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촉촉한 날에 나무 한 그루 심으려...

[참마루]

 

이 촉촉한 날에 나무 한 그루 심으려......

출근하는데 기차에서 막 내리자마자 가랑비를 만났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다시 학교까지 몇 미터 오솔길을 걸어오다

지나오다 본 북부 시장 길가에 놓여있는 묘목들이 생각나고

몇 년 전 이맘때 일이 문득 떠오르며 

요즘 조그마한 일로 반 교실 분위기가 가라앉은 듯 해

곧장 교실로 올라가 몇 글자 적다 잡은 펜을 놓으며 아이들에게

‘내일 식목일이고 비도 내리는데 오늘 점심시간에 우리 나무 한 그루 심자,

어떻게 생각해요?’하며 제안을 하였습니다.

아이들 반응은 영 시큰둥한 표정.

연이어 ‘아, 무슨 나무가 적당할까?’ 던지자

어떤 아이가 ‘방울토마토나무요~’ 크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에이~’ 하하하--하하하-- 교실은 한바탕 웃음이 터지고

‘아니 화단에 심을 것...’ 다른 아이는 ‘바오밥나무요, 어린왕자에 나오는’

중1이여서인지 말하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기도 한지요.

‘그래요 점심시간에 우리 1학년 2반 나무를 심읍시다.’ 말을 하고

당장 걸어서 시장으로 가 묘목 파는 아주머니께 1만2천원을 주고

덜 핀 꽃봉오리가 몇 개가 달려있는 동백나무 하나를 사가지고 들고

낑낑대며 그 오솔길을 걸어왔습니다.

다른 생각은 안 들고 ‘별 탈 없으면 이 놈 나보다는 오래 살겠지......’

재작년 교실 앞 있던 10년여생 된 감나무가 아무 말도 없이 베어졌던 사건이 생각나기도 하고. 

교실로 가 오늘 심을 나무인데 오전 내내 바라보라...

일부러 나무를 교실 놓고 나왔습니다.

3년 전 요 맘 때 전날 전 직원이 이사장과 대화 시간을 갖는데, 어느 선생님 한 분이

‘새로 지은 건물에 여유가 있는데 연합회 사무실 하나 주셨으면 하는데요?’ 질문을 던지자

이사장 ‘거 뭐 어려운가요, 회의실 필요하면 그렇게 하도록 하세요.’ 즉답을 하는데

아니 이사장 코앞에 앉아 있는 교장이 바로 ‘그거 불법인데요’ 조언하는데.

하도 어이가 없고 화가 나 다음 날 직원회의 시간에 어제 불법이라 말씀하셨는데

그 근거가  어디에 있느냐 따졌습니다. 제 톤은 조금 높았고 다른 분 질문도 연이어 나오자

좀 당황하신 듯 아무 말 못하시다 ‘아니 여기가 국회냐...’며 엉뚱하게 쏘는겁니다. 그러더니

‘질의 있으면 이렇게 공개적으로 하지 말고 개인적으로 와 하세요.’ 또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무 말 안 하고 다음 주 회의 때 늦게 교무실에 들어서며 ‘이런 놈의 회의는 왜 해...’

오던 길에 사온 감나무 하나를 책상에 놓으며 ‘이럴 시간 있으면 나무를 한 그루 심는 게...

하며 자리에 앉았습니다.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이젠 정말 봄이 왔나봅니다.

창문 밖의 담장 앞에 있는 새로이 싹을 띄우려는 은행나무를 바라보며

몇 글자 적어보았습니다.

[소풍]

하하하 민주주의의 나무, 잘자라기를...

[징검다리]

요즘 교실이 그리웁고 학생들이 보고픔니다. 정년이 12년 반 남았는데 그 동안 아이들에게 잘못한 것이 너무 많아 속죄하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었는데 .... 11년 반으로 줄었습니다. 자꾸 나이가 들수록 잘못한것만 생각납니다. 엊그제 일요일엔 전임하면서 가보지 못한 학교 운동장을 뛰어보고 뒹글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