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온 것 같았던 일요일 오후, 해운대로 산책을 나갔다가 평소와 달리 동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대개 동백섬이 있는 서쪽으로 코스를 정했었는데, 오늘은 반대로 가보고 싶었다.
그런데, 이 친구 또 나왔다.
여름이고 겨울이고 똥꼬빤스(T팬츠)만 입고 나와 원반접시 던지기를 하는 또라이 둘이다.
겡상도 사내다. (사투리로 얘기하는걸 곁에서 들었다.) 헬스를 하는지 몸은 좋다. 한 친구는 똥배가 좀 나왔지만...
보통은 우리랑 비슷한 나이의 둘만 나오던대, 오늘은 젊은 여자까지 하나 포함해 넷이 나왔다.
늘 하던 원반접시 던지기를 하며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그걸 즐기는 모습이다.
그러다가 잠시 후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더워서 그랬을까? 아니다.
남자들은 안다. 어떨 때 저런 폼을 잡고 서있는지... (잠시 후 몸을 부르르 떨겠지! 올 여름 해운대 물버렸다.)
그리곤 다시 해변으로 나와 일행과 합류.
오른쪽에 테이블 옆에서 옷을 챙겨입는 사람들이 일행이다. 조금전까지 그들도 반팔, 반바지였다.
배경에 나오는 모든 사람들이 아직 겨울옷을 걸치고 있다. 아무리 튀고 싶고 제멋에 산다지만, 저러고 싶을까?
해운대 동쪽 끝, 유람선 선착장을 지나 미포항에서 바라다본 해운대 모습.
화려하고 번잡스런 해운대 버전의 뒷그늘에 의외로 조용하고 작은 포구가 자리잡고 있었다.
해운대 해수욕장 앞에 양식장이 있다. 해수욕장에선 잘 보이지 않는다.
보이긴 해도 그냥 바다에 무언가가 떠있는가보다 할 정도로 두드러지진 않다.
그 양식장에서 고기를 가져와 손님들에게 판다.
물론 사진에서의 배를 타고 연안에 나가 잡기도 할 것이다.
어쨌든 미포항 부두를 끼고 초라하고 작은 횟집들이 구석구석에서 눈빛을 반짝이고 있었다.
공룡과 싸우고 있는 원시인들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 다윗의 돌팔매도 없어 보였다.
미포항 방파제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무엇이 낚이나 궁금해서 다가가 보았다.
와우~~~ 주둥이가 학처럼 길고 빨간 학꽁치였다.
예전에 강원도 속초 앞바다에서 한동안 나를 미치게 만들었던 바로 그 학꽁치.
순간적으로 내 낚싯대를 보관하고 있는 부하직원에게 연락을 해? 말어! 하는 혼란이 일었다.
그렇지만 이미 늦은 오후인데다, 학꽁치 씨알이 크지 않아 참기로 했다.
속초에서 잡았던 것은 평균 30Cm가 넘었는데, 여긴 그 2/3 수준이다.
한참을 넋을 잃고 바라보는 나를 마눌이 잡아끌지 않았으면 거기서 노을을 맞이 했을 것이다.
조금 더 동쪽으로 걸어서, 길이 끝나는 곳까지 가보았다.
군인들이 경계근무를 서는 초소에서 길이 끝나 있었다.
그 앞에는 작은 바위들이 해변을 덮고 있었고, 바위 틈마다 고사를 지낸 흔적들이 많이 남아있었다.
두번째 사진의 하얀 가루는 소금이고, 그 옆에 있는 것은 박하사탕이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다.
고사를 지낸 과일들과 과자봉지들도 여기저기 있었지만 지저분한 모습이라 사진에 담지 않았다.
그런데 저 돼지머리는 도로 가져갔으면 좋겠다.
저게 조류를 타고 해운대 해수욕장으로 떠내려 간다면...
오륙도, 광안대교, 해운대 해수욕장 모습.
오륙도 뒤로 희미하게 동산처럼 보이는 곳이 태종대가 있는 영도.
봄이 성큼 다가온 해운대에 지난 주보다 많은 사람들이 놀러 나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달맞이고개 입구에 있는 롯데리아에 들러 아이스크림콘을 사먹었다.
마눌은 이곳이 해운대 파라다이스 호텔 옆, 노보텔 뒤에 있는 롯데리아에 비해 과자속에 아이스크림을
항상 덜 채워준다고 지적했다. 아이스크림콘은 해운대 노보텔 뒤의 롯데리아가 최고다. ㅋㅋ
첫댓글 학꽁치에 돼지대가리~~~~~~~~~ 미포항 물 다 버려 놓는구먼~~~~~~~~~ㅋㅋㅋㅋㅋㅋㅋㅋ 잘봤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