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4일, 어쩌면
크리스마스이브의 새벽을 하얗게 물들였다.
매주 내 마음 깊이 되새기며 담가 둔 생각대로
오늘도 미끈거리는 차도를 아주 조심히 달려갔다.
와, 눈의 천국. 바로 인천대공원의 겨울 참 풍경을 보았다.
대공원의 어둑한 새벽에 교차하는 가로등 불빛 사이로
유난히 하얀 색들이 온 천지에 가득히 메우고
돋보이기 주저했던 생명체에게서 풍성한 빛이 함께 조화로운 모습
이제 갓 도착한 러닝 맨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공원의 풍경들
휘날리는 눈발과 바람에 휩쓸려 휘도는 다채로운 광채
폭신거림으로 유달리 포근함이 더더욱 세차게 느껴진다.
바람 없는 여명의 날씨가 마치 처음인 것처럼 정겹다.
이제 새하얀 대공원으로 서먹서먹하고 어색한 아침이 밝아 온다.
눈 때문에 미끄러워 걱정하는 러닝 맨들의 마음 씀씀이가
급기야, 산악구보로 간다고 의견이 굳혀질 때 돌연 나는,
그들과 차별을 두어 가던 대로 그냥 내 달리게 내버려두었다.
달리던 길 멈춤 없이 본능처럼 목적지까지 아주 종주해 버렸다.
같이 가자 했던 어색한 말머리엔 머쓱했지만
오늘 내린 샛눈은 유난히 사각거렸고 미끈거리지도 않았기에
내 인생 이런 눈길을 세상 언제 하염없이 뛰어 보겠는가.
쭉쭉 내딛는 내 발자국은 신바람 그 이상 또 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