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인 + 나랏글 천지인과 나랏글을 비교해보자. 위 사진에서 좌측이 천지인, 우측이 나랏글(ez한글)이다. 천지인은 한글 창제 당시의 모음 구성 원리를 그대로 응용하여 하늘, 땅, 사람, 즉 ●, ㅡ, ㅣ 세가지 요소를 조합하여 ㅏㅑㅓㅕㅗㅛㅜㅠㅡㅣ 등의 모음을 만들어낼 수 있다. 척 봐도 대충 이해가 가게 만들어서,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배우기 쉽다. 반면 "국가" 등의 글을 쓸 때, '국'까지 쓰고 스페이스바나 방향키를 한번 눌러서 글씨를 마무리해줘야하는 단점이 있다. 방향키를 사용 안 할 경우, '?'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나랏글의 경우, 자음 부분에 가획(획추가)와 병서(쌍자음) 버튼이 있는게 이색적인데, 이것 역시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자음 구성 원리와 같다. 근데 이게 장점도 되고 단점도 된다. 일단 같은 글을 쓸때도 천지인보다 타이핑할 횟수가 적어서 속도가 아주 빠르다. 그리고 ㅇㅇ, ㅋㅋ 등의 단자음 연타로 통신체 글을 쓸때 아주 편하다. 하지만 글씨를 쓰고 획추가나 쌍자음 버튼을 눌러야한다는 점이 배우기 어려운 점이라 할 수 있겠다. 하는 김에 훈민정음 내용을 그대로 옮겨 써본다.
今正音之作 이제 훈민정음을 만드는 것은 初非智營而力索 처음부터 슬기로 마련하고, 애써서 찾은 것이 아니라 但因其聲音而極其理而已. 다만 그 (원래에 있는)성음(의 원리)을 바탕으로 이치를 다한 것 뿐이다. 理旣不二 則何得不與天地鬼神同其用也. (음양의) 이치가 이미 둘이 아니니 어찌 천지 자연, (변화를 주관하는) 귀신과 그 사용을 같이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正音二十八字 各象其形而制之. 훈민정음 이십 여덟자는 각각 그 모양을 본떠서 만들었다. 初聲凡十七字. 초성은 모두 열 일곱자다. 牙音ㄱ 象舌根閉喉之形. 아음(어금니 소리) ㄱ은 혀뿌리가 목구멍을 막는 모양을 본뜨고, 설음(혓 소리) ㄴ은 혀(끝)가 윗 잇몸에 붙는 모양을 본뜨고, 脣音ㅁ 象口形. 순음(입술소리) ㅁ은 입모양을 본뜨고, 齒音ㅅ 象齒形. 치음(잇 소리) ㅅ은 이빨 모양을 본뜨고, 喉音o 象喉形. 후음(목구멍 소리) ㅇ은 목구멍의 모양을 본뜬 것이다. ㅋ比ㄱ 聲出稍 故加劃. ㅋ은 ㄱ에 비하여 소리나는게 세게 나는 까닭으로 획을 더하였다. ㄴ而ㄷ ㄷ而ㅌ ㅁ而ㅂ ㅂ而ㅍ ㅅ而ㅈ ㅈ而ㅊ o而ㆆ ㆆ而ㅎ ㄴ에서 ㄷ, ㄷ에서 ㅌ, ㅁ에서 ㅂ, ㅂ에서 ㅍ, ㅅ에서 ㅈ, ㅈ에서 ㅊ, ㅇ에서 ㆆ, ㆆ에서 ㅎ으로 其因聲加劃之義皆同 그 소리(의 세기)를 바탕으로 획은 더한 뜻은 모두 같다. 而唯ㆁ爲異. 그러나, 오직 ㆁ이 된 것은 다르다. 半舌音ㄹ 半齒音ㅿ 亦象舌齒之形而異其體 無加劃之義焉. 반설음 ㄹ과 반치음 ㅿ 역시 혀와 이의 모양을 본떠서 그 모양을 달리했지만, 획을 더한 의미는 없다.
천지인은 모음을, 나랏글은 자음을 훈민정음을 참조하여 만들어졌다는 점이 흥미롭다. 천지인은 ㄲ 쓸 때 1번 버튼만 3번 연타하면 ㄱ > ㅋ > ㄲ로 변하기 때문에 배우기 쉽지만, 나랏글은 ㄱ을 입력하고 획추가나 쌍자음 등 기능키를 따로 눌러야 하기 때문에 다소 어렵다. 거기 더해 모음쪽은 정말 어렵다. 처음 써보는 사람에게 'ㅖ' 등의 모음을 조합해보라고 하면, 천지인은 어렵지 않게 해내지만 나랏글은 ㅏ 버튼을 두번 눌러 ㅓ 버튼으로 만들고, 획추가 버튼을 눌러서 ㅕ로 만든 다음, ㅣ 버튼을 눌러서 ㅖ로 만들어내야한다. 모음은 자음보다 복잡하고, 그런 면에서 나랏글은 천지인보다 초기 학습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휴대폰을 바꿀때마다 메이커별로 다른 입력 방식에 적응하느라 힘들어하는 것은 사실이고, 이를 위해 표준이 재정된것이다. 문자 보내기.. 젊은 중고생들이면 모르겠지만, 나이 많은 사람들은 문자 보내는 방식이 아주 큰 장벽으로 작용한다. |
출처: 따뜻한 우물 원문보기 글쓴이: 로즈마리
첫댓글 훈민정음을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훈민정음의 원리를 참고하여 스마트폰 자판을 편리하게 만들었다는 것이군. 내가 의문을 갖는 것은 終聲은 초성을 반복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복자음의 경우 초성을 그대로 쓰지 않게 된 것이지. "젊다"의 ㄻ 은 초성에서는 쓰이지 않는데, 이것을 복원하는 것이 편리할 듯도 한데! 좌우지간 복자음 표기의 개선문제가 필요하기는 한데 아직은 시기상조인가?
뜻글과 소리글의 분류는 상대적인 개념을 이야기 한 것이지. 원래 소리는 소리고, 글은 글인데, 소리나는 대로 쓴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 그래서 의성어의 표기가 언어마다 다르다. 한글은 초,중, 종성으로 소리를 과학적으로 분석, 구성했다는 점에서 언어적으로 가장 첨단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모든 소리를 다 표기할수있는 것은 아니다. 소위 捲舌音(혀를 말아서 내는 소리: 영어의 r, sh, zh) 擦音(입술을 좁혀 기류를 마찰시켜 내는 소리: f, x)등은 표기하지 못한다. 그래서 훈민정음의 정신을 살려 복자음을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핸드폰에 천지인 조합 방식이 숙달되니까 참 편하네요.
한글이 이렇게 좋은 줄을 새삼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