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제 5.18 30주년을 보내는 하늘도 무척 슬펐나 봅니다.
새벽까지 이어진 빗줄기가 참 요란했네요.
속이 헛헛하면 음식은 좀 칼칼한 게 당긴다고 합니다.
‘맵다’는 흔히 쓰는 형용사인데 반대말을 대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그러니 매운맛이 주가 되는 ‘매운탕’의 반대말도 영 애매합니다.
반면에 ‘짜다’의 반대말은 ‘싱겁다’이니 짠맛이 주가 되는 ‘짠지’의 반대말은
쉽게 찾을 수 있을 듯한데 이것 역시 어렵습니다.
그러나 현실의 말을 들여다보면 그 답이 어렴풋하게나마 떠오를 수도 있지 않을까요?
횟집의 마지막 메뉴는 대개 생선의 뼈, 대가리 등을 가리키는 서덜에 채소를 넣어 끓여낸 탕입니다.
이때 고춧가루를 푼 ‘매운탕’과 그렇지 않은 ‘지리탕’을 선택할 수 있지요.
그런데 지리탕은 일본의 냄비 요리의 하나인 ‘지리(ちり)’에서 유래된 것이라
쓰기가 영 꺼려집니다. 그래서 등장한 대용어가 ‘맑은탕’입니다.
‘맑다’의 반대말은 ‘흐리다’이니 ‘맵다’의 반대말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고춧가루 때문에 국물이 탁하지만, 매운탕이 흐린 탕은 아니기 때문이지요.
말 그대로 짠맛이 핵심인 ‘짠지’의 반대말을 찾자면 ‘싱건지’를 찾을 수 있습니다.
‘짠지’나 ‘싱건지’에 포함된 ‘지’는 김치를 가리키는 고유어이니 싱건지는 싱거운 김치가 됩니다.
사전에서도 싱건지는 소금물에 삼삼하게 담근 무김치로 풀이되고 있으니
‘싱거운’이 ‘싱건’으로 줄어들긴 했으나 그 뜻이 쉬이 이해됩니다.
짠지와 싱건지를 맛본 사람이라면 ‘짜다 - 삼삼하다(심심하다) - 싱겁다’의 단어 연쇄에서
소금의 농도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도 있습니다.
매운탕에서 화끈한 맛이 느껴지지 않으면 ‘싱거우니 고춧가루를 더 풀어라’고 말합니다.
이를 감안하면 매운탕의 상대어가 ‘싱거운 탕’이나 ‘싱건탕’이 되지 말아야 할 이유도 없지요.
일본어에 대한 원초적인 거부감, 고유한 우리말에 대한 애착을 고려하면
누군가는 제안했을 법도 한 이름인데 현실에서는 ‘맑은탕’이 쓰이고 있습니다.
맵고 짠 매운탕과 짠지 대신 ‘싱건탕’과 싱건지라면 건강에도 좋을 듯하잖아요?
어쨌건 나이든 사람들은 너무 짜거나 매운 음식은 피하는 게 좋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