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취화선'(임권택 감독-태흥영화사 제작)의 크랭크인 현장. 모처럼의 여름 햇살과 맑게 갠 하늘이 '취화선'의 첫 출발을 축하하는 듯한데 서울 중구 남산 한옥마을은 몰려든 취재진과 한복 차림의 출연진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그 한가운데 '매화 향기'를 닮은 여인을 만날 수 있었으니, 바로 유호정이었다.
삼복더위(마침 16일이 초복이었다)에 세겹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있는 유호정. 심한 몸살감기를 앓고 있다는데, 단아한 표정엔 그늘 한 점 없다.
|
◇ 유호정 <정재근 기자
cjg@> |
연기생활 10년만의 스크린 데뷔. 왜 이렇게 늦었을까. "경력이 쌓일 수록 부담이 커지더라구요. 좋은 작품, 좋은 역할을 오랫동안 기다려온 셈이죠."
천재 화가 장승업의 일대기를 그린 '취화선'에서 유호정의 극중 역할은 몰락한 양반집안의 딸로 기생이 된
매향. 장승업과는 기이한 인연으로 만나 긴 세월 인연을 쌓는다.
조선시대의 여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유호정은 촬영
시작전 걸음걸이부터 앉고 서는 자세, 다례법 등 전통예절교육을 명원 문화재단 수석연구위원인 김복일씨에게 받았다. 두달간 생황 연주 수업을 받으며 맹연습을
하기도.
그래도 부족한 점이 많다고 겸손의 말을 잊지 않는다. "처음 테스트 촬영을 했을 때 카메라에 잡힌 뒷모습이 어찌나 어색해보이던지 창피해 죽는 줄 알았어요."
얼굴 등 신체 일부를 클로즈업하는 TV와 달리 풀샷을
많이 사용하는 스크린에 익숙해지려면 더 많이 노력을
해야한다는 것. 쪽진 머리에서부터 발 뒤꿈치까지, 완벽하게 '매향'의 향취를 풍기고 싶다는 욕심이 가득하다.
극중 장승업의 정신적 스승 '김병문'으로 출연하는
안성기는 물론이거니와 최민식과도 처음 호흡을 맞추는
것.
"배울 점이 많은 선배들이라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고
이야기하는 유호정은 캐스팅이 확정되자 마자 임감독의
'춘향뎐'을 비디오로 봤다. "소리와 영상이 하나로 녹아나는 화면에 깊은 감동을 느꼈다"는 유호정은 "오래
기다린 보람이 있는 것 같다"고 환하게 미소를 짓는다.
< 전상희 기자 fro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