員)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그릇된 일을 다스려 바로잡음을 사정(司正), 회의나 예식 등의 진행을 맡아봄을 사회(司會), 주교와 신부의 총칭을 사제(司祭), 서적을 맡아보는 직분을 사서(司書), 군대나 함선 따위를 지휘 감독함을 사령(司令), 사제가 신자를 통솔하고 지도하여 구원의 길로 이끄는 일을 사목(司牧), 회사의 중국식 일컬음을 공사(公司), 어떠한 단체의 사무를 맡아보는 직무를 유사(有司), 절의 모든 일을 감독하는 직책을 고사(庫司), 절에서 주로 밥을 짓는 승려를 공사(供司), 감옥의 일을 맡아보는 관원을 옥사(獄司), 암탉이 새벽에 우는 일을 맡았다는 뜻으로 아내가 남편의 할 일을 가로 막아 자기 마음대로 처리함을 비꼬아 이르는 말을 빈계사신(牝鷄司晨), 중요하지 않고 일이 많지 않아 한가로운 벼슬 자리를 이르는 말을 한사만직(閑司漫職) 등에 쓰인다.
▶️ 空(빌 공)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구멍 혈(穴; 구멍)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工(공)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工(공; 도구를 이용하여 무언가를 만드는 모양)과 구덩이를 판 구멍(穴)은 비어 있다는 뜻이 합(合)하여 비다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空자는 '비다'나 '헛되다', '공허하다'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空자는 穴(구멍 혈)자와 工(장인 공)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工자는 흙을 다지는 도구인 달구를 그린 것이다. 空자는 이렇게 달구를 그린 工자에 穴자를 결합한 것으로 흙을 다져 구멍을 만들었다는 뜻을 표현하고 있다. 그러니까 空자는 도구(工)로 구멍(穴)을 만들었다는 의미에서 '공간'이라는 뜻을 갖게 된 것이다. 그래서 空자는 '비다'나 '구멍'이라는 뜻을 갖게 되었지만, 마음의 상태에 비유해 '공허하다'나 '헛되다'는 뜻으로도 쓰이고 있다. 그래서 空(공)은 (1)속이 텅 빈 것의 뜻 (2)헛의 뜻 (3)공짜, 대가(代價)가 없이 거저 생긴의 뜻 (4)내용을 알지 못하거나 또는 알리지 않으려고 할 때에, 그 부분을 대신해서 나타내는 o모양의 부호를 가리키는 이름 (5)영(零) (6)실체(實體)가 없음 (7)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비다 ②없다 ③헛되다 ④쓸데없다 ⑤쓸쓸하다 ⑥공허하다 ⑦비게 하다 ⑧구멍을 뚫다 ⑨통(通)하게 하다 ⑩막히다, 곤궁하다 ⑪구멍 ⑫공간(空間) ⑬하늘 ⑭공중(空中) ⑮틈, 여가(餘暇) ⑯부질없이, 헛되이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없을 무(無), 빌 허(虛),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열매 실(實), 바다 해(海), 뭍 륙/육(陸), 있을 유(有), 물 수(水), 찰 영(盈)이다. 용례로는 상하 전후 좌우로 끝없이 퍼져 있는 빈 곳을 공간(空間), 지구의 표면을 둘러싸고 있는 무색 무취 투명의 기체를 공기(空氣), 항공의 여러 설비를 갖춘 항공기가 뜨고 나는 곳을 공항(空港), 하늘로 하늘 가운데를 공중(空中), 이루어질 수 없는 헛된 생각을 공상(空想), 텅 비어서 아무 것도 없음을 공백(空白), 속이 텅 빔을 공허(空虛), 까닭이나 필요가 없음을 공연(空然), 빈자리로 사람이 앉지 아니하여 비어 있는 자리를 공석(空席), 헛된 약속으로 거짓으로 허황되게 하는 약속을 공약(空約), 일하지 않고 쉬는 날 곧 일요일을 공일(空日), 물체 속에 아무것도 없이 빈 것 또는 그 구멍을 공동(空洞), 빈 이름으로 실제와 들어맞지 않는 명성을 공명(空名), 사람이 살지 않는 빈 성이나 도시를 공성(空城), 음식을 먹지 아니하여 고픈 배를 공복(空腹), 아무도 살지 않는 텅 빈집을 공가(空家), 항공기로 공중을 날아다님을 항공(航空), 터무니없음이나 근거 없음을 가공(架空), 높은 하늘로 어떤 지역에 수직되는 공중을 상공(上空), 짙게 푸른 하늘을 벽공(碧空), 텅 빈 공중을 허공(虛空), 괴롭고 허무한 것을 고공(苦空), 공중의 적에 대함을 대공(對空),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뜻으로 사람의 일생이 허무함을 이르는 말 또는 재물을 모으려고 너무 욕심을 내지 말라는 말을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아무 것도 없는 골짜기에 울리는 사람의 발자국 소리라는 뜻으로 쓸쓸할 때 손님이나 기쁜 소식이 온다는 말을 공곡족음(空谷足音), 공중에 세워진 누각이란 뜻으로 근거가 없는 가공의 사물을 공중누각(空中樓閣),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음을 공전절후(空前絶後), 헛된 이론과 빈 이야기를 일컫는 말을 공론공담(空論空談), 행하는 것이 없으면 돌아오는 소득도 없음을 이르는 말을 공행공반(空行空返), 우주 만상의 실체가 모두 비어 지극히 고요함을 일컫는 말을 공공적적(空空寂寂), 헛된 이치와 논의란 뜻으로 사실에 맞지 않은 이론과 실제와 동떨어진 논의를 일컫는 말을 공리공론(空理空論), 열 집 가운데 아홉 집이 비었다는 뜻으로 전쟁이나 재난으로 인하여 많은 사람이 죽었거나 흩어진 상태를 이르는 말을 십실구공(十室九空), 제 자리에 있는 것으로 제 자리를 때운다는 뜻으로 이 세상에는 공것이나 또는 거저 생기는 이득이 아무것도 없다는 뜻을 이르는 말을 이공보공(以空補空), 탁자 위에서만 펼치는 헛된 논설이란 뜻으로 실현성이 없는 허황된 이론을 일컫는 말을 탁상공론(卓上空論), 빈방에서 혼자 잠이란 뜻으로 부부가 서로 별거하여 여자가 남편없이 혼자 지냄을 뜻하는 말을 독수공방(獨守空房), 벌지 않고 먹기만 하면 산도 빈다는 뜻으로 아무리 재산이 많아도 놀고 먹기만 하면 결국 다 없어짐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좌식산공(坐食山空), 무턱대고 쏘아 과녁을 맞혔다는 뜻으로 멋모르고 한 일이 우연히 들어맞아 성공했음의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사공중곡(射空中鵠), 하늘은 그 끝이 없고, 바다는 매우 넓다는 뜻으로 도량이 넓고 그 기상이 웅대함을 이르는 말을 천공해활(天空海闊) 등에 쓰인다.
▶️ 見(볼 견, 뵈올 현)은 ❶회의문자로 见(견)은 간자(簡字)이다. 안석궤(几; 책상)部는 사람을, 目(목)은 눈을 뜻한다. 見(견)은 눈의 기능으로, 보는 일을 말하는데, 이쪽으로 부터 보는 것을 視(시), 저쪽으로 부터 나타나 보이는 것을 見(견)으로 나누어 썼다. ❷회의문자로 見자는 '보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見자는 目(눈 목)자와 儿(어진사람 인)자가 결합한 것이다. 見자의 갑골문을 보면 人(사람 인)자에 큰 눈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사물을 보는 눈을 강조해 그린 것으로 '보다'라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다만 한자에서는 目자가 주로 '눈'과 관련된 뜻으로 쓰이고 있다면 見자는 '보다'와 같이 보는 행위에 주로 쓰이고 있으니 차이점을 알아두는 것도 좋다. 또 예전에는 見자가 現(나타날 현)자 대신 쓰인 적이 있기에 '나타나다'나 '보이다'와 같은 의미도 있다. 이때는 '현'으로 발음한다. 다만 見자의 기본 의미는 '보다'이기 때문에 부수로 쓰일 때는 '보는 것'이나 '보이는 것'과 관련된 뜻을 전달한다. 그래서 見(견, 현)은 ①보다 ②보이다 ③당하다 ④견해 그리고 ⓐ뵙다(현) ⓑ나타나다(현) ⓒ드러나다(현) ⓓ보이다(현) ⓔ소개하다(현) ⓕ만나다(현) ⓖ현재(현) ⓗ지금(현) 등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나타날 현(現), 볼 시(視), 뵐 근(覲), 볼 관(觀), 뵐 알(謁), 나타날 현(顯),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숨을 은(隱)이다. 용례로는 보고서 깨달아 앎을 견해(見解), 듣거나 보거나 하여 깨달아 얻은 지식을 견문(見聞), 남에게 거절을 당함을 견각(見却), 실지로 보고 학식을 넓힘을 견학(見學), 남의 일을 보고 배워서 실지로 연습하는 것을 견습(見習), 사물을 관찰하는 입장을 견지(見地), 남에게 미움을 받음을 견오(見忤), 얼른 스쳐 봄을 별견(瞥見), 분실이나 유실을 당함을 견실(見失), 책망을 당함을 견책(見責), 마음에 생각하는 점을 의견(意見), 미처 찾아내지 못하였거나 알려지지 아니한 것을 찾아냄을 발견(發見),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을 편견(偏見), 서로 다른 의견을 이견(異見), 남의 일에 간섭함을 참견(參見), 사물을 식별하고 관찰하는 능력을 식견(識見), 무슨 일이 있기 전에 미리 짐작함을 예견(豫見), 보고 헤아리는 생각이나 올바로 인식하거나 올바로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소견(所見), 신분이 높은 사람이 공식적으로 손님을 만남을 접견(接見), 지체 높은 사람을 찾아 뵙는 일을 알현(謁見), 임금께 나아가 뵈옴을 진현(進見),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한다는 뜻에서 지나친 욕심을 절제함 또는 대의를 위해서 부귀영화를 돌보지 않는다는 의미의 말을 견금여석(見金如石), 눈앞에 이익을 보거든 먼저 그것을 취함이 의리에 합당한 지를 생각하라는 말을 견리사의(見利思義), 모기를 보고 칼을 뺀다는 뜻으로 보잘것없는 작은 일에 지나치게 큰 대책을 세움 또는 조그만 일에 화를 내는 소견이 좁은 사람을 이르는 말을 견문발검(見蚊拔劍), 위험을 보면 목숨을 바친다는 뜻으로 나라의 위태로운 지경을 보고 목숨을 바쳐 나라를 위해 싸우는 것을 이르는 말을 견위수명(見危授命), 항상 잊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견요어장(見堯於墻), 물건을 보면 욕심이 생긴다는 말을 견물생심(見物生心), 나라의 위급함을 보고 몸을 바친다는 말을 견위치명(見危致命), 눈앞의 이익을 보면 탐내어 의리를 저버림을 일컫는 말을 견리망의(見利忘義), 보고 들은 바가 꼭 같음을 일컫는 말을 견문일치(見聞一致), 착한 일을 보기를 마치 목마른 것같이 하라는 뜻의 말을 견선여갈(見善如渴), 착한 일이나 착한 사람을 보면 그것을 따르라는 뜻의 말을 견선종지(見善從之), 토끼를 발견한 후에 사냥개를 놓아서 잡게 하여도 늦지 않다는 뜻으로 사태의 진전을 관망한 후에 응하여도 좋다는 말을 견토방구(見兔放狗), 보고도 못 먹는다는 뜻으로 아무리 탐나는 것이 있더라도 이용할 수 없거나 차지할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견이불식(見而不食), 달걀을 보고 닭이 되어 울기를 바란다는 뜻으로 지나치게 성급한 것을 이르는 말을 견란구계(見卵求鷄), 눈으로 직접 보니 들었던 것보다 못하다는 뜻으로 헛된 명성을 비유하는데 사용되는 말을 견불체문(見不逮聞), 보는 것이 탈이란 뜻으로 보지 않아서 모르고 있으면 그만인데 눈으로 보면 무엇인가 문제가 생겨 우환이 있게 됨을 이르는 말을 견물우환(見物憂患), 사냥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기쁘다는 뜻으로 어렸을 때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비유하는 말을 견렵심희(見獵心喜) 등에 쓰인다.
▶️ 慣(익숙할 관)은 ❶형성문자로 惯는 간체자, 摜, 貫는 동자이다. 뜻을 나타내는 심방변(忄=心, 㣺; 마음, 심장)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貫(관)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음(音)을 나타내는 貫(관)은 꿰뚫는 일, 책받침(辶=辵; 쉬엄쉬엄 가다)部는 나아가는 일, 이 두자를 합친 貫(관)은 오랜 시일(時日)을 통하여 이루어진 습관(習慣), 처음엔 貫(관)이라 쓰고 습관(習慣)의 뜻을 나타내었는데 나중에 손재주의 습관(習慣)을 摜(관), 행실의 습관(習慣)을 遦(관)으로 달리 썼다. 慣(관)은 나중에 생긴 글자로 심방변(忄=心, 㣺; 마음, 심장)部를 더하여 마음에 익혀 깨닫는 일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慣자는 '익숙하다'나 '버릇'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慣자는 心(마음 심)자와 貫(꿸 관)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貫자는 사물을 고정하기 위해 긴 막대기를 꽂은 모습을 그린 것으로 '꿰다'라는 뜻을 가지고는 있다. 습관이란 오래도록 익숙한 것이기에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慣자는 이렇게 무언가를 고정하는 모습을 그린 貫자에 心자를 결합해 '고정(貫)되어 있는 마음(心)' 즉, 익숙해진 '습관'이나 '버릇'을 뜻하게 되었다. 사실 소전에서는 辶(쉬엄쉬엄 갈 착)자가 들어간 遦(다닐 관)자가 '익숙하다'라는 뜻으로 쓰였었지만, 해서에서는 慣자가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慣(관)은 ①익숙하다 ②익숙해지다 ③버릇이 되다 ④방임하다(放任--: 돌보거나 간섭하지 않고 제멋대로 내버려 두다) ⑤꿰뚫다 ⑥버릇 ⑦관례(慣例) 따위의 뜻이 있다. 유의어로는 狎(익숙할 압, 익숙할 합), 習(익힐 습) 등이다. 용례로는 어떤 사회에서 오랫동안 지켜 내려와 그 사회 성원들이 널리 인정하는 질서나 풍습을 관습(慣習), 관례대로 행함이나 한 가지 일을 자주 행함 또는 익숙하여 잘함을 관행(慣行), 늘 해 내려오는 전례 또는 관습이 된 전례를 관례(慣例), 늘 많이 씀 또는 습관이 되어 사용함을 관용(慣用), 손에 익음이나 눈에 익음 또는 가장 친밀함을 관숙(慣熟), 귀에 익히 들음을 관문(慣聞), 낯익은 얼굴을 관면(慣面), 귀에 익음을 관이(慣耳), 예로부터 내려오는 관례를 구관(舊慣), 여러 번 되풀이함으로써 저절로 익고 굳어진 행동 또는 치우쳐서 고치기 어렵게 된 성질을 습관(習慣), 관용어로 된 말을 이르는 말을 관용구(慣用句), 습관적으로 쓰는 말을 이르는 말을 관용어(慣用語), 관습으로 되는 것을 이르는 말을 관습적(慣習的), 움직이거나 멈추어 있는 물체에 힘을 작용할 때 물체가 그 힘에 대하여 저항하는 힘을 일컫는 말을 관성력(慣性力), 버릇이 되다시피 늘 저지르는 범죄를 이르는 말을 관행범(慣行犯), 사공은 버릇처럼 익숙하게 본다는 뜻으로 매우 자주 보았기 때문에 신기하지 않아 대수롭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사공견관(司空見慣), 습관은 종내 타고난 천성과 같이 됨을 이르는 말을 습관성자연(習慣成自然), 습관은 종내 타고난 천성과 같이 됨을 이르는 말을 습관약자연(習慣若自然)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