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에서의 둘째 날이자, 가장 여유로운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아침 9시 30분이 다 되어서 출발했으니 말이다. 오늘은 보스프러스 해협 크루즈이다. 보스포러스 해협(BOSPHORUS STRAITS)은 유럽과 아시아 사이에 위치한 해협으로 흑해와 마르마라해를 연결하고 있다. 길이가 약 30km, 넓은 곳의 폭이 3500m, 좁은 곳이 700m로, 물 흐름이 세차서 여기저기에 소용돌이가 치고 있다. 양측 해안에는 고대 유적지, 그림같이 아름다운 전통적인 터키 마을, 울창한 숲 등이 곳곳에 있어 장관을 연출하고 있으며 음식점, 찻집, 별장 등이 있는 매우 조용한 곳이다.
고대, 중세만 해도 지중해와 흑해간의 거의 모든 상거래는 이 해협을 통해서 이루어졌다고 한다. 국제무역에 있어 보스포러스 해협의 중요성은 오늘날까지도 계속 이어져 매년 38,000여척의 배들이 이 곳을 통과하고 있다.
유람선을 타기 전에 전통 시장을 둘러보았는데 주로 식료품을 위주로 판매하고 있지만, 각종 공예품들도 즐비하다. 특히 공예품들은 화려한 색상들을 자랑하는데, 오후에 둘러본 그랜드 바자르와 비교될 만 하였다.
물살을 가르는 유람선 옆으로 아시아와 유럽이 서로 얼굴을 맞대고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하다. 또한 해협 양쪽으로 보이는 이스탄불의 정경이 아름답다. 상선인지, 어선인지 모를 배들이 떠 있고 군함들도 자주 보인다. 유라시아 대륙을 연결하는 2개의 다리는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오고, 특히 다음날 방문하게 될 루멜리 히사르와 어울린 두 번째 다리의 풍광은 더욱 아름다웠다. 한꺼번에 아시아와 유럽을 볼 수 있었던 약 1시간 남짓한 크루즈를 마치면서, 아시아가 바로 눈앞에 있으면서도 다시 유럽 대륙으로 발길을 향해야 하는 아쉬움을 느낀다. 점심은 어제 들렀던 식당에서 양고기 케밥으로 해결하고 다시 오후 일정을 시작하였다.
먼저 간 곳은 톱카프 궁전이다. 술탄들의 거주지, 톱카프 궁전(TOPKAPI PALACE)은 골든 혼, 보스포러스, 다다넬스의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언덕 끝에 동서교역의 접점인 보스포루스 해협을 향해 대포를 포진해 놓았던 군사요지이다. 이 때문에 "Top대포, Kap문, Palace 궁전"에서 톱카프 궁전으로 불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보스포러스 해협의 높고 평평한 곳에 위치한 70만 평방미터에 이르는 규모로, 1453년 오스만 제국의 술탄인 메흐멧이 이스탄불을 차지하게 되면서 처음 건설되어 그 후 4세기 동안 꾸준히 그 규모를 확장시켜 나갔다. 그 결과 오늘날 이 곳은 15세기-19세기 초까지의 오스만 건축양식의 변화된 모습들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톱카프 궁전은 원래 오스만 제국 대대로 술탄 군왕들이 거처했던 성으로 500여 년 동안 오스만 제국을 통치했던 36명의 술탄 중에서 반 정도가 톱카프 궁전을 사용했다고 하며, 한때 이 곳에는 술탄과 그 가족 외에도 5만 명이 넘는 시중들과 군사, 관료들이 거주했었다고 한다.
궁전으로 들어가기 전에는 약간 과장해서 버스가 머리카락 하나차이로 들어갈 만한 좁은 문을 지나게 되자 플라타너스 숲으로 우거진 정원을 지나 웅장한 궁전의 모습이 보인다. 여러 개의 굴뚝이 보이는 옛날 요리를 만들었던 곳은 지금은 도자기 박물관이 되어 있었는데, 주로 명나라와 일본의 도자기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은제품 전시장을 거쳐 4개의 방으로 구분된 보물고를 보게 되었는데, 술탄 군왕들이 사용했던 옥좌, 면류관, 무기, 생활용구, 왕비나 여자들이 사용했던 장신구 등 총 몇 점인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다.
특히 관심을 끄는 보물중에 4번째 방에 전시된 86캐럿이나 되는 스푼 다이아몬드가 있는데, 이 다이아몬드를 발견한 어부가 그 가치를 모르고 스푼 여섯 개와 바꿨다는 데서 유래가 되었다 한다. 어리석도다 어부여! 그대 앞에서 세기의 보물은 돼지 앞의 진주가 되고 말았구나!
보물고를 나와 건물 뒤편으로 나오니 보스포러스 해협의 경관이 너무나 시원하게 펼쳐진다. 너나 할 것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댈 만큼 아름답기만 하다. 좀 더 남아서 감상하고 싶은데, 이미 일행은 저만치 가 버리고 없다.
아쉬운 맘을 카메라에 저장하고, 술탄들의 초상화가 있는 곳 등 두어 개의 전시장을 더 둘러본 후 톱카프 궁전을 나서는데, 기관총을 든 터키 경찰이 보인다. 기념촬영을 요청하니 기꺼이 응해 준다. 톱카프 궁전에 이어 터키에서 유명하다는 가죽제품 공장에서 패션쇼를 구경하게 되었다. 그런데 패션쇼장 앞 주차장에 경찰차가 한 대 서 있는 데, 눈에 익은 모델이다. 가까이 가보니 현대자동차 액센트가 아닌가. 우리 나라 자동차가 유럽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터키 경찰차로까지 활용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마음 한 구석 뿌듯한 느낌이 든다. 패션쇼장을 나와 터키석 가게를 거쳐 이스탄불에서 가장 큰 규모의 시장인 그랜드 바쟈르(GRAND BAZAR)로 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