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리 감나무
십일월 중순 화요일 새벽이다. 전날 용추계곡으로 들어 산마루를 넘어 우곡사로 내려서면서 본 은행 단풍이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시조를 남겼다. 그곳 은행나무 사진과 함께 지기들에게 아침 안부로 전하고 자연학교 등굣길에 올랐다. 창원역으로 나가는 버스가 창원천2교에서 좌회전 신호를 기다릴 때 창이대로 은행 가로수가 노랗게 물드는 모습에서 만추의 서정이 다시 느껴졌다.
창원역으로 나가 근교 강가로 가는 1번 마을버스를 탔더니 동읍 행정복지센터까지는 승객이 많아 혼잡했다. 다호리를 지나자 차창 밖으로는 선사 유적지 발굴팀에서 매장 문화재를 시굴하느라 지표면에 구덩이를 파 놓은 구역이 나타났다. 주남삼거리에서 주남저수지를 비켜 들녘을 지난 대산 일반산업단지를 거처 가술에 이르자 승객은 거의 내려 제1 수산교에서는 혼자 타고 갔다.
강변의 초등학교 근처에서 내려 농로를 따라 걸었다. 길섶 감나무는 가지가 부러질 듯 단감이 노랗게 익었음에도 수확하지 않은 채 달렸는데 일손 부족이라기보다 상품성이 떨어져 방치한듯했다. 가지를 속지 않아 송이만 가득 달려 먹을 수 있는 감은 몇 개 되지 않았다. 단감 농사는 가지를 자르고 거름과 농약을 뿌려야 하고, 순이나 송이도 제때 솎아줘야 가을에 거둘 게 있다.
농로로 드니 비닐하우스에서 가지와 풋고추를 연중 생산하는 특용작물 단지였다. 기온이 내려가자 비닐하우스는 보온을 위해 문을 꼭꼭 닫아 놓아 안에서 가꾸는 작물을 뭔지 알 수 없어도 농막에서 포장해둔 상자에서 짐작되었다. 가지와 풋고추가 그려진 상자들에 포장되어 어디론가 실려 가기를 기다렸다. 농부들의 땀과 정성이 담긴 상품들인데 베트남 일꾼들이 도왔을 테다.
구산마을이 가까워진 논바닥엔 대형 비닐하우스가 들어설 철골을 세우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농지가 워낙 넓어 학교 운동장 크기 면적에 체육관을 짓듯이 인부들이 사다리를 타고 지붕으로 올라 일했다. 비닐하우스는 겨울 한 철을 넘겨 봄까지 짓는 당근이나 수박 농사는 일회성으로 해마다 짓고 허물지만, 여러 해 걸쳐 짓는 수경재배 농사는 튼튼하게 지어 오래도록 유지했다.
구산마을 들머리에 사과를 재배하는 한 농가가 나왔는데 착색된 과일은 수확이 거의 마무리되는 즈음이었다. 우리 지역은 단감이 주산지인데 드물게 사과를 가꾸어 의외여서 기후의 영향을 받는 과수 농업에서 사과가 앞으로도 계속 가꾸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듯하다. 사과 재배단지는 강원도 산간 인제나 양구까지 북상하고 남부지방에서는 아열대 과일로 작목이 바뀌어 가지 싶다.
죽동천을 건너자 제방을 겸한 둑길은 산수유나무가 줄지어 자랐다. 근동에서 집단으로 식재된 산수유나무를 볼 수 있는 죽동천인데 이른 봄에 꽃이 피면 장관이다. 죽동천 천변 따라 십 리 길이 산수유꽃인데 외부로 잘 알려지지 않은 편인데 탐방객이 자동차로 접근하기는 불편해 아쉽다. 해마다 가을이면 붉게 익은 열매가 조랑조랑 달리는데 올해는 여름 폭염으로 결실이 부실했다.
죽동마을 앞들을 지나자 사계절 비닐하우스단지와 함께 벼를 거둔 논바닥은 트랙터가 땅을 갈고 비닐하우스를 짓느라 농부들의 일손이 무척 바빴다. 대산면 일대 농지는 벼농사 뒷그루 당근을 심어 겨울을 넘겨 늦은 봄에 뽑아냈다. 들녘을 지나 대방마을에 이르자 싸움소를 기르는 사육장에는 거구의 황소들이 눈을 껌벅이며 되새김질하고 있었는데 흑소가 한 마리 섞여 눈길을 끌었다.
대방리 동구에는 고목 떫은 감나무가 두 그루 서 있어 사진과 함께 시조를 한 수 남겼다. 지기들에게 아침 안부로 전할 셈이다. “가술이 바라보인 대방리 동구 언덕 / 재래종 감나무가 두 그루 우두커니 / 마주한 수형이 닮아 판박이로 보인다 // 단감에 맛이 밀려 대봉감 크기 달려 / 떫기도 하려니와 송이도 작기만 해 / 아무도 거들떠 안 봐 까치밥에 머문다” ‘대방리 떫은 감’ 전문. 24.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