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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실구서(掘室求鼠)
집을 파 헤쳐 쥐를 잡는다는 뜻으로, 잘못을 고치려다 일을 키우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掘 : 팔 굴(扌/8)
室 : 집 실(宀/6)
求 : 구할 구(水/2)
鼠 : 쥐 서(鼠/0)
(동의어)
갈택이어(竭澤而漁)
살계취란(殺鷄取卵)
소탐대실(小貪大失)
음짐지갈(飮鴆止渴)
(반의어)
사반공배(事半功倍)
일거양득(一擧兩得)
출전 : 회남자(淮南子) 卷16 설산훈(說山訓)
뒤에 손해가 나건말건 눈앞에 닥친 것을 피하기 위해 그저 덤비기만 할 때 적합한 비유가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운다'란 속담이다. 이처럼 어리석은 사람은 예부터 많았는지 비슷한 뜻을 가진 속담이나 성어가 많다.
잘못을 고치려다 더 망치는 '쇠뿔 잡다가 소 죽인다'가 교각살우(矯角殺牛)나 교왕과정(矯枉過正)이고, 가만히 두었으면 그대로 지날 일을 공연히 건드려 일을 키울 때는 '자는 호랑이 코 찌르기'를 번역한 숙호충비(宿虎衝鼻)가 된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적은 이익을 얻으려다 훨씬 더 큰 손해를 보게 될 때 '쥐 잡으려다가 쌀독 깬다'와 같은 말이 집을 파 헤쳐(掘室) 쥐를 잡는다(求鼠)는 이 성어다.
이 말이 실려 있는 '회남자(淮南子)'에는 유난히 같은 비유의 말이 많이 나온다. 책을 편찬한 전한(前漢)의 유안(劉安)은 한고조(漢高祖) 유방(劉邦)의 손자로 다스리는 지역의 이름을 따 회남왕(淮南王)이 됐다. 문학 애호가였던 그는 사상적으로 노장을 주축으로 여러 파의 사상을 통합하려 했고 문사와 방술가를 모아 그 수가 수천에 이를 정도였다고 한다.
형이상학부터 천문 지리나 병술과 처세훈까지 백과사전격의 이 책 설산훈(說山訓) 편에 실려 있다. 설산훈은 세상의 복잡다단한 현상을 가상적인 비유를 통해 얽힌 것을 분명하게 풀어 설명하는 내용이라 밝히고 있다.
성어가 나오는 부분을 보자. 소문을 흘려 악평을 막으려는 일 등은 작은 것을 구하거나 고치려다 일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과 같다며 예를 든다. 그것은 "방죽을 무너뜨려서라도 거북을 잡으려 하고(壞塘以取龜/ 괴당이취귀), 지붕을 걷고서라도 너구리를 잡으려 하며(發屋而求狸/ 발옥이구리), 방의 구들짱을 뜯어내더라도 쥐를 잡으려 하며(掘室而求鼠/ 굴실이구서), 입술을 찢더라도 충치를 치료하려고(割脣而治齲/ 할순이치우)" 것과 같다고 했다.
주술훈(主術訓)에도 유사한 성어가 있다. 숲을 태우면서 짐승을 잡는다는 분림이렵(焚林而獵)이나 물고기를 잡으려 못의 물을 퍼내는 학택이어(涸澤而漁) 등은 모두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럴듯한 명분으로 일을 추진하다 더 크게 악화시키는 일은 일상에서 흔하다. 문제는 부작용이 명백히 드러났는데도 처음의 목적에는 맞는 일이라며 밀고 나가다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올 때이다. 개인의 일이거나 작은 조직이면 영향이 크지 않더라도 국가의 정책이라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까지 갈 수 있어 문제다.
이전 정부에서 탈원전(脫原電) 등의 경제정책 시행은 좋은 명분에도 과정이 잘못됐거나 미진한 성과가 드러났을 때 현명하게 잘 돌아서야 부작용이 적다. 쥐를 잡으려다 집을 부숴선 돌이킬 수 없다.
살계취란(殺鷄取卵), 음짐지갈(飮鴆止渴), 소탐대실(小貪大失)
중국 전한(前漢)의 7대 황제 무제(武帝)는 말년에 무리한 영토 확장과 궁궐 신축으로 국고가 바닥을 드러내자 해결책을 모색했다. 한무제가 고심 끝에 찾아낸 재정정책은 소금과 철의 전매권을 국가가 회수하는 것이었다.
소금과 철의 전매 수익은 상당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재정 충당이 여의치 않자 한무제는 균수법과 평준법까지 동원했다. 물가조절을 명분으로 내세우기는 했지만 실제로는 지역과 계절에 따른 상품 가격 차이를 이용해 국가가 재정적인 이익을 얻으려는 것이었다.
한나라가 시행한 정책들은 민간 상인이 해야 할 역할을 국가가 대신한 것이다. 이를 통해 국가의 곳간을 채우는 데는 성공했지만 상인의 몰락이라는 뜻하지 않은 부작용을 가져왔다. 결국 한나라 경제는 무제 사후 원제, 성제, 애제에 이르는 기간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눈앞의 성과에 급급하다 장기적 이익을 희생시킨 이른바 '살계취란(殺鷄取卵)'의 잘못을 범한 것이다. 당장의 배고픔을 해결하자고 닭의 배를 갈라버렸으니 어떻게 알을 얻을 수 있었겠는가. '살계취란(殺鷄取卵)'이라는 말은 '달걀을 얻기 위해 닭의 배를 가른다. 즉 닭을 죽여 달결을 얻는다'는 의미이다.
대부분의 암탉들은 잘 돌봐주면 거의 매일 달걀을 낳는다. 닭의 배 속에 완성된 달걀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현명한 자는 닭을 잘 돌봐 매일 하나씩의 달걀을 얻지만 어리석거나 욕심이 많거나 성격이 급한 자는 닭을 잡아 한꺼번에 많은 달걀을 얻으려 한다.
어학사전이나 지식백과사전에도 올라와 있지 않은 말인데, 근래에 꽤 많은 사람들이 특히 현 정부의 여러 정책을 비판하면서 사용하고 있는 사자성어이다. 눈앞의 성과에 급급하여 장기적으로 보면 손해가 나는 일을 할 때 쓰고 있는 말이다.
이보다 좀 더 강한 수위의 사자성어도 있다. '음짐지갈(飮鴆止渴)'이란 사자성어인데, 문헌에 나오는 고사성어다. 음짐지갈(飮鴆止渴)은 '짐주를 마셔 갈증을 그치게 한다'는 말이니 '눈앞의 일을 임시로 피하려다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짐(鴆)'은 중국 남방 광둥(廣東)성에 산다는 전설상의 독조(毒鳥)다. 몸길이 21~25㎝, 몸은 붉은빛을 띤 흑색, 부리는 검은 빛을 띤 붉은 색, 눈은 검은색이다. 뱀을 잡아먹는데 온몸에 독기가 있어 배설물이나 깃이 잠긴 물을 마시면 즉사한다고 한다. 짐독은 후한서(後漢書) 확서전(霍諝傳)에 처음 보인다.
어떤 이가 대장군 양상(梁商)에게 확서의 외숙부 송광(宋光)을 모함했다. 제멋대로 조정의 조서(詔書; 명령서)를 날조했다는 내용이다. 송광은 투옥됐다. 당시 15세였던 확서는 양상을 향해 붓을 들었다. 아래 문장은 그 편지에 나오는 표현이다.
마치 굶어 죽기를 앞둔 사람이 독초로 허기를 채우는 것(毒草充飢)과 같고, 목마른 자가 짐독으로 갈증을 푸는 것(음짐지갈/ 飮鴆止渴)과 같으니 입술에 적시기만 해도 위(胃)에 이르기도 전에 죽고 말 것입니다.
이 말들보다 흔하게 쓰이는 비슷한 의미의 사자성어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이다. 글자의 구성으로는 전거(典據)가 없는 단순한 사자성어일 것 같은데 실은 고사성어(故事成語)라고 한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은 '작은 것을 탐하다가 큰 손실을 입는다'는 뜻이다. 이 성어의 정확한 출처는 알기 어려우나, 북제(北齊) 유주(劉晝)의 '신론(新論)'에 수록된 일화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전국시대 진(秦)나라 혜왕(惠王)은 촉(蜀)나라를 공격하려고 했으나, 촉으로 가는 길을 알지 못해 실행치 못했다. 이에 혜왕의 신하는 촉의 제후가 욕심이 많은 것을 이용해 공략하는 방안을 제안했고, 혜왕은 이를 채택하여 실행하였다.
혜왕은 신하들로 하여금 돌로 된 소 다섯 마리를 만들게 하고 화려한 비단으로 치장하였다. 그후 돌로 만든 소가 지나간 자리 군데군데에 황금을 쏟게 하여, '소가 금똥을 눈다(牛便金)'는 소문을 퍼뜨렸다. 혜왕이 이 돌로 된 소를 촉나라 제후에게 우호의 예물로 보내겠다고 전하자, 이를 들은 촉나라 제후는 신하들을 보내 소를 맞이했다.
촉의 신하들은 돌로 된 소를 촉의 성도까지 끌고 갔고, 이 때문에 촉으로 향하는 길을 알게 되어 혜왕은 군사를 일으켜 촉을 칠 수 있었다. 그 결과 촉나라 제후는 사로잡히고 촉나라는 패망하였다.
촉후의 물욕에 의해 나라가 망한 일화를 빗대어, 작은 욕심에 눈이 어두워져 큰 것을 잃는다는 뜻으로 주로 쓰이는 말이다.
회남자(淮南子) / 유안(劉安)
회남자(淮南子)는 전한(前漢) 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이 편찬한 일종의 백과사전으로, 전 21권이다. 유안이 전국의 빈객과 방술가(方術家)를 모아서 편찬한 것으로, '한서(漢書)'의 '회남왕전(淮南王傳)'에는 내서(內書) 21편, 외서(外書) 다수, 중편(中篇) 8권을 제작했다고 했는데, 현재는 이 중 내서(內書) 21권 만이 전하고 있다.
처음에 원도편(原道編)이라는 형이상학이 있으며, 그 뒤에 천문, 지리, 시령(時令) 등 자연과학에 가까운 것도 포함하였으며, 일반 정치학에서 병학(兵學), 개인의 처세훈(處世訓)까지 열기하고, 마지막으로 요략(要略)으로 총정리한 1편을 붙여서 방대한 내용을 통일하였다.
제자백가의 학설을 집성한 것인 때문에 사상적 통일성은 약하다. 예컨대 원도훈(原道訓), 숙진훈 등은 도가의 주장을, 천문훈(天文訓), 시측훈(時則訓) 등은 음양가의 주장을, 주술훈(呪術訓)은 법가의 주장을, 수무훈(修務訓), 태족훈(泰族訓) 등은 유가의 주장을, 병략훈(兵略訓) 등은 병가의 주장을 각기 채집하여 넣고 있다.
한서(漢書)의 예문지(藝文志)에 회남자(淮南子)는 여씨춘추(呂氏春秋)와 함께 잡가(雜家)의 부문에 들어 있지만, 위에 든 것과 같은 여러 학파의 학설을 단지, 아무렇게나 늘어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요략편(要略篇)에 복잡 다양한 현상을 있는그대로 용인하면서도 더욱이 그것을 포괄하는 통일적인 진리를 파악하려 하고 있다. 만물을 통관하는 이법(理法) 또는 원리로서의 도(道)를 최고로 하는 점에서 '회남자'는 노장 사상을 승계하는 도가의 계열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편자인 유안은 전한 고조(漢高祖)의 서자인 유장(劉長)의 아들이며, 아버지가 문제 때에 모반죄로 죽은 뒤 그 영토의 일부를 받아서 회남왕이 되었다. 당시 한의 조정은 제후왕의 권력을 줄여서 중앙으로 집중 시키고 있었다. 무제의 즉위와 더불어 그러한 정책은 보다 강력하게 추진되었다.
기원전122년에 이르러 유안도 모반의 음모가 있다는 혐의를 받아 자살하고 나라는 몰수되었다. 한 정부는 그와 같은 중앙집권 정책을 군신 질서를 존중하는 유교의 이데올로기에 의해서 추진하려고 하였다. 문학을 애호하는 회남왕의 궁정에 참집하였던 빈객과 학자 중에는 그와 같은 한조(漢朝)의 정책에 반발하는 자가 많았으며 그 때문에 '회남자'와 같은 잡가적인 서적이 생긴 것이라고 생각된다.
회남자(淮南子) 내편(內編) 수록내용
제01편 원도(原道)
제02편 숙진(俶眞)
제03편 천문(天文)
제04편 지형(墬形)
제05편 시칙(時則)
제06편 남명(覽冥)
제07편 정신(精神)
제08편 본경(本經)
제09편 주술(主術)
제10편 무칭(繆稱)
제11편 제속(齊俗)
제12편 도응(道應)
제13편 범론(氾論)
제14편 전언(詮言)
제15편 병략(兵略)
제16편 설산(說山)
제17편 설림(說林)
제18편 인간(人間)
제19편 수무(脩務)
제20편 태족(泰族)
제21편 요략(要略)
淮南子 卷16 說山訓
[1] 도(道)는 형(形)과 명(名)이 존재하지 않는다
魄問於魂曰: 道何以爲體.
백(魄)이 혼(魂)에게 물었다. "도(道)는 어떤 모습을 이루고 있는 것일까?"
魂曰: 以無有爲體.
혼(魂)이 대답하였다. "무유(無有)라는 것이 그 모습이지."
魄曰: 無有有形乎.
백(魄)이 말하였다. "무유(無有)라고 한다면 그 모습은 있는 것인가?"
魂曰: 無有.
혼(魂)이 대답하였다. "모습은 없다."
魄曰: 何得而聞也.
백(魄)이 말하였다. "모습이 없는데 어떻게 그것을 들을 수 있는가?"
魂曰: 吾直有所遇之耳. 視之無形, 聽之無聲. 謂之幽冥. 幽冥者所以喩道, 而非道也.
혼(魂)이 대답하였다. "나는 이따금 그것과 만났을 뿐이야. 그것을 보려고 해도 모습이 없고, 그것을 듣고자 해도 소리가 없어. 그것을 일러 유명(幽冥)이라고 말하지. 이 유명(幽冥)이라고 하는 것은 도(道)를 비유해서 하는 말인데, 도(道) 그 자체는 아닐세."
魄曰: 吾聞得之矣. 內視而自反也.
백(魄)이 말했다. "내가 그대의 말을 들으니 알만 하다네. 마음속에 스스로 돌아보면 되는 것이로군!"
魂曰: 凡得道者, 形不可得而見, 名不可得而揚. 今汝已有形名矣. 何道之所能乎.
혼(魂)이 대답하였다. "무릇 도(道)를 터득한 자는, 그 모습을 볼 수가 없고, 이름도 거론할 수도 세상에 휘날릴 수도 없다네. 지금 형해(形骸)의 주체(主體)인 그대에게는 이미 모습도 이름도 있다네. 그래가지고서야 어찌 도(道)를 터득할 수 있겠는가?"
魄曰: 言者獨何爲者.
백(魄)이 말하였다. "그렇다면 정신(精神)의 주체(主體)인 그대가 말하는 것은 어떻게 된 일인가?"
魂曰: 吾將反吾宗矣.
혼이 대답하였다. "그러면 나는 이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겠네."
魄反顧魂, 忽然不見, 反而自存, 亦以淪於無形矣.
백(魄)이 혼(魂)을 돌아 보았더니, 혼(魂)의 모습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고, 정신을 차리고 백(魄)자신도 존재하기는 하였지만, 역시 무형(無形) 속으로 매몰되어 있었다.
[2] 지혜가 없으면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는다
人不小學, 不大迷; 不小慧, 不大愚.
사람은 작은 깨달음 따위가 없다면 크게 미혹 당하는 일은 없고, 작은 지혜 따위가 없으면 큰 어리석음을 범하는 일이 없다.
人莫鑑於沫雨, 而鑑於澄水者, 以其休止不蕩也.
사람이 빗물이 괴여 있는 웅덩이를 거울로 삼지 않고, 맑은 수면(水面)을 거울로 삼는 것은, 그 수면(水面)이 휴지(休止)하여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詹公之釣, 千歲之鯉.
첨공(詹公)이 낚시를 하면, 천년 묵은 잉어도 낚아 올린다.
不能避, 曾子攀柩車, 引輴者爲之止也.
능히 피할 수 없는 것은, 증자(曾子)가 상여에 기대어 우니, 상여꾼들은 손을 멈추고 말았다.
老母行歌而動申喜.
노모(老母)가 길가에서 노래를 부르자 그 아들 신희(申喜)를 감동시키어 만났다.
精之至也.
이러한 모든 것은 정혼(精魂)을 다하였기 때문이다.
瓠巴鼓瑟, 而淫魚出聽.
호파(瓠巴)가 거문고를 타자, 물속에서 놀던 고기들도 얼굴을 내밀고 들었다.
伯牙鼓琴, 駟馬仰秣.
백아(伯牙)가 거문고를 타자, 수레를 끌던 말도 머리를 들어 올리며 기뻐했다.
介子歌龍蛇, 文君垂泣.
개자(介子)가 용사(龍蛇)의 노래를 부르니, 진(晉)나라의 문공(文公)도 옛일을 생각하여 눈물을 흘렸다.
故玉在山, 而草木潤; 淵生珠, 而岸不枯.
그러므로 옥(玉)이 산에 있으면 초목을 윤택하게 하고, 진주가 깊은 연못에서 생겨나면 물가의 초목들도 마르지 않는다.
螾無筋骨之强, 爪牙之利, 上食晞堁, 下飮黃泉.
지렁이는 억세고 강한 근골을 지니지 못했고, 손톱이나 치아의 날카로움을 갖추지 못했지만, 위로는 마른 흙껍질을 먹고, 아래로는 황천(黃泉)의 물을 마신다.
用心一也.
마음을 쓰는 곳이 오로지 하나이기 때문이다.
淸之爲明, 杯水見眸子.
맑은 물의 밝기를 본다면, 배반(杯盤)에 가득찬 물에도 눈동자가 비친다.
濁之爲闇, 河水不見太山.
흐린 물의 어둡기를 본다면, 황하(黃河)의 물에도 태산(泰山)의 그림자를 볼 수가 없다.
視日者眩, 聽雷者聾.
햇빛을 바라보는 자는 눈이 부시고, 우레소리를 듣는 자는 귀울음이 멎지 않는다.
人無爲則治, 有爲則傷.
사람이 무위(無爲)를 하면 곧 만사가 잘 풀려 나가는데, 무엇인가를 하고자 하면 장애가 생기기 마련이다.
無爲而治者載無也.
무위(無爲)이면 만사가 잘 풀려 나가는 것은 ‘무(無)’를 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爲者不能有也.
무엇인가를 행하고자 하는 자는 능히 무위(無爲)로 있을 수가 없다.
不能無爲者, 不能有爲也.
무위(無爲)로 있을 수가 없는 자는, 어떤 일을 해도 이루어 낼 수가 없다.
人無言而神, 有言者則傷.
사람이 말이 없으면 신(神)을 얻을 수가 있지만, 무엇인가를 지껄이게 되면 곧 장애가 생기게 된다.
無言而神者載無.
무언(無言)으로 있으면서 신(神)을 얻는다는 것은 그것에 '무(無)'를 행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有言則傷其神之神者.
무엇인가를 지껄이고 있으면 그 신(神)을 잃고 만다.
鼻之所以息, 耳之所以聽, 終以其無用者爲用矣.
이 신(神:精神)인 것은 코가 숨을 쉬는 연고(鼻孔), 귀가 소리를 듣는 연고[耳孔(이공)]와 같아서, 결국에는 유형(有形)인 코나 귀의 그 무용(無用)인 비공[鼻孔(비공), 이공(耳孔)의 공허(空虛)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物莫不因其所有, 而用其所無.
물체는 그것이 유형(有形)인 것으로 인하여, 무형(無形)인 힘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以爲不信, 視籟與竽.
그러한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뇌(籟)나 우(竽)를 잘 살펴 보라.
念慮者不得臥.
사념(思念)하는 자는 편히 누워서 잠을 잘 수가 없다.
止念慮, 則有爲其所止矣.
사념(思念)을 그치려고 하여도, 그것을 하지 않고자 하는 의지가 있게 된다.
兩者俱忘, 則至德純矣.
이 두 가지 것을 모두 잊어 버린다면, 그 지덕(至德)은 순수한 것이 되리라.
[3] 지엽(支葉)은 근본(根本)보다 강해질 수 없다
聖人終身言治, 所用者非其言也.
성인은 평생을 두고 치정(治政)에 대하여 말하지만, 쓰이는 것은 그 말이 아니다.
用所以言也.
말에서 나오는 근원(根源; 眞情)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歌者有詩, 然使人善之者, 非其詩也.
노래를 부르는 자는 시(詩)를 노래하지만, 그러나 노래를 잘 부르는 자는, 그 시(詩)를 부르는 것이 아니다.
鸎鵡能言, 而不可使長.
앵무새는 지껄이지만 그 기능을 향상시킬 수는 없다.
是何則得其所言, 而不得其所以言.
그 이유는 사람이 하는 말을 익힐 수는 있어도, 말을 할 줄 아는 근본을 터득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故循迹者, 非能生迹者也.
그러므로 마찬가지로 선인(先人)의 발자취를 더듬기나 하는 자는, 발자취를 남기는 자는 아니다.
神蛇能斷而復續, 而不能使人勿斷也.
신사(神蛇)는 능히 잘려도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는 있는데, 그러나 사람에게 잘리지 않도록 할 수는 없다.
神龜能見夢元王, 而不能自出漁者之籠.
신귀(神龜)는 능히 원왕(元王; 송나라의 군주)의 꿈에 현몽할 수는 있었지만, 그러나 스스로 어부의 바구니에서 도망칠 수는 없었다.
四方皆道之門戶牖嚮也, 在所從闚之.
사방은 모두 도(道)의 문이자 창(窓)이어서, 어디에서나 도를 엿볼 수가 있다.
故釣可以敎騎, 騎可以敎御, 御可以敎刺舟.
그러한 까닭에 낚시에 의해 승마(乘馬)를 가르칠 수가 있고, 승마에 의해서 거어(車御)를 가르칠 수 있으며, 거어(車御)에 의해 배젓는 기술을 가르칠 수가 있다.
越人學遠射, 叅天而發, 適在五步之內, 不易儀.
월(越)나라 사람이 원사술(遠射術)을 배웠을 때, 하늘을 향해서 화살을 쏘았는데, 과녁이 불과 5보(步) 앞에 있건만, 그 방법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
世已變矣, 而守其故, 譬猶越人之射也.
세상이 이미 변해 버렸건만, 원래의 방법을 지키고 있는 것은, 비유하건대 마치 이 월나라 사람의 사술(射術)과도 같은 것이다.
月望日奪其光, 陰不可以乘陽也.
달이 차도 해가 그 빛을 빼앗는 것은, 음(陰)은 양(陽)을 상회(上回)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日出星不見, 不能與之爭光也.
해가 뜨면 별이 보이지 않는 것은, 해와 빛을 겨룰 수가 없기 때문이다.
故末不可以强於本, 指不可以大於臂.
그러므로 말(末)은 본(本)보다 강해질 수가 없고, 손가락은 팔보다 커질 수가 없다.
下輕上重, 其覆必易.
아래가 가볍고 위가 무거우면, 뒤집혀 질 것은 뻔한 일이다.
一淵不兩蛟.
한 연못에 두 마리의 교룡(蛟龍)은 없다.
水定則淸正, 動則失平.
물이 안정되어 있으면 맑지만, 움직이게 되면 평형을 잃는다.
故惟不動, 則所以無不動也.
그러므로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은, 움직이지 않는 일이 없는 방도라고 하겠다.
江河所以能長百谷者, 能下之也.
대하(大河)가 백곡(百谷)의 장(長)이 될 수 있는 것은 곡천(谷川)보다, 능히 아래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夫惟能下之, 是以能上之.
무릇 아주 낮은 위치에 있으므로, 능히 윗자리에 설 수 있는 것이다.
天下莫相憎於膠漆, 而莫相愛於氷炭.
이 세상에 아교와 칠(漆)만큼 서로 미워하는 것은 없고, 얼음과 숯만큼 서로 사랑하는 사이는 없다.
膠漆相賊.
아교와 칠은 서로 상대방을 해친다.
氷炭相息也.
얼음과 숯은 서로 그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牆之壞, 愈其立也.
담장이 무너지는 것은, 그것이 서있는 것보다 낫다.
氷之泮, 愈其凝也.
얼음이 녹는 것은, 그것이 고체(固體)로 있는 것보다 낫다.
以其反宗.
그 대본(大本)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泰山之容, 巍巍然高, 去之千里, 不見埵堁, 遠之故也.
태산(泰山)의 모양은 우뚝하고 높이 서있는데, 천리의 거리에서는 성토(城土) 정도로도 보이지 않는 것은, 거리가 매우 멀기 때문이다.
秋毫之末, 淪於不測.
추호(秋毫)의 끝은 불측(不測)의 속으로 깊이 들어 간다.
是故小不可以爲內者, 大不可以爲外矣.
그렇기 때문에 그 속을 고려할 수 없는 지소(至小)인 동시에, 크기 때문에 밖을 고려할 수 없는 지대(至大)인 것이다.
[4] 항상 마음을 평정(平靜)에 두어야 한다
蘭生幽谷, 不爲莫服而不芳.
난초가 깊은 골짜기에 나는 경우에, 그것을 몸에 차고 다니는 사람이 없다고 하여 방향(芳香)을 발산하지 않는 일은 없다.
舟在江海, 不爲莫乘而不浮.
배가 강해(江海)에 있는 경우에, 타는 사람이 없다고 하여 떠있지 않는 일은 없다.
君子行義, 不爲莫知而止休.
군자가 의(義)를 행하는 경우에,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고 하여 그쳐 버리는 일은 없다.
夫玉潤澤而有光, 其聲舒揚, 渙乎其有似也.
무릇 옥(玉)은 윤택하기에 빛을 발하는 것이며, 소리는 낙락하고 편안하여, 환호(渙乎)함이 군자와 비슷한 점이 있다.
無內無外, 不匿瑕穢, 近之而濡, 望之而隧.
안팎으로 틈도 없고, 흠집을 숨기려고도 하지 않으니, 옥(玉)을 가까이 하면 마음이 촉촉히 젖어들고, 멀리서 바라보면 그윽한 곳으로 빨려 들게 된다.
夫照鏡見眸子, 微察秋毫, 明照晦冥.
무릇 거울에 비추어 눈동자를 바라보면, 미세한 점은 추호(秋毫)의 모습도 분별되고, 어떤 회명(晦冥)도 비출 수 있다.
故和氏之璧, 隨侯之珠, 出於山淵之精, 君子服之, 順祥以安寧, 侯王寶之, 爲天下正.
그러므로 화씨(和氏)의 벽(璧)이라든가, 수후(隨侯)의 구슬은, 심산(深山)과 심연(深淵)에 깃든 정기(精氣)의 소산(所産)으로서, 군자가 그것을 지니고 상서로운 선행(善行)에 따르면 안녕(安寧)을 얻고, 제후나 왕들이 그것을 보물로 지니면 천하의 주인도 될 수 있는 것이다.
陳成子恒之劫子淵捷也;
진성자(陳成子) 항(恒; 田常)이 자연첩(子淵捷)을 협박했던 일이나,
子罕之辭其所不欲, 而得其所欲;
자한(子罕)이 자신의 원치 않는 것(뇌물의 寶玉)을 거절하여 그가 욕심이 없음을 인정받게 된 일이나,
孔子之見黏蟬者;
공자(孔子)가 끈끈한 풀로 매미를 잡는 자를 보고 탄복한 일이나,
白公勝之倒杖策也;
백공승(白公勝)이 채찍을 거꾸로 잡고 있던 일이나,
衛姬之請罪於桓公;
위희(衛姬)가 죄를 환공(桓公)에게 청했던 일이나,
子見子夏, 曰何肥也;
증자(曾子)가 자하(子夏)를 만나서 말하기를 '어째서 그렇게 살이 쪘소?'라고 물었던 일이나,
魏文侯見之反被裘而負芻也;
위(魏)나라 문후(文侯)가 가죽옷을 뒤집어 입고 풀을 등에 지고 있는 것을 보았던 일이나,
兒說之爲宋王解閉結也;
예열(兒說)이 송왕(宋王)을 위하여 풀리지 않는 매듭을 풀어 주었던 일 등,
此皆微眇, 可以觀論者.
이러한 일들은 모두 심오한 일들로서, 잘 관찰한 다음에 논해야 한다.
人有嫁其子, 而敎之曰: 爾行矣. 愼無爲善.
딸을 시집 보내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딸에게 교훈을 주면서 말하기를, '어서 가거라. 삼가고 삼가되 선행 따위는 해서는 안된다'고 하자,
曰: 不爲善, 將爲不善邪.
그 딸이 묻기를, '선행(善行)을 하지 않으면, 앞으로 불선(不善)을 하라는 것입니까?' 하였다.
應之曰: 善且由弗爲, 況不善乎.
그러자 그는 딸에게 이렇게 응답하였다. '선행도 해서는 안 되는 것인즉, 더구나 불선(不善)은 해서는 안 된다!'
此全其天器者.
이 사람이야말로 자신의 천성을 온전하게 한 것이다.
拘囹圄者, 以日爲脩; 當死市者, 以日爲短.
감옥에 구금되어 있는 사람은 하루를 길다고 생각하고, 저자의 거리에서 처형을 받게 되어 있는 사람은 하루를 짧다고 여긴다.
日之脩短有度也.
하루의 길고 짧음에는 정(定)해진 것이 있기 마련이다.
有所在而短, 有所在而脩也, 則中不平也.
어떤 곳에서는 짧다고 하는 곳이 있고, 어떤 곳에서는 길다고 하는 곳이 있는 것은, 곧 마음속이 평정(平靜)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故以不平爲平者, 其平不平也.
그렇다고 한다면 평정하지 못한 것을 평정한 것으로 여긴다면, 그 평정한 것은 평정하지 않은 것이 되는 것이다.
嫁女於病消者, 夫死則後難復處也.
딸을 소갈(消渴)에 걸린 사내에게 시집을 보냈다가, 그 남편이 죽으면 그 후에는 다시 다른 집에 시집을 보내기가 어렵다.
故沮舍之下, 不可以坐; 倚墻之傍, 不可以立.
그러므로 무너질 집 아래에는 앉아서는 안 되는 것이며, 기울어진 벽(墻) 옆에는 서 있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5] 사물은 멀고 가까움이 서로 미치지 못한다
執獄牢者無病.
감옥을 관장하는 자는 병에 걸리지 않는다.
罪當死者肥澤.
죄가 무거워 사형의 판결을 받은 자는 살이 찌고 윤기가 난다.
刑者多壽, 心無累也.
궁형(宮刑)에 처해진 사람들 중에는 장수를 누리는 자가 많은 것은, 마음에 정욕의 번뇌가 없기 때문이다.
良醫者常治無病之病, 故無病.
훌륭한 의사는 항상 무병(無病)의 병(病)을 다스리므로 그래서 병에 걸리는 일이 없다.
聖人者, 常治無患之患, 故無患也.
성인(聖人)은 항상 무환(無患)의 환(患)을 다스리므로 그래서 우환을 당하는 일이 없다.
至巧不用劒.
대저 지교(至巧)한 자는 칼을 사용하지 않는다.
善閉者不用關楗.
문단속을 잘하는 자는 자물쇠 따위를 사용하지 않는다.
淳于髡之告失火者, 此其類.
순우곤(淳于髡)이 실화(失火)를 예고했던 것은 이런 부류와 같은 것이다.
以淸入濁, 必困辱.
맑은 사람을 흐린 사람들 사이에 넣으면, 틀림없이 괴로워 하며 욕을 당하게 될 것이다.
以濁入淸, 必覆傾.
흐린 사람을 맑은 사람들 사이에 넣으면, 틀림없이 뒤집어 지고 말 것이다.
君子之於善也, 猶采薪者, 見一介掇之, 見靑葱則拔之.
군자가 선행에 나서는 것은, 비유하자면 나무꾼이 한 조각 나무 토막을 보면 그것을 줍고, 청총(靑葱)을 보게 되면 그것을 뽑는 것과 같은 것이다.
天二氣則成虹, 地二氣則泄藏, 人二氣則成病.
하늘에서 두 기(氣)가 싸우면 무지개를 만들고, 땅에서 두 기(氣)가 싸우면 감추어 두었던 더러운 것들을 쏟아내며, 사람에게서 두 기(氣)가 싸우게 되면 병에 걸리게 된다.
陰陽不能且冬且夏.
음(陰)과 양(陽) 두 기가 멸하고 자라는 것은 동시에 겨울(陰)이며 여름(陽)일 수가 없다.
月不知晝, 日不知夜.
달은 낮을 알지 못하고, 해는 밤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善射者發不失的, 善於射矣, 而不善所射.
쏘기를 잘하는 사람은 쏘아서 과녁에 맞지 않는 일이 없는데, 쏘는 쪽에서는 좋은 일이지만, 쏘아지는 과녁에게 있어서는 귀찮은 일인 것이다.
善釣者無所失, 善於釣矣, 而不善所釣.
낚시를 잘하는 사람은 놓치는 일이 없는데, 낚시꾼에게 있어서는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낚이는 쪽에서는 좋지 못한 일인 것이다.
故有所善, 則不善矣.
그러므로 선한 것은 선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鐘之與磬也, 近之則鍾音充, 遠之則磬音章.
종(鐘)과 함께 경쇠(磬)라는 것은 가까이 들으면 종소리가 웅장하고 크게 들리지만, 멀리서 듣게 되면 경쇠 소리가 더 확실하게 들려 온다.
物固有近不若遠, 遠不如近者.
사물에는 본디부터 가까운 것이 먼 것에 미치지 못하기도 하고, 먼 것이 가까운 것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있다.
今曰稻生於水, 而不能生於湍瀨之流.
오늘날 벼라고 하는 것은 '물 속에서 자란다'고 말하지만, 그러나 급한 여울이 흐르는 속에서는 능히 자라날 수는 없다.
紫芝生於山, 而不能生於盤石之上.
자지(紫芝)는 산속에서 자라난다고 하지만, 반석(盤石)의 위에서는 능히 자라날 수가 없다.
慈石能引鐵, 及其於銅, 則不行也.
자석(慈石)은 능히 쇠붙이를 끌어 당긴다고 하지만, 구리에 대해서는 그러한 일이 통용되지 못한다.
水廣者魚大, 山高者木脩.
물속이 넓으면 물고기도 많고, 산이 높으면 나무도 크게 자라난다.
廣其地, 而薄其德, 譬猶陶人爲器也.
그 영토만 넓히고, 그러나 덕(德)을 얇게 하는 것은, 비유하건대 도예가(陶藝家)가 토기(土器)를 만드는 것과 같은 것이다.
揲埏其土, 而不益厚, 破乃愈疾.
그 흙을 반죽해서 잡아 늘인다고 하여도, 두께가 있도록 하지 않으면, 한층 더 잘 파괴되어 버리는 것이다.
聖人不先風吹, 不先雷毁, 不得已而動.
성인(聖人)은 바람보다 앞서는 불어대는 법이 없고, 우레보다 앞서서 훼손하는 일이 없으며, 부득이한 경우에만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故無累.
그러므로 누(累)가 되는 일이 없는 것이다.
月盛衰於上, 則蠃蠪應於下.
달이 하늘 위에서 차고, 이지러지면 대합(大蛤)은 바다 밑에서 호응을 한다.
同氣相動, 不可以爲遠.
기(氣)를 함께하는 것이 서로 함께 움직일 때는 가히 멀어지는 일은 없다.
[6] 사물에는 상대방이 있어야 비로소 성립된다
執彈而招鳥, 揮梲而呼狗, 欲致之, 顧反走.
탄력이 있는 활을 손에 들고 새를 부른다든가, 몽둥이를 휘두르며개를 부르거나 한다면, 이것들을 불러 모으기는 커녕, 도리어 놓치고 말 것이다.
故魚不可以無餌釣也, 獸不可以虛器召也.
그러므로 물고기는 미끼를 주지 않고 낚을 수가 없으며, 짐승은 비어 있는 그릇으로 속일 수가 없는 것이다.
剝牛皮鞹, 以爲鼓, 正三軍之衆.
소가죽을 벗기고 털을 뽑아낸 다음에, 북을 만들면, 삼군(三軍)의 무리들도 곧게 움직이게 된다.
然爲牛計者, 不若服於軛也.
그렇기는 하지만 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멍에를 메고 있는 편이 훨씬 나은 것이다.
狐白之裘, 天子被之而坐廟堂.
새하얀 여우 가죽옷은, 천자(天子)가 그것을 걸치고 묘당(廟堂)에 앉게 된다.
然爲狐計者, 不若走於澤.
그렇기는 하지만 여우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진흙의 구덩이를 뛰어 돌아 다니는 편이 훨씬 나은 것이다.
亡羊而得牛, 則莫不利失也.
양을 놓치고 소를 얻었다고 한다면, 잃은 것을 벌충했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가 없다.
斷指而免頭, 則莫不利爲也.
손가락을 잘리고 목이 베이는 것을 면했다고 한다면, 그러한 행위를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가 없다.
故人之情, 於利之中, 則爭取大焉; 於害之中, 則爭取小焉.
그러므로 사람의 정(情)이라고 하는 것은, 이익의 경우에는 다투어 큰 것을 취하는 것이고, 손해가 되는 경우에는 다투어 작은 쪽을 취하는 것이다.
將軍不敢騎白馬.
장군은 고의로 백마(白馬)를 타고 과시를 하는 짓은 하지 않는다.
亡者不敢夜揭炬.
도망을 치는 자는 일부러 밤중에 횃불을 치켜드는 짓은 하지 않는다.
保者不敢畜噬狗.
술집의 주인은 일부러 사람을 물어 뜯는 개를 기르지는 않는다.
雞知將旦, 鶴知夜半, 而不免於鼎俎.
닭은 새벽에 시간을 알리고, 학은 밤중을 알리지만, 도마 위에 오르고 솥에서 삶아지는 운명을 면하게 할 수는 없다.
山有猛獸, 林木爲之不斬.
산에 맹수가 살고 있으면, 그 덕택에 삼림의 수목은 잘려지는 일이 없다.
園有螫蟲, 藜藿爲之不采.
정원(庭園)에 쏘는 벌레인 독충이 살고 있으면, 그 덕택에 명아주나 콩 잎은 부지할 수가 있게 된다.
爲儒而踞里閭, 爲墨而朝吹竽, 欲滅迹而走雪中, 拯溺者而欲無濡, 是非所行, 而行所非.
유자(儒者)이면서 촌리(村里)에 숨어 살거나, 묵가(墨家)이면서 조정에 앉아 피리나 부는 자가 있거나, 눈 속에서 그 발자욱의 흔적을 없애려 하는 자가 있거나, 물에 빠진 사람을 건지려고 하면서 물에 젖지 않으려는 것, 이러한 사람들은 그 행위를 부정하면서도 부정하는 것을 행하고 있는 것이다.
今夫闇飮者, 非嘗不遺飮也.
그런데 지금 밤중에 술을 마시는 자는, 틀림없이 과음을 하게 마련이다.
使之自以平, 則雖愚無失矣.
스스로 평정(平靜)을 가지도록 힘쓴다면, 아무리 어리석은 자라 하더라도 과오를 범하지는 않는다.
是故不同於和而可以成事者, 天下無之矣.
그렇기 때문에 화(和)에 동화(同和)하지 않고 일을 이루어 내는 자란, 천하에 아직 있지 아니하였다.
求美則不得美, 不求美則美矣.
미(美)를 구하더라도 미(美)는 얻어지지 않지만, 미(美)를 구하지 않으면 단지 미(美)일 뿐이다.
求醜則不得醜, 求不醜, 則有醜矣.
추(醜)를 구하더라도 추(醜)는 얻어지지 않지만, 추(醜)하지 않은 것인 아름다운 것을 구한다고 한다면, 곧 그것이 추(醜)인 것이다.
不求美, 又不求醜, 則無美無醜矣.
미(美)를 구하지 않으면서, 또 추(醜)를 구하지 않으면, 미(美)도 없고 추(醜)도 없는 것이 된다.
是謂玄同.
이를 일러 '현동(玄同)'이라 말한다.
申徒狄負石, 自沈於淵而溺者不可以爲抗.
신도적(申徒狄)은 돌을 등에 짊어지고, 스스로 연못에 몸을 던졌지만 그러나 물에 빠지는 것을 고상한 행위라고는 말할 수 없다.
弦高誕而存鄭, 誕者不可以爲常.
현고(弦高)는 속임수로써 정(鄭)나라를 구하였으나, 그러나 속임수를 상투적인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事有一應而不可循行.
사물에는 한 번은 적응을 하더라도 반복하여 행하여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人有多言者, 猶百舌之聲.
사람중에는 말이 많은 자가 있는데, 마치 백설(百舌)이 지저귀는 것과 같다.
人有少言者, 猶不脂之戶也.
사람중에는 말이 없는 자가 있는데, 마치 기름을 칠하지 않은 문(戶)과 같다.
六畜生多耳目者不詳.
여섯 가지 가축으로 태어나 눈과 귀가 많은 것은 불길한 것이다.
讖書著之.
참서(讖書)에도 그렇게 저술되어 있다.
百人抗浮, 不若一人挈而趨.
백사람이 표주박을 들어 올리는 것보다, 단 한 사람이 손에 들고 가는 편이 낫다.
物固有衆而不若少者.
사물에는 아무리 많더라도 적은 것만 못한 것이 있다.
引車者二六而後之,
수레를 끄는 데에 12명이 달려들면 도리어 늦어지고 만다.
事固有相待而成者.
사물에는 상대방이 있어야 비로소 성립되는 것이 있다.
兩人俱溺, 不能相拯, 一人處陸則可矣.
두 사람이 함께 물에 빠지면, 서로 구해줄 수가 없지만, 한 사람이 뭍에 있다면 능히 구해줄 수가 있다.
故同不可相治.
그러므로 같은 것끼리는 서로 다스릴 수가 없다.
必待異而後成.
반드시 다른 것이어야만 이루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7] 인의(仁義)는 도덕(道德)속에 포함된다
千年之松, 下有茯苓, 上有兔絲.
천년의 소나무가 있는데, 그 아래에 복령(茯苓)이 있으면, 그 위에는 토사(兔絲)가 난다.
上有叢蓍, 下有伏龜.
위에 시초(蓍草)가 무더기로 자라면, 그 밑에는 거북이 숨어 있다.
聖人從外知內, 以見知隱也.
성인(聖人)은 바깥에서 속을 살피어 알고, 나타난 것에 의해 숨겨져 있는 것을 아는 것이다.
喜武非俠也, 喜文非儒也.
무(武)를 좋아한다고 해서 임협(任俠)은 아니고, 문(文)을 좋아한다고 해서 유자(儒子)는 아니다.
好方非醫也, 好馬非騶也, 知音非瞽也, 知味非庖也.
방술(方術)을 좋아한다고 해서 의사(醫師)는 아니고, 마술(馬術)을 좋아한다고 해서 마부(騶)는 아니며, 음악(音樂)을 안다고 해서 고사(瞽師)는 아니고, 미각(味覺)을 안다고 해서 요리사(庖丁)는 아니다.
此有一槩, 而未得主名也.
이러한 사람들은 모두 그 기술의 대강은 터득하고 있지만, 그러나 그러한 이름으로 불릴 정도로 숙달되어 있지는 못하다.
被甲者非爲十步之內也.
갑주(甲胄)를 몸에 걸친 자는 10보(步) 이내의 전투를 위해 입고 있는 것은 아니다.
百步之外, 則爭深淺.
100보 이상 떨어진 곳에서의 공격에 대비하며, 전쟁에서 상처의 깊이를 문제로 삼고 있는 것이다.
深則達五藏, 淺則至膚而止矣.
만일 상처가 깊으면 오장(五藏)까지 도달하지만, 상처가 얕으면 피부가 벗겨지는 찰과상 정도로 끝나게 된다.
死生相去, 不可爲道里.
죽음과 삶의 분기점은 그 거리는 이수(里數)로 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楚王亡其猨, 而林木爲之殘, 宋君亡其珠, 池中魚爲之殫.
초왕(楚王)이 애원(愛猨)을 놓쳤는데, 숲의 수목은 그 때문에 베어졌고, 송군(宋君)이 진주(珍珠)를 잃어 버리자, 연못 속의 물고기는 그 때문에 말라 죽었다.
故澤失火而林憂.
그러므로 저습한 들판에 화재가 있었다고 하여 숲의 수목에까지 재앙이 미칠 것을 걱정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上求材, 臣殘木;
군주가 재목을 요구하면 신하는 나무를 베어 쓰러 뜨리고,
上求魚, 臣乾谷;
군주가 물고기를 요구하면 신하는 온 골짜기 속을 말려 버리며,
上求楫, 而下致船.
군주가 노(櫓)를 요구하면 신하는 배를 가져다 준다.
上言若絲, 下言若綸.
위에서 하는 말은 실처럼 가늘더라도, 아래서 하는 말은 새끼줄(綸)처럼 굵어진다.
上有一善, 下有二譽.
위에서 한 가지의 선행이 있으면, 아래에서는 두 가지의 자랑거리가 생기고,
上有三衰, 下有九殺.
위에서 세 가지의 태만함이 있으면, 아래에서는 아홉 가지의 의욕이 죽게 되는 것이다.
大夫種知所以强越, 而不知所以存身.
대부(大夫) 종(種)은 월(越)나라를 강국으로 만드는 길을 알고 있었으나, 자신을 온전히 보존하는 길은 알지 못하였고,
萇弘知周之所以存, 而不知身之所以亡.
장홍(萇弘)은 주(周)나라를 존속시키는 길은 알고 있었으나, 자신을 파멸시키는 까닭은 알지 못하였다.
知遠而不知近.
먼 것은 알고 있었으나 가까운 것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畏馬之辟也, 不敢騎;
말의 다리가 부러질 것이 두려워서 감히 타려고 하지 않고,
懼車之覆也, 不敢乘.
수레가 뒤집어 질 것이 두려워서 감히 타려고 하지 않는다.
是以虛禍距公利也.
이것은 있을는지 없을는지 모르는 재앙을 두려워 하여 일반적인 이익을 멀리하는 것이다.
不孝弟者, 或詈父母.
효제(孝弟)하지 못하는 자는, 때로는 부모를 욕하는 일이 있다.
生子者, 所不能任其必孝也, 然猶養而長之.
자식을 낳는 것은 그 자식이 반드시 효자로 자라는 보증은 없지만, 그러나 길러서 자식을 성장시키는 것이다.
范氏之敗, 有竊其鍾, 負而走者, 鎗然有聲, 懼人聞之, 遽掩其耳.
범씨(范氏)가 패배했을 때, 은밀히 그 군종(軍鐘)을 등에 짊어지고 도망친 자가 있었는데, 쾅하고 소리가 나자 남들이 듣는 것을 두려워 하여, 엉겁결에 자신의 귀를 막았다.
憎人聞之可也, 自掩其耳悖矣.
남들이 듣는 것을 싫어하는 것까지는 좋지만, 자기의 귀를 막는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升之不能大於石也, 升在石之中.
되인 승(升)이 석(石)보다 크지 못한 것은 승(升)이 석(石)속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夜之不能脩其歲也, 夜在歲之中.
밤이 세(歲)보다 길 수가 없는 것은 밤이 세(歲)속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仁義之不能大於道德也, 仁義在道德之包.
인의(仁義)가 도덕(道德)보다 클 수가 없는 것은 인의(仁義)가 도덕(道德)속에 포함되기 때문인 것이다.
[8] 일의 선후(先後)와 상하(上下)를 깊이 생각하라
先針而後縷, 可以成帷;
바늘을 앞에 하고 실(縷)을 뒤따르게 하면 장막(帳幕)도 만들 수 있지만,
先縷而後針, 不可以成衣.
실을 앞에 하고 바늘을 뒤로하면 옷조차 지을 수가 없다.
針成幕, 蔂成城.
바늘은 장막을 만들어 내고, 흙삼태기는 성을 쌓아 올릴 수가 있다.
事之成敗, 必由小生.
일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의 여부는, 반드시 작은 것에 원인이 있다.
言有漸也.
점차 쌓아 올림으로써 이루어 진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染者先靑而後黑則可.
염색을 하는 자는 파람색을 먼저 염색하고 검은 색을 염색하면 잘 된다.
先黑而後靑則不可.
검은 색을 먼저 하고 그 다음에 파란색을 물들이면 잘 되지 않는다.
工人下漆而上丹則可.
기술자는 칠(漆)을 밑에 바른 다음 단(丹)을 그 위에 덧칠을 하면 잘 된다.
下丹而上漆則不可.
그러나 단을 아래에 바르고 그 위에 옻칠을 하면 잘되지 않는다.
萬事猶此, 所先後上下, 不可不審.
모든 일은 이와 같은 것이어서 앞뒤나 상하의 관계에 있어서는 깊이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水濁而魚噞, 形勞則神亂.
물이 흐리면 물고기는 숨쉬기 어려워서 뻐끔뻐끔 헐떡이며, 육체가 피로하면 정신도 어지러워 진다.
故國有賢君, 折衝萬里.
그러므로 나라에 현명한 신하가 있으면 다른 나라는 두려워서 침공하지 못하고, 만리의 먼 곳에 나가서도 외교를 절충할 수가 있다.
因媒而嫁, 而不因媒而成.
중매인에 의해서 결혼이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결혼을 잘 할 수 있는 것은 중매인에 의한 사항이 아니다.
因人而交, 不因人而親.
남의 소개에 의해서 교제하게 마련인데, 친해지는 것은 소개자에 의한 것이 아니다.
行合趨同, 千里相從;
행동이 일치되고 목적이 서로 같으면, 천리의 길이라도 함께 갈 수 있지만,
行不合, 趨不同, 對門不通.
행동도 다르고 추구하는 목적도 다르면 대문을 서로 마주보며 살더라도 통할 수가 없다.
海水雖大, 不受胔芥.
바다나 강이 비록 크다고 할지라도, 먼지나 쓰레기를 받아 들이지 않는다.
日月不應非其氣.
해나 달은 그것에 속하는 기(氣)가 아니면 응대하는 일이 없다.
君子不容非其類也.
군자는 자신과 같은 부류가 아니면 용납하지 않는다.
人不愛倕之手, 而愛己之指.
사람은 두 어깨에서 늘어진 팔(倕)끝의 손(手)을 사랑할 수가 없고, 역시 자기의 손가락을 사랑하는 법이다.
不愛江漢之珠, 而愛己之釣.
또 장강(長江)이나 한강(漢江)에 있는 진주(珍珠)를 사랑하는 일이 없고, 자신의 낚싯바늘을 사랑하는 법이다.
以束薪爲鬼, 以火煙爲氣.
다발로 묶어놓은 땔나무를 사령(死靈)이라 생각하고, 연기가 피어 오르는 것을 흉조(凶兆)로 생각한다.
以束薪爲鬼, 朅而走;
그리고 땔나무 다발을 사령이라 생각하고는 숨차도록 도망을 치거나,
以火煙爲氣, 殺豚烹狗.
연기를 흉조로 생각하여 돼지를 잡고 개를 삶아서 제단에 바친다.
先事如此, 不如其後.
지레 짐작하는 것이 이 정도라면 차라리 판단을 더디 하는 편이 낫다.
巧者善度, 知者善豫.
교묘한 자(巧者)는 미래의 일을 잘 예측하고, 지혜있는 자(知者)는 장래의 일에 대비를 잘 한다.
羿死桃部, 不給射.
예(羿)는 복숭아나무로 만든 몽둥이로 죽음을 당할 때, 그 솜씨좋은 활을 쏠 틈이 없었다.
慶忌死劒鋒, 不給搏.
경기(慶忌)는 요리(要離)의 검(劍)에 의해 죽었는데, 그 솜씨좋은 박술(搏術)을 사용할 틈이 없었던 것이다.
[9] 지혜를 사용하는데는 분별(分別)이 있어야 한다
滅非者戶告之, 曰; 我實不與我諛. 亂謗乃愈起.
비난을 소멸시키고자 하는 사람이 집집마다 돌아 다니며 말하기를, '나는 실로 자신을 위해 아첨하지 않는 사람이다'고 한다면, 그에 대한 비방은 오히려 점점 더 심해질 것이다.
止言以言, 止事以事,
말에 의해 말을 막으려 하고, 일에 의해 일을 막고자 하는 것은,
譬猶揚堁而弭塵, 抱薪而救火.
비유컨대 흙을 날리면서 먼지를 가라 앉히려고 한다든가, 장작을 끌어안고 불을 끄려고 하는 것과 같다.
流言雪汙, 譬猶以涅拭素也.
소문을 흘려서 악평(惡評)을 막으려고 하는 것은, 비유컨대 검은 것으로 하얀 것을 닦으려는 것과 같아서 더욱 심해질 뿐이다.
矢之於十步, 貫兕甲, 於三百步不能入魯縞.
화살은 10보(步)의 거리라면, 코뿔소의 가죽으로 만든 겁옷도 뚫지만, 3백 보(步)의 거리가 되면 노호(魯縞)조차도 뚫을 수가 없다.
騏驥一日千里, 其出致釋駕而僵.
기기(騏驥)의 준마(駿馬)는 하루에 천리를 달리지만, 그것을 넘으면 수레를 버리고 쓰러지려고 한다.
大家攻小家, 則爲暴, 大國幷小國, 則爲賢.
대가(大家)가 소가(小家)를 치는 경우는 횡포하다고 하는데, 대국(大國)이 소국(小國)을 병탄하는 것은 현명하다고 한다.
小馬非大馬之類也, 小知非大知之類也.
소마(小馬)는 대마(大馬)와 같은 부류(同類)이고, 소지(小知)는 대지(大知)와 같지 않은 별류(別類)인 것이다.
被羊裘而賃, 固其事也;
양가죽 옷을 입고 품팔이를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貂裘而負籠, 甚可怪也.
담비의 가죽 옷을 입고 삼태기를 드는 것은 매우 괴이한 일이다.
以潔白爲汚辱, 譬猶沐浴而抒溷, 薰燧而負彘.
결백한 몸을 더러움(汚辱)에 사용하는 것은 비유컨대 목욕을 하고 나서 뒷간을 치운다든가, 향내를 품고서 돼지를 등에 짊어지는 것과 같은 것이다.
治疽不擇善惡醜肉而幷割之, 農夫不察苗莠, 而幷耘之, 豈不虛哉.
종기를 고치겠다고 하는 자가 좋은 살과 나쁜 살의 구별이 없이 모두 떼어내 버린다든가, 농부가 곡식의 싹과 잡초를 구별하지 않고 모두 베어 낸다고 한다면, 이 얼마나 헛된 일이란 말인가?
壞塘以取龜, 發屋而求狸, 拙室而求鼠, 割脣而治齲.
제방을 무너뜨려서라도 거북을 잡으려 하고, 지붕을 걷고서라도 너구리를 잡으려 하며, 방의 구들짱을 뜯어 내더라도 쥐를 잡으려 하며, 입술을 찢더라도 충치를 치료하려고 한다.
桀跖之徒, 君子不與.
이처럼 걸왕(桀王)이나 도척(徒跖)과 같은 무리를, 군자는 더불어 관여(關與)하지 않는다.
殺戎馬而求狐狸, 援兩鼈而失靈龜,
군마(軍馬)를 죽이면서까지 여우와 너구리를 쫓고, 자라를 잡기 위해 영귀(靈龜)를 잃으며,
斷右臂而爭一毛, 折鏌邪而爭錐刀.
오른 팔을 절단하면서까지 털 한개를 소중히 하고, 막야(鏌邪)의 검(劍)을 부러뜨리면서도 추도(錐刀)를 손에 넣으려 한다.
用智如此, 豈足高乎.
지혜를 사용하는 데 이처럼 되어서는, 어찌 높이 존경받을 수 있겠는가?
寧百刺以針, 無一刺以刀.
차라리 바늘로 백 번을 찌를지언정, 칼로 한 번 찔러서는 안 된다.
寧一引重, 無久持輕.
차라리 무거운 것을 한번 끌지언정, 오랫동안 가벼운 것을 들고 있어서는 안 된다.
寧一月饑, 無一旬餓.
차라리 보잘것 없는 음식을 먹으며 한 달을 지낼지언정,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 열흘을 지내서는 안 된다.
萬人之蹪, 愈於一人之隧.
만인(萬人)이 넘어지는 것은 한 사람이 함몰(陷沒)되는 것이다.
[10] 성인(聖人)은 날(日)마다 해(歲)마다 향상된다
有譽人之力儉者, 舂至旦, 不中員呈猶謫之.
남의 근면하고 검소한 것을 보고 이를 칭찬하는 자가 있었는데, 그 사람에게 절구질을 시켰더니 날이 새도록, 정해진 양을 빻지 못했다고 하여 오히려 꾸짖었다고 한다.
察之乃其母也.
자세히 살펴보니 일하고 있는 것은 그의 어머니였다.
故小人之譽人, 反爲損.
그러므로 소인(小人)이 남을 칭찬하는 것은 도리어 그 사람을 비난하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東家母死, 其子哭之不哀.
동쪽 집의 어머니가 죽자, 그의 아들이 곡(哭)을 하는데 슬퍼하지 않는 것 같았다.
西家子見之, 歸謂其母曰: 社何愛速死. 吾必悲哭社.
서쪽 집의 아들이 이것을 보고, 돌아와서 그 어머니에게 말하였다. "어머니는 왜 빨리 돌아가시지 않습니까? 나는 틀림없이 슬프게 곡(哭)을 할 텐데요."
夫欲其母之死者, 雖死亦不能悲哭矣.
무릇 자기의 어머니가 죽기를 원하는 사람은 비록 죽었다고 할지라도 슬프게 곡을 할 수는 없다.
謂學不暇者, 雖暇亦不能學矣.
학문을 할 여가가 없다고 하는 사람은 비록 여가가 있다고 할지라도 학문을 할 수는 없다.
見窾木浮而知爲舟, 見飛蓬轉而知爲車.
속이 비어 있는 나무가 떠있는 것을 보고 배만드는 것을 알게 되었고, 마른 쑥이 바람에 굴러 다니는 것을 보고 수레 만드는 것을 알게 되었다.
見鳥迹而知著書.
새의 발자국을 보고 문자(文字)를 그리는 것을 알게 되었다.
以類取之.
같은 것에서 연상(連想)을 하여 취했던 것이다.
以非義爲義, 以悲禮爲禮;
불의(不義)에 의해서 의(義)를 행하고, 비례(非禮)에 의해서 예(禮)를 행하는 것은,
譬猶倮走而追狂人, 盜財而予乞者,
비유컨대 벌거벗고 뛰어 미친 사람을 뒤쫓는다든가, 남의 재산을 도둑질하여 거지에게 나누어 준다든가,
竊簡而寫法律, 蹲踞而誦詩書.
간책(簡策)을 훔쳐서 법률(法律)을 베껴 쓴다든가, 쭈그려 앉아서 시경(詩經)과 서경(書經)을 읽는 것과 같다.
割而舍之, 鏌耶不斷肉.
갈라서 팽개쳐 두면, 막야(鏌耶)와 같은 명검(名劍)도 고기를 자를 수 없다.
執而不釋, 馬釐截玉.
손에 잡고 놓지 않고 있으면, 말의 꼬리털로도 보옥(寶玉)을 자를 수 있다.
聖人無止.
성인(聖人)은 끊임없이 힘쓰며 멈추는 일이 없다.
無以歲賢昔, 日兪昨也.
그러기에 해마다 지난해보다 현명해 지는 것이며, 날마다 어제보다 더 향상해 가는 것이다.
[11] 전체를 이해하는 요점을 알아야 한다
馬之似鹿者千金, 天下無千金之鹿.
사슴과 닮은 말(馬)은 천금의 가치가 있는데, 그러나 막상 천하에는 천금의 가치를 지닌 사슴은 없다.
玉待礛諸而成器.
옥(玉)은 숫돌로 갊으로써 자질을 성취한다.
有千金之璧, 而無錙錘之礛諸.
천금의 벽(璧)은 있지만, 그러나 막상 그것을 갈 수 있는 이속삼문(二束三文)의 숫돌은 없다.
受光於隙, 照一隅;
빛을 틈으로 받으면 한쪽 모퉁이가 비춰지고,
受光於牖, 照北壁;
빛을 창(牖)으로 받으면 북쪽 벽이 비춰지며,
受光於戶, 照室中無遺物.
빛을 문(戶)으로 받으면 방안에 비춰져 보이지 않는 것이 없게 된다.
況受光於宇宙乎.
하물며 빛을 공중 가득히 받는다고 한다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天下莫不藉明於其前矣.
천하가 그 빛에 의해 밝게 비춰지지 않는 것이라고는 없다.
由此觀之, 所受者小則所見者淺, 所受者大則所照者博.
이런 점에서 관찰하여 보건대, 받는 빛이 적으면 보이는 범위도 좁고, 받는 빛이 많으면 비취는 범위도 광대(廣大)하다.
江出岷山, 河出崑崙,
양자강(長江)은 민산(岷山)에서 흘러 나오고, 황하(黃河)는 곤륜산(崑崙山)에서 흘러 나오며,
濟出王屋, 潁出少室,
제수(濟水)는 왕옥산(王屋山)에 근원을 두고, 영수(潁水)는 소실산(少室山)에 근원을 두고 있으며,
漢出嶓冢, 分流舛馳, 注於東海.
한수(漢水)는 파총산(嶓冢山)에 근원을 두고 각기 따로 흘러나와 동해(東海)로 흘러들게 된다.
所行則異, 所歸者一.
흐르고 있는 곳은 다르지만, 돌아가는 것은 하나인 것이다.
通於學者若車軸, 轉轂之中, 不運於己, 與之致千里.
학문에 통하고 있는 자는 차축(車軸)과 같아서, 회전하는 바퀴통 속에 있으면서 스스로 움직이지는 않더라도, 바퀴통과 함께 더불어 천리의 먼 곳에 이른다.
終而復始, 轉無窮之源.
끝이 나면 다시 그곳에서 다음 것이 시작되며, 이렇게 해서 무궁하게 원점(源點)에 서서 계속 회전해 가는 것이다.
不通於學者, 若迷惑, 告之以東西南北, 所居聆聆, 背而不得.
학문에 통하지 못하는 자는 길을 잃은 것과 같아서, 동서남북의 사방을 가르쳐 주면, 그 장소에서는 분명히 알아 듣는데, 막상 방향이 바뀌어 지면 모르게 된다.
不知凡要.
전체를 이해하는 요점을 모르기 때문인 것이다.
[12] 유형(有形)인 것은 무형(無形)에서 생겨난다
寒不能生寒, 熱不能生熱.
추위가 추위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더위가 더위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
不寒不熱, 能生寒熱.
춥지도 덥지도 않은 것이야말로, 추위와 더위를 능히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故有形出於無形, 未有天地能生天地者也.
그러므로 유형(有形)인 것은 무형(無形)에서 생겨난 것으로서, 천지가 천지를 능히 만들어 냈을리는 만무한 것이다.
至深微, 廣大矣.
매우 깊고 미세하며, 넓고 큰 도리인 것이다.
雨之集無能霑.
비가 내리고 있을 때에는 능히 물건을 적실 수가 없다.
待其止而能有濡.
그러나 그것이 땅에 떨어졌을 때 비로소 적시게 되는 것이다.
矢之發無能貫.
화살이 발사되었을 때에는 능히 관통할 수가 없다.
待其止而能有穿.
그러나 화살이 과녁에 닿았을 때 비로소 꿰뚫게 된다.
唯止能止衆止.
오직 머무는 것만이 모든 만물이 안정되는 지(止)만이 고정(止)시킬 수 있는 것이다.
因高而爲臺, 就下而爲池.
그렇기에 높은 곳을 따라서 대(臺)를 짓고, 낮은 곳을 따라서 연못을 판다.
各就其勢, 不敢更爲.
각각 지세(地勢)에 따라서 하되 새삼스럽게 감히 작위(作爲)를 하지 않는다.
聖人用物, 若用朱絲約芻狗, 若爲土龍以求雨.
성인(聖人)이 재물(財物)을 활용하는 모습은 마치 빨간 비단실을 사용하여 추구(芻狗)를 묶는다든가, 마치 점토(粘土)로 용(龍)을 만들어 기우제(祈雨祭)에 쓰는 것과 같다.
芻狗待之而求福, 土龍待之而得食.
추구(芻狗)는 그것으로 행복을 기대하며 구하는 것이며, 토룡(土龍)은 그것으로 풍양(豊穰)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魯人身善制冠, 妻善織履, 往徙於越而大困窮.
노(魯)나라 사람으로서 자신은 관(冠)을 잘 만들고, 그 아내는 가죽신을 잘 만드는 부부가 있었는데, 월(越)나라로 이사를 한 뒤에는 매우 궁핍해 지고 말았다.
以其所脩而游不用之鄕,
그 몸에 익힌 기술을 믿으면서도 그 기술이 무용(無用)한 곳으로 이사를 가는 것은,
譬若樹荷山上, 而畜火井中;
비유컨대 연(蓮)을 산꼭대기에 심고, 불을 우물 속에서 피우려는 것과 같으며,
操釣上山, 揭斧入淵.
낚싯대를 들고 산으로 오르고, 도끼를 들러 메고 깊은 연못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은 것이다.
欲得所求難也.
그러므로 기대하는 바를 구하고자 하여도 어려운 것이다.
方車而蹠越, 乘桴而入胡, 欲無窮不可得也.
수레를 몰고 물이 많은 월(越)나라로 간다거나, 뗏목을 조종하여 들판이 넓은 호지(胡地)로 들어 간다고 한다면, 궁핍함을 면하기를 원한다고 해도 되지 않는 것이다.
[13] 시의(時宜)를 얻느냐 얻지 못하느냐의 차이
楚王有白蝯, 王自射之則搏矢而熙.
초왕(楚王)에게 애완용 흰 원숭이가 있었는데, 왕 자신이 쏘려고 하면 화살을 뺏어서 희롱을 하였다.
使養由基射之, 始調弓矯矢, 未發而蝯擁柱號矣.
양유기(養由基)에게 쏘도록 하였더니, 활의 시위를 잡아 당기고 화살을 점검하였을 뿐, 아직 쏘려고 하지도 않았는데 원숭이는 기둥 뒤로 도망쳐서 울어댔다.
有先中中者也.
적중도 하기도 전에 적중된 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和氏之璧, 夏后之璜, 揖讓而進之, 以合歡, 夜以投人則爲怨.
화씨벽(和氏璧)이나 하후황(夏后璜)은, 공손히 받들어 올리면 이를 기뻐하는 바이지만, 한밤중에 그것을 남에게 집어 던지면 원한을 살 뿐이다.
時與不時.
그것은 시의(時宜)를 얻느냐 얻지 못하느냐의 차이인 것이다.
畵西施之面, 美而不可說.
그림으로 그린 서시(西施)의 얼굴은, 아름답지만 열락을 줄 수는 없다.
規孟賁之目, 大而不可畏.
그림쇠로 그린 맹분(孟賁)의 눈은, 크더라도 남을 두렵게 할 수가 없다.
君形者亡焉.
그 맹분의 모습에 그 다운 모습이 없기 때문이다.
人有昆弟相分者無量, 而衆稱義焉.
어떤 사람이 있어 형제간에 재산을 나누게 되었는데 그 양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으므로, 사람들은 그 고의(高義)를 칭송(稱頌)했다.
夫唯無量, 故不可得而量也.
원래 무량(無量)이었을 뿐이었으므로, 그래서 양을 헤아릴 수가 없었던 것 뿐이었다.
登高使人欲望, 臨深使人欲闚.
높은 곳에 오르면 사람들은 먼 곳을 바라보려 하고, 깊은 연못에 들어가면 사람들은 두리번 거리게 된다.
處使然也.
처해 있는 장소가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射者使人端, 釣者使人恭.
사술(射術)은 사람의 자세를 똑바르게 하고, 낚시질은 사람의 태도를 공손하게 한다.
事使然也.
하고 있는 일이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曰殺罷牛, 可以贖良馬之死, 莫之爲也.
말하자면 늙은 소를 죽이면, 양마(良馬)를 죽인 것을 가히 속죄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것을 실제로 행한 사람은 없다.
殺牛必亡之數.
소를 죽이면 반드시 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以必亡贖不必死, 未能行之者矣.
반드시 처형을 당할 것을 반드시 죽이지 않아도 될 것과 맞바꾼다는 것은 도저히 행할 수 있는 짓이 못된다.
[14] 이리(狼)가 많으면 사람이 잡아 먹힌다
季孫氏劫公家.
계손씨(季孫氏)가 노군(魯君)을 겁주어 국정을 전단하고 있었다.
孔子說之, 先順其所爲而後與之入政.
공자(孔子)는 이를 기뻐하며, 우선 계씨(季氏)의 방법에 따라서 정치에 참여하려는 생각을 하였다.
曰: 擧枉與直, 如何而不得. 擧直與枉, 勿與遂往.
그래서 이렇게 말하였다. "구부려진 자(尺)를 곧게 하려는 자와 손잡는 것이라면, 어찌 나쁘겠는가? 반대로 곧은 자가 구부러진 자와 손잡는 것이라면, 그 동료가 되지 않고 재빨리 떠나리라."
此所謂同汚而異塗者.
이것이 이른바 함께 손을 더럽히더라도 행동은 달리 한다는 것이다.
衆曲不容直, 衆枉不容正.
모든 사람들이 구부러져 있으면 곧은 사람은 받아 들여지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잘못되어 있으면 곧은 사람은 받아 들여지지 않는다.
故人衆則食狼, 狼衆則食人.
그러므로 사람들이 많으면 이리를 잡아 먹지만, 이리가 많으면 사람이 잡아 먹히는 셈이다.
欲爲邪者, 必相明正;
사악(邪惡)을 꾸미는 자는 반드시 정의(正義)를 밝히고,
欲爲曲者, 必相達直.
곡사(曲事)를 꾀하는 자는, 반드시 먼저 직행(直行)에 달하기를 힘쓴다.
公道不立, 私欲得容者, 自古及今, 未嘗聞也.
공도(公道)가 세워지지 않고, 사욕(私欲)이 받아들여 졌다는 이야기는 예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아직 들어본 적이 일찌기 없었다.
此以善託其醜.
이것은 자신의 악행(惡行)을 선사(善事)에 의지하려는 것이다.
衆議成林, 無翼而飛.
여러 사람들이 그렇다고 말하면 평지에 숲이 생기기도 하고, 날개 없는 새가 하늘을 날게 된다.
三人成市虎.
세 사람이 말하면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난다.
一里撓稚.
한 마을 사람들 모두가 입을 모으면 망치도 구부리는 역사(力士)가 나타난다.
夫游沒者不沐浴.
무릇 수영을 하거나 잠수를 하는 사람은 목욕을 할 필요가 없다.
已自足其中矣.
그때에도 이미 목욕을 충분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故食草之獸, 不疾易藪.
그러므로 초식동물은 그 숲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水居之蟲, 不疾易水.
수서동물(水棲動物)들은 살고 있는 수역(水域)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行小變而不失常.
행동에 다소의 변화가 있더라도 그 습성을 잃지 않기 때문이다.
[15] 성인(聖人)은 평소에 도(道)를 길러 때를 기다린다
信有非, 禮而失禮.
신(信)에도 틀린 것이 있고, 예(禮)에도 잃는 것이 있다.
尾生死其梁柱之下, 此信之非也.
미생(尾生)이 교각(橋脚) 아래에서 죽은 것은 이것은 잘못된 일로서 옳지 못한 신(信)이었다.
孔氏不喪出母, 此禮之失者.
공씨(孔氏:孔子)가 이혼한 어머니의 복상(服喪)을 하지 않은 것은 이것은 잘못된 예로서 옳지 못한 예(禮)이었다.
曾子立孝, 不過勝母之閭.
증자(曾子)는 효(孝)를 중시하여, 그는 '승모(勝母)'라는 마을을 지나가지 않았다.
墨子非樂, 不入朝歌之邑.
묵자(墨子)는 음악을 비난하였으므로 그는 '조가(朝歌)'라는 성읍에 들어가지 않았다.
孔子立廉, 不飮盜泉.
공자(孔子)는 청렴함을 중시했으므로 그는 '도천(盜泉)'이란 물을 마시지 않았다.
所謂養志者也.
이것을 일러 '뜻을 함양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紂爲象箸而箕子唏, 魯以偶人葬而孔子嘆.
주왕(紂王)이 상아로 젓가락을 만들자 기자(箕子)는 한탄하고 슬퍼하며, 노(魯) 땅에서 인형을 만들어 장사를 지내자 공자는 이를 한탄하였다.
故聖人見霜而知氷.
그러므로 서리가 내린 것을 보면 결빙(結氷)에 이를 것을 짐작하는 바이다.
有鳥將來, 張羅而待之, 得鳥者羅之一目也.
새가 날아 올 때에 그물을 펼치고 새를 기다리는데, 새가 걸리는 것은 한 코의 그물에 지나지 않는다.
今爲一目之羅則無時得鳥矣.
하지만 지금 한 코의 그물을 쳐둔다면 우연하게라도 새를 잡을 수는 없다.
今被甲者, 以備矢之至.
또한 지금 갑옷을 입는 것은 그것으로 날아오는 화살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若使人必知所集, 則懸一札而已矣.
만일 그 사람에게 화살이 날아오는 방향을 알 수 있게 한다면, 한 장의 갑옷 비늘만 결쳐 입어도 충분할 것이다.
事或不可前規.
사물에는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物或不可豫慮, 卒然不戒而至.
사물은 사전에 미리 생각하지 못하므로, 돌연히 아무런 조짐도 없이 찾아오는 수가 있다.
故聖人畜道以待時.
그런 까닭에 성인은 평소부터 도(道)를 몸에 기르며 때가 이르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髡屯犁牛, 既犐以㹋, 決鼻而羈, 生子而犧, 尸祝齊戒以沈諸河.
못생긴 얼룩소로서 뿔이 잘리고 꼬리도 잘린 소는, 코가 뚫리고 굴레도 씌워져서 경작하는 데 투입되지만, 그 새끼가 희생물이 된다면 제관(祭官)은 목욕재계하고 그 송아지를 강물에 넣을 것이다.
河伯豈羞其所從出, 辭而不享哉.
이에 하백(河伯)은 그 어미가 못생긴 얼룩소였음이 싫어서 희생의 제물을 거부하는 짓 따위를 행하겠는가?
[16] 성인(聖人)과 우자(愚者)의 보는 관점은 다르다
得萬人之兵, 不如聞一言當.
만명(萬人)의 병력(兵力)을 얻는 것보다는 진리에 합당한 말 한마디를 듣는 편만 못하다.
得隨侯之珠, 不若得事之所由.
수후(隨侯)의 구슬을 얻는 것보다는 일이 생기는 원인을 알아내는 것만 못하다.
得和氏之璧, 不若得事之所適.
화씨(和氏)의 벽(璧)을 얻는 것보다는 일이 되어가는 것을 아는편만 못하다.
撰良馬者, 非以逐狐狸, 將以射糜鹿.
좋은 말을 고르는 것은, 그것으로 여우나 너구리를 쫓기 위해서가 아니요, 장차 큰 사슴이나 작은 사슴을 쏘아 잡기 위해서이다.
砥利劒者, 非以斬縞衣, 將以斷兕犀.
검을 예리하게 숫돌에 가는 것은, 그것으로 비단옷을 찢기 위한 것이 아니며, 장차 코뿔소나 무소를 베어 끊어내기 위해서이다.
故高山仰止, 景行行止.
그러므로 높은 산이 있으면 멈추어 그것을 우러러 보고, 큰 도(道)가 있으면 멈추어 그것을 행하라고 시경(詩經)은 읊고 있다.
鄕若其人.
그러한 사람과 같이 되고 싶어 하는 것이다.
見彈而求鴞炙, 見卵而求晨夜;
탄환(彈丸)을 보고는 올빼미의 구운 고기를 생각하고, 알을 보고는 그것이 한밤중과 새벽을 알려 주기를 원하며,
見黂而求成布, 雖其理哉.
삼씨를 보고는 길쌈할 천을 바라는 것은, 비록 이치에는 맞는 것일지라도 너무 성급한 것이 아니겠는가?
亦不病暮.
또한 병이 들어 깊어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象解其牙, 不憎人之利也.
코끼리는 그 이빨이 빠져 버리면, 사람들이 그것을 이용하려는 것을 미워하지 않는다.
死而棄其招簀, 不怨人取之.
사람이 죽어서 탕관(湯灌)할 때에 사용한 댓자리를 버린 경우에도, 남이 그것을 줍더라도 죽은 사람이 그것을 원망하지 않는다.
人能以所不利, 利人則可.
사람은 자기에게 필요가 없는 것을 남이 그것을 이용하더라도 상관하지 않는다.
狂者東走, 逐者亦東走.
미친 사람이 동쪽을 향해서 달리면 그를 쫓는 자 역시 동쪽을 향해서 달린다.
東走則同, 所以東走則異.
동쪽으로 달린다는 점에서는 같은 것인데, 동쪽으로 달리는 그 이유는 서로 다르다.
溺者入水, 拯之者亦入水.
물에 빠진 자가 물속에 있으면, 그를 구출하려는 사람 역시 물속으로 들어간다.
入水則同, 所以入水者則異.
물속에 들어 있다는 점에서는 같은 것이지만, 그러나 물속에 들어있는 그 이유는 다른 것이다.
故聖人同死生, 愚人亦同死生.
그러므로 성인(聖人)은 죽음과 삶을 동일하게 보는데, 어리석은 사람도 죽음과 삶을 똑같이 본다.
聖人之同死生, 通於分理.
성인의 경우에는 사생(死生)의 분별이나 사생을 간은 것으로 보는 것은 이치를 분별하는 데 통달해 있는 것인데,
愚人之同死生, 不知利害所在.
어리석은 사람의 경우에는 생(生)은 이(利)로 보고, 죽음을 해(害)로 보는 구별조차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17] 목적을 이루려면 미리 그 도구를 준비해야 한다
徐偃王以仁義亡國, 國亡者非必仁義.
서(徐)나라 언왕(偃王)은 인의(仁義)에 구애되어 나라를 멸망시켰는데, 나라가 멸망하는 것은 반드시 인의(仁義) 때문만이 아니다.
比干以忠靡其體, 被誅者非必忠也.
비간(比干)은 충의(忠義)를 내세우다가 자기 몸을 해쳤는데, 주살(誅殺)을 당하는 것은 반드시 충의(忠義) 때문만은 아니다.
故寒顫, 懼者亦顫.
그런데 사람은 추우면 떨고, 무서워도 역시 전률한다.
此同名而異實.
이것은 떤다는 말은 마찬가지이지만 그 실태는 다르다.
明月之珠, 出於蠬蜃;
명월(明月)의 진주(珍珠)는 대합(大蛤)에서 채취를 하는데,
周之簡圭, 生於垢石.
주(周)나라의 간규(簡圭)는 더러운 돌 사이에서 생산된다.
大蔡神龜, 出於溝壑;
대채(大蔡)에서 나오는 신귀(神龜)는, 시궁창에서 잡히고,
萬乘之主冠錙錘之冠, 履百金之車.
만승(萬乘)의 군주(君主)는 머리에 작은 관(冠)을 쓰며, 발밑으로는 백금(百金)의 수레를 밟는다.
牛皮爲賤, 正三軍之衆.
소의 가죽은 값이 싸지만, 삼군(三軍)의 무리를 정렬시킨다.
欲學歌謳者, 必先徵羽樂風.
노래 부르기를 배우려는 사람은 반드시 오음(五音)을 바르게 부르는 것과 음악에 의한 교화를 선행(先行)한다.
欲美和者, 必先始於陽阿采菱.
소리 조화의 아름다움을 숙달하고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양아(陽阿)'니 '채릉(采菱)'의 음악부터 연주하기 시작한다.
此皆學其所不學, 而欲至其所學者.
이러한 것들은 모두 남이 배우지 않는 것을 배워서, 배우고자 하는 것에 이르려고 하는 것이다.
燿蟬者務在明其火, 釣魚者務在芳其餌.
불을 비추어 매미를 잡는 자의 임무는 그 불을 밝게 비추는 데에 있고, 물고기를 낚는 자의 임무는 그 미끼의 냄새를 좋게 하는 데 있다.
明其火者所以燿而致之也, 芳其餌者所以誘而利之也.
불을 밝게 하는 것은 매미를 유인하기 위한 것이며, 그 미끼의 냄새를 좋게 하는 것은 유인하여 고기를 잡기 위함이다.
欲致魚者先通水, 欲致鳥者先樹木.
물고기를 유인하려는 자는 먼저 수로(水路)를 뜷고, 새가 날아오도록 유인하는 자는 먼저 나무를 심는다.
水積而魚聚, 木茂而鳥集.
물이 집적(集積)되어야만 비로소 물고기가 모이게 되고, 수목이 우거져야만이 비로소 새가 날아들게 된다.
好弋者先具繳與矰, 好魚者先具罟與罘.
주살질하기를 좋아하는 자는 먼저 실과 화살을 준비하고, 물고기를 좋아하는 자는 먼저 큰 그물과 작은 그물을 준비한다.
未有無其具而得其利.
아직까지 그 도구를 가지지 않은 채로 수확을 얻었다는 일은 없었다.
遺人馬而解其羈, 遺人車而稅其轙, 所愛者少而所亡者多.
남에게 말(馬)을 선물할 때에 그 굴레를 풀어주고, 남에게 수레를 선물할 때 그 고삐를 매는 고리를 풀어 보내는 일이 있다면, 적은 것을 아끼다가 잃는 것이 많아지게 된다.
故里人諺曰; 烹牛而不鹽, 敗所爲也.
그러므로 촌 사람들의 속담에도 이렇게 말하였다. '소를 삶아도 소금을 치지 않으면 맛이 없어 낭패한다.'
[18] 장점이나 단점이 있어도 목적은 같은 것이다
桀有得事, 堯有遺道, 嫫母有所美, 西施有所醜.
걸왕(桀王)에게도 본받을 만한 업적이 있고, 요왕(堯王)에게도 보잘 것없는 실수가 있었으며, 모모(嫫母)에게도 아름다운 점이 있었으며, 서시(西施)에게도 추(醜)한 점이 있었다.
故亡國之法有可隨者, 治國之俗有可非者.
그러므로 망국(亡國)의 법령에도 따라야 할 것이 있고, 다스려지는 나라의 풍속에도 부정해야 할 것은 있다.
琬琰之玉, 在洿泥之中, 雖廉者弗釋.
완염(琬琰)의 아름다운 옥(玉)이 진흙 구덩이 속에 있는 것은 비록 청렴한 사람조차 그냥 보아 넘기지 않는다.
弊箅甑瓾, 在抩茵之上, 雖貪者不博.
망가진 대바구니아 깨어진 시루등이, 털방석 위에 있는 것일지라도, 비록 탐욕한 자일지라도 주려고 들지 않는다.
美之所在, 雖汚辱, 世不能賤.
아름다운 것은 비록 아무리 더러운 곳에 있을지라도 세상 사람들은 그것을 경멸하지 않는다.
惡之所在, 雖高隆, 世不能貴.
그러나 추한 것이 있어, 비록 고상한 곳에 있다고 할지라도 세상 사람들은 이것을 존귀하게 여기지 않는다.
春貸秋賦, 民皆欣.
봄철에 곡식을 꾸어주고 가을에 세금으로 거두어 들이면 백성들은 모두 기뻐한다.
春賦秋貸, 衆皆怨.
그러나 봄철에 세금을 거두어 들이고 가을에 곡식을 꾸어 준다면 백성들은 모두 원망하게 된다.
得失同, 喜怒爲別, 其時異也.
얻고 잃음의 결과는 같은 것이지만, 기뻐하고 분노하는 것이 다른 것은 그 시행하는 시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爲魚德者, 非擊而入淵.
물고기를 위해서 해주어야 하는 일은, 이 물고기들을 잡아다가 연못에 풀어놓는 일이 아니다.
爲蝯賜者, 非負而緣木.
원숭이를 위해서 해주어야 하는 일은, 그 원숭이들을 등에 업고서 나무에 오르는 일이 아니다.
縱之其所而已.
그들이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하도록 해주는 것이야말로 중요한 것이다.
貂裘而雜, 不若狐裘而粹.
담비의 가죽옷도 색깔이 조잡하면, 여우의 가죽옷 중에서 순수한 색깔인 편이 오히려 낫다.
故人莫惡於無常行, 有相馬而失馬者.
그러므로 말(馬)의 상(相)을 본다고 하면서 지나치는 경우가 있는데, 훌륭한 말이 있는 것을 잃고 마는 것이다.
然良馬猶在相之中.
그렇기는 하지만 역시 그 상을 봄으로써 찾아내는 길밖에 없다.
今人放燒, 或操火往益之, 或接水往救之.
지금 사람이 화재를 당했을 때, 어떤 사람은 불타는 나무를 들고 달려가서 불을 더 타게 하고, 어떤 사람은 물을 뒤집어 쓰고 가서 불을 끄려고 한다고 하자.
兩者皆未有功, 而怨德相去亦遠矣.
그 어느 쪽도 효과를 올리지 못했지만, 원망을 받게 되는 쪽과 감사의 말을 듣는 쪽의 차이는 실로 분명해 진다.
郢人有買屋棟者.
영(郢) 사람으로 지붕의 동량을 사려는 자가 있었다.
求大三圍之木, 而人予車轂.
세 아름 정도 굵기의 나무를 구하였는데, 그런데 어떤 사람이 그에게 수레 바퀴를 주었다.
跪而度之, 雖可而長不足.
그가 쭈그리고 앉아서 그것을 재어 보니, 굵기는 좋았지만 길이가 모자랐다.
籧伯玉以德化, 公孫鞅以刑罪, 所極一也.
거백옥(籧伯玉)은 덕(德)으로 백성들을 교화하였고, 공손앙(公孫鞅:商鞅)은 형벌로 죄인을 처벌하였는데, 그 어느 쪽도 궁극적인 목적은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病者寢石, 醫之用針石, 巫之用糈藉, 所救鈞也.
환자가 자리에 누워 있으면, 의원(醫員)은 침이나 약석(藥石)으로 치료하고자 하고, 무당은 서(糈)나 자(藉)를 이용하여 신(神)에게 기도를 하는데, 그 어느 쪽도 구제하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인 것이다.
[19] 양쪽 모두가 강하고 단단하면 서로 어울리지 못한다
貍頭已癙, 鷄頭已瘻.
살쾡이 머리의 피는 쥐에게 물린 상처를 고쳐 주고, 이삭여뀌는 두창(頭瘡)을 낫게 하여 준다.
虻散積血, 斲木愈齲.
등에는 적혈(積血)을 빨아내 주고, 깎아낸 나무는 충치를 고쳐 준다.
此類之推者也.
이러한 부류들은 유사하다는 관점에서 미루어 알 수 있는 사상(事象)이다.
膏之殺鼈, 鵲矢中蝟, 爛灰生蠅, 漆見蟹而不乾.
기름은 자라를 죽이고, 까치 똥은 고슴도치를 중독시키며, 썩어 문드러진 재에서는 구더기가 생기고, 옻에 게가 가까이 오게되면 마르지 않게 된다.
此類之不推者也.
이러한 부류들은 유사하다는 관점에서 유추할 수 없는 사상(事象)이다.
推與不與, 若是而非, 若非而是.
유추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할 수가 없는 것 같으면서도, 사실은 할 수가 있는 경우도 있으며, 할 수 있는 것 같으면서도 할 수가 없는 경우도 있다.
熟能通其微.
누가 이 미묘한 사상(事象)에 능통할 수가 있겠는가?
天下無粹白狐, 而有粹白之裘, 掇之衆白也.
천하에 순백(純白)한 여우는 없는데, 그러나 순백의 여우 가죽옷이 있는 것은, 숱한 여우들의 하얀 털을 모았기 때문이다.
善學者, 若齊王之食鷄, 必食其蹠數十而後足.
잘 배운다고 하는 것은, 제왕(齊王)이 닭고기를 먹을 때, 언제나 그 다리를 수십 개나 먹어야 겨우 만족했다는 것과 같은 것이다.
刀便於剃毛, 至伐大木, 非斧不剋.
칼은 털을 깎아내는 데는 편리하지만, 큰 나무를 베어 쓰러뜨리는 일이라면 도끼가 아니면 잘 되지 않는다.
物固有以寇適, 成不逮者.
도구가 가지는 성능은 적당한 경우와,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視方寸於牛, 不知其大於羊.
소의 몸뚱이에서 사방 1치만 보아 가지고는 양(羊)보다 크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總視其體乃知其大相去之遠.
그 전체를 봄으로써 비로소 크기가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婦見兎而子缺脣, 見糜而子四目.
임신한 부녀자가 토끼를 보면 태어나는 아이가 언청이가 되고, 큰 사슴을 보게 되면 아이는 사목(四目)이가 된다.
小馬大目, 不可謂大焉.
작은 말(馬)이 눈을 크게 뜬다고 해도, 큰 말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大馬之目眇, 卽謂之眇馬.
큰 말의 눈이 가늘면, 묘마(眇馬:애꾸말)라고 할 수가 있다.
物固有似然而似不然者.
사물에는 실로 그럴것 같으면서도 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故決指而身死, 或斷臂而顧活.
예를 들면 손가락이 잘렸기 때문에 죽고 마는 경우도 있지만, 팔이 잘리고도 오히려 오래 사는 경우도 있다.
類不可必推.
같은 종류의 일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추측하고 헤아릴 수있는 것은 아니다.
厲利劒者, 必以柔砥; 擊鍾磬者, 必以濡木; 轂强必以弱軸.
예리한 칼을 가는 데는 반드시 부드러운 숫돌을 사용하고, 종경(鍾磬)의 악기를 두드리는 자는 반드시 젖은 나무를 사용하며, 바퀴통의 강한 수레는 반드시 부드러운 바퀴살을 사용한다.
兩堅不能相和, 兩强不能相服.
양쪽이 모두 딱딱하면 서로 화합이 되지 못하고, 양쪽이 모두 강하면 복종시킬 수가 없기 때문이다.
故梧桐斷角, 馬釐截玉.
그러므로 오동나무는 동물의 뿔을 자르고, 말 꼬리털은 보옥(寶玉)을 절단한다.
媒但者, 非學謾也, 但成而生不信.
중매인이 거짓말을 하는 것은 거짓말을 배우려고 하는 것이 아닌데, 다만 이 거짓말에 의해서 일이 이루어지면 불신감이 생긴다.
立慬者非學鬪爭也, 慬立而生不讓.
용기를 떨쳐 일어나게 하는 것은 싸움을 배우는 것이 아니지만, 용기가 떨쳐 일어나면 남에게 양보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생겨난다.
故君子不入獄, 爲其傷恩也.
그러므로 군주가 소송의 현장에 들어가지 않는 것은, 은애(恩愛)를 손상시키는 것을 두려워 하기 때문이다.
不入市爲其侳廉也.
군주가 시장에 발을 들여놓지 않는 것은 청렴한 마음을 욕되게 하는 것을 두려워 하기 때문이다.
積不可不愼者也.
거듭 쌓여져 나가는 것에는 신중하지 않으면 안된다.
[20] 사물은 무용(無用)함으로써 유용(有用)하게 된다
走不以手, 縛手走不能疾.
달릴 때에 손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손을 묶어 놓으면 빨리 달릴 수가 없다.
飛不以尾, 屈尾飛不能遠.
날짐승이 날 때에 꼬리를 사용하지 않지만, 꼬리를 구부려 놓으면 멀리까지 날 수가 없다.
物之用者, 必待不用者.
물건이 쓰이는 데에는, 반드시 필요없는 것이 있게 마련이다.
故所以見者乃不見者也.
그러므로 물건을 보도록 하는 것은 물건을 보지 않는 것이다.
使鼓鳴者乃不鳴者也.
북은 울리는 데 북을 울리게 하는 것은 울리지 않는 것이다.
嘗一奱肉, 知一鑊之味, 懸羽與炭, 而知燥濕之氣.
한 조각의 고기를 맛보아 솥 전체의 맛을 알며, 깃털과 숯을 매달아 놓고 대기(大氣)의 건조함과 습한 것을 안다.
以小明大.
작은 것에 의해 큰 것을 분명하게 하는 것이다.
見一葉落, 而知歲之將暮, 睹甁中之氷, 而知天下之寒.
하나의 작은 나뭇잎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그래서 장차 해(歲)가 저물어 가는 것을 알고, 병 속에 든 물이 어는 것을 보고 그래서 천하의 추위를 안다.
以近論遠.
신변 가까이에 있는 것으로 인하여 먼 것을 논하는 것이다.
三人比肩不能外出戶, 一人相隨, 可以通天下.
세 사람이 어깨를 나란히 하면 문을 통해 나가지 못하지만, 한 사람씩 뒤따라 나가면 천하도 자유롭게 왕래할 수가 있다.
足蹍地而爲迹, 暴行而爲影.
발이 땅을 밟으면 발자국이 생기고, 햇빛을 받으면서 걸으면 그림자가 생긴다.
此易而難.
이것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어려운 일인 것이다.
莊王誅里史, 孫叔敖制冠浣衣.
초(楚)나라 장왕(莊王)이 영신(侫臣)인 이사(里史)를 주살(誅殺)하자, 손숙오(孫叔敖)는 관(冠)의 먼지를 털어내고 옷을 빨았다.
文公棄荏席後黴黑, 咎犯辭歸.
진(晉)나라 문공(文公)이 거적을 황하에 버리게 하고 검게 탄 사람을 귀국(歸國) 행렬의 후미에 따르게 하자, 구범(咎犯)은 사직하고 떠나고자 하였다.
故桑葉, 落而長年悲也.
그러므로 뽕나무의 잎만 떨어져도, 늙은이는 슬퍼하게 되는 것이다.
鼎錯日用, 而不足貴.
작은 솥은 매일 사용되지만, 정중하게 다룰 필요가 없다.
周鼎不爨, 而不可賤.
주(周)나라의 대정(大鼎)은 그것으로 밥을 짓지는 않지만, 그러나 함부로 다루어 지지 않는다.
物固有以不用而爲有用者.
사물에는 쓸모가 없기 때문에 쓸모있는 경우가 있다.
地平則水不流.
평탄한 지형에서는 물은 흐르지 못한다.
重鈞則衡不傾.
똑같은 무게라고 한다면 저울은 기울어 지지 않는다.
物之尤必有所感.
지나치게 다른 점이 있어야만 그것에 따라서 흐르거나 기울거나 하는 것이다.
物固有以不用爲大用者.
사물에는 진실로 쓸모없기 때문에 크게 쓰이는 경우가 있다.
先倮而浴則可以, 浴而倮則不可.
먼저 옷을 벗고 목욕을 하는 것은 좋지만, 이미 목욕을 끝낸 다음에 알몸이 되는 것은 불가한 것이다.
先祭而後饗則可, 先饗而後祭則不可.
먼저 제사를 지낸 다음에 음복을 하는 것은 좋지만, 먼저 음식을 먹은 후에 제사를 지내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物之先後, 各有所宜也.
그러므로 사물에는 앞과 뒤가 있어서, 각기 마땅히 그 순서가 있는 것이다.
祭之日而言狗生, 取婦夕而言衰麻, 置酒之日而言上冢, 渡江河而言陽侯之波.
제삿날에 강아지 낳은 이야기를 하고, 결혼한 첫날 밤에 상복(喪服)의 이야기를 하고, 잔치를 여는 날에 조상들의 무덤 이야기를 하고, 강하(江河)를 건너려고 할 때에 양후(陽侯)의 파도 이야기를 하는 이런 것들은 모두 금해야 할 일들이다.
或曰知且赦也, 而多殺人.
어떤 사람은 대사면이 가까워진 것을 알고는 많은 죄인을 죽여 버리겠다고 한다.
或曰知其且赦也, 而多活人.
어떤 사람은 그 대사면이 가까워진 것을 알고는 많은 죄인들을 살려야겠다고 한다.
其望赦同, 所利害異.
그 대사면을 원하는 마음은 같다고 하더라도 남에게 주는 이해(利害)는 서로 다른 것이다.
故或吹火而然, 或吹火而滅.
그러므로 불을 불어서 활활 타게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반대로 불을 불어서 꺼뜨리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所以吹者異也.
부는 목적이 서로 다르기 때문인 것이다.
烹牛以饗其里, 而罵其東家母, 德不報而身見殆.
소를 요리하여 마을 사람들에게 잔치를 베풀 때에, 이웃 사람의 어머니를 욕한다면, 은덕에 보답받지 못할 뿐 아니라 그 몸에 위해(危害)가 닥쳐올 것이다.
[21] 작은 단점이 있다고 하여 대의(大義)를 그르치지 말라
文王汚膺, 鮑申傴背, 以成楚國之治.
초(楚)나라 문왕(文王)은 가슴이 움푹 패이고, 재상인 포신(鮑申)은 꼽추였는데, 그럼에도 초나라를 잘 다스렸다.
裨諶出郭, 而知以成子産之事.
정(鄭)나라의 비심(裨諶)은 도성(都城)을 나서게 되면, 지혜와 책략을 발휘하여 자산(子産)의 사업을 성취케 하였다.
朱儒問徑天高於脩人.
난쟁이인 주유(朱儒)가 하늘까지의 높이를 키가 큰 사람에게 물었다.
脩人曰不知, 曰: 子雖不知, 猶近之於我.
키 큰 사람이 '알지 못하겠다'고 대답하자 주유는 말했다. "그대는 비록 모르겠다고 할지라도, 그래도 나보다는 하늘에 가깝다구!"
故凡問事必於近者.
그러므로 대저 사물을 물을 경우에는 아무래도 그것에 가까운 자에게 묻게 마련이다.
寇難至, 躄者告盲者, 盲者負而走, 兩人皆活.
적군이 쳐들어 올 때 앉은뱅이가 장님에게 이 사실을 고하자, 장님은 앉은뱅이를 업고 도망쳐서 두 사람 모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得其所能也.
각기 서로 그 기능을 발휘할 수 있었기 때문인 것이다.
故使盲者語, 使躄者走, 失其所能也.
그러므로 장님에게 말하게 하고, 앉은뱅이에게 도망치도록 한다면, 그 가능한 것을 잃게 하고 마는 것이다.
郢人有鬻其母, 爲請於買者曰: 此母老矣. 幸善食之而勿苦.
영(郢) 땅의 사람이 그 어머니를 팔아버린 자가 있었는데, 사가는 사람에게 이렇게 간청하며 말하였다. "제 어머니는 늙었습니다. 잘 보살펴 주셔서 고생을 하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此行大不義而欲爲小義者.
이것이야말로 큰 불의(不義)를 저지르면서 소의(小義)를 하려는 짓이다.
介蟲之動以固, 貞蟲之動以毒.
거북 따위가 행동을 할 때에는 그 딱딱한 등딱지를 의지하고, 벌 따위가 행동을 할 때에는 그 독침에 의존한다.
熊羆之動以攫博, 兕牛之動以觝觸.
곰이나 불곰이 행동을 할 때에는 그 물어뜯는 힘에 의지하고, 코뿔소나 소가 행동을 할 때에는 그 뿔에 의존한다.
物莫措其所脩而用其短也.
그 장점을 버리고 단점을 사용하는 것은 없다.
治國者若鎒田去害苗者而已.
국가를 통치하는 데에는 논밭의 풀을 뽑고 김을 매는 것처럼 오직 묘(苗)에 해로운 것만을 제거하면 된다.
今沐者墮髮, 而猶爲之不止, 以所去者少, 所利者多.
지금 목욕을 하는 경우 머리카락이 빠지게 되는데, 그래도 머리를 감는 것을 멈추지 않는 것은, 탈모되는 양은 적고, 가져다 주는 이익이 많기 때문이다.
砥石不利, 而可以利金.
숫돌은 예리하지 않지만 그래도 금속을 예리하게 할 수 있다.
擏不正而可以正弓.
궁교(弓矯)는 똑바르지 않지만 그래도 활을 바로 잡을 수가 있다.
物固有不正而可以正, 不利而可以利.
실로 물건에는 부정(不正)하면서도 바로잡을 수 있고, 예리하지 않으면서도 예리하게 할 수가 있다.
力貴齊, 知貴捷.
힘은 재빨리 쓰는 것을 귀하게 여기고, 지혜는 재빨리 구사하는 것을 귀하게 여긴다.
得之同, 速爲上; 勝之同, 遲爲下.
똑같은 결과가 얻어진다면 빠른 것을 상(上)으로 치고, 똑같은 승리라고 한다면 늦는 것을 하(下)로 친다.
所以貴鏌耶者, 以其應物而斷割也.
막야(鏌耶)라는 검(劍)을 귀하게 여기는 것은 물체에 닿자마자 잘려 버리기 때문이다.
靡勿釋, 牛車絶轔.
계속 문질러 댄다면, 우차(牛車)도 문지방을 자를 수가 있다.
爲孔子之窮於陳蔡, 而廢六藝則惑.
공자(孔子)도 진채(陳蔡) 사이에서 곤궁함을 당하였다고 하여, 육예(六藝)의 학습까지도 폐지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爲醫之不能自治其病, 病而不就藥則勃矣.
의원(醫員)이 스스로 자기의 병을 고치지 못한다고 하여, 병이 들어도 약을 쓰지 않는 것은 잘못이다.
▶️ 掘(팔 굴, 뚫을 궐, 서투를 졸)은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재방변(扌=手; 손)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屈(굴)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掘(굴, 궐, 졸)은 ①파다, 파내다 ②움푹 패다 ③다하다 ④우뚝 솟다 ⑤(끝이)모지라지다, 그리고 ⓐ뚫다(궐) ⓑ구멍(궐) ⓒ암굴(巖窟)(궐) ⓓ움직이지 않는 모양(궐) 그리고 ㉠서투르다(=拙)(졸)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땅을 파거나 바위 등을 뚫음을 굴착(掘鑿), 무덤을 파냄을 굴총(掘塚), 미신적 관념에서 남이 묘를 쓴 것이 해가 된다고 하여 그 해골을 파내게 하는 일을 굴매(掘埋), 땅속에 묻힌 것을 파내어 가짐을 굴취(掘取), 나무 뿌리를 캐어 내는 일을 굴근(掘根), 무덤을 파서 옮김을 굴이(掘移), 굴 모양을 이루면서 땅을 파 들어감을 굴진(掘進), 구멍이나 구덩이를 팜을 굴혈(掘穴), 땅 속에 묻힌 물건을 파냄을 발굴(發掘), 땅을 파서 땅속에 있는 광석 따위를 캐냄을 채굴(採掘), 광상의 채굴 가치를 알아보기 위하여 시험적으로 파 보는 일을 시굴(試掘), 무덤 따위를 허가 없이 몰래 파내는 일을 도굴(盜掘), 남의 무덤을 허가 없이 함부로 파냄을 사굴(私掘), 구멍이나 굴을 파 들어감을 착굴(鑿掘), 남의 무덤을 강제로 파게 함을 늑굴(勒掘), 광물이나 무덤 등을 독촉하여 파냄을 독굴(督掘), 파묻혀 있는 광물 등을 파냄을 개굴(開掘), 묘를 파헤쳐 시체에 매질을 한다는 뜻으로 통쾌한 복수나 지나친 행동을 일컫는 말을 굴묘편시(掘墓鞭屍), 목마른 자가 우물 판다라는 뜻으로 준비없이 일을 당하여 허둥지둥하고 애쓴다는 말을 임갈굴정(臨渴掘井), 논을 갈 때가 되어서야 낼 물이 없어서 우물을 판다는 뜻으로 미리 마련해 두지 않고 있다가 일이 임박해서야 허둥지둥 서두름을 이르는 말을 임경굴정(臨耕掘井) 등에 쓰인다.
▶️ 室(집 실)은 ❶회의문자로 사람이 이르러(至) 사는 집(갓머리(宀; 집, 집 안)部)이라는 뜻이 합(合)하여 집을 뜻한다. 室(실)은 바깥채인 堂(당)에 대하여 안쪽의 방을 일컬는다. ❷회의문자로 室자는 '집'이나 '거실'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고대 중국에서는 사랑채를 堂(집 당)이라 하고 안쪽에 있는 방을 室(집 실)이라 했다. 그래서 堂은 주로 손님을 접대하는 장소를 말했고 室은 집주인이 잠을 자는 곳을 뜻했다. 室자는 宀(집 면)자와 至(이를 지)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至자는 화살이 날아와 땅에 박혀 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이르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실내에 당도했다는 뜻이다. 그래서 室(실)은 (1)어떤 기관(機關)에 딸린 부서를 뜻하는 말 (2)실성(室星) (3)어떤 명사(名詞) 다음에 붙이어 일정한 목적에 쓰이는 방(房) 등의 뜻으로 ①집, 건물(建物) ②방, 거실(居室) ③거처(居處), 사는 곳 ④아내 ⑤가족(家族), 일가(一家) ⑥몸, 신체(身體) ⑦가재(家財) ⑧구덩이(땅이 움푹하게 파인 곳), 무덤 ⑨굴(窟) ⑩별의 이름 ⑪칼집(칼의 몸을 꽂아 넣어 두도록 만든 물건) ⑫장가들다 ⑬시집보내다 ⑭교접(交接)하다, 성교(性交)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집 당(堂), 집 우(宇), 집 택(宅), 집 가(家), 집 궁(宮), 집 옥(屋), 집 저(邸), 집 원(院), 집 호(戶), 집 사(舍), 집 헌(軒), 집 각(閣), 집 관(館)이다. 용례로는 그 방의 장을 실장(室長), 방 안을 실내(室內), 집의 바깥을 실외(室外), 학교 교사 가운데 오로지 수업에만 쓰이는 방을 교실(敎室), 누에를 치는 방을 잠실(蠶室), 난방 장치를 한 방을 온실(溫室), 아낙네들이 거처하는 안방을 내실(內室), 한 집안 사람을 가실(家室), 잠을 자는 방을 침실(寢室), 임금의 집안을 왕실(王室), 목욕할 수 있는 방을 욕실(浴室), 평소에 기거하는 방을 거실(居室), 혼자서 거처하는 방을 독실(獨室),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작업실을 화실(畫室), 병을 치료하기 위하여 환자가 따로 거처하는 방을 병실(病室), 남의 드나들기를 허락하지 아니하는 비밀한 방을 밀실(密室), 본디의 사무실에서 갈라져 나가 사무를 보는 곳을 분실(分室), 병원 등에서 아이를 낳는 데 쓰는 방을 산실(産室), 손님을 거처하게 하거나 응접하는 방을 객실(客室), 남의 첩이 되어 있는 여자를 첩실(妾室), 한 울타리 안의 여러 채의 집과 방을 당실(堂室), 방에서 물러남을 퇴실(退室), 방안에 가득함을 만실(滿室), 죽은 아내를 망실(亡室), 부부 사이의 화락을 이르는 말을 실가지락(室家之樂), 남의 대청을 빌려 쓰다가 안방까지 들어간다는 뜻으로 남에게 의지하다가 차차 그의 권리까지 침범함을 이르는 말을 차청입실(借廳入室), 높은 누대와 넓은 집이라는 뜻으로 크고도 좋은 집을 이르는 말을 고대광실(高臺廣室), 방을 비우면 빛이 그 틈새로 들어와 환하다는 뜻으로 무념무상의 경지에 이르면 저절로 진리에 도달할 수 있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허실생백(虛室生白), 열 집 가운데 아홉 집이 비었다는 뜻으로 전쟁이나 재난으로 인하여 많은 사람이 죽었거나 흩어진 상태를 이르는 말을 십실구공(十室九空), 마루에 올라 방으로 들어온다는 말로 어떤 일에나 그 차례가 있음을 이르는 말을 승당입실(升堂入室), 남과 썩 가깝게 친하여 한 집안이나 마찬가지라는 말을 변동일실(便同一室), 칠실 고을의 근심이라는 뜻으로 제 분수에 맞지도 않는 근심을 이르는 말을 칠실지우(漆室之憂), 집을 지으면서 지나가는 행인과 상의한다는 뜻으로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주관이나 계획이 없는 경우를 비유하는 말을 축실도모(築室道謀), 한 집안 식구와 같이 정의가 두터움을 일컫는 말을 의동일실(義同一室), 남의 방안에 들어가 창을 휘두른다는 뜻으로 그 사람의 학설을 가지고 그 사람을 공격함을 이르는 말을 입실조과(入室操戈) 등에 쓰인다.
▶️ 求(구할 구)는 ❶상형문자로 짐승의 가죽으로 만든 옷에서 몸에 감다, 정리하다, 모으다, 구하다의 뜻이 있다. 모피를 달아 맨 모양이다. ❷상형문자로 求자는 '구하다'나 '탐하다', '빌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求자는 水(물 수)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으나 '물'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求자의 갑골문을 보면 衣(옷 의)자에 여러 개의 획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털 가죽옷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求자의 본래 의미도 '털 가죽옷'이었다. 먼 옛날 동물의 가죽으로 만든 털옷은 추운 겨울을 이겨낼 수 있는 옷이었지만 쉽게 구하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가격도 비쌌다. 求자에서 말하는 '구하다', '탐하다', '청하다'라는 것은 비싼 털옷을 구하거나 원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求(구)는 ①구하다 ②빌다, 청하다 ③탐하다, 욕심을 부리다 ④취하다 ⑤모으다, 모이다 ⑥나무라다, 책망하다 ⑦가리다, 선택하다 ⑧묻다 ⑨부르다, 불러들이다 ⑩힘쓰다 ⑪갖옷(짐승의 털가죽으로 안을 댄 옷) ⑫끝, 종말(終末)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빌 걸(乞), 찾을 색(索), 구할 호(頀)이다. 용례로는 남에게 물건이나 돈, 곡식 따위를 거저 달라고 비는 일을 구걸(求乞), 사람을 구한다는 구인(求人), 구하여 얻어 들임을 구입(求入), 구해 벌어옴이나 휴가를 원함을 구가(求暇), 직업이나 직장을 구함을 구직(求職), 중심으로 쏠리는 힘으로 참된 마음을 찾아 참선함을 구심(求心), 이성에게 자기의 사랑을 고백하여 상대편도 자기를 사랑해 주기를 바라는 일을 구애(求愛), 벼슬자리를 구함을 구사(求仕), 배상 또는 상환을 요구함을 구상(求償), 구하여 얻음을 구득(求得), 먹을 것을 구함을 구식(求食), 혼인할 상대를 구함을 구혼(求婚), 산소 자리를 구함을 구산(求山), 살길을 찾음을 구생(求生), 필요하여 달라고 강력히 청함을 요구(要求), 재촉하여 요구함을 촉구(促求), 상대방에 대하여 일정한 행위를 요구하는 일을 청구(請求), 목적한 바를 이루고자 끝까지 좇아 구함을 추구(追求), 몹시 애타게 구하는 것을 갈구(渴求), 본능적으로 충동적으로 뭔가를 구하거나 얻고 싶어하는 생리적 또는 심리적 상태를 욕구(欲求), 구하기 힘든 것을 억지로 구함을 강구(彊求), 강제로 구함을 강구(强求), 돈이나 곡식 따위를 내놓으라고 요구함을 징구(徵求), 바라고 요구함을 희구(希求), 도를 구하는 사람을 구도자(求道者), 구하려고 하여도 얻지 못함이나 얻을 수 없음을 일컫는 말을 구지부득(求之不得), 팔고의 하나로 구하려 해도 얻지 못하는 고통을 일컫는 말을 구부득고(求不得苦), 몸과 마음을 닦아 온전히 하려다가 뜻밖에 남으로부터 듣는 욕을 일컫는 말을 구전지훼(求全之毁), 예를 찾아 의논하고 고인을 찾아 토론함을 일컫는 말을 구고심론(求古尋論), 인을 구하여 인을 얻었다는 뜻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었음을 일컫는 말을 구인득인(求仁得仁), 논밭과 집을 구하고 문의하여 산다는 뜻으로 자기 일신 상의 이익에만 마음을 쓰고 국가의 대사를 돌보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구전문사(求田問舍), 무엇을 구하면 이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을 구즉득지(求則得之) 등에 쓰인다.
▶️ 鼠(쥐 서)는 ❶상형문자로 쥐의 이와 몸을 본 뜬 모양이다. ❷상형문자로 鼠자는 '쥐'나 '좀도둑'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鼠자의 갑골문을 보면 쥐의 주둥이 주위에 흩어진 낱알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곡식을 갉아먹고 있는 쥐를 표현한 것이다. 쥐는 아주 오래전부터 인간의 곡식을 훔쳐 먹고 살던 동물이다. 그러다 보니 鼠자에는 '좀도둑'이나 '간신배'와 같은 부정적인 의미가 있다. 鼠자는 금문으로 넘어오면서 모양이 크게 변형되었는데, 쥐의 앞니는 臼(절구 구)자로 바뀌었고 꼬리와 발은 생략되었다. 鼠자는 쥐를 그린 것이기 때문에 부수로 쓰일 때는 鼢(두더지 분)자나 鼬(족제비 유)자처럼 설치류와 관련된 동물을 뜻하게 된다. 그래서 鼠(쥐)는 ①쥐(쥣과의 포유 동물) ②좀도둑 ③병(病)의 이름, 임파선(淋巴腺) 결핵(結核) ④간신(奸臣)의 비유 ⑤근심하다(속을 태우거나 우울해하다), 걱정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쥐며느리를 서고(鼠姑), 족제비를 서랑(鼠狼), 쥐의 족속 또는 몹시 교활하고 잔일에 약게 구는 사람을 서족(鼠族), 좀도둑으로 자질구레한 물건을 훔치는 도둑을 서도(鼠盜), 목에 결핵성 림프선염이 생겨 곪아 뚫린 구멍에서 늘 고름이 나는 병을 서루(鼠瘻), 갈매나무를 서리(鼠李), 소인배들을 서배(鼠輩), 쥐의 털과 같은 빛깔 곧 짙은 잿빛을 서색(鼠色), 곡식을 쥐가 먹어서 나는 축을 서축(鼠縮), 쥐가 쏠아서 결딴냄을 서파(鼠破), 쥐의 가죽을 서피(鼠皮), 두 다리의 사이를 서혜(鼠蹊), 쥐의 쓸개라는 뜻으로 담력이 약한 것을 얕잡아 이르는 말을 서담(鼠膽), 들쥐를 야서(野鼠), 캥거루를 대서(袋鼠), 박쥐를 비서(飛鼠), 사향쥐를 사서(麝鼠), 토끼를 토서(兔鼠), 두더지를 토서(土鼠), 다람쥐를 산서(山鼠), 날다람쥐를 청서(靑鼠), 족제비를 낭서(狼鼠), 족제비를 황서(黃鼠), 흰쥐를 백서(白鼠), 땅강아지를 석서(石鼠), 두더짓과에 딸린 포유 동물을 분서(鼢鼠), 다람쥐과에 딸린 작은 동물을 석서(鼫鼠), 들쥐과에 딸린 포유 동물을 수서(水鼠), 쥐의 간과 벌레의 팔이라는 뜻으로 매우 쓸모없고 하찮은 것을 이르는 말을 서간충비(鼠肝蟲臂), 쥐나 개처럼 가만히 물건을 훔친다는 뜻으로 좀도둑을 이르는 말을 서절구투(鼠竊狗偸)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