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1/치매특별등급제 논란, 의사vs한의사 싸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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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구라] 치매특별등급제 논란, 의사vs한의사 싸움 아니다
송수연 기자의 '히포구라테스'
기사입력시간 : 2014-06-07 07:30:48
“직능 이기주의로 몰아가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대한치매학회 정지향 학술이사(이대목동병원 신경과)가 지난 5월 30일 청년의사라디오 ‘히포구라테스’에 출연해 치매특별등급제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면서 한 말이다. 한의사가 치매특별등급(5등급)을 진단하는 기준이 되는 의사소견서를 발급하는 것에 의료계가 반발하자 일부에서 일고 있는 ‘밥그릇 지키기’라는 비난 여론을 경계한 것이다.
한의사가 하려는 일을 의사가 반대하거나 그 반대일 경우 흔히 ‘의사 vs 한의사’의 영역 다툼으로 보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의료계가 한의사의 소견서 발급에 반대하며 치매특별등급제 참여 거부를 선언하자 대한한의사협회는 즉각 “국민의 건강을 볼모로 자신들의 사리사욕만 채우겠다는 직능이기주의의 극치를 보여주는 발상”이라고 몰아붙였다. 의사들이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한의사들을 배척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치매특별등급제 논란을 ‘의사 vs 한의사’ 대결 구도로만 보는 것은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의사와 한의사를 떠나 경증 치매를 제대로 진단해 치매특별등급제가 남용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의사들의 지적이 타당하다.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치매특별등급(5등급)용 의사소견서’는 치매진단에 필요한 MMSE(Minimental Status Examination, 간이정신진단검사), GDS(Geriatric Depression Score, 치매 척도 검사), CDR(Clinical Dementia Rating, 치매 척도 검사), SNSB(Seoul Neuropsychological Screening Battery, 한국형 신경심리검사), CERAD(Consortium to Establish a Registry for Alzheimer disease, 신경심리검사) 등을 이용해 치매 진단을 내리도록 했다. 또 MRI나 CT를 통한 뇌영상 소견도 의사와 한의사 구분 없이 똑같이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소견서를 통해 경증 치매를 진단할 평가 도구들이 모두 의학에 기반을 둔 것들이다.
더욱이 의료계는 복지부와 수차례 논의를 거쳐 치매특별등급을 판단할 이같은 기준을 마련했지만 그 과정에 한의계는 전혀 참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의사가 만든 ‘의사소견서’를 학문적 배경이 다른 한의사들이 사용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해서 단순히 ‘감정싸움’으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경증 치매는 중증 치매보다 진단하기가 더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복지부도 “치매특별등급 대상이 경증 치매 환자이다보니 의사소견서에 따라 등급 판정이 좌우된다. 때문에 소견서를 꼼꼼히 작성해 줘야 한다”고 당부할 정도다.
‘꼼꼼히’ 작성해야 한다는 소견서를 의학적인 기준으로 마련해 놓고 한의학을 배운 한의사들도 같이 사용하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국민건강보험법과 노인장기요양보험법상 한의사도 소견서를 발급할 수 있다면 한의학적 진단 기준이 적용된 ‘한의사소견서’는 왜 못 만들었나.
의료계의 치매특별등급제 참여 거부가 직능 이기주의만으로 보이지 않는 이유다.
송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