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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항해 : 안재오 박사의 유튜브 철학 교실
Unit 31 : “독일 관념론의 최초의 체계 구상” 문서 소개 및 해설 –헤겔, 셀링, 횔더린 우정의 철학 -
체계로서의 철학
독일 관념론은 칸트 이후, 즉 피히테부터 헤겔까지의 철학을 말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람들이 바로 셀링, 헤겔 그리고 횔더린입니다. 칸트를 여기에 포함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 통해 독일은 철학의 강국으로 발전했습니다. 이 철학의 영향력은 오늘날까지 살아있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고전 철학
(Greek classical philosophy) 즉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철학과 쌍벽을 이룰 수 있는 철학의 흐름, 학파가 바로 독일 관념론 (German idealism)입니다. 독일 관념론 철학의 큰 특징은 모두가 체계가 있다는 점입니다. 즉 시스템이 있다는 것입니다.
“체계지향적인 철학”과 “문제지향적인 철학”이 있다는 말이 있고 전자를 비판하는 말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독일 관념론 혹은 다른 말로 이상주의(idealism)은 체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는 그만큼 그들이 어떤 확고한 철학의 원리를 발견했고 그 원리를 여러 분야에 적용할 때 시스템이 발생합니다. 그런 면에서 체계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철학의 핵심적 역량이 강하다는 것입니다. 피히테나 셸링 그리고 헤겔은 모두 철학의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헤겔의 시스템이 가장 완벽하고 견고합니다.
그런데 이런 체계적인 철학의 작은 씨앗이라고 할 수 있는 문서가 20세기에 발견되어 학문적인 관심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는 아주 짧은 하나의 문서인데 필자는 이를 “독일 관념론의 최초의 체계 구상” 라고 지칭하는데 “독일 이상주의의 가장 오래된 체계적인 프로그램” (Das älteste Systemprogramm des deutschen Idealismus) 이라고도 부를 수 있습니다.
2. “독일 관념론의 최초의 체계 구상”
“독일 관념론의 최초의 체계 구상” 혹은 “독일 이상주의의 가장 오래된 체계적인 프로그램” (Das älteste Systemprogramm des deutschen Idealismus) 라고 불리는 이 문서는 그 저자가 누구인지 잘 모르는 짧은 문서의 이름입니다. 생성 시기는 1797년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문서가 발견되고 나서부터 여기에는 독일 관념론 철학의 근원의 해석에 관해 많은 중요성이 부여되었습니다.
이 문서는 헤겔의 필체로 된 것입니다. 즉 헤겔이 이를 썼습니다. 그런데 헤겔의 오리지널한 문서인지 아니면 헤겔이 단순히 베낀 것인지 가 불분명합니다. 헤겔이 어떤 토론을 듣고 기록 (녹취)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문서의 내용상 헤겔의 사상으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헤겔의 삼총사가 있는데 이는 헤겔과 동향(同鄕) 친구들인 셸링 그리고 횔더린입니다. 세 사람다 바덴 뷔르템베르크 주의 주도(州都)인 슈투트가르트 지역에서 태어났고 (헤겔: 슈투트가르트 Stuttgart, 셸링: 레온베르크 Leonberg, 횔더린: 라우펜 암 네카 Laufen am Neckar) 출신입니다. 이들 모두 튀빙겐 대학 신학부에서 서로 같이 공부하고 교류하여 유사한 면이 많기는 하지만 그 사상이나 체계는 세부적으로는 엄청나게 다릅니다.
이 문서는 1913년 한 경매장에서 발견되어 베를린 왕립박물관에 의해서 구입됩니다. 이 문서는 1917년 로젠쯔바이크 (Franz Rosenzweig) 에 의해서 출판이 되었고 그에 의해서 “독일 관념론의 최초의 체계 구상”란 명칭이 붙었습니다. 1945년부터 이 문서는 분실되었고 70년대 말에 다시 발견되어 헬무트 쉬나이더 (Helmut Schneider)와 크리스토프 얌메(Christopf Jamme) 두 사람에 의해서 편집되었습니다.
이 문서의 원저자 문제에 관해서 3가지의 입장이 있습니다.
첫째 이 문서를 처음 출판한 로젠쯔바이크는 그 내용상 –셸링의 “선험적 관념론의 체계” (1799) 와 유사한 부분이 많다는 것을 근거로 이를 셸링의 저작으로 간주했습니다. 글씨는 헤겔의 그것이 확실하나 헤겔이 그냥 베낀 것인지 혹은 편집한 것인지가 불확실해서 이런 문제가 생깁니다.
1917년 캇시러 (E. Cassirer)는 이 문서의 심미주의적 특징 때문에 이를 횔더린의 저작으로 돌렸습니다. “시인적 범신론” (dichterischer Pantheismus) 이라고 불리어 질 수있는 횔더린의 사상은 미(美)를 강조하고 미(美)를 통해서 자연과 신화, 종교를 융합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독일 관념론의 최초의 체계 구상”의 후반부에 있는 심미주의는 횔더린의 소설 휘페리온에 있는 아테네인 이야기와 비슷합니다.
세 번째는 이 문서의 저자를 헤겔로 보는 입장입니다. 이는 헤겔 자료실이 있는 보쿰 대학의 오토 푀글러(Otto Pöggeler)가 대표합니다.
미리 말씀드리면 저 (안재오 박사)의 생각은 이 문서는 어느 한사람이 다 쓴 것이 아니라 실은 셸링과 횔덜린의 공동적인 생각이 담긴 문서인데 – 아마도 동향인들이며 같은 대학 기숙사 룸메이트 였던 세 사람이 토론한 것을 헤겔이 정리하여 기록한 듯 합니다. ① 부분은 셸링의 생각이고 ②부분은 횔더린의 사상을 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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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관념론의 최초의 체계 구상” 본문 및 해설
①
하나의 윤리학
전체 형이상학은 미래에는 도덕으로 환원되기 때문에 – 여기에 관해서 칸트는 그의 두 개의 요청과 함께 단지 하나의 예시만을 들었을 뿐 제대로 규명하지는 못했다 – 이 윤리학은 전체 이념들의 완전한 체계 외에 다른 것이 될 수는 없다.
혹은 같은 말인데 이 윤리학은 모든 실천적인 요청들의 체계일 수 밖에 없다.
설명 : 형이상학에 관한 칸트의 입장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즉 “신, 영혼, 자유 그리고 세계에 대한 인식으로서의 형이상학은 종래처럼 유지될 수가 없다”, “인식 비판을 거치치 않고 어떤 실체를 상정할 때 이는 독단주의로 빠진다” 등의 사상이 나타나 있습니다. 칸트의 “실천 이성의 요청” 개념을 헤겔의 친구들이 수용했습니다. 피히테의 사상 반영 형이상학은 미래에는 도덕으로 환원 셸링 초기 = 피히테주의자
최초의 이념은 당연히 절대적으로 자유로운 존재로서의 나에 관한 표상(表象)이다. 이런 자유로운, 자기의식적인 존재와 더불어 동시에 하나의 총체적인 세계가 – 무(無)로부터 – 나온다, 즉 유일하게 진실하고 생각할 수 있는 창조가 무(無)로부터 나온다. 여기서 나는 물리학의 영역으로 하강(下降)한다. 질문은 이것이다 : 어떻게 하나의 세계가 하나의 도덕적인 존재에게 적합한가? 나는 우리의 천천히 힘들게 실험으로 걸어가는 물리학에게 다시 날개를 달아준다.
설명 : 작가(셀링?)는 칸트 철학과 피히테 철학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즉 이념(Idee)의 개념을 자아와 연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계 즉 유한자의 총체로서의 세계가 무(無)로부터 나온다는 말은 실은 유한자가 무한자 - 여기서는 절대 자아 –에서 나온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유한자들의 총체는 보통은 “자연” 개념입니다. 셸링은 자연 철학을 물리학(사변적 물리학)으로 환원합니다. 이 구상이 바로 셸링의 자연철학 구상입니다. 이설명은 다음에 (•••)
따라서 만약 철학이 이념을 제시하고 경험이 자료를 제시한다면 우리는 결국 전반적으로 물리학을 –내가 미래 세대에게서 기대하는 물리학 – 획득할 것이다. 현재의 물리학은 우리의 정신이거나 그렇게 되어야 할 창조적인 정신을 만족시키지는 못할 것처럼 보인다.
해설 : 위에서 말한 것처럼 물리학의 의미는 자연철학이고 이 구상은 그의 “자연철학의 체계” (1799)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납니다.
자연으로부터 나는 인공적인 것으로 간다. 인류의 이념이 먼저 나온 뒤 나는 국가의 이념은 없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왜냐하면 국가는 어떤 기계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기계의 이념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가의 이념도 없다.
여기서 국가에 대한 반감 내지 비하(卑下)가 나타납니다. 국가는 이념이 없다 는 것을 봐서 이 문서는 헤겔의 작품은 아닙니다. 헤겔은 처음부터 국가를 긍정적으로 봅니다. 이런 “국가 부정” 사상은 아마 루소의 자연주의 사상을 반영한 듯 합니다. 이는 국가는 인간의 자유를 억압적인 기구로 간주합니다.
단지 자유의 대상이 이념이라고 불리어 진다. 우리는 그러므로 국가를 뛰어 넘어야 한다! 왜냐하면 모든 국가는 (인간을) 자유로운 기계적인 톱니바퀴로 다루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는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 이를 멈추어야 한다. 그대들은 여기서 알 수 있다 즉 예를 들어 항구적인 평화에 대한 이념 같은 모든 이념들은 하나의 더 높은 이념 밑의 종속적인 이념이라는 사실이다. 동시에 여기서 나는 인류의 역사에 대한 원칙들을 서술할 것이다. 그리고 국가와 헌법과 정부와 입법에 관한 비참한 전체적인 인위(人爲)성을 그 뿌리까지 밝힐 것이다.
칸트의 “영구 평화론” 저술을 언급합니다. 국가에 대한 반감은 지속됩니다. 국가는 인간들의 자유를 억압하는 톱니바퀴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국가와 헌법의 인위성이 비판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사고는 비판의 여지가 있습니다 - 역자주)
마침내 세계와 신과 영혼의 불멸이라는 이념이 등장한다. - 모든 미신의 붕괴, 요즘은 이성(理性)인체 하는 사제직의 추적, 이성을 통한 – 지성적인 세계를 보호하고, 신도 영혼의 불멸도 자기 밖에서 찾지않는 모든 정신들의 절대적인 자유.
역시 칸트가 말한 이념들 즉 신과 영혼의 불멸 등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또한 계몽주의적인 종교관이 피력되고 있습니다. 즉 미신의 붕괴와 성직자들에 대한 혐오가 나타납니다. (참고 계몽주의 사상 – 기독교를 비롯한 모든 종교를 우상숭배와 미신 Aberglauben, superstition 으로 간주한다.) 이는 종교에 대한 피히테적인 관점을 따르고 있는 셀링의 입장입니다. 피히테는 종교나 신이 도덕적 행동을 하기 위해 필요하지 않다고 합니다. 특히 인격신 개념을 피히테는 부정합니다. 반면 횔덜린이나 헤겔은
어느 정도 종교의 가치를 긍정합니다.
②
마지막으로 모든 것을 통일하는 이념이 있다. 그것은 미(美)의 이념이다. 이는 고차적인 플라톤적인 의미의 단어이다.
여기서부터는 철학적 심미주의가 등장합니다. 미의 이념을 철학 체계의 중심에 두는 것입니다. 미학이 시스템의 기초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것은 셸링과 횔더린 양자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카시러 (E. Cassirer)는 이 논문을 횔더린의 저작이라고 보았습니다. 이처럼 미를 철학의 기초로 보는 것은 ① 칸트의 사상 즉 미학을 통해서 이론이성과 실천이성이 연결된다 ② 플라톤의 이데아 특히 미의 이데아 사상 등 두 가지를 연결시킨 결과입니다.
나는 다음과 같이 확신한다, 즉 이성의 최고의 행동은 -그 이성은 모든 이념을 함축하는데- 미감적(美感的)인 행동이다. 그리고 진리와 선의(善意)는 오직 미(美) 안에서 형제가 된다. 철학자는 시인과 마찬가지로 미감적(美感的)인 능력을 가져야 한다. 미감적인 의미없는 사람들은 문자적 철학자들이다. 정신의 철학은 미감적인 철학이다. 인간은 미감적인 센스없이 어떤 일에 대해서도, 심지어는 역사에 대해서도 총기있게 생각할 수가 없다. 여기서 다음과 같은 사실이 명백하게 된다, 즉 이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부족하게 되는지가 명백하게 된다. 그리고 일이 도표와 목록을 넘어서자 말자 곧 모든 것이 어둡게 된다는 것을 허심탄회하게 고백해야 한다.
이 부분은 전형적인 횔더린의 사상과 일치합니다. 즉 미학주의, 심미주의 등이 나타납니다. 미(美) 안에서 진(眞)과 선(善)의 통합이 있습니다. 이는 칸트적으로 말하면 미감적 판단으로 이론이성과 실천 이성을 연결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진리와 선의(善意)는 오직 미(美) 안에서 형제가 된다. 철학자는 시인과 마찬가지로 미감적(美感的)인 능력을 가져야 한다.
문자철학자(Buchstabenphilosophen) 이란 열정이나 미적 직관없이 논리만 강조하는 철학자들을 말하는 듯합니다. 또 이는 도표와 목록에 얽매이는 철학자들입니다. 도표는 가령 칸트가 말한 범주표 같은 것을 암시합니다. 또 여기는 신약 성경 바울 서신의 율법과 영의 대조 사상이 깔려 있습니다. 로마서 7 장 6 절 “이제는 우리가 얽매였던 것에 대하여 죽었으므로 율법에서 벗어났으니 이러므로 우리가 영의 새로운 것으로 섬길 것이요 율법 조문의 묵은 것으로 아니할지니라”. 영(靈)은 살리고 율법(문자(文字), 의문(儀文)은 죽인다 라는 바울의 사상이 여기 나타나 있습니다. 헤겔과 그의 친구들은 모두 신학교 출신들이라 성경에 대해서 아주 훤 합니다.
즉 플라톤 사상과 기독교 사상들이 엉켜 있습니다. “정신의 철학자는 미감의 철학자이다” 즉 미적 감각이 있는 자는 영적인-정신적인- 철학자입니다. 이는 산 철학자입니다. 반면 미감이 없는 자는 정신-영(靈)- 이 없는 자이고 죽은 (철학)자입니다.
참고 칸트의 범주(範疇)표 - 총 12개의 오성의 사유규정이 모여 있습니다.
시는 이를 통해서 더 높은 존엄을 얻는다. 시는 종말에 와서 그의 처음의 상태를 회복한다 – 인류의 여(女)교사이다. 왜냐하면 더 이상 철학도 없고 역사도 없기 때문이다. 시작(詩作) 홀로 모든 학문들과 예술들이 죽고난 뒤에도 살아 남을 것이다.
예술 중에서도 시의 위치가 고양(高揚)되어 있습니다. 시인을 인류의 여교사로 비교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횔더린의 철학적 심미주의(審美主義) 사상을 반영합니다. 심미주의란 - 유미주의(唯美主義) Aestheticism – 예술적, 미적 가치를 최고로 간주하는 사상입니다. 횔더린 [Hölderlin]의 심미주의란 이와는 달리 철학과 인식에 있어서 미의 인식을 모든 인식의 기초로 보는 철학적 심미주의를 말합니다. (역자 註) 이런 사상은 횔더린의 소설 “휘페리온”의 유명한 아테네 이야기(Athener Rede)에서 잘 나타나 있습니다. “신적인 미의 첫 번째 자식은 예술이다. 두 번째 자식(딸)은 종교이다” 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동시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종종 듣는다, 즉 군중들은 감성적인 종교를 가져야 한다. 군중들뿐만 아니라 철학자도 이것이 필요하다. 이성과 정서의 일신론(一神論) 그리고 상상력과 예술의 다신론(多神論) 이런 것들이 우리가 필요한 것들이다.
여기서는 쉴러의 영향력이 있습니다. 쉴러는 그의 “모세 파송” 이란 글에서 성경 출애굽기의 역사를 해석했습니다. 이 사이트의 Unit 13-1 <모세의 사명>에 나오는 쉴러의 정치-종교 이론 방송을 참조하세요. 그는 고대 이집트의 종교가 승려 종교와 민중 종교로 이원화되었다고 했고 승려종교는 일신론이고 민중종교는 다신론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처럼 종교 혹은 신화에 민중 교육을 결부시키는 것이 초기의 헤겔과 횔더린의 공통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은 헤겔의 사상이라기 보다는 횔더린의 사상이라고 봐야 합니다.
우선 나는, 내가 아는 한, 어떤 인간의 감각에도 들어오지 못한 한 이념에 대해서 말할 것이다 – 우리는 하나의 새로운 신화(神話)를 가져야 한다. 이 신화는 이념의 직무에 봉사해야 한다. 그것은 이성의 신화가 되어야 한다.
“새로운 신화” 개념은 낭만주의의 모토인데 그 선구자로서 횔덜린이 있습니다. 횔더린의 소설 “휘페리온”에서는 “새로운 신성” (神性) (neue Gottheit)를 말하고 있습니다. 이 새로운 신성 개념에서 중요한 것은 시인이자 철학자인 신인(神人)입니다.
우리가 이념들을 미감적으로 즉 신화적으로 만들기 전에는 그 이념들은 민중에게 어떤 관심도 받지 못한다; 그리고 역으로 신화가 이성적으로 되기 전에는 철학자는 이런 상태를 부끄러워해야 한다. 그래서 마침내 계몽된 자들과 계몽이 안된 자들이 악수를 해야 한다, 신화는 철학적으로 되어야 하고 민중은 이성적으로 되어야 하고 철학자를 감성적으로 만들기 위해서 철학은 신화적으로 되어야 한다. 그러면 우리 사이에서 영원한 통일성이 지배한다. 더 이상 경멸하는 눈초리는 없을 것이다. 더 이상 그들의 현자들과 성직자들에 대한 맹목적인 공포심은 없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에게는 모든 능력의 동일한 교육과 모든 개별자와 개인들의 교육이 가능할 것이다. 어떤 힘도 더 이상 억압되지 않을 것이다. 그 때 모든 정신들의 보편적인 자유와 평등성이 지배할 것이다. 하늘에서 보내진 더 높은 정신이 우리 사이에 새로운 종교를 창설할 것이다. 그것은 인류의 최종적이며 위대한 작품이 될 것이다.
횔더린의 소설 “휘페리온”에 이런 민중의 지도자 개념과 민중의 교사 개념이 나타나 있습니다. 이는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미(美)의 종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상당히 환상적이긴 합니다. 이런 지식을 지닌 민중교사(Volkserzieher)는 민중들을 미학적으로 계몽시키는 역할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헤겔이라면 민중종교 라고 하겠지만 횔덜린은 그런 말은 하지 않았고 시를 통한 철학과 예술의 통일 혹은 신화와 철학의 통일 이라고 표현했습니다.
Unit 31 : “독일 관념론의 최초의 체계 구상” 문서 소개 및 해설 –헤겔, 셀링, 횔더린 우정의 철학 -
체계로서의 철학
독일 관념론은 칸트 이후, 즉 피히테부터 헤겔까지의 철학을 말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람들이 바로 셀링, 헤겔 그리고 횔더린입니다. 칸트를 여기에 포함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 통해 독일은 철학의 강국으로 발전했습니다. 이 철학의 영향력은 오늘날까지 살아있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고전 철학
(Greek classical philosophy) 즉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철학과 쌍벽을 이룰 수 있는 철학의 흐름, 학파가 바로 독일 관념론 (German idealism)입니다. 독일 관념론 철학의 큰 특징은 모두가 체계가 있다는 점입니다. 즉 시스템이 있다는 것입니다.
“체계지향적인 철학”과 “문제지향적인 철학”이 있다는 말이 있고 전자를 비판하는 말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독일 관념론 혹은 다른 말로 이상주의(idealism)은 체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는 그만큼 그들이 어떤 확고한 철학의 원리를 발견했고 그 원리를 여러 분야에 적용할 때 시스템이 발생합니다. 그런 면에서 체계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철학의 핵심적 역량이 강하다는 것입니다. 피히테나 셸링 그리고 헤겔은 모두 철학의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헤겔의 시스템이 가장 완벽하고 견고합니다.
그런데 이런 체계적인 철학의 작은 씨앗이라고 할 수 있는 문서가 20세기에 발견되어 학문적인 관심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는 아주 짧은 하나의 문서인데 필자는 이를 “독일 관념론의 최초의 체계 구상” 라고 지칭하는데 “독일 이상주의의 가장 오래된 체계적인 프로그램” (Das älteste Systemprogramm des deutschen Idealismus) 이라고도 부를 수 있습니다.
2. “독일 관념론의 최초의 체계 구상”
“독일 관념론의 최초의 체계 구상” 혹은 “독일 이상주의의 가장 오래된 체계적인 프로그램” (Das älteste Systemprogramm des deutschen Idealismus) 라고 불리는 이 문서는 그 저자가 누구인지 잘 모르는 짧은 문서의 이름입니다. 생성 시기는 1797년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문서가 발견되고 나서부터 여기에는 독일 관념론 철학의 근원의 해석에 관해 많은 중요성이 부여되었습니다.
이 문서는 헤겔의 필체로 된 것입니다. 즉 헤겔이 이를 썼습니다. 그런데 헤겔의 오리지널한 문서인지 아니면 헤겔이 단순히 베낀 것인지 가 불분명합니다. 헤겔이 어떤 토론을 듣고 기록 (녹취)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문서의 내용상 헤겔의 사상으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헤겔의 삼총사가 있는데 이는 헤겔과 동향(同鄕) 친구들인 셸링 그리고 횔더린입니다. 세 사람다 바덴 뷔르템베르크 주의 주도(州都)인 슈투트가르트 지역에서 태어났고 (헤겔: 슈투트가르트 Stuttgart, 셸링: 레온베르크 Leonberg, 횔더린: 라우펜 암 네카 Laufen am Neckar) 출신입니다. 이들 모두 튀빙겐 대학 신학부에서 서로 같이 공부하고 교류하여 유사한 면이 많기는 하지만 그 사상이나 체계는 세부적으로는 엄청나게 다릅니다.
이 문서는 1913년 한 경매장에서 발견되어 베를린 왕립박물관에 의해서 구입됩니다. 이 문서는 1917년 로젠쯔바이크 (Franz Rosenzweig) 에 의해서 출판이 되었고 그에 의해서 “독일 관념론의 최초의 체계 구상”란 명칭이 붙었습니다. 1945년부터 이 문서는 분실되었고 70년대 말에 다시 발견되어 헬무트 쉬나이더 (Helmut Schneider)와 크리스토프 얌메(Christopf Jamme) 두 사람에 의해서 편집되었습니다.
이 문서의 원저자 문제에 관해서 3가지의 입장이 있습니다.
첫째 이 문서를 처음 출판한 로젠쯔바이크는 그 내용상 –셸링의 “선험적 관념론의 체계” (1799) 와 유사한 부분이 많다는 것을 근거로 이를 셸링의 저작으로 간주했습니다. 글씨는 헤겔의 그것이 확실하나 헤겔이 그냥 베낀 것인지 혹은 편집한 것인지가 불확실해서 이런 문제가 생깁니다.
1917년 캇시러 (E. Cassirer)는 이 문서의 심미주의적 특징 때문에 이를 횔더린의 저작으로 돌렸습니다. “시인적 범신론” (dichterischer Pantheismus) 이라고 불리어 질 수있는 횔더린의 사상은 미(美)를 강조하고 미(美)를 통해서 자연과 신화, 종교를 융합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독일 관념론의 최초의 체계 구상”의 후반부에 있는 심미주의는 횔더린의 소설 휘페리온에 있는 아테네인 이야기와 비슷합니다.
세 번째는 이 문서의 저자를 헤겔로 보는 입장입니다. 이는 헤겔 자료실이 있는 보쿰 대학의 오토 푀글러(Otto Pöggeler)가 대표합니다.
미리 말씀드리면 저 (안재오 박사)의 생각은 이 문서는 어느 한사람이 다 쓴 것이 아니라 실은 셸링과 횔덜린의 공동적인 생각이 담긴 문서인데 – 아마도 동향인들이며 같은 대학 기숙사 룸메이트 였던 세 사람이 토론한 것을 헤겔이 정리하여 기록한 듯 합니다. ① 부분은 셸링의 생각이고 ②부분은 횔더린의 사상을 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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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관념론의 최초의 체계 구상” 본문 및 해설
①
하나의 윤리학
전체 형이상학은 미래에는 도덕으로 환원되기 때문에 – 여기에 관해서 칸트는 그의 두 개의 요청과 함께 단지 하나의 예시만을 들었을 뿐 제대로 규명하지는 못했다 – 이 윤리학은 전체 이념들의 완전한 체계 외에 다른 것이 될 수는 없다.
혹은 같은 말인데 이 윤리학은 모든 실천적인 요청들의 체계일 수 밖에 없다.
설명 : 형이상학에 관한 칸트의 입장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즉 “신, 영혼, 자유 그리고 세계에 대한 인식으로서의 형이상학은 종래처럼 유지될 수가 없다”, “인식 비판을 거치치 않고 어떤 실체를 상정할 때 이는 독단주의로 빠진다” 등의 사상이 나타나 있습니다. 칸트의 “실천 이성의 요청” 개념을 헤겔의 친구들이 수용했습니다. 피히테의 사상 반영 형이상학은 미래에는 도덕으로 환원 셸링 초기 = 피히테주의자
최초의 이념은 당연히 절대적으로 자유로운 존재로서의 나에 관한 표상(表象)이다. 이런 자유로운, 자기의식적인 존재와 더불어 동시에 하나의 총체적인 세계가 – 무(無)로부터 – 나온다, 즉 유일하게 진실하고 생각할 수 있는 창조가 무(無)로부터 나온다. 여기서 나는 물리학의 영역으로 하강(下降)한다. 질문은 이것이다 : 어떻게 하나의 세계가 하나의 도덕적인 존재에게 적합한가? 나는 우리의 천천히 힘들게 실험으로 걸어가는 물리학에게 다시 날개를 달아준다.
설명 : 작가(셀링?)는 칸트 철학과 피히테 철학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즉 이념(Idee)의 개념을 자아와 연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계 즉 유한자의 총체로서의 세계가 무(無)로부터 나온다는 말은 실은 유한자가 무한자 - 여기서는 절대 자아 –에서 나온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유한자들의 총체는 보통은 “자연” 개념입니다. 셸링은 자연 철학을 물리학(사변적 물리학)으로 환원합니다. 이 구상이 바로 셸링의 자연철학 구상입니다. 이설명은 다음에 (•••)
따라서 만약 철학이 이념을 제시하고 경험이 자료를 제시한다면 우리는 결국 전반적으로 물리학을 –내가 미래 세대에게서 기대하는 물리학 – 획득할 것이다. 현재의 물리학은 우리의 정신이거나 그렇게 되어야 할 창조적인 정신을 만족시키지는 못할 것처럼 보인다.
해설 : 위에서 말한 것처럼 물리학의 의미는 자연철학이고 이 구상은 그의 “자연철학의 체계” (1799)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납니다.
자연으로부터 나는 인공적인 것으로 간다. 인류의 이념이 먼저 나온 뒤 나는 국가의 이념은 없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왜냐하면 국가는 어떤 기계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기계의 이념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가의 이념도 없다.
여기서 국가에 대한 반감 내지 비하(卑下)가 나타납니다. 국가는 이념이 없다 는 것을 봐서 이 문서는 헤겔의 작품은 아닙니다. 헤겔은 처음부터 국가를 긍정적으로 봅니다. 이런 “국가 부정” 사상은 아마 루소의 자연주의 사상을 반영한 듯 합니다. 이는 국가는 인간의 자유를 억압적인 기구로 간주합니다.
단지 자유의 대상이 이념이라고 불리어 진다. 우리는 그러므로 국가를 뛰어 넘어야 한다! 왜냐하면 모든 국가는 (인간을) 자유로운 기계적인 톱니바퀴로 다루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는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 이를 멈추어야 한다. 그대들은 여기서 알 수 있다 즉 예를 들어 항구적인 평화에 대한 이념 같은 모든 이념들은 하나의 더 높은 이념 밑의 종속적인 이념이라는 사실이다. 동시에 여기서 나는 인류의 역사에 대한 원칙들을 서술할 것이다. 그리고 국가와 헌법과 정부와 입법에 관한 비참한 전체적인 인위(人爲)성을 그 뿌리까지 밝힐 것이다.
칸트의 “영구 평화론” 저술을 언급합니다. 국가에 대한 반감은 지속됩니다. 국가는 인간들의 자유를 억압하는 톱니바퀴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국가와 헌법의 인위성이 비판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사고는 비판의 여지가 있습니다 - 역자주)
마침내 세계와 신과 영혼의 불멸이라는 이념이 등장한다. - 모든 미신의 붕괴, 요즘은 이성(理性)인체 하는 사제직의 추적, 이성을 통한 – 지성적인 세계를 보호하고, 신도 영혼의 불멸도 자기 밖에서 찾지않는 모든 정신들의 절대적인 자유.
역시 칸트가 말한 이념들 즉 신과 영혼의 불멸 등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또한 계몽주의적인 종교관이 피력되고 있습니다. 즉 미신의 붕괴와 성직자들에 대한 혐오가 나타납니다. (참고 계몽주의 사상 – 기독교를 비롯한 모든 종교를 우상숭배와 미신 Aberglauben, superstition 으로 간주한다.) 이는 종교에 대한 피히테적인 관점을 따르고 있는 셀링의 입장입니다. 피히테는 종교나 신이 도덕적 행동을 하기 위해 필요하지 않다고 합니다. 특히 인격신 개념을 피히테는 부정합니다. 반면 횔덜린이나 헤겔은
어느 정도 종교의 가치를 긍정합니다.
②
마지막으로 모든 것을 통일하는 이념이 있다. 그것은 미(美)의 이념이다. 이는 고차적인 플라톤적인 의미의 단어이다.
여기서부터는 철학적 심미주의가 등장합니다. 미의 이념을 철학 체계의 중심에 두는 것입니다. 미학이 시스템의 기초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것은 셸링과 횔더린 양자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카시러 (E. Cassirer)는 이 논문을 횔더린의 저작이라고 보았습니다. 이처럼 미를 철학의 기초로 보는 것은 ① 칸트의 사상 즉 미학을 통해서 이론이성과 실천이성이 연결된다 ② 플라톤의 이데아 특히 미의 이데아 사상 등 두 가지를 연결시킨 결과입니다.
나는 다음과 같이 확신한다, 즉 이성의 최고의 행동은 -그 이성은 모든 이념을 함축하는데- 미감적(美感的)인 행동이다. 그리고 진리와 선의(善意)는 오직 미(美) 안에서 형제가 된다. 철학자는 시인과 마찬가지로 미감적(美感的)인 능력을 가져야 한다. 미감적인 의미없는 사람들은 문자적 철학자들이다. 정신의 철학은 미감적인 철학이다. 인간은 미감적인 센스없이 어떤 일에 대해서도, 심지어는 역사에 대해서도 총기있게 생각할 수가 없다. 여기서 다음과 같은 사실이 명백하게 된다, 즉 이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부족하게 되는지가 명백하게 된다. 그리고 일이 도표와 목록을 넘어서자 말자 곧 모든 것이 어둡게 된다는 것을 허심탄회하게 고백해야 한다.
이 부분은 전형적인 횔더린의 사상과 일치합니다. 즉 미학주의, 심미주의 등이 나타납니다. 미(美) 안에서 진(眞)과 선(善)의 통합이 있습니다. 이는 칸트적으로 말하면 미감적 판단으로 이론이성과 실천 이성을 연결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진리와 선의(善意)는 오직 미(美) 안에서 형제가 된다. 철학자는 시인과 마찬가지로 미감적(美感的)인 능력을 가져야 한다.
문자철학자(Buchstabenphilosophen) 이란 열정이나 미적 직관없이 논리만 강조하는 철학자들을 말하는 듯합니다. 또 이는 도표와 목록에 얽매이는 철학자들입니다. 도표는 가령 칸트가 말한 범주표 같은 것을 암시합니다. 또 여기는 신약 성경 바울 서신의 율법과 영의 대조 사상이 깔려 있습니다. 로마서 7 장 6 절 “이제는 우리가 얽매였던 것에 대하여 죽었으므로 율법에서 벗어났으니 이러므로 우리가 영의 새로운 것으로 섬길 것이요 율법 조문의 묵은 것으로 아니할지니라”. 영(靈)은 살리고 율법(문자(文字), 의문(儀文)은 죽인다 라는 바울의 사상이 여기 나타나 있습니다. 헤겔과 그의 친구들은 모두 신학교 출신들이라 성경에 대해서 아주 훤 합니다.
즉 플라톤 사상과 기독교 사상들이 엉켜 있습니다. “정신의 철학자는 미감의 철학자이다” 즉 미적 감각이 있는 자는 영적인-정신적인- 철학자입니다. 이는 산 철학자입니다. 반면 미감이 없는 자는 정신-영(靈)- 이 없는 자이고 죽은 (철학)자입니다.
참고 칸트의 범주(範疇)표 - 총 12개의 오성의 사유규정이 모여 있습니다.
시는 이를 통해서 더 높은 존엄을 얻는다. 시는 종말에 와서 그의 처음의 상태를 회복한다 – 인류의 여(女)교사이다. 왜냐하면 더 이상 철학도 없고 역사도 없기 때문이다. 시작(詩作) 홀로 모든 학문들과 예술들이 죽고난 뒤에도 살아 남을 것이다.
예술 중에서도 시의 위치가 고양(高揚)되어 있습니다. 시인을 인류의 여교사로 비교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횔더린의 철학적 심미주의(審美主義) 사상을 반영합니다. 심미주의란 - 유미주의(唯美主義) Aestheticism – 예술적, 미적 가치를 최고로 간주하는 사상입니다. 횔더린 [Hölderlin]의 심미주의란 이와는 달리 철학과 인식에 있어서 미의 인식을 모든 인식의 기초로 보는 철학적 심미주의를 말합니다. (역자 註) 이런 사상은 횔더린의 소설 “휘페리온”의 유명한 아테네 이야기(Athener Rede)에서 잘 나타나 있습니다. “신적인 미의 첫 번째 자식은 예술이다. 두 번째 자식(딸)은 종교이다” 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동시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종종 듣는다, 즉 군중들은 감성적인 종교를 가져야 한다. 군중들뿐만 아니라 철학자도 이것이 필요하다. 이성과 정서의 일신론(一神論) 그리고 상상력과 예술의 다신론(多神論) 이런 것들이 우리가 필요한 것들이다.
여기서는 쉴러의 영향력이 있습니다. 쉴러는 그의 “모세 파송” 이란 글에서 성경 출애굽기의 역사를 해석했습니다. 이 사이트의 Unit 13-1 <모세의 사명>에 나오는 쉴러의 정치-종교 이론 방송을 참조하세요. 그는 고대 이집트의 종교가 승려 종교와 민중 종교로 이원화되었다고 했고 승려종교는 일신론이고 민중종교는 다신론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처럼 종교 혹은 신화에 민중 교육을 결부시키는 것이 초기의 헤겔과 횔더린의 공통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은 헤겔의 사상이라기 보다는 횔더린의 사상이라고 봐야 합니다.
우선 나는, 내가 아는 한, 어떤 인간의 감각에도 들어오지 못한 한 이념에 대해서 말할 것이다 – 우리는 하나의 새로운 신화(神話)를 가져야 한다. 이 신화는 이념의 직무에 봉사해야 한다. 그것은 이성의 신화가 되어야 한다.
“새로운 신화” 개념은 낭만주의의 모토인데 그 선구자로서 횔덜린이 있습니다. 횔더린의 소설 “휘페리온”에서는 “새로운 신성” (神性) (neue Gottheit)를 말하고 있습니다. 이 새로운 신성 개념에서 중요한 것은 시인이자 철학자인 신인(神人)입니다.
우리가 이념들을 미감적으로 즉 신화적으로 만들기 전에는 그 이념들은 민중에게 어떤 관심도 받지 못한다; 그리고 역으로 신화가 이성적으로 되기 전에는 철학자는 이런 상태를 부끄러워해야 한다. 그래서 마침내 계몽된 자들과 계몽이 안된 자들이 악수를 해야 한다, 신화는 철학적으로 되어야 하고 민중은 이성적으로 되어야 하고 철학자를 감성적으로 만들기 위해서 철학은 신화적으로 되어야 한다. 그러면 우리 사이에서 영원한 통일성이 지배한다. 더 이상 경멸하는 눈초리는 없을 것이다. 더 이상 그들의 현자들과 성직자들에 대한 맹목적인 공포심은 없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에게는 모든 능력의 동일한 교육과 모든 개별자와 개인들의 교육이 가능할 것이다. 어떤 힘도 더 이상 억압되지 않을 것이다. 그 때 모든 정신들의 보편적인 자유와 평등성이 지배할 것이다. 하늘에서 보내진 더 높은 정신이 우리 사이에 새로운 종교를 창설할 것이다. 그것은 인류의 최종적이며 위대한 작품이 될 것이다.
횔더린의 소설 “휘페리온”에 이런 민중의 지도자 개념과 민중의 교사 개념이 나타나 있습니다. 이는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미(美)의 종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상당히 환상적이긴 합니다. 이런 지식을 지닌 민중교사(Volkserzieher)는 민중들을 미학적으로 계몽시키는 역할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헤겔이라면 민중종교 라고 하겠지만 횔덜린은 그런 말은 하지 않았고 시를 통한 철학과 예술의 통일 혹은 신화와 철학의 통일 이라고 표현했습니다.
Unit 31 : “독일 관념론의 최초의 체계 구상” 문서 소개 및 해설 –헤겔, 셀링, 횔더린 우정의 철학 -
체계로서의 철학
독일 관념론은 칸트 이후, 즉 피히테부터 헤겔까지의 철학을 말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람들이 바로 셀링, 헤겔 그리고 횔더린입니다. 칸트를 여기에 포함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 통해 독일은 철학의 강국으로 발전했습니다. 이 철학의 영향력은 오늘날까지 살아있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고전 철학
(Greek classical philosophy) 즉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철학과 쌍벽을 이룰 수 있는 철학의 흐름, 학파가 바로 독일 관념론 (German idealism)입니다. 독일 관념론 철학의 큰 특징은 모두가 체계가 있다는 점입니다. 즉 시스템이 있다는 것입니다.
“체계지향적인 철학”과 “문제지향적인 철학”이 있다는 말이 있고 전자를 비판하는 말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독일 관념론 혹은 다른 말로 이상주의(idealism)은 체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는 그만큼 그들이 어떤 확고한 철학의 원리를 발견했고 그 원리를 여러 분야에 적용할 때 시스템이 발생합니다. 그런 면에서 체계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철학의 핵심적 역량이 강하다는 것입니다. 피히테나 셸링 그리고 헤겔은 모두 철학의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헤겔의 시스템이 가장 완벽하고 견고합니다.
그런데 이런 체계적인 철학의 작은 씨앗이라고 할 수 있는 문서가 20세기에 발견되어 학문적인 관심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는 아주 짧은 하나의 문서인데 필자는 이를 “독일 관념론의 최초의 체계 구상” 라고 지칭하는데 “독일 이상주의의 가장 오래된 체계적인 프로그램” (Das älteste Systemprogramm des deutschen Idealismus) 이라고도 부를 수 있습니다.
2. “독일 관념론의 최초의 체계 구상”
“독일 관념론의 최초의 체계 구상” 혹은 “독일 이상주의의 가장 오래된 체계적인 프로그램” (Das älteste Systemprogramm des deutschen Idealismus) 라고 불리는 이 문서는 그 저자가 누구인지 잘 모르는 짧은 문서의 이름입니다. 생성 시기는 1797년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문서가 발견되고 나서부터 여기에는 독일 관념론 철학의 근원의 해석에 관해 많은 중요성이 부여되었습니다.
이 문서는 헤겔의 필체로 된 것입니다. 즉 헤겔이 이를 썼습니다. 그런데 헤겔의 오리지널한 문서인지 아니면 헤겔이 단순히 베낀 것인지 가 불분명합니다. 헤겔이 어떤 토론을 듣고 기록 (녹취)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문서의 내용상 헤겔의 사상으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헤겔의 삼총사가 있는데 이는 헤겔과 동향(同鄕) 친구들인 셸링 그리고 횔더린입니다. 세 사람다 바덴 뷔르템베르크 주의 주도(州都)인 슈투트가르트 지역에서 태어났고 (헤겔: 슈투트가르트 Stuttgart, 셸링: 레온베르크 Leonberg, 횔더린: 라우펜 암 네카 Laufen am Neckar) 출신입니다. 이들 모두 튀빙겐 대학 신학부에서 서로 같이 공부하고 교류하여 유사한 면이 많기는 하지만 그 사상이나 체계는 세부적으로는 엄청나게 다릅니다.
이 문서는 1913년 한 경매장에서 발견되어 베를린 왕립박물관에 의해서 구입됩니다. 이 문서는 1917년 로젠쯔바이크 (Franz Rosenzweig) 에 의해서 출판이 되었고 그에 의해서 “독일 관념론의 최초의 체계 구상”란 명칭이 붙었습니다. 1945년부터 이 문서는 분실되었고 70년대 말에 다시 발견되어 헬무트 쉬나이더 (Helmut Schneider)와 크리스토프 얌메(Christopf Jamme) 두 사람에 의해서 편집되었습니다.
이 문서의 원저자 문제에 관해서 3가지의 입장이 있습니다.
첫째 이 문서를 처음 출판한 로젠쯔바이크는 그 내용상 –셸링의 “선험적 관념론의 체계” (1799) 와 유사한 부분이 많다는 것을 근거로 이를 셸링의 저작으로 간주했습니다. 글씨는 헤겔의 그것이 확실하나 헤겔이 그냥 베낀 것인지 혹은 편집한 것인지가 불확실해서 이런 문제가 생깁니다.
1917년 캇시러 (E. Cassirer)는 이 문서의 심미주의적 특징 때문에 이를 횔더린의 저작으로 돌렸습니다. “시인적 범신론” (dichterischer Pantheismus) 이라고 불리어 질 수있는 횔더린의 사상은 미(美)를 강조하고 미(美)를 통해서 자연과 신화, 종교를 융합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독일 관념론의 최초의 체계 구상”의 후반부에 있는 심미주의는 횔더린의 소설 휘페리온에 있는 아테네인 이야기와 비슷합니다.
세 번째는 이 문서의 저자를 헤겔로 보는 입장입니다. 이는 헤겔 자료실이 있는 보쿰 대학의 오토 푀글러(Otto Pöggeler)가 대표합니다.
미리 말씀드리면 저 (안재오 박사)의 생각은 이 문서는 어느 한사람이 다 쓴 것이 아니라 실은 셸링과 횔덜린의 공동적인 생각이 담긴 문서인데 – 아마도 동향인들이며 같은 대학 기숙사 룸메이트 였던 세 사람이 토론한 것을 헤겔이 정리하여 기록한 듯 합니다. ① 부분은 셸링의 생각이고 ②부분은 횔더린의 사상을 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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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관념론의 최초의 체계 구상” 본문 및 해설
①
하나의 윤리학
전체 형이상학은 미래에는 도덕으로 환원되기 때문에 – 여기에 관해서 칸트는 그의 두 개의 요청과 함께 단지 하나의 예시만을 들었을 뿐 제대로 규명하지는 못했다 – 이 윤리학은 전체 이념들의 완전한 체계 외에 다른 것이 될 수는 없다.
혹은 같은 말인데 이 윤리학은 모든 실천적인 요청들의 체계일 수 밖에 없다.
설명 : 형이상학에 관한 칸트의 입장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즉 “신, 영혼, 자유 그리고 세계에 대한 인식으로서의 형이상학은 종래처럼 유지될 수가 없다”, “인식 비판을 거치치 않고 어떤 실체를 상정할 때 이는 독단주의로 빠진다” 등의 사상이 나타나 있습니다. 칸트의 “실천 이성의 요청” 개념을 헤겔의 친구들이 수용했습니다. 피히테의 사상 반영 형이상학은 미래에는 도덕으로 환원 셸링 초기 = 피히테주의자
최초의 이념은 당연히 절대적으로 자유로운 존재로서의 나에 관한 표상(表象)이다. 이런 자유로운, 자기의식적인 존재와 더불어 동시에 하나의 총체적인 세계가 – 무(無)로부터 – 나온다, 즉 유일하게 진실하고 생각할 수 있는 창조가 무(無)로부터 나온다. 여기서 나는 물리학의 영역으로 하강(下降)한다. 질문은 이것이다 : 어떻게 하나의 세계가 하나의 도덕적인 존재에게 적합한가? 나는 우리의 천천히 힘들게 실험으로 걸어가는 물리학에게 다시 날개를 달아준다.
설명 : 작가(셀링?)는 칸트 철학과 피히테 철학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즉 이념(Idee)의 개념을 자아와 연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계 즉 유한자의 총체로서의 세계가 무(無)로부터 나온다는 말은 실은 유한자가 무한자 - 여기서는 절대 자아 –에서 나온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유한자들의 총체는 보통은 “자연” 개념입니다. 셸링은 자연 철학을 물리학(사변적 물리학)으로 환원합니다. 이 구상이 바로 셸링의 자연철학 구상입니다. 이설명은 다음에 (•••)
따라서 만약 철학이 이념을 제시하고 경험이 자료를 제시한다면 우리는 결국 전반적으로 물리학을 –내가 미래 세대에게서 기대하는 물리학 – 획득할 것이다. 현재의 물리학은 우리의 정신이거나 그렇게 되어야 할 창조적인 정신을 만족시키지는 못할 것처럼 보인다.
해설 : 위에서 말한 것처럼 물리학의 의미는 자연철학이고 이 구상은 그의 “자연철학의 체계” (1799)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납니다.
자연으로부터 나는 인공적인 것으로 간다. 인류의 이념이 먼저 나온 뒤 나는 국가의 이념은 없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왜냐하면 국가는 어떤 기계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기계의 이념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가의 이념도 없다.
여기서 국가에 대한 반감 내지 비하(卑下)가 나타납니다. 국가는 이념이 없다 는 것을 봐서 이 문서는 헤겔의 작품은 아닙니다. 헤겔은 처음부터 국가를 긍정적으로 봅니다. 이런 “국가 부정” 사상은 아마 루소의 자연주의 사상을 반영한 듯 합니다. 이는 국가는 인간의 자유를 억압적인 기구로 간주합니다.
단지 자유의 대상이 이념이라고 불리어 진다. 우리는 그러므로 국가를 뛰어 넘어야 한다! 왜냐하면 모든 국가는 (인간을) 자유로운 기계적인 톱니바퀴로 다루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는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 이를 멈추어야 한다. 그대들은 여기서 알 수 있다 즉 예를 들어 항구적인 평화에 대한 이념 같은 모든 이념들은 하나의 더 높은 이념 밑의 종속적인 이념이라는 사실이다. 동시에 여기서 나는 인류의 역사에 대한 원칙들을 서술할 것이다. 그리고 국가와 헌법과 정부와 입법에 관한 비참한 전체적인 인위(人爲)성을 그 뿌리까지 밝힐 것이다.
칸트의 “영구 평화론” 저술을 언급합니다. 국가에 대한 반감은 지속됩니다. 국가는 인간들의 자유를 억압하는 톱니바퀴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국가와 헌법의 인위성이 비판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사고는 비판의 여지가 있습니다 - 역자주)
마침내 세계와 신과 영혼의 불멸이라는 이념이 등장한다. - 모든 미신의 붕괴, 요즘은 이성(理性)인체 하는 사제직의 추적, 이성을 통한 – 지성적인 세계를 보호하고, 신도 영혼의 불멸도 자기 밖에서 찾지않는 모든 정신들의 절대적인 자유.
역시 칸트가 말한 이념들 즉 신과 영혼의 불멸 등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또한 계몽주의적인 종교관이 피력되고 있습니다. 즉 미신의 붕괴와 성직자들에 대한 혐오가 나타납니다. (참고 계몽주의 사상 – 기독교를 비롯한 모든 종교를 우상숭배와 미신 Aberglauben, superstition 으로 간주한다.) 이는 종교에 대한 피히테적인 관점을 따르고 있는 셀링의 입장입니다. 피히테는 종교나 신이 도덕적 행동을 하기 위해 필요하지 않다고 합니다. 특히 인격신 개념을 피히테는 부정합니다. 반면 횔덜린이나 헤겔은
어느 정도 종교의 가치를 긍정합니다.
②
마지막으로 모든 것을 통일하는 이념이 있다. 그것은 미(美)의 이념이다. 이는 고차적인 플라톤적인 의미의 단어이다.
여기서부터는 철학적 심미주의가 등장합니다. 미의 이념을 철학 체계의 중심에 두는 것입니다. 미학이 시스템의 기초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것은 셸링과 횔더린 양자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카시러 (E. Cassirer)는 이 논문을 횔더린의 저작이라고 보았습니다. 이처럼 미를 철학의 기초로 보는 것은 ① 칸트의 사상 즉 미학을 통해서 이론이성과 실천이성이 연결된다 ② 플라톤의 이데아 특히 미의 이데아 사상 등 두 가지를 연결시킨 결과입니다.
나는 다음과 같이 확신한다, 즉 이성의 최고의 행동은 -그 이성은 모든 이념을 함축하는데- 미감적(美感的)인 행동이다. 그리고 진리와 선의(善意)는 오직 미(美) 안에서 형제가 된다. 철학자는 시인과 마찬가지로 미감적(美感的)인 능력을 가져야 한다. 미감적인 의미없는 사람들은 문자적 철학자들이다. 정신의 철학은 미감적인 철학이다. 인간은 미감적인 센스없이 어떤 일에 대해서도, 심지어는 역사에 대해서도 총기있게 생각할 수가 없다. 여기서 다음과 같은 사실이 명백하게 된다, 즉 이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부족하게 되는지가 명백하게 된다. 그리고 일이 도표와 목록을 넘어서자 말자 곧 모든 것이 어둡게 된다는 것을 허심탄회하게 고백해야 한다.
이 부분은 전형적인 횔더린의 사상과 일치합니다. 즉 미학주의, 심미주의 등이 나타납니다. 미(美) 안에서 진(眞)과 선(善)의 통합이 있습니다. 이는 칸트적으로 말하면 미감적 판단으로 이론이성과 실천 이성을 연결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진리와 선의(善意)는 오직 미(美) 안에서 형제가 된다. 철학자는 시인과 마찬가지로 미감적(美感的)인 능력을 가져야 한다.
문자철학자(Buchstabenphilosophen) 이란 열정이나 미적 직관없이 논리만 강조하는 철학자들을 말하는 듯합니다. 또 이는 도표와 목록에 얽매이는 철학자들입니다. 도표는 가령 칸트가 말한 범주표 같은 것을 암시합니다. 또 여기는 신약 성경 바울 서신의 율법과 영의 대조 사상이 깔려 있습니다. 로마서 7 장 6 절 “이제는 우리가 얽매였던 것에 대하여 죽었으므로 율법에서 벗어났으니 이러므로 우리가 영의 새로운 것으로 섬길 것이요 율법 조문의 묵은 것으로 아니할지니라”. 영(靈)은 살리고 율법(문자(文字), 의문(儀文)은 죽인다 라는 바울의 사상이 여기 나타나 있습니다. 헤겔과 그의 친구들은 모두 신학교 출신들이라 성경에 대해서 아주 훤 합니다.
즉 플라톤 사상과 기독교 사상들이 엉켜 있습니다. “정신의 철학자는 미감의 철학자이다” 즉 미적 감각이 있는 자는 영적인-정신적인- 철학자입니다. 이는 산 철학자입니다. 반면 미감이 없는 자는 정신-영(靈)- 이 없는 자이고 죽은 (철학)자입니다.
참고 칸트의 범주(範疇)표 - 총 12개의 오성의 사유규정이 모여 있습니다.
시는 이를 통해서 더 높은 존엄을 얻는다. 시는 종말에 와서 그의 처음의 상태를 회복한다 – 인류의 여(女)교사이다. 왜냐하면 더 이상 철학도 없고 역사도 없기 때문이다. 시작(詩作) 홀로 모든 학문들과 예술들이 죽고난 뒤에도 살아 남을 것이다.
예술 중에서도 시의 위치가 고양(高揚)되어 있습니다. 시인을 인류의 여교사로 비교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횔더린의 철학적 심미주의(審美主義) 사상을 반영합니다. 심미주의란 - 유미주의(唯美主義) Aestheticism – 예술적, 미적 가치를 최고로 간주하는 사상입니다. 횔더린 [Hölderlin]의 심미주의란 이와는 달리 철학과 인식에 있어서 미의 인식을 모든 인식의 기초로 보는 철학적 심미주의를 말합니다. (역자 註) 이런 사상은 횔더린의 소설 “휘페리온”의 유명한 아테네 이야기(Athener Rede)에서 잘 나타나 있습니다. “신적인 미의 첫 번째 자식은 예술이다. 두 번째 자식(딸)은 종교이다” 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동시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종종 듣는다, 즉 군중들은 감성적인 종교를 가져야 한다. 군중들뿐만 아니라 철학자도 이것이 필요하다. 이성과 정서의 일신론(一神論) 그리고 상상력과 예술의 다신론(多神論) 이런 것들이 우리가 필요한 것들이다.
여기서는 쉴러의 영향력이 있습니다. 쉴러는 그의 “모세 파송” 이란 글에서 성경 출애굽기의 역사를 해석했습니다. 이 사이트의 Unit 13-1 <모세의 사명>에 나오는 쉴러의 정치-종교 이론 방송을 참조하세요. 그는 고대 이집트의 종교가 승려 종교와 민중 종교로 이원화되었다고 했고 승려종교는 일신론이고 민중종교는 다신론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처럼 종교 혹은 신화에 민중 교육을 결부시키는 것이 초기의 헤겔과 횔더린의 공통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은 헤겔의 사상이라기 보다는 횔더린의 사상이라고 봐야 합니다.
우선 나는, 내가 아는 한, 어떤 인간의 감각에도 들어오지 못한 한 이념에 대해서 말할 것이다 – 우리는 하나의 새로운 신화(神話)를 가져야 한다. 이 신화는 이념의 직무에 봉사해야 한다. 그것은 이성의 신화가 되어야 한다.
“새로운 신화” 개념은 낭만주의의 모토인데 그 선구자로서 횔덜린이 있습니다. 횔더린의 소설 “휘페리온”에서는 “새로운 신성” (神性) (neue Gottheit)를 말하고 있습니다. 이 새로운 신성 개념에서 중요한 것은 시인이자 철학자인 신인(神人)입니다.
우리가 이념들을 미감적으로 즉 신화적으로 만들기 전에는 그 이념들은 민중에게 어떤 관심도 받지 못한다; 그리고 역으로 신화가 이성적으로 되기 전에는 철학자는 이런 상태를 부끄러워해야 한다. 그래서 마침내 계몽된 자들과 계몽이 안된 자들이 악수를 해야 한다, 신화는 철학적으로 되어야 하고 민중은 이성적으로 되어야 하고 철학자를 감성적으로 만들기 위해서 철학은 신화적으로 되어야 한다. 그러면 우리 사이에서 영원한 통일성이 지배한다. 더 이상 경멸하는 눈초리는 없을 것이다. 더 이상 그들의 현자들과 성직자들에 대한 맹목적인 공포심은 없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에게는 모든 능력의 동일한 교육과 모든 개별자와 개인들의 교육이 가능할 것이다. 어떤 힘도 더 이상 억압되지 않을 것이다. 그 때 모든 정신들의 보편적인 자유와 평등성이 지배할 것이다. 하늘에서 보내진 더 높은 정신이 우리 사이에 새로운 종교를 창설할 것이다. 그것은 인류의 최종적이며 위대한 작품이 될 것이다.
횔더린의 소설 “휘페리온”에 이런 민중의 지도자 개념과 민중의 교사 개념이 나타나 있습니다. 이는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미(美)의 종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상당히 환상적이긴 합니다. 이런 지식을 지닌 민중교사(Volkserzieher)는 민중들을 미학적으로 계몽시키는 역할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헤겔이라면 민중종교 라고 하겠지만 횔덜린은 그런 말은 하지 않았고 시를 통한 철학과 예술의 통일 혹은 신화와 철학의 통일 이라고 표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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