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실대를 ‘한국의 스탠퍼드’로… 창업에 강한 대학 만들겠다”황준성 숭실대 총장, 창학 120주년 맞아 ‘숭실 4.0 비전’ 선포 황준성 숭실대 총장은 2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창업 관련 마스터플랜을 완성하면 한국 대학 중 창업 분야에서는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다”며 숭실대를 한국의 스탠퍼드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숭실대는 1897년 선교사 윌리엄 베어드 박사가 평양 대동강변에 숭실학당을 연 것을 시작으로 올해 창학 120주년을 맞았다. 한국의 첫 4년제 대학으로 인가를 받은 숭실대는 그 동안 다양한 방면에서 ‘국내 최초’ 기록을 썼다. 전자계산학과 신설, 중소기업대학원 설립, 정보기술(IT)대학 설립, 신입생 대상 통일교육, 학부생 빅데이터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 등을 가장 앞장서 도입했다. 숭실대는 지금 한국의 대학들이 처한 위기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대학들은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인한 대학의 위기를 극복해야 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대비해야 한다. 이런 환경 속에서 숭실대의 도약을 이끌고 있는 황준성 숭실대 총장을 22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120주년을 맞아 선포한 ‘숭실 4.0 비전’은 무엇인가. “숭실대는 평양에 숭실학당이 설립된 것을 시작으로 1906년 당시 대한제국 정부로부터 최초의 4년제 대학 인가를 받았다. 하지만 일제가 강요하는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1938년에 자진 폐교했다. 숭실의 선배들은 기독교 대학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문을 닫는 게 낫다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이후 1954년 서울에서 숭실대가 재건됐고 1969년 이후에는 IT대학을 국내 최초로 설립하는 등 IT 분야 특성화 대학으로 자리 잡았다. 지금까지 숭실대의 역사를 1.0∼3.0으로 본다면 올해부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대학으로 비상하려는 목표를 밝힌 것이 숭실 4.0 비전이다.” ―숭실 4.0 비전엔 어떤 내용이 담겼나. “크게 다섯 가지 목표가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융·복합 교육,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캠퍼스 조성을 통한 특화된 연구, 국내 최고의 창업선도 대학으로의 도약, 국가와 사회에 공헌하는 숭실 기독교 정신 확산, 미래 통일한국의 평양 숭실 캠퍼스 재건 등이다.” ―먼저 융·복합 교육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숭실대에서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기 위한 교육개혁은 이미 시작됐다. 올해부터 융합교육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융합특성화자유전공학부를 만들었다. 신입생은 1학년 때 교양·융합역량·창의·리더십 교육 등을 받고 2학년에 올라가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전공 분야를 배운다. 또 올해 2학기부터는 DIY자기설계융합전공을 도입했다. 학생 스스로 교과목을 구성해 학교의 승인을 받으면 전공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제도다. 신청을 받아 보니 학생들이 구성한 전공이 교수들이 제시하는 것보다 훨씬 좋아서 놀랐다. 학생들이 전공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 창의적으로 도전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 다른 대학의 수업뿐만 아니라 해외 대학의 수업까지 인정하고 있어 학생들의 선택의 폭이 무궁무진하다.” ―교육 방식에는 어떤 변화가 있나. “학교 전체 교육의 틀을 바꾸려고 한다. 강의실에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은 지양하고 이번 학기부터 플립러닝(flipped learning) 방식으로 교육한다. 일반적 지식은 온라인으로 공부하고 오프라인에서는 도전적이고, 스스로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 신임교원 충원 방식도 바꿨다. 특정 학과에서 교수를 충원할 때 다른 학과에서도 강의가 가능한 교수를 뽑아 융·복합을 확대할 것이다.” ―숭실대는 ICT에 강점을 보이고 있는데…. “숭실대는 ICT 연구 분야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주관하고 한국연구재단이 시행하는 ‘선도연구센터 지원사업’에 선정돼 최대 10년간 200억 원을 지원받는다. 이번에 선정된 ‘지능형 바이오메디컬 무선전력전송 연구센터’는 무선전력전송 기술과 신소재 기술, 바이오메디컬 기술을 접목해 기존의 의료 환경을 혁신하는 연구를 한다. ‘ICT 고급 인력 양성 및 연구센터 지원사업’에도 선정돼 석·박사급 고급 인력을 양성한다. 또 ‘차세대 인터넷 인프라 시스템 연구센터’는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과 인공지능(AI) 기술, 가상화 기술 등을 결합해 지능형 인터넷 인프라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다.” ―통일교육에 앞장서는 점이 독특하다. “숭실대는 한국의 유일한 이산(離散)대학으로, 운명적으로 통일을 바라고 있다. 국가적으로 볼 때 이산가족 문제 해결, 한국 경제의 새로운 활력 모색 등을 위해서도 통일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숭실대는 국내 대학 최초로 신입생 대상으로 교양 필수 교과목인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개설하고 통일 연구를 담당하는 숭실평화통일연구원을 열었다. 또 경북 문경에 숭실통일리더십 연수원을 개원해 신입생들은 3박 4일간 합숙하면서 통일 리더십 교육을 받는다. 미래위원회를 가동해 평양에 숭실대를 재건하는 계획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총장 취임 이후 소통을 특히 강조한 이유는…. “조직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여러 덕목이 필요한데 가장 중요한 가치가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리더의 의지가 모두 전달되고 구성원들이 공감하려면 소통이 필수적이다. 그동안 학교에서 여러 보직을 맡아 겪으면서 소통하고 공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과거에는 학교에서 본부의 입장이 정리되면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경우 저항이 심하면 성과를 낼 수 없다. 하지만 소통하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최근에 전임교수들께 수업을 한 과목씩 더 맡아 달라는 요구를 했다. 교수들이 받아들이기에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교무회의 등을 통해 설득하고 읍소하면서 필요성을 공감하게 만들었다. 교수님들이 따라줘 감사하다.” ―대학들이 전반적으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교육의 질을 높이고 더 많은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려면 투자가 필요하다. 투자 없이 교육의 질을 높인다는 것은 공상이다. 재정 확대가 필요한데 오랜 기간 반값 등록금이라는 정책적·정치적 논리 때문에 대학들이 등록금을 올릴 수 없었다. 대안을 찾아야 한다. 정부가 규제를 완화해주면 학교가 수익모델을 만들어서 재정을 확충할 수 있다. 정부가 획일적으로 등록금을 규제하기보다는 학생과 학부모 등 수요자가 최종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앞으로 세계의 대학들과 경쟁하려면 우리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정치논리가 교육논리를 압도하고 있는 구조는 변화해야 한다.” ―많은 대학들이 대학구조개혁 평가에 힘겨워하고 있다. “1주기 대학구조개혁 평가는 100% 실패한 정책이다. 지나치게 정원 감축에만 집중했다. 이 평가의 목적이 ‘대학의 경쟁력 강화’라고 하지만 1주기 평가가 끝나고 대학들이 경쟁력이 높아졌다고 보지 않는다. 입학정원을 줄이는 것 말고는 효과가 없었다. 정원을 줄이는 것은 정부가 아니라 대학이 고민해야 할 일이고 경쟁력 없는 대학에는 어차피 학생이 가지 않는다. 정원 감축이 고등교육의 질을 결정짓는 변수가 아니다. 정부는 대학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부터 고민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임기 동안 꼭 이루고 싶은 바는…. “남은 3년여 임기 동안 두 가지를 이루고 싶다. 임기 중 통일이 된다면 평양에 숭실대를 재건하고 싶다. 평양에 분교라도 세우고 싶다. 또 하나는 숭실대를 대한민국 최고의 창업 지원 대학으로 만드는 것이다. 미국에서 스탠퍼드대가 창업에 가장 강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숭실대를 ‘한국의 스탠퍼드’로 만들고 싶다. 스펙 관리를 잘 시켜서 대기업에 입사시키는 교육보다 도전하고 꿈꾸고 창업해서 굴지의 기업을 만드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을 할 것이다. 숭실대에서 제2의 마크 저커버그, 스티브 잡스가 나오도록 할 것이다. 창업 관련 마스터플랜을 짜고 있는데, 이를 완성하면 한국에서 창업 분야에서는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 황준성 총장 약력 :: 1974∼78년 숭실대 경제학과 학사 1982∼92년 독일 베를린 자유대 경제학 석사·박사 1990∼93년 호남대 경제학과 전임강사 1993∼2017년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경영· 경제전략연구소 소장, 교무 처장, 경제통상대학 학장, 학 사부총장 1996∼97년 통일원 통일정책자문위원 1999∼2000년 독일 발터 오이켄 연구소 객 원 연구원, 독일 프라이부르 크대 초빙교수 2007∼2008년 미국 풀브라이트재단 초빙교수 2017년∼ 숭실대 제14대 총장
황준성 숭실대 총장 취임 2017-02-02 03:00 동아일보 > 사람속으로 이슈를 보는 창-숭실대학교 14대 총장 황준성 교수
게시일: 2017. 3. 6. [C채널 매거진 굿데이] 20170306 모든 학생이 융합 전공, 창의인재 키워 통일한국 이끌 것... 그러나 대부분의 대학은 과학과 기술, 산업적 관점에서만 미래 변화를 논하고 있다. 하지만 황준성 숭실대 총장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황 총장은 “과학 발전의 밑바탕에 ... 교육의 미래와 대학이 나아갈 길에 대해 들어봤다. 인터뷰는 최근 그의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황준성 총장은 '대학은 단순히 지식을 배우는 공간이 아니라 인간관계의 기술을 터득하는 곳으로 미래에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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