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술독에 빠지면 익사

[pinkcat]

2006년 4월 3일자 CNN 뉴스 단신, “They drink, they get drunk, and they drown. That's the tragic scenario that plays out far too often in Minnesota and Wisconsin, where there are lots of college campuses and lots of water. In that region alone, twelve college students have wound up dead in the water over the past decade after wandering away from a party or bar following a long night of drinking…”

인생을 비극적으로 마감하는 내용이 담긴, 이 뉴스 기사에서 술과 익사의 상관 관계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술과 익사의 언어적인 상관 관계 또한 밝혀낼 수 있을까? ‘drink’와 ‘drown’의 상관 관계를 밝혀 내는 것은 상당히 흥미로운 작업이 될 것이다.

영어 표현 중에 ‘drown night’라는 표현이 있는데, 그 의미는 ‘무료로 술을 무제한 마실 수 있게 하는 행사’를 뜻한다. 이 표현이 두 단어의 직접적인 상관 관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가깝다는 것을 암시한다.

히브리어인 ‘shaqah’는 관개하다, 마시게 하다 (drink), 익사하게 하다(drown), 물을 주다 등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드디어, ‘마시다’와 ‘익사하다’라는 두가지 뜻이 함께 포함되어 있는 단어를 발견했다. 따라서, 이 두 의미 사이의 친연성은 더욱 높아 보인다.

국어 사전을 펼쳐 다음 단어를 찾아보자.

[마시다, 삼키다]
꼴깍: 적은 양의 액체나 음식물 따위가 목구멍이나 좁은 구멍으로 한꺼번에 넘어가는 소리. 또는 그 모양.
꿀꺽: 액체나 음식물 따위가 목구멍이나 좁은 구멍으로 한꺼번에 많이 넘어가는 소리. 또는 그 모양.
꿀떡: 음식물 따위를 목구멍으로 한꺼번에 삼키는 소리. 또는 그 모양.
껄떡: 목구멍으로 물 따위를 힘겹게 삼키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죽다]
꼴깍: 잠깐 사이에 없어지거나 죽는 모양.
껄떡: 숨이 끊어질 듯 말 듯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의성어인 ‘꼴깍’과 껄떡은 놀랍게도 히브리어인 ‘shaqah’처럼 ‘마시다’와 ‘죽다’의 의미가 동시에 포함되어 있다. 더구나, 표현이 자유로운 한국어는 ‘꼴깍’, ‘꼴칵’, ‘꼴딱’, ‘꿀꺽’, ‘꿀떡’, ‘꿀컥’, ‘껄떡’ 등으로 다양한 느낌을 담아낸다. 여기서 되짚어 볼 중요한 언어학상의 원칙이 나온다. 언어의 DNA 코드는 자음을 통해 이어지고, 모음은 자유롭게 바뀐다. 아라비아어나 히브리어 등을 보면, 가장 대표적인 특징이 바로 자음 문자라는 것이다. 이들 문자는 모음이 없기 때문에,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기호로써 모음을 표현하고 있다. 우리 말의 모음 조화를 통해 볼 수 있듯이, 모음은 말의 느낌을 좌우하는 특징이 있다고 본다.

이제 우리는 이런 예비 지식을 동원하여 drink, drench, drown의 어원을 비교 분석하며, 이들 사이에 친연성이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drink <- (OE. drincan, <Goth. drigkan) <- IE. Dhreg-, to draw, glide
drench <- (OE. drencan, <Goth. dragkjan) caus, to drink
drown <- (ME. drounen, <OE, druncnian, to be drunk, sink

따라서, 이들 세 단어의 원래 형태소는 drikk-, drekk-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nk는 원래 -kk에서 음운 변이한 것으로, 발음상 비음화 되는 것을 실제 발음나는대로 표기하여 오늘날의 -nk 형태로 굳어졌다. 또한 drown은 고대 영어 drincan의 과거분사, druncen에서 변화한 것으로, k->w로 변화하는 현상은 영어 뿐만 아니라 우리 말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예를 영어에서는 tag -> day, aggelos -> angel, manig, manag -> many 등을 들 수 있으며, 우리말의 경우 박달 -> 배달 등에서 볼 수 있다. 따라서, k->w로 변화하는 음운 현상을 통해 drincan의 과거분사인 druncen에서 현재 형태의 drown으로 변화되어 온 것이 설명된다.

Drink를 draw와 glide의 의미를 지닌 인도유럽조어 dhreg-으로 본 것은 문제가 있다. 의미간의 친밀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더구나, 인도유럽조어(IE)는 학자들이 모든 인도 유럽어를 통합하여 학술적으로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가설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모든 언어를 고찰하지 않고, 단지 유럽어만을 고찰한 결과 생기는 절름발이 가설인 것이다.

그렇다면, 혹시 drink의 고형은 drikk과 우리말 꿀꺽 또는 꿀떡 사이에 어떤 관련성은 없을까? ‘drikk’을 ‘kkidr’로 어순을 뒤바꿔 놓고 생각해 보자. 이것을 한글표기로 고쳐 보면, ‘꾿ㄹ’, 또는 ‘꿀ㄷ’ 형태가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말 ‘꿀꺽’ 또는 ‘꿀떡’이 drink로 변신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포착해 낼 수 있다.

만약 이렇게만 말하고 끝난다면, 뻥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눈을 조금 돌려 주변국의 언어를 살펴보자. 몽고어로는 kulku, kolku가 꿀꺽 삼킨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일본어의 경우도 ごくり(고쿠리), ぐっと(굿토), ごっくり(곳쿠리) 등이 있는데, 일본어의 표기상 한계 때문에 우리말 ‘꿀(떡)’을 늘여 놓았다고 생각하고 보면 된다.

한편, drink와 관련된 우리말로 ‘쭉’ 또는 ‘죽’이란 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쭉
물 따위를 단숨에 들이마시는 모양. ‘죽’보다 센 느낌을 준다.
입으로 아주 힘차게 빠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죽’보다 센 느낌을 준다.

drink의 고형인 drikk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자: (dr -> ㄸ), (kk->ㄲ). 그러면 ‘뚞’의 형태가 나온다. 구개음화 법칙에 따라 ‘뚞’은 ‘쭉’으로 변화하는 것을 상정해 볼 수 있다. 따라서 ‘쭉’과 ‘꼴딱’ 등의 예를 통해 우리는 모음을 중심으로 초성과 종성의 자리 이동이 일어나 같은 의미를 가진 다양한 단어군을 만드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이런 형태는 우리말 곳곳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현상이다.

자, 그럼 이러한 고찰을 통해 발견한 ‘마시다’, ‘삼키다’란 뜻의 gul-, gur-란 음소를 가진 단어들이 있는지 찾아 보자. 음식이나 물은 식도를 통해 삼켜진다. 식도는 영어로 ‘gullet’이라 한다. 또 다른 단어로 그리스어인 ‘esophagus’로 ‘먹어 몸안으로 받아 들이다’란 뜻을 갖고 있다. glutton이란 말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폭식가, 탐욕자란 뜻이다. 이 말에 대한 고유어로는 ‘껄떡이’, ‘껄떡베기’, ‘껄떡쇠’ 등의 멋진 말이 있다. 원래 ‘껄떡이’란 뜻의 glutton과 사촌처럼 사용되다가, 음식과 의복이 고급 문화의 이미지로 발전한 현대에 와서 고급어로 탈바꿈한 ‘gourmet’는 원래 ‘대신 맛을 봐주는 종’이란 뜻이었다. “대장금”의 열풍이 전 아시아를 강타한 요즘 기미상궁 또는 제조상궁이란 말도 우리에게 익숙하다. 이들의 역할 또한 음식 맛을 보고, 독이 들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중책을 맡았다. 성경에 나오는 요셉의 이야기에서도 술관원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또한 gourmet이라 볼 수 있다.

‘greed’는 특히 먹는 것에 대한 탐욕이다. ‘r, l’은 발음상의 차이를 가지지만, 우리 말에서는 아무런 차이없이 그대로 ‘ㄹ’로 표기되는 것을 볼 때, 이 또한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말 ‘꿀돼지’란 말에서도 볼 수 있듯이, ‘꿀’이란 말 자체에 탐식과 탐욕의 의미가 첨가되었다. 이러한 탐욕은 남의 것을 탐하게 만들어, 부당한 방법으로 남의 것을 제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사기로 이어진다. 이러한 사기나 갈취를 ‘꿀꺽하다’는 말로 표현하는데, 그와 같은 의미로 사용되는 말이, ‘gulp’, ‘gull’ 등이 있다. ‘gull’은 또한 gullible, gullibility와 같은 말과도 이어지며, 갈매기를 뜻하는 seagull과도 이어진다. ‘바다의 식도’ 쯤으로 봐도 되나?! 실제로 갈매기는 오랜 세월 동안 인간에 적응하여, 인간이 버리는 생선 쓰레기를 비롯한 온갖 쓰레기를 먹고 산다.

마지막으로, Drink와 함께 또한 살펴봐야 할 단어가 ‘swallow’이다.

Swallow <- (OE, swelgen <Gmc, sweldgan (Du, zwelgen / G, schwelgen / ON svelga)

위의 독일어 보기에서 알 수 있듯이, k->w의 경우로 본다면 swallow는 (sw -> ㄲ, ll -> ㄹ)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무엇을 삼키는 소리나 행위를 말하는 “꿀꺽”이 여기서도 적용된다고 본다.

이제 간단하게 drink와 drown을 정리하자.
내가 물이나 술을 꿀꺽하면 drink
물이나 술이 나를 꿀꺽하면 dr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