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은 크게 성서신학, 조직신학, 교회사, 실천신학으로 나눕니다.
조직신학(Systematic Theology)은 체계적 신학이란 말로 주로 영미권에서 사용하고, 유럽에서는 교의학(교리학, Dogmatics)이라고 부릅니다.
조직신학이라는 말 자체가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할지 모릅니다.
조직신학적인 주제들이 가장 함축적으로 표현된 것이 교회들에서 매주 암송하는 사도신경입니다.
사도신경이 어떻게 유래되었으며 이것을 통해 기독교의 뼈대가 무엇인지 들여다보려 합니다.
사도신경의 유래
평신도들에게 사도신경은 예배 시작할 때, 주기도문은 예배 마칠 때 암송하는 것 정도로 아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또한 사도신경을 당연히 사도들이 만든 신앙고백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예수의 12제자가 각기 한 구절씩 만들었다는 전설이 있지만, 이것은 AD 4세기 루피누스가 '사도신경 주석'을 쓰면서 그렇게 주장한 데서 비롯되었지만 그대로 믿는 사람들은 거의 없습니다.
신약성경이나 초대 교부, 고대 종교회의에서도 이와 같은 언급은 전혀 없습니다.
사도신경은 주로 이단을 치리하기 위해 모인 325년 니케아 회의, 381년 콘스탄티노플 회의, 431년 에베소 회의, 451년 칼케톤 회의를 거치면서 매회 수정되었으며, 현재 사용되고 있는 사도신경은 4세기 경 '사도들의 상징'이란 '로마 교회 신조'에서 발전되어 서방교회인 가톨릭 교회를 통해 보급되었습니다.
그리고 8세기에 이르러서야 오늘날과 같은 형태가 되었습니다.
현재 가톡릭 교회와 개신교에서는 대부분 이 신조를 받아들이지만 원래 서방교회(가톨릭 교회)에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동방교회(그리스 정교회)에서는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고 그들은 이것과 비슷한 니케아 신조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도신경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새번역).
나는 전능하신 아버지 하나님, 천지의 창조주를 믿습니다.(신론)
나는 그의 유일하신 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습니다.(그리스도론)
그는 성령으로 잉태되어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나시고, (출생)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아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죽음)
장사된 지 사흘 만에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셨으며, (부활)
하늘에 오르시어 전능하신 아버지 하나님 우편에 앉아 계시다가, (승천)
거기로부터 살아 있는 자와 죽은 자를 심판하러 오십니다.(재림)
나는 성령을 믿으며, (성령론)
거룩한 공교회와 성도의 교제와 (교회론)
죄를 용서 받는 것과 몸의 부활과 영생을 믿습니다. 아멘. (구원론)
몇 가지 문제들
짚고 넘어가야 할 몇 가지가 있습니다.
"성령으로 잉태하사 동정녀 마리아에게 나시고"라는 말은 성부, 성자 다음에 성령과 마리아를 함께 배열해 마리아를 하나님과 동격으로 두려 했던 고대 가톨릭 교회의 교리가 반영된 것입니다.
또한 복음의 핵심인 예수의 죽음의 이유에 대해 단지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아"라고만 언급합니다.
하지만 빌라도는 어떤 의미에서 들러리이지 죄의 문제나 복음의 핵심과는 무관한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원문과 영문에는 "지옥으로 내려가셨다(He descended into hell)."는 말이 있는데 한글 성경에서만 삭제되었습니다.
'거룩한 공교회(the Holy Catholic Church)' 에서 '공회(Catholic Church)' 라는 말은 보편적, 우주적 또는 공적인 교회라는 뜻인데, 가톨릭 교회라는 말이 싫어서 영어의 일부 번역에는 'Universal Church'로, 한글에는 '공회(공교회)'로 번역한 것입니다.
이것은 당시 베드로를 초대 교황으로 여기는 가톨릭 교회가 땅 위의 모든 교회를 대표하는 유일한 교회이며 반대하는 모든 사람들을 이단으로 여기는 시대 상황을 반영한 말입니다.
원래의 사도신경 끝에는 "이 신앙고백을 반대하는 자에게는 저주가 있을지어다."라는 말도 덧붙여 있었습니다.
또 "성도가 서로 교통하는 것(the communion of saints)"에서 '성도' 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믿는 성도들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가톨릭 교회의 죽은 성인들을 의미합니다.
로마 가톨릭 교회는 신자가 죽은 후 어떤 심의를 거쳐 성인으로 추대하는데, 이것은 성자숭배 사상과 관계가 있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성경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가톨릭 교회의 성경관이 그대로 드러나 있기 때문입니다.
가톨릭 교회에서는 성경과 교회의 전통(교회의 가르침들), 그리고 교도권(말씀에 대한 교회의 해석)이 그 중요성에 있어서 동등하다고 되어 있습니다.
맺는 말
이런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개신교에서는 가톨릭 교회에서 만든 사도신경을 그대로 신앙의 표준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것을 뼈대로 하여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이 나오고 거기에서 한국 장로교 헌법이 만들어졌습니다.
사도신경은 그 시대적 상황과 문제들을 안고 있지만, 오늘날의 시대에 맞게 재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우리 앞서 믿음의 길을 간 사람들의 유산으로 받아들여 이러한 고백이 우리 삶에서 어떤 형태로 나타날 것인지에 관심을 가지면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사도신경의 뼈를 꺾을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를 창조하신 분이 계시고,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출생과 삶과 죽음, 부활과 승천과 재림은 모든 믿는 자들의 구원과 교회를 자라게 하는 양식, 그리고 장차 올 새 예루살렘의 확실한 근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 기초 위에 아름다운 주의 몸을 이루어 하나님의 구원 안으로 만민을 부르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의 사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