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기술 현장 세계적으로 시각 능력을 완전히 잃어버린 실명인구는 최소한 3천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 노령 인구의 증가로 실명자의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
이처럼 시각장애인의 수가 늘어날 경우 국가적으로 큰 부담이다. 일반적으로 전체 인구의 0.5%를 넘으면 단순한 보건 문제를 넘어 국가 전체의 중대한 사회문제가 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유전공학, 뇌과학, 생물학 등 과학기술의 발전은 그동안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져 왔던 시력 회복을 가능케 하고 있다.
초소형 카메라를 뇌 신경에 연결
로렌스 리버모아 연구소 등 2개의 미국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와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등 4개 대학은 최근 세컨드사이트(SecondSight) 사와 공동개발 중인 ‘이식 가능한 인공망막(artificial retina) 프로젝트’를 산·학·연 협력 모델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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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임상실험이 진행 중인 인공망막 시스템 '아르구스(Argus)' | 대학과 연구소에서는 시신경세포와 전기 보형물 간의 신호교환이 가능한 기초연구 성과를 활용해 다양한 스핀오프(spin off) 기술을 개발하고, 세컨드사이트 사는 임상실험 및 ‘아르구스(Argus)'란 명칭의 시제품 생산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 2009년 미국 R&D 매거진이 선정한 100대 혁신적 발명(R&D 100 Awards)'에서 공동개발상을 수상했다.
상용화가 진행 중인 이 기술은 초소형 카메라가 장착된 안경을 활용하고 있다. 카메라가 인식한 이미지를 전기신호로 전환해 (사람의) 망막 내에 설치된 전극 군(群)에 무선으로 전달하면, 이 신화가 뇌의 시신경을 직접 자극해 시각화가 이루어진다는 원리다.
이 프로젝트의 궁극적인 목표는 약화된 읽기(reading)와 안면 인식(facial recognition) 능력, 움직임(momility)에 대한 감지 능력 등을 완전히 회복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현재 이 프로젝트를 통해 16픽셀, 60픽셀의 임상실험은 완료한 상태이며, 200픽셀 이상의 인지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미 에너지부 프로젝트 담당자는 최근 정부 홈페이지를 통해 “이 프로젝트를 통해 오는 2015년 사물 식별이 가능한 1천 픽셀까지 인국망막의 시각 인지능력을 끌어올리겠으며, 성공이 확실시 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의 임상실험 결과는 이 프로젝트의 가능성을 말해주고 있다. 뉴욕타임즈(NYT) 지난 1월27일자에 따르면 바버라 캠벨(56)은 10대 때 눈이 안 보이기 시작했고 30대에는 눈병을 앓으면서 조금 남아있던 시력마저 완전히 상실했다.
소리 나는 컴퓨터를 통해 독서를 해야 했고 지팡이가 없으면 뉴욕시내 외출은 꿈도 꾸기 어려웠다. 하지만, 요즘 그는 요리할 때 부엌에서 조리 기구를 알아볼 수 있으며, 거울도 볼 수 있다. 컴퓨터 모니터가 켜있는지도 알아낼 수 있다.
3년 간 미국 국립눈연구소((the National Eye Institute of the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의 인공망막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눈에 전극을 이식하고 허리에 비디오 프로세서를 찬 덕분이다. 국립눈연구소에서는 이 프로젝트의 임상실험을 지원하고 있다.
비싼 비용 의료보험으로 해결해야...
캘리포니아 롱비치에 거주하는 린다 모푸트(65)도 12년 간 암흑 속에서 살아왔지만, 농구 골대를 향해 공을 던질 수 있고 손자들과 함께 거실에서 뛰어다닐 수 있으며 교회에서 설교자가 어디 있는지도 알아볼 수 있게 됐다.
캠벨과 함께 인공망막을 이식받은 캐시 블레이크(58·여)는 "파리 에펠탑까지 올라가 시내의 모든 불빛을 볼 수 있었다"면서 "야구게임에서 포수, 타자, 심판이 어디 있는지도 볼 수 있다"고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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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망막 시스템의 개념도 | 캠벨이 차고 있는 인공망막은 전극이 60개뿐이어서 불빛을 인식할 수 있을 정도의 희미한 영상만 제공할 수 있지만, 이를 200개나 1천개로 늘리면 독서도 가능하다. 하지만, 전극 수가 너무 많으면 망막 신경이 타버릴 수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전극 수를 제한해야 한다.
문제는 높은 비용이다. 지금 60개짜리 전극의 인공망막은 비용이 10만 달러에 달하는데, 연구진은 현재 이 비용을 의료보험과 연계해 줄여나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눈연구소에서는 인공망막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것 외에도 여러 가지 시력회복 프로젝트를 후원하고 있다. 여기에는 희귀한 유전병으로 손상된 시력을 회복하는 유전자 치료법이나 줄기세포 연구 등도 포함돼 있다.
미국에서는 시각장애인을 포함해 40세 이상의 인구 330만 명 이상이 안경을 쓰거나 수술을 받아도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시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상황이며, 30년 내에 그 숫자는 2배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는 현재 이런 인구가 1억6천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국 역시 약 300만 명의 시각장애인이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저 연령층의 시력감퇴, 고령자들의 증가 등으로 인해 시각장애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구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국립눈연구소의 시신경 과학 프로그램 책임자인 마이클 오버도퍼 박사는 "특히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실명 문제는 분명히 큰 문제가 될 것"이라며, “인공망막 시스템 개발을 통해 예상되고 있는 사회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