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십 문제로 아랑이 시끄럽습니다.
오랫동안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찰나에 저는 일주일 혹은 최대 8주에 달하는 인턴십 채용이 가진 또다른 문제점을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바로 언론사 구성원을 획일화해 조직의 시선을 한정적으로 닫아버린다는 점입니다.
짧게는 일주일부터 길게는 최대 몇달까지.
이 인턴십 과정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은 경제적으로 적어도 중산층 가정 출신에 서울 소재 명문대 학생일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사실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는 언시생 중에는 유복한 가정에 명문대 출신이 많습니다. 극소수의 경우만 제외하고 평균 준비기간만 1년~2년, 길게는 3년까지 걸리는 시험에 오롯이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는 친구들은 많지 않습니다.
저마다 가정의 상황은 다르지만 일단 고정 소득없이 공부만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나라에서 주는 청년 구직활동 지원금도 고작 6개월 50만원이거든요.
만약 여기에 아나운서 준비까지 한다? 그러면 의상에 헤메비용에 준비 비용은 천정부지로 솟구칩니다.
애초에 언론고시 뿐아니라 능력주의라는 이름 아래 이뤄지는 모든 기업의 채용 과정이 불평등한 계층 질서와 연결되어 있는 셈이죠.
이미 언론고시에 뛰어드는 계층 자체가 한정적인 가운데, 기간이 긴 인턴십은 뛰어드는 계층 자체를 더 한정적으로 만듭니다.
단적인 예로, 기자의 꿈을 갖고 있지만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생계를 위해 모 중소기업에서 사무보조로 일하는 A 씨.(이 자리 마저도 30~50:1의 경쟁률을 뚫은 게 함정ㅋ) 고대하던 언론사 필기에 합격했는데 일주일 인턴십 과정이 있네요. 사무보조로 일하는 회사에서 과연 5일 휴가를 뺄 수 있을까요?ㅋ 그렇다고 회사를 퇴사하면 다음달 월세는 누가 내주나요? 결국 A 씨는 해당 언론사 입사를 포기하게 됩니다.
A 씨의 경우가 그나마 나을 수도 있습니다. 서울에 오기 힘든 지역에 거주하거나 부모님이 경제적 사고를 치시거나 하는 등 각종 불운한 경우의 수를 타고났다면 인턴십을 치르기 더 힘들게 되고, 서울의 괜찮은 언론사 입사는 꿈꿀수 없게 됩니다.
저는 언론사에 입사하고 알았습니다. 동기들 중 제가 제일 경제적으로 미천하다(?)는 사실을요.
사실 언론사 입사를 준비할 때부터 그랬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카페, 서점, 쿠팡, 중소기업 사무보조 등등 안 해본 알바가 없는데 알바 자체를 한 친구들이 드물더라고요. 제가 모든 언시생을 만난 건 아니지만...아무튼 그랬습니다.
저는 언론사가, 특히 기자 사회가 경제적으로 유복하게 자란 사람들로만 구성되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기자는 거지부터 대통령까지 만나야하는 직업이거든요.
사안을 보는 시야는 책으로부터 나오지만 경험으로부터도 나옵니다. 부모님의 온갖 서포트를 받은 명문대생의 감수성과 시야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저는 가슴 따듯한 노동자 이야기를 쓰는 강남 8학군 출신 명민한 기자를 봤고, 누구보다 젠더 감수성이 뛰어난 강남구 출신 남자 기자를 압니다.)
하지만 하나의 경험과 시선을 가진 계층으로만 그 조직이 채워지면, 내뱉은 기사도 시선도 획일적으로 변합니다.
어차피 논조는 데스크가 정한다...하시면 할말 없지만 특정 사회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로만 한 조직이 채워지게되면 분명 문제가 발생합니다.
우리는 이미 기득권 86으로 가득한 언론사가 건강하지 않다는 걸 몸소 경험하고 있잖아요?
제가 알기로 몇몇 회사는 대놓고 부유한 명문대출신을 선호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인턴했던 회사가 그랬죠ㅋ) 취재할 때 유리하다면서요. 물론 SKY출신이거나 부모님이 영향력있는 사람이라면 특정 분야에서 취재에 유리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언론사에는 기득권 출신 기자도, 가난한 노동자 출신 기자도, 서울 출신 기자도, 지방 출신 기자도 필요합니다. 단순히 일 잘하는 사람을 뽑는 회사가 아니라 세상에 일정 영향을 미치는 '언론인'을 뽑는 언론사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미 모 언론사에 일하고 있는 제게 인턴십 여부는 어쩌면 남일 일 수 있지만...그래도 답답해서 한 줄 써보았습니다.
제가 무조건 옳다는 건 아니지만, 채용 과정에서 이런 지점도 한번 쯤 생각해보셨으면 하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동의합니다.. 이미 현직이면 외면하실 수도 있었을 이야기 말씀 보태주셔서 감사합니다. 언론계에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말에 정말 동감합니다.
좋은 문제의식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직이시면 내부에서도 공론화해주신다면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채용연계형 인턴으로 50만원씩 받던 구직지원금도 중간에 받다 짤렸어요 풀타임 근무하면 지원금을 못받아서요 생애한번만 지원할 수 있어 나머지금액은 더 받을 수도 없었고요 그리고 전환 탈하니 허무하더라고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음.... 제 주변엔 집이 중산층 이상 친구들 기자하려는 사람들 많던데요... 편한일이 어딨습니까 자기 소신과 뜻이 있으면 재정 상황이 어떻든 하는 것이겠지요
@랑랑🐱🐱 좀전에 썼다 지운 댓글엔 '기자 안 해보셔서 모르시나 본데' 식으로 윗댓쓴이 무시하기도 했고,
지금은 '부잣집 딸은 힘들어서 기자안한다' 식으로 그릇된 편견도 가지고 계시네요.
글의 맥락파악도 제대로 못하시는 것 같고, 내뱉는 족족 헛소리만 하시는데 그냥 입 다무시죠.
기자라는 직업에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분들 많습니다. 집이 유복하고 말고를 떠나서요.
남녀 차이도 별거 없구요.
@랑랑🐱🐱 부잣집 딸이라니 진심이세요? 그럼 뭐 가난한 집 딸은 괜찮나요? 남자는 무조건 다 괜찮고? 애초에 성별 차이라는 말로 편견 전시나 하고 ㅎㅏ.. 그쪽도 언론인 꿈꾸는 사람이시면 댓 달기 전에 본인 워딩이나 잘 점검하셨으면
동감합니다. 현재 무엇이 문제가 되는지 조차 파악 못하고 있는 언론사들을 보면 답답함을 느낍니다. 이런 방식이 진정 '기회'가 맞나요?
기회가 기만이 되어버린 지금 한숨이 나오네요. 그래도 현직에 있으신데도 불구하고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자지망생으로서 이 글이 큰 힘이 됩니다.
동의합니다. 점점 더 높이 벽을 올리면서 넘어올 사람들 넘어오라는 듯 관망하는 그들에게 한숨만 나오는 현실이네요.
"제가 인턴했던 회사가 그랬죠ㅋ" 이 부분이 뭔가.. 묘하네요. 뭔가..
공감합니다, 결국 그들만의 리그인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