콸라룸푸르 인근의 자연암장 세 곳과 실내암장 소개
국내 클라이머들에게 아시아의 해외 암벽등반 대상지로, 태국 크라비Krabi의 톤사이Ton Sai와 라오스의 타켓Thakhet, 중국 계림의 양수오Yangshuo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시아에서 암벽등반지로 말레이시아가 먼저 개척된 사실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다. 말레이시아는 1964년 이래 등반가들이 키나발루산의 화강암 암봉을 등반했고, 클랑 게이트Klang Gates 지역의 바위봉우리들과 콸라룸푸르에서의 등반이 1973년에 이루어졌다. 그러나 루트 정보 부족과 지역 등반가들의 미약한 호응으로 등반 발전이나 암장 개척은 다른 나라에 비해 늦은 편이다.
말레이시아는 콸라룸푸르 서쪽 티오맨섬Tioman Island의 웅장한 쌍둥이 암봉Twin Peaks을 제외하면 알려진 암장이 없다. 그러나 콸라룸푸르 북쪽에 많은 암벽이 흩어져 있다. 클랑 게이트 지역 동쪽의 리지들은 1973년에 등반되었다. 같은 해 미국의 데이브 도맨Dave Dorman과 알 권더Al Gunther는 콸라룸푸르 지역에 많은 암장을 개척하면서 선구자 역할을 했다. 아직도 현지 등반가들은 등반할 암봉이 아니라 개척할 등반가들이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말레이시아 7번 고속도로를 달리다보면 태국에 인접한 펄리스Perlis주州의 캉가르Kangar 지역에 200m 높이의 바위들이 1km 넘게 이어지며 처녀봉의 자태로 등반가를 기다리는 곳도 있다.
필자는 몇 년 동안 말레이시아 친구들의 초대를 받았으나 짬을 내지 못했다. 올해 겨우 시간을 내어 찾은 말레이시아는 예상과 달리 등반성 좋은 암장이 많았다. 콸라룸푸르 북쪽에 있는 10개의 이름 난 암장 중, 말레이시아의 클라이머들이 시간이 부족한 필자를 위해 선정한 바투 케이브Batu Caves 인근 암장 3곳을 소개한다.
유명한 관광지인 바투 케이브 지역으로 가려면 콸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바투 케이브역까지 열차(KTM)를 이용하면 된다. 1시간 20분(콸라룸푸르 센트럴역에서 환승) 정도 소요된다. 이 역에서 택시로 15분(요금 약 5,000원)이면 ‘쿠아 다마이 엑스 파크Qua Damai X Park’에 도착할 수 있다. 깨끗한 시설이 있어 다양한 스포츠 활동을 할 수 있는 공원 내에 ‘다마이 월Damai Wall’이 있다.


다마이월(구글 지도 좌표: 3.248156, 101.689754) 다마이월은 콸라룸푸르에서 북쪽으로 10km 정도 떨어진 바투 케이브 지역의 암장들 가운데 주벽이라 할 수 있다. 150m 높이에 30여 개 루트가 있다. 대부분 단 피치 하드프리 루트이며, 몇 개의 멀티피치가 있다. 벽의 왼쪽은 새 루트를 개척 중이며, 현재 등반 가능한 루트도 많다. 잔디가 깔려 잘 관리된 확보 장소와 편의시설은 시에서 스포츠 공원으로 만들면서 조성했다. 운영은 지역 등반가에게 전적으로 일임하고 있다.
여러 면에서 관공서와 등반 동호인들이 이상적인 협력 체제로 관리되고 있어, 국내 현실과 비교하면 모범적인 면이 많다. 입장료는 없고 ‘쿠아 다마이 X 파크 관리사무소’에 기록만 하면 된다.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지역 등반가들이며 무척 친절하다. 사무소에 비치되어 있는 말레이시아 암벽등반 가이드북(오래 전 절판된 영문판)을 빌려서 보면 전국의 주요 암장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다마이월은 대부분 5.10급 난이도라 초중급자들이 마음껏 등반할 수 있다. 특히 확보 장소가 넓고 안락해 단체 산악회 회원들이 편안하게 등반할 수 있다. 암장은 좌우로 레드 락, 화이트 월, 냐묵 월 총 4개 섹터로 나뉘어 선호하는 난이도에 따라 암장을 선택할 수 있다.
X파크 부근에 숙소를 잡으면 두 명이 약 2만5,000원으로 충분하게 하루 숙식을 해결할 수 있다. 햄버거는 공원까지 배달을 시킬 수도 있다. 오후 6시 30분에 관리사무소는 업무를 마감한다. 하지만 이후에도 개별적으로 야간등반이 가능하다. 필자가 등반한 토요일은 그리 붐비지 않았으며, 히잡을 쓴 무슬림 여성들이 열정적으로 등반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냐묵월(구글 지도 좌표: 3.243645, 101.694445) 냐묵월Nyamuk Wall은 다마이 X파크 동쪽으로 약 2km 떨어져 있으며, 2002년부터 스위스 등반가 패트릭에 의해 개척되었다. 60여 개 다양한 난이도의 루트들이 있는 암장이며, 현재 개척 중인 루트들이 있어 루트 수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전형적인 하드프리 코스 암장이다. 난이도는 5.9급에서 5.13급에 이르고 다양한 등반 길이와 각도를 이룬 루트들이 클라이머들의 도전을 기다리고 있다. 바투 케이브역에서 택시로 15분 정도(요금 약 5,000원) 걸리며 기사에게 ‘코랑 멜라티Corang Melati’ 또는 ‘수라우 무하지린Surau Muhajirin’에 내려 달라고 해서, 주택가 골목을 지나 산 쪽 방향의 암장을 찾아가면 된다. 도로에서 암장까지는 6~7분이면 갈 수 있다.
스마트폰의 구글 GPS를 이용하거나 우버 택시를 이용하면 더 저렴하고 쉽게 찾아 갈 수 있다. ‘냐묵Nyamuk’은 말레이시아어로 모기를 뜻한다. 필자가 등반했던 날은 모기가 거의 없었지만 모기약은 필수품이라고 현지 클라이머들은 전한다.
오전에 땡볕이었다가 오후에 그늘이 되므로 느긋하게 시작하는 것이 좋다. 오후 7시까지 랜턴 없이 등반 가능하다. 석회암 암질이지만 국내 화강암 암장에서처럼 섬세한 균형을 요하는 작은 홀드의 루트를 등반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 한국 클라이머들이 쉽게 적응할 수 있다.
또한 재미있는 동작을 연결해야 완등할 수 있는 멋진 루트들이 많다. 다만 인기 있는 쉬운 코스들은 70m 로프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와 달리 이곳 클라이머들은 대부분 20~30대의 젊은이들이며, 친근하여 쉽게 어울릴 수 있다. 영어만 되면 어려움 없이 도움을 구할 수 있다.


부킷타쿤(구글 지도 좌표: 3.329419, 101.641546) 템플러 파크 골프장Templer Park Golf Course 뒤편에 우뚝 솟은 ‘부킷타쿤Bukit Takun’ 암장은 콸라룸푸르에서 약 20km 떨어져 있다. 높이 300m의 거대한 단일암벽이다. 석회암 종유석 홀드가 중간 중간 섞여 있는 멀티피치 스포츠클라이밍의 낙원 같은 암장이다.
이 거대한 바위에 30여 개의 루트가 있다고 하는데 지금도 개척 중인 루트가 여럿 있어 정확한 루트 수를 알기 어렵다. 고전적인 등반 방식으로 오를 수 있는 루트들도 많이 있다. 현재 앵커가 설치된 루트들은 전부 볼트가 설치된 스포츠클라이밍용이다. 만약 우리나라에 이런 벽이 있었다면 100개 이상의 루트가 개척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이곳을 찾아 가려면 바투 케이브역에서 택시를 이용해야 된다. 택시 기사에게 템플러 파크 골프장 뒤편의 템플러 파크 휴양 주택단지 입구까지 가자고 해야 한다. 입구 경비실에서 사인을 해야 이 주택 단지(부촌 마을)에 들어갈 수 있다.
경비견들이 짖어대는 도로 끝의 저택을 지나 바위 쪽을 보면서 열대우림 숲을 오르다 보면 중간 중간에 각 루트 출발지점을 찾을 수 있다. 필자가 소개할 루트Viserion는 지난 2월 말에 등반한 곳으로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루트다. 저택 골목 끝의 등산로 입구에서 20분 정도 오르면 커다란 동굴 앞에 닿는다. 동굴의 좌측으로 조금 내려서면 이 루트의 첫 피치 출발지점이다.
개척된 지 5개월 정도 지난 이 루트는 총 7피치로서 최고 난이도 7a(5.11d)의 크럭스가 2번째 피치에 한 차례 있고, 나머지 피치는 평균 5.10c/d 정도다. 4번째 피치의 거대한 루프 아래 트래버스 구간에서는 압도적인 고도감과 탁 트인 시내 전망을 동시에 느끼는 묘미가 있다. 등 뒤의 열대우림 속에서 사납게 짖는 야생 원숭이들의 소리를 들으며 이 멋진 루트를 오르는 순간,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문명의 세계를 떠나 태고의 오름짓을 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정상에 오르면 콸라룸푸르로 향하는 도로가 펼쳐지고 멀리 콸라룸푸르의 상징인 쌍둥이 빌딩도 볼 수 있다.
이 루트는 60m 로프 2동과 퀵드로 15개가 필요하다. 이곳 암장의 여러 루트는 출발지점을 찾기가 어려운 게 단점이다. 콸라룸푸르의 단 한 곳뿐인 장비점인 ‘버티컬Verticale’을 운영하는 알리프 아마드Alif Ahmad에게 연락하면 최신 루트 정보와 암장 정보 등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메일 alif@vertical.my 홈페이지 www.vertical.my 전화(+ 603 6178 4348)


엄청난 규모의 쾌적한 실내암장
푸트라자야 실내암장(구글 지도 좌표: 2.889224, 101.665424) 실내암장인 푸트라자야 클라이밍월Wall Climbing Putrajaya은 푸트라자야 챌린저 파크Putrajaya Challenge Park 내에 있다.
정부종합청사 건물들이 밀집해 있는 신도시 푸트라자야 센트럴역Putrajaya Sentral Station에서 약 10km 떨어진 터만 카바란Tuman Cabaran에 위치해 있다.
체육공원 내에 국내 외벽 3~4개를 한 곳에 모아 놓은 정도의 엄청난 크기의 푸트라자야 시립 실내암장은 정부 차원에서 사회체육 활동을 얼마나 잘 지원하고 있는지를 보여 준다. 입장료는 1,300원이며 로프 등반, 볼더링, 근력 운동 등의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공간이 넓어 쾌적한 환경에서 운동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센트럴 역에서 택시로 15분 정도 걸리며 요금 5,000원 이내로 이동할 수 있다. 택시 이외의 대중교통 수단이 없는 아쉬움이 있지만 비가 와서 야외 등반이 어렵거나 실내 등반을 하려 한다면 꼭 이곳을 추천한다.
숙소 및 여행 정보
최소 비용으로 준비한다면 바투 케이브 부근에 있는 민박 형태의 숙소를 정하는 것이 좋다. 말레이시아 관광을 겸하고 싶다면 콸라룸푸르 센트럴역 부근이나 TBS(Terminal Bersepadu Selatan: 종합버스터미널)가 있는 반다르 타식 셀라탄(Bandar Tasik Selatan)역 근처에 숙소를 잡으면 남쪽으로 말라카(Malacca)와 싱가포르, 북쪽으로 페낭(Penang)까지 직행버스로 여행이 가능하다. 콸라룸푸르 시내 중심가 숙박도 선택의 폭이 넓다.
말레이시아는 기본적인 생활영어로 모든 사람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등반 적기는 11~4월이며 이 기간의 평균 온도는 25~30℃이다. 현지인들은 몬순 시즌인 5~10월 사이에도 햇볕만 나면 얼마든지 등반 가능하다고 한다. 모기약은 필수품이다.
말레이시아 전통음식 중에서 촤콰이테후(볶음면), 락사(Laksa 탕), 사따이(Satay 꼬치), 센돌(Cendol 팥빙수)과 아라비안 음식은 한국사람 입맛에 비교적 잘 맞다. 태국이나 중국 음식이 미식가들에게 알려져 있지만 개인적으로 말레이시아 음식이 입맛에 더 잘 맞았고 맛있었다.
말레이시아 암장에 대한 상세 정보를 얻으려면 바투 케이브의 쿠아 다마이(Qua Damai) X park 관리사무소로 연락하면 된다.
이메일 guadamaixpark@gmail.com
홈페이지 www.guadamai.com 전화 +6012 481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