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틀 매드니스 / N. A. 바스베인스 지음 뜨인돌(2006)
문 : 오늘 소개할 책은 ?
지니 : 바스베인스의 <젠틀 매드니스>를 소개할까 한다. 말 그대로 젠틀 우아하게 점잖게 매드니스 미친, 광기 그런 뜻을 가진 제목으로 미치긴 미쳤는데 우아하게 미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우표수집, 화폐수집, 많은 수집가들이 있을텐데.. 젠틀 매드니스에는 책의 유혹에 빠져 재산을 탕진하고, 목숨을 잃고, 범죄를 저지르는 애서광들에 관한 이야기가 1,000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으로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문 : 대략 몇 권 권정도를 모으면 애서광이라고 인정이 될까?
지니 : 영국의 도서수집가 리처드 히버는 열 살 때부터 책을 사 모으기 시작했는데.. 사망 당시 영국을 비롯한 총 여덟 채의 집에 방이며, 복도, 벽장, 할 것 없이 두세겹으로 책이 쌓여져 있었는데 경매로 책을 처분하는 데 자그마치 5년이 걸렸다. 대략 추산하기에 20~30만권이었다고 하는데 도서관으로 보자면 삼척평생교육정보관의 종합자료실만 7만권의 도서가 있다. 그 세 배쯤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정선이나 태백, 동해같은 소규모 공공도서관으로 보자면 여러분들이 주로 이용하는 자료실의 5~6배쯤의 수량이라고 생각해 보시라. 히버는 동성애자였다고 알려져있는데 희귀본 고서가 탐나 그 책을 소유한 여인한테 청혼했다가 거절당하기도 했다. 그 여성 역시 여성으로는 드물게 도서수집가로 알려져 있었는데, 히버 외에도 다른 사람들이 그 희귀본을 탐냈던 모양인지 평생 결혼을 하지 않고 그 책을 지켰다고 한다.
요리사이자 식당경영인 루이스 사트마리는 히버보다 돈이 더 많았던 모양이다. 그냥 읽기 위해서, 갖고 싶어서, 언젠가는 요리에 참고가 될까 싶어서 모은 자료가 방대했다. 1층에 있는 식당은 좌석이 117개 정도 되는 보통의 크기였는데 사실은 그 건물 전체가 사트마리의 소유였던 것이다. 그러니까 그 위에 있는 아파트 열 일곱 채에 방이 서른 한 개나 있었다. 그 속에 사트마리의 요리컬렉션이 꽉 차 있었던 것이다. 몇 세기를 건너온 요리비법과 온세계의 다양한 음식비법과 역사들이 고스란히 들어있는 방대한 컬렉션이었는데 그는 자신이 소장한 책은 거의 읽었다고 한다. 자신이 경영한 식당의 조리법은 그 책들에서 나온 경우가 많았는데 루이스의 베이커리라는 식당이 문을 닫았을 때 요리전문지인 <구르메>는 ‘맛집 역사의 충격적인 사건’이라고까지 표현할 만큼 굉장히 인기를 끌었던 맛집이었다.
문 : 그들은 과연 자신이 모은 그 수많은 책을 다 읽는 걸까?
지니 : 책 수집가들은 대부분 책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한 권 두 권 책을 읽고 소장하다가 수집을 시작하는데 수집을 시작하면서부터는 대체적으로 읽기보다는 수집에 열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반적인 사람들에 비해 책을 많이 읽고, 좋은 책을 보는 안목과 자신만의 감식안을 갖게 된다. 19세기의 프랑스 철학자 장 밥티스트 데몰랭은 어느 날 마지막 남은 푼돈을 가지고 허기진 배를 채우려 식당으로 가는 도중 어느 서점 진열장에 전신된 책을 보고 마지막 남은 돈을 털어 책을 사서 다시 다락방으로 돌아와 굶어죽는다.
에스파냐의 전직 수도사 돈 빈센테라는 사람은 지금으로 말하자면 수도원 내의 도서관을 관리하는 사서였는데 어느 날 도서관의 희귀본을 몇 점 도난당했다. 그 직후 수도회를 떠나 바르셀로나로 가 고서점을 열고 책을 수집하기 시작하는데 그는 가치있는 책을 한 번 사들이면 절대로 내놓지 않았는데 당시 현존하는 유일본 도서 한 권을 경매로 사들인 파트호트라는 서정상이 책을 얻게 된 지 사흘 뒤 그의 서점에 불이 나고 파트호트는 그 안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그 후 바르셀로나 일대에서는 다른 희생자들이 속속 발견되는데 총 여덟 사람이 살해되었다. 돈 빈센테가 범인으로 지목된 결정적인 증거로 파트호트가 낙찰받았던 유일본 도서가 있었는데 빈센테의 변호사가 그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똑같은 책이 프랑스에도 한 권 더 있다는 극적인 증거를 제시했지만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책이 유일본이 아니라는 사실에 완전히 이성을 잃고 말았다. 그는 사형 당하는 날까지도 그 사실을 인정하기 힘들어 슬픔에 잠겨있었다고 한다.
문 : 가장 특이한 책은 어떤 게 있을까?
지니 : 가장 특이한 책으로는 <제임스 앨런>이라는 당대 악명높은 강도였던 사람의 회고록인데 1837년에 만들어진 이 책의 장정은 사람 가죽으로 만들어졌다. 그는 감옥에서 ‘사후에 자신의 가죽을 벗겨 이 책을 장정한 다음 자기를 검거한 존 펜노에게 전해 달라’는 유언을 남기면서 제작되었다. 현재 보스턴 애시니엄에 소장되어 있는 이 책은 문학적인 가치도 없으면서 다른 책들에 비해 지나치게 흥미를 유발한다는 이유로 몇 년 전부터 일반에게 공개가 금지되었다.
문 : 이 책에서 가장 특이한 수집가 한 사람을 꼽아본다면?
지니 : 아무래도 도서수집가의 압권은 그 유명한 블룸버그 컬렉션이다. 블룸버그 컬렉션은 도서관계에서는 엄청 유명한 사건이었던 터라 이 책을 읽기 전에도 개인적으로 알고 있었는데.. 스티븐 캐리 블룸버그라는 사람이 20년동안 미국 전역의 268개 도서관에서 희귀본만 훔쳐 꾸민 컬렉션으로 2만 3600권 정도라고 하는데 희귀본만 모아놨으니 웬만한 것들은 다 모아놓은 연합도서관인 셈이다. 저자 바스 베인스는 블룸버그와 함께 직접 책을 모아놓은 FBI 창고에서 만나 인터뷰를 하기도 했는데 그는 거의 활용되지 않는 책들만 훔치는 나름의 절도철학도 가지고 있었다. 1990년에 체포되어 징역 5년 11개월을 선고받았다. 수감되어있던 시설에서 마피아 두목이 블룸버그에게 그처럼 특출한 재주를 가진 녀석이 금이나 다이아몬드를 훔치지 않고 왜 책따위를 훔쳤을까 물었는데 블룸버그는 ‘저는 팔기 위해 책을 손에 넣은 게 결코 아닙니다. 다만 책을 갖고 있을 생각이었지요’하고 대답했다고 한다.
문 : 젠틀 매드니스들과 마찬가지로 저자 바스 베인스 역시 같은 종류의 사람이 아닐까?
지니 : 대략적인 내용도 그러려니와 몸피 역시 1,000쪽이 넘어 맛이 간 사람이 만든 표가 난다. 미치지 않고서야 집어들기 어렵고 손에 잡히는 순간부터 독자들 역시 미친 부류에 속하게 된다. 이 책은 1995년에 출판되었고 우리나라에는 2006년에 번역되어 출판되었다. 세 명의 번역가가 3년동안 번역해서 2006년에 소개되었는데 의외로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많다. 분량에 질릴 법은 하지만 내용은 하나도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다. 책읽기지만 책은 니코틴과 같아서 한두번 재미로 시작해 중독된다. 천권에 이르면 제법 모았다고 생각하지만 5천권에 이르면 이제 겨우 시작이라는 것을 깨닫고 욕심을 통제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면 책들은 스스로 방향을 잡아간다. 목표가 생기는 순간부터 컬렉션에는 품위가 생겨난다. 영국의 새뮤얼 피프스는 신사의 도서관에 가장 알맞은 숫자는 3천권이라고 보았다. 40년 동안 그 범위 안에서 책을 사고 필요없는 책을 처분하면서 유지했다고 하는데 무엇이든간에 지나침은 부족만 못한 것 아닐까?
- The End -
첫댓글 책을 위해 목숨까지 바친다? 이해하기 힘듬니다.
어찌되었든 좋은책 소개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