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꽃나무 한 그루
-고호의 눈 5
허만하
이 산비탈과 저 골짝 사이 산벚꽃 피는 시간이 한 열흘쯤
차가 나지요. 열흘이란 시간의 팽팽한 긴장을 보지 못하고
지나는 차의 속도.
연둣빛 부드러운 일렁임 가운데 외롭게 더러는 무더기로
서서 두 팔을 쳐들고 왼 몸으로 지르는 산벚나무 고함소리
가 보인다. 운문사(雲門寺) 가는 길. 몸을 들며 지르는 해맑
은 고함소리.
풀리는 물소리 이켠과 저켠, 꽃기운이 건네는 데 걸리는
열흘. 그 열흘의 산자락을 바라보며 기지개를 편다. 사물의
윤곽이 환한 햇살이 되어 부서지는 4월, 하늘은 흩날리는
꽃잎으로 가득하다. 눈부신 설레임.
아를르의 연짓빛 복사꽃나무 한 그루. 내 가슴에 쌓이는
낭자한 낙화.
*
마당에 흩날리던 배꽃이 꼭 열흘 전에 피었드랬어요
그 후 저 산비탈에 연짓빛 복사꽃이 피었고요
거리에 쏟아지던 개나리 빛이 싹 물어가고
곳곳엔 철쭉 빛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죽을 것들이 무더기로 피어난다는 4월,
가장 잔인한 달,
이 말에 저도 고개 주억거려봅니다
복사꽃잎이 흩날릴 며칠 동안도
내내 복사꽃이 피었다 그러겠지요
......
** 빗장은 그렇게 단단해야 합니다..
서린님의 불심검문에 또 한번 뜨끔하며
망고나무드림
PS..서린님! 김춘수님의 시 고맙습니다~
--------------------- [원본 메세지] ---------------------
서풍부(西風賦)
너도 아니고 그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라는데……꽃인 듯 눈물인 듯 어쩌면 이야기인 듯 누가 그런 얼굴을 하고,
간다 지나간다. 환한 햇빛 속을 손을 흔들며……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라는데, 온통 풀냄새를 널어놓고 복사꽃을 울려놓고 복사꽃을 울려만 놓고,
환한 햇빛 속을 꽃인 듯 눈물인 듯 어쩌면 이야기인 듯 누가 그런 얼굴울 하고……
詩:김춘수
<구름과 장미(薔薇), 행문사, 1948>
....*
빗장을 거는 이는 이제 열어 주던가요?
카페 게시글
시사랑
Re:Re: 복사꽃나무[허만하]
망고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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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4.15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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