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한 군기를 자랑하는 귀신 잡는 해병이 '채상병 순직 사건'으로 우리 사회의 발목을 잡는 물귀신처럼 되고 있다.
해병대 채상병 사건이 일파만파로 퍼져 이제 대통령의 탄핵까지 몰고 가려는 야당의 공세는 갈수록 거세지는 중이다. 원래는 경북경찰청에서 수사할 '채상병 사망 사건'을 공수처에서 수사하게 되었고 공수처 수사도 못 믿겠다고 특검을 야당은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폭우 피해로 발생한 민간인을 돕기 위한 해병대의 대민지원사업에서 병사의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이 임성근 제1 사단장까지 포함한 군 간부 8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단정하는 수사결과 보고서를 만들어 보고했다. 이에 대해 이종섭 국방장관의 사건 이첩 보류 지시가 있었고 그 와중에 'VIP의 격노설'이 튀어나오면서 정치의 핵이슈로 비화하게 된 것이다.
전쟁에서 적군을 이기기 위해서는 승리를 위한 실행 계획이 있고 그 계획의 개별적인 단계와 행동으로 옮기는 시간표가 있다. 이것이 전략과 전술이고 그 계획에 의해 전투가 있다. 전략과 전술은 사령부에서 수립하되 전투는 부대원들이 한다.
작년 7월 여름철 집중폭우로 경북 일원에 홍수 피해로 가옥과 전답이 침수되고 인명피해가 발생할 때 포항 해병 제 1사단은 신속하게 구조작업에 나서야만 했다. 하천에 물이 불었다고 수색작업을 하지 않고 제방에서 앉아만 있었다면 그것은 군인이라 할 수 없다. 특히 육군도 아니고 바다의 용사인 해병대가 말이다.
현장에서 해병대라고 쓰인 빨간 티셔츠를 입도록 하여 해병대가 국민에게 봉사하는 이미지를 홍보하게 하는 것은 전술이라고 한다면 하천의 제방이나 물가에서 인명을 구조하고 수색하는 것은 전투에 해당한다. 전투는 사단장이나 사령관이 아닌 현장지휘관이 판단해서 조치해야 할이다. 구명조끼를 입히거나 밧줄로 대원들을 서로 연결하여 물에 휩쓸리지 않도록 하는 것은 현장에 있는 지휘관의 몫이다. 전투에서 엄호하고 돌격하는 것을 상황에 맞게 지시 내리는 사람은 사단장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도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은 임성근 사단장까지 포함하여 직계선상에 있는 간부들을 과실치사 혐의로 모두 단정하여 초등수사 결과를 만들어 상부에 보고하였다. 조직을 먼저 생각했다면 나올 수 없는 '소영웅주의'라 할 것이다.
어느 조직이든 아래에서 올라온 결재 서류가 잘못되었으면 지적하고 수정해서 다시 만들어 오라고 할 수 있는 것이지 이를 '직권남용'이라고 한다면 무엇 때문에 상부결재 라인이 필요하다는 말인가? 채상병 익사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사단장까지 엮어 올린 보고서를 보고도 분통을 터뜨리지 말고 그대로 추인하란 말인가? 대통령도 사람인데 '격노'도 하지 말란 말인가?
박정훈 대령 측은 김계환 사령관에 대하여 "인간적으로 애잔하다"며 진실을 고하고 평안을 찾으리라고 했단다. '조직을 생각해서 말을 아낀다'는 사령관을 향해 어쨌든 부하이고 같은 해병대 일원으로 할 소리는 아니다.
진해 천자봉을 등반하고 포항 앞바다에 1500m 생존수영 훈련을 받고 골수까지 해병 정신이 들어있는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 이라면, 지휘계통에 있다고 사건 현장에 없는 사단장까지 과실치사 피의자로 만들고 해병대를 만신창이로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군인은 오로지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고 본분을 다해야지, 이념에 물들면 '소영웅주의'에 빠져 조직 전체를 위험에 빠지게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