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리에 방송 중인 MBC 드라마 '뉴하트'가 두 주인공의 키스신으로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연인으로 발전하는 첫 키스라면 아름다운 장면으로 기억되는 정도겠지만, 이번의 키스신은 여주인공인 남혜석(김민정)이 HIV1 감염 정밀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예방적 항HIV 치료를 받는 상황에서 일어난 것이기 때문에 더욱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남혜석과의 키스로 인해 이은성(지성)이 HIV에 감염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사랑하면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연인.. 연인과 나누는 한차례의 뜨거운 입맞춤이 서로 같은 운명의 길을 걷게 되는 걸까요?
MBC 드라마 '뉴하트'
에이즈(AIDS)2 의 원인이 되는 HIV의 감염 경로는 대개 감염된 사람과의 성접촉, 또는 주사 바늘 공유와 같은 행위입니다. 드물기는 하지만 수혈에 의해 전염이 되는 사고가 있기도 하구요. HIV에 감염된 산모에게서 태어나는 신생아는 출산 과정에서 감염이 되거나 출생 이전에 감염이 되어 있을 수도 있고, 모유 수유 과정에서 전염이 되기도 합니다. 병원과 같은 의료기관에서는 HIV 양성인 에이즈 환자의 혈액이 묻은 주사 바늘에 찔리거나, 치료 또는 수술 중에 환자의 혈액이 점막(예, 눈)에 튀어서 전염이 되기도 합니다.
일상의 다양한 경로를 통해 HIV에 감염될 수 있다고 믿는 분도 계신데요, 예를 들면 공기 중에 떠다니는 바이러스나 모기 등을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기, 물, 모기 등에 의해서 전염이 된다는 것을 뒷받침할 어떠한 과학적인 증거도 없습니다. 만약 모기가 HIV를 전파할 수 있다면 에이즈에 걸리는 유아나 사춘기 이전의 소아들이 지금보다 훨씬 많아야 정상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전염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오해를 하고 있는 대표적인 것을 몇가지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주위 환경 속의 HIV HIV는 혈액, 정액, 질분비물, 모유, 타액, 눈물 등에서 다양한 정도의 농도로 발견이 됩니다. 하지만 환경에 노출되면 잘 생존하지 못한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의견입니다. 실험을 위해 비정상적으로 높은 농도로 배양을 했더라도 대기 중에서 건조하게 되면 수시간 내에 99%까지 감소하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실제 혈액 등에 존재하는 HIV의 농도는 실험에 사용되는 HIV 농도에 비해 매우 낮기 때문에 환경에 떠다니며 감염을 시킬 확률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공기나 물에 바이러스가 증식할 염려는 없으니 혹시 대중목욕탕을 이용하신다면 에이즈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가족, 식구 가족 간에 HIV가 전염되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는 점막이나 상처에 감염된 혈액이 접촉하여 전염이 되는 것으로 매우 드뭅니다. 이런 형태의 전염은 몇가지 주의사항을 준수하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습니다. 즉, 감염된 혈액을 접촉해야 하는 경우는 반드시 글러브를 착용하고, 감염자와 보호자 모두 상처에는 꼭 드레싱을 해서 노출이 되지 않게 하며, 혈액이나 체액을 다룬 후에는 즉시 손을 비롯한 신체를 씻어줍니다.
타액, 눈물, 땀 위와 같은 체액에서도 소량의 HIV가 발견되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하지만 바이러스의 발견이 곧 전염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타액이나 눈물, 땀 등에 접촉해서 전염이 되었다는 보고는 아직 없습니다.
곤충 에이즈 환자의 피를 흡입한 모기가 다른 사람을 다시 물게 되면 에이즈에 걸리는거 아닌가하는 의문을 누구나 한번쯤 해보았을 것입니다. 미국 질병관리본부(CDC)를 비롯한 여러 기관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곤충에 의한 HIV 전염은 없습니다. 예를들어, 모기에 의해 전염이 되려면 HIV 양성 환자를 물었던 모기가 다른 사람을 다시 물 때 환자의 피를 배출하거나 모기 자신이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어 타액을 분비해야 합니다. 하지만 모기는 한번 빨아들였던 피를 다시 토해내지 않습니다. 게다가 HIV 바이러스는 모기 내에서 복제를 하지 못하고 단시간 밖에 생존하지 못하므로 모기의 타액을 통해서 전염이 되는 것은 희박합니다.
콘돔의 효용성 콘돔이 HIV 전염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스킨(램스킨) 콘돔의 경우는 피임의 목적으로는 충분하지만 본래 존재하는 미세한 구멍으로 바이러스가 침투합니다. 라텍스로 만들어진 콘돔도 제작과정에서 불량이 있을 수 있으므로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찢어지는 경우를 대비해 두겹을 착용하는 것은 잘못된 방법입니다. 마찰로 인해 파열될 수 있습니다. 유통기한을 확인하고 항상 새것을 이용하세요.
키스 글의 첫머리를 열었던 키스가 이제 나왔습니다. 가벼운 입맞춤은 HIV 전염의 위험요인이 아닙니다. 다만 CDC에서는 혈액을 통한 전염 위험성 때문에 프렌치 키스는 권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프렌치 키스로 인한 전염 자체도 매우 낮습니다. CDC 조사 가운데 프렌치 키스 도중 입 안의 상처를 통한 혈액 접촉으로 HIV에 감염된 케이스는 단 한 차례에 불과합니다. 구강 점막에 상처가 있다면 예방적 차원에서 가벼운 입맞춤을 하는게 좋겠지만 키스를 하면 감염이 된다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렇다면 '뉴하트'의 이은성이 이번 키스 때문에 HIV에 감염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전염이 되려면 우선 남혜석이 감염된 상태여야 하는데 혈액을 뒤집어써서 눈과 같은 점막을 통해 전염이 될 확률은 0.09%에 불과합니다. 감염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키스는 전염 위험성이 거의 없고, 더구나 남혜석은 곧바로 항HIV 치료를 시작했기 때문에 결국 전염될 확률은 0%에 가깝습니다.
혹시 주인공이 에이즈에 걸릴까 가슴 졸이시는 분이 계시다면 마음 놓으셔도 되겠습니다. 그럼 은성과 혜석의 가슴 찡한 키스신을 다시 한번 감상해볼까요. MBC 드라마 '뉴하트' 마지막 장면 동영상입니다.
HIV의 주된 감염 경로로 혈액접촉이나 성접촉을 꼽았는데요, 이런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접촉을 하면 무조건 전염이 되는가?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보면 에이즈 환자에게 사용한 바늘에 찔리거나, 성관계를 가진 상대가 에이즈 환자라는 것을 알게 되면 자신도 100% 감염된 것처럼 두려워하는데 실제로 그럴까요?
위 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수혈로 인한 전염은 위험성이 상당히 높지만(90%) 바늘에 찔리는 사고에 의해 전염될 확률은 0.3%에 불과합니다. HIV에 감염된 주사기로 333번을 찔러야 한번 정도 발생합니다.4 감염이 되기 전에 아파서 포기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단 한번의 사고로 감염이 될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 만큼 쉽게 전염이 되는 것은 아니란 뜻입니다. 성접촉에 의한 감염도 표에 나타나 있듯이 흔한 것은 아니구요.
이 글을 쓰게 된 목적은 에이즈에 대한 무조건적인 혐오와 전염에 대한 근거없는 공포를 씻어버리기 위해서입니다. 물론 단 한번의 노출로도 HIV에 감염이 되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겠지만 특수한 경우는 어디나 존재하는 법입니다. 회피하기 보다는 오히려 그런 분들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마음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요. 일반적으로 서로 악수를 하고 포옹을 하더라도 감염이 되지 않습니다. 같이 식사를 해도 괜찮습니다. 이미 언급했듯이 목욕탕도 안전하고, 가정에서 욕조를 공동으로 사용해도 전염되지 않습니다. 가족 중에, 혹은 친구 중에 HIV 보유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서로 기본적인 것만 주의하면 감염의 위험에 노출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가 에이즈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우리의 편견과 잘못된 지식 때문에 에이즈 환자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에이즈를 초래하는 HIV 감염은 그렇게 쉽게 발생하는 것도 아니고, 에이즈가 윤리적으로 비난받을 사람들만 걸리는 병도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따뜻한 관심을 나누고자 하는 분들께 한국에이즈퇴치연맹을 소개하며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