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식 교장 선생님 편지글 모음집 ‘사랑으로 쓰는 편지’를 읽고서...’
가족, 제자, 동료 등과 정을 나눈 감동적 휴맨 드라마 연출
김 우 영(작가 / 한국문인협회 회원)
주어야 할 사랑이 너무 많아서
아름다운 세상이여!
같이 할 시간이 너무 부족해
애타는 이내 마음(中略)
- ‘사랑으로 쓰는 편지’ 저자 김남식의 시 ‘사랑’중에서
푸르런 신록이 산야에 주절주절 귀걸이 처럼 매달린 이천 오년 유월 열 하루 날 토요일 오후.
충남 연기군 남면을 향하여 내 노래의 날개 ‘오너 드라이브 엣세이 은색 아반테’ 차를 천천히 몰았다. 오늘따라 하늘은 녹취 빛으로 청아하게 빛이 나고 있었다. 주변에 푸르런 엽록소의 아름다운 자연을 구경하며 달렸다. 논에는 모내기를 하느라고 바쁜 농부들의 손길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모판을 실은 이앙기가 탈 탈 탈--- 돌아가고 있다. 쉬익--쉬익-- 차창 밖으로는 싱그러운 유월의 내음이 코 밑을 스친다.
오늘은 연기군 남면의 연세초등학교에 재직하고 계신 무영(無影)김남식 교장 선생님이 그간 교육계에 40여년을 봉직하면서 가족과 은사, 제자, 동료 들과 나눈 편지를 모아 만든 ‘사랑으로 나누는 편지' 1권(513p), 2권(453P) (참 디자인 출판사 출간) 모음집을 내고 그 화자(話者)의 주인공들을 초청하여 출판기념회를 갖는 날이다.
예상했던 대로 무영 선생님의 평소 고루한 인간관계로 인하여 연세초등학교 교정에는 4-5백명의 많은 하객들이 몰렸다. 이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축하하기 위한 발걸음으로 푸르런 유월의 교정에 사랑의 향기를 촉촉이 뿌리고 있었다.
오늘 편지글 모음집을 낸 김남식 교장 선생님은 나와 지난 몇 해 전 조치원 명동초등학교에서 2년여 동안 함께 생활했던 인연이 있던 분 이다.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을 걸 알고 나는 종종 말씀을 드렸다.
“교장 선생님, 이제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천천히 지나온 인생에 대하여 회고록으로 정리해 보세요. 요즈음은 자서전이나 회고록을 꼭 작가나 정치인, 사회지도층만 쓰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차분하게 지난 걸어오신 길을 사진과 함께 정리 해보세요.”
“아니야, 내가 무슨 작가도 아니고 그렇게 내세울만한 위인도 못되는데 뭘 쑥 쓰럽게시리 . . . . . . ?”
이렇게 겸손하게 사양을 하던 교장 선생님이 나와 함께 동시에 다른 곳으로 인사발령이 나고 얼마 되지 않아 연락이 왔다. 지난번 말하던 데로 편지글을 모아 책을 내기로 하였으니 좋은 글을 보내 달라고 하신다. 이렇게 정년을 얼마 앞두고 시작한 일이 ‘사랑으로 쓰는 편지 1, 2’ 권이 탄생되게 된 것이다.
같은 직장에서 함께 2년여 동안 함께 생활하면서 더러는 답답한 일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무영 선생님은 여늬 선생님과 달리 나에게 많은걸 생각하게 하였다. 호연지기 (浩然之氣)의 바른 기상과 정도(正道)에 바른 삶의 철학을 몸소 실천했던 분이다. 특히 모범적인 학교 운영은 지금 가만히 생각해보니 무영은 인격적, 사회적으로 갈채를 받아도 손색이 없는 교육행정가이자 관리자였다.
늘 매사에 진퇴(進退)가 분명하였다. 때 묻지 순수한 심성으로 남 달리 인간애적인 정취가 있고, 따스한 사람사는 내음이 떡고물 처럼 듬쁙 묻어나는 분이다. 따라서 무영은 지금껏 잊혀지지 않은 ‘멋쟁이 노신사 휴매니스트’ 로 오랫동안 나에게 각인이 되어 종 종 추억의 언저리를 맴돌게 하는 분 이다.
기독교를 숭앙하는 건실한 신앙인의 자세로 범사에 지고지순(至高至純) 하며 가정에도 충실하고 학교의 교직에도 만점을 받을 수 있을만큼 훌륭한 인품을 지닌 분 이라는 것이 2년여 함께 생활을 했던 나의 결론이었다.
비교적 조용하며 은유한 교사 출신이 해병대라는 군대를 간 것은 그 당시 환경적으로 볼 때 의외의 일이다. 물론 키도 크며 외모도 출중하여 남자다운 기개가 녹녹한 분 이다. 외모로 보면 강골(强骨)로 보인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면 갈 수 록 한없이 부드럽고 인간애가 꿀 처럼 흐르는 이 시대 마지막 멋진 노신사 휴매니스트이다.
무영은 교육계의 ‘별’ 이라 할 수 있는 교육장을 두 군데나 역임을 하고, 장학관, 장학사의 요직을 두루 거쳐, 학교 현장의 꽃이라는 교장 선생님을 오래토록 유지하는 교육행정가요, 관리자요, 범사회적 지도층 인사임에는 분명하다.
학교 업무적으로는 옳다 생각하면 물 불 안 가리고 강하게 밀어 붙이는 블로도저식 집념의 사나이이다. 반면 개인적으로는 한없이 부드럽고 인정이 녹녹하여 아버지 같고 집안 아저씨 같은 분이다.
이런 굳센 기강과 온유한 마음을 공유한 무영 김남식 교장 선생님이 그간 어머님과 아들 딸, 조카, 누이 등 친. 인척간에 주고 받은 편지와 무영이 가르쳐 배출하여 사회 각 요소요소에 자리매김하고 있는 제자들, 더러는 외국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여제자와 주고 받은 편지글은 그야말로 애오라지 ‘인간과 교육 그리고 사랑’ 으로 점철된 휴맨 드라마 자체이다.
또 직장에 함께 근무했던 직장동료, 사회친구, 해병대 전우 등에 종사하는 분들과도 고루하게 정을 나누고 있었다. 세상사, 인생사를 시름없이 주고 받은 진솔한 내용이 살갑게 기록되어 있어 있다. 이 책을 보는 이로 하여금 무릅을 치게 만들고, 아련하게 가슴을 저미게 만드는 소중한 ‘삶의 에끼쓰 진액(津液)’ 들이다.
편지글 모음집 서두에는 60여년 부모님의 사진을 시작으로, 실한 고추(!)를 내놓고 어머니 품에 안겨 찍은 어린시절의 저자 흑백사진, 중. 고등학교 시절의 교복을 입은 모습 등이 아련한 추억 앨범으로 오버랩(Over lap)시키고 있다. 또한 젊은 교사시절의 활력, 매력의 팔각모에 영원한 해병대 시절, 아내 ‘문주순’ 님과의 결혼식 사진, 가족, 동료들과의 야유회 등 울고 웃을 수 있는 사진들이 시대별, 내용별로 나열되어 있어 무영 선생님의 지난 온 기나긴 여정을 보는데 입체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었다.
편지글 내용 중에는 학교 공부를 위해 공주 하숙집까지 따라와 보따리 장사를 하며 아들을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하신 돌아가신 어머님을 생각하는 효심과 집을 떠나 나돌아 다니시는 한량에 가까운 아버님, 이런 무영을 안타까웁게 생각한 백부님과 숙부님의 조카에 대한 넓은 사랑, 그리고 어머님을 여윈 후 아들처럼 어머니처럼 보듬어 주던 홀로 사는 ‘순식’ 누님 등의 눈물에 실루엣은 진한 감동으로 묻어나고 있다.
또 글의 압권(壓卷)으로 등장하여 보는 이의 눈물을 찍어 내게하는 대목이이 있다. 다름 아닌 어찌어찌하여 일찍 하늘나라로 보내어 하나밖에 없는 비극의 아들 ‘용찬’ 을 생각하며 눈물로 쓴 편지의 대목이다. 자식을 먼저 보내면 그 여한(餘恨)을 부모의 가슴에 묻는다고 했는가? 나도 누워 이 대목에서 눈물로 벼갯잎을 적셨다. 한쪽으로 누워 책을 보며 흘린 눈물이 벼갯잎에 축축하게 젖어 이제는 반대로 누워 책을 다 읽으며 많은 눈물을 흘렸다. 이런 나를 보고 옆에 있는 아내가 웃으며 묻는다.
“오호라, 통제여! 도대체 무슨 책 이기에 이토록 천하의 김우영 작가를 울리나요?”
“오. . . . . . 명동초등학교에 근무할 때 함께 근무했던 김남식 교장 선생님 편지글이야.”
“어머나, 그 책이 그렇게 당신 벼갯잎을 적셔요. . . . . . ?”
“으응, 당신도 김 교장 선생님 알지? 한번 읽어봐요.”
“오호라, 부부는 일심동체(一心同體)라는데 당신이 우는데 나도 울어봐야지. 호호호---호호호---”
일요일 하루동안 밖으로 출타를 가로막은 체 나는 조용히 누워서 무영 선생님의 ‘편지로 쓰는 사랑’ 1권, 2권을 하나도 빼놓치 않고 정독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근래 보기드믄 감동의 ‘휴맨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었다. 따라서 나는 무영 김남식 선생님을 이렇게 평가하고 싶다.
“무영 선생님, 당신은 정말 멋있고 훌륭한 분 입니다. 제가 비록 부족하지만 10여권의 책을 낸 명색이 대한민국 작가인데 선생님 글이 너무 아름답고 감동적 입니다. 따라서 제가 부끄러워 작가 사표를 내 던지고 싶나이다. 선생님, 당신은 21세기 이 시대의 마지막 멋진 노신사요, 휴매니스트 입니다. ‘항상 기뻐하시고 범사에 감사하며, 쉬지 말고 기도하는 삶이 되소서!’ ”
참 잘 하셨습니다.
휼륭하셨습니다.
당신의 인생은 만점이오, 오히려
칭찬의 꽃다발을 드리고 싶습니다.
- 나태주 시인의 ‘頌詩’ 중에서 일부 인용
이천 오년 유월 어느 날
대한민국 중원땅 문인산방에서
영원한 보헤미안 놤자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