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일 / 김사인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하이얀 까운을 입은 여자는 그녀에게
어린시절 어디까지 공부를 했는지 묻는다
바로 대답이 나오지 않고 우물거리는 그녀
오래전에 중졸이었는데 얼마전에 고졸검정고시 패스 했다고 답하는 그녀다
먼저 년월일과 요일을 묻는다
2023년 9월14일 목요일이라 답하니
다음은 종이를 내밀며 읽어라 말하고
머리속에 기억해 놓으란다
"민수는 오전 11시에 자전거를타고
놀이터에가서 친구들과 야구를 했다"
그리고 다른 여러가지 검사를 무사히 다 통과를하는데 제일 마지막에 그림 3가지를 맞추는 것이었다
두개는 바로 대답을 했는데
주사위라는 선듯 생각이 나질 않았다
가끔 사물이름이나 사람 이름이 기억이 나질 않을때가 자주있다하니 여자는 평소에 자주 보지않아서 얼른 기억이 나지 않는거란다
그리고 앞에 읽었던 문장을 다시 읽어보란다
민수는 11시에 친구들과 야구를 했다 했더니
"민수가 뭘 타고 어디에서 야구를 했나요?" 라고
돼 묻는다
자전거를 타고 놀이터에서11시에 친구들과 야구를 했다
네 아주 잘 했습니다
끝나고 나오면서 몇점이냐니까 하나가 틀려서 29점이란다
그 주사위 때문에 30점을 못받은거였다
뭐 어쨌든 나는 다행이 치매하고는 거리가 먼것 같고 남편의 결과가 궁금했다
싫은 남편만 검사하라하면 자존심 상할것같아 나도 같이 검사 한다고 해서 같이 온 거라하니 잘 오셨다며 남편에대해선 다시 세심한 검사가 필요하단다 해서 사시는 관내에서 검사를 해야 빠른 결과도있고 혜택도 볼 수 있단다
아무래도 남편은 좀 심각한 상태인가 우리아파트 앞 읍사무소 안에 보건소가 있단다 마침 목요일마다 치매검사를 한다해서 구리보건소에서 이차저차 검사했더니 다시 해야 한다해서 왔다하니 구리에서 한 검사를 다시 하는지 바깥에서 잠시 기다리라 한다
잠시후 나온 여자는 40분정도 재검사 해야한다며 기다리란다 여자에게 근심스러운 목소리로 상태가 많이 안좋은가봐요? 했더니 검사를 해서 다음주 수요일 어느 보건소로 와서 의사선생님께 진단을 받아야 한단다 의사선생님이 그 날 딱 하루만 진료를 하니 시간 맞춰서 꼭 가야 한단다
남편은 안에 있으니 못듣지만 그녀는 여자에게 조심스럽게 속삭이듯 말한다
"어머님이 지금 치매로 요양원에 계시는데 ...."
말끝을 흐리니
"어머니? 그러니까 시어머니요?
"네"
채 대답이 끝나기도전에 호다닥 진료실 안으로 들어가버린다
우두커니 문밖 긴 의자에 앉았으니 오만 생각이 다 들어 여자에게 집에 먼저 가 있겠다 말하고 그곳을 나왔다
집이 바로 코앞이라 집으로 가려다가 나온김에 혈압약 다 떨어져 가는게 생각나서 가까운 내과로 향했다
늘 북적거리던 병원이 어째 한산하다
원장님이 안계시는 날이라 부원장이 진료를 보는 날이란다 늘 한시간 이상은 기다려야 되는데 빨리 처방전을 받을수 있어 좋긴 한데 괜스리 심드렁하다
엊그제 부터 귀에서 탱크소리가난다며 이명이 점점 심해진다해서 구리에 있는 제법 유명한 이비인후과로 치료도 할겸 어떤 상황인지 알고싶어 이비인후과에 갔었다
생각보다 심각하다며 보호자인 그녀더러 어떻게 일상생활을 하셨냐다
"요즘들어 더 안들리는것 같아요"
보청기를 해야한단다
보청기 살 돈이 없다하니 의사가 피식웃는다
차상위계층이나 생활보호대상자냐며 묻는다
아니오 했더니 그럼장애진단이 나옴 된다더니
검사 다 하고선 요즘 장애진단판정도 까다롭다며 그 정도는 또 아니란다
혹시 이명때문에 치매가 올 수도 있냐니까 그렇단다 며 해서 하루라도 빨리보청기를 해야 한단다
이비인후과에서도 거의 두시간을 이것저것 검사에 치료에 지친 남편을 나온김에 가까운 보건소에 가서 같이 치매검사 해 보자해서 봤던 것이었다
남편의 행동이 이상하다고 느낀게 아마도 작년 부터 인것같다 욕실에 갔다가 볼일을보고 세면기에 손씻고선 수도물을 잠그지 않아 밤새 물이샌다던지 운전을 하면서도 길을 잘 못 찾고 몇번을 헤매인다던지 ......등등
자신도 모르게 불안한지 뭐든 마누라랑 같이 다니려한다
사소한것도 의심을하고 몇번을 얘기해도 금방 한 얘길 까먹어버린다
내일이면 어떤 결과가 나오겠지만 두려운지 그녀에게 나 인제 많이 좋아졌다며 내일 안가도 될것 같단다
오늘 낮엔 같이 앉아서 지나간 인간극장을 봤는데 몇번을 다시 묻는다 세번째는 목소리가 커진다
나이먹어가면서 짜증이 심해 졌다며 외려 더 핀잔이다 사람 참 돌아버리겠다
큰소리 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짜증부터 올라오니 어쩌면 좋을까.......
점점 소심해지고 위축되어가는 남편을 보면 측은하고 슬프지다가도 속에서 울화가 치밀어 아마도 나야말로 제 명에 못 살지 싶다
#.......
저 밑에 등불님 치매검사한 글 보다가
지금의 제 처지가 더 서글퍼서 이렇게 주절거립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치매안심센터에 가 보니
참 사람들이 많으시네요
누구도 안심할 수 없나 봅니다
치매라는 병이
여러사람 힘들게 하니요
나이먹었다.
이런 느낌갖고사시면
늘실수하고.잊어버리고 살죠.
편안하게
물흐르듯.쉬엄쉬엄간다.
그리생각하고.
인생 뭐있어.하면서 살자구요.
미리그렇게.치매하면서
예민하게 검사하러댕기고. .
난 그러고싶지않드만요. .
완전 치유는 어럽지만
요즘은 약으로 전문가의 치료로
더 이상 빨리 진행되는건 막을 수 있다하니
빠른 진단이 필요하긴 하나 봅니다
관심
감사해요^^~
석우님.
오래 기다렸습니다.
먼저 넘넘 반갑고
진솔하고
기성 작가들의 수준을 이미 넘어선 글.
잘 읽었습니다.
남편 분의 증상으로 얼마나 마음 고생이 많으시겠어요.
열심히 약만 잘 드시고
열심히 살면
이미 진행된 거야 치료할 수 없지만
더 이상의 진행은 막거나
속도를 늦출 수 있으니
너무 염려마셔요.
현상태 유지로 오래갈 수 있으니까요.
전 문장 기억문제에서 틀려서
-두 번의 힌트로 맞혔음
26점을 받아
턱걸이 합격했어요.
25점 이하는 치매.
25점 치매나 26점 턱걸이 합격이나
50보 백보.
치매경계죠, 뭐.
다음 주에 정밀1차 검사 예약되어 있어요.
그리고 뇌영양제 처방도 받았어요.
전 남편 폐암재수술 앞두고 있어요.
다행히 1차 수술 받은 나쁜 폐암 재발이 아닌,
그 폐암과 전혀 상관없는
음영결절 폐암, 일명 간유리 폐암으로 착한 폐암이죠.
수술도 할 수 있대요.
이제 우리 남편.
살았다 싶어요.
만약 1차 수술한 나쁜 폐암재발되어
수술 못하게 되었다면....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합니다.
석우님.
힘 내셔요.
그것만도
네
감사해요
오늘 의사랑 다시 검사하고 내일 큰 병원
신경과에서 시티나 엠알아이 찍고 피검사
여러가지 검사를 한다네요
아마 치매 초기로 판정이 날 것 같아요
8만원 보조 받는것도 의료보험비로 계산하기때문에 그 보조도 해당이 안된다네요
건보료가 꽤 나가거던요
그래도
오래전 치매에 관한 간병비 보험 들어 놓은게 있어 유용하게 쓰일지도 모르겠네요
어쨌든 58년 개띠지만
남편이나 나나 59년생으로 되어 있으니
만 65세가 안되어 있어 여러가지로 정부혜택을 못 받고 있네요
등불님의 남편분의 재 수술 잘 되어
경과가 좋길 바랄께요
등불님도 힘 내시고요^^~
님들 글읽으면서..답글이 너무철없구나 생각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