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매칼럼] 윤승병 / 편집국 경제부국장
건국 60년, 광복 63주년 새로운 시대의 서막
2008.08.15 00:01
오늘로써 광복 63돌, 건국 60돌을 맞았다. 광복이 35년 동안의 일제 식민지를 청산하고 국권을 회복한 역사적인 날이라면, 건국은 군신(君臣)으로 분류되던 봉건체제를 무너뜨리고 주권재민(主權在民)의 헌법에 따라 민주국가의 토대를 마련한 민족 승리의 날이었다. 일제에게 밟혔던 국권을 회복하고 나라를 다시 세운지 어언 60년 세월을 훌쩍 건너 온 것이다.
우리는 지금 이웃나라 중국에서 열리는 제29회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연일 한국 선수단의 승전보 (勝戰譜)를 듣고 있다. 붉은 악마의 목소리를 중국 대륙에서 기대하기란 다소 어려움이 있겠지만 어쨌든 8월 한달은 우리 선수단의 경기에 온 국민이 일치단결해 응원의 목소리를 내뿜으며 오랜만에 애국심을 불태울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204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열리고 있는 지구촌 축제에서 강대국들과 나란히 어깨를 걸고 한민족의 기개와 존엄을 맘껏 과시하고 있다. 올림픽에 출전하고 있는 대한 전사들의 활약상은 21세기 우리 민족 앞에 전개될, 혹은 우리 민족이 개척해 나가야 할 새로운 지평을 예감하게 하는 좋은 신호가 아닐 수 없다.
이번 하계 올림픽은 그 개최 시기와 장소 등을 볼 때 우리에게는 그 의미가 각별하다. 조국 광복을 위해 만주벌판을 누비던 광복군의 힘찬 말발굽 소리와 독립만세의 함성이 있었던 바로 그곳에서 올림픽을 개최하고 순국선열의 독립투쟁과 대한민국의 꺼지지 않는 정기 속에 꽃피운 광복의 의미가 국민의 마음 속에 다가올 수 있는 8월 한가운데서 열리기 때문이다.
지난 60여 년은 무수한 좌절과 절망, 갈등과 혼란이 거듭된 가운데서도 민족의 정체를 잃지 않고. 우뚝한 나라를 세우겠다는 일관된 정신이 우리의 저변을 관통해 왔다.
세계 최빈국으로 국민 다수가 기아상태나 다름 없었던 고난을 극복하고, 60년 만에 이만한 성취를 이룬 나라는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기 어렵다. 산업화에 성공하고 민주화까지 완성하면서 우리는 세계 13위의 경제 대국으로 올라섰다. 그것도 전쟁으로 국토가 초토화되는 역경, 70년대 두 차례의 오일쇼크, 90년대 외환위기 등을 헤쳐 나오면서 그야말로 맨주먹으로 일궈낸 비약적인 성장이다.
이제 우리는 성공의 역사를 밑거름으로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가야 하는 시대적 과제를 안고 있다. 다름아닌 선진국으로의 도약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 60주년은 지금까지의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업그레이드를 추구하고 국가 품격을 높여야 하는 전환점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토대가 '경제 살리기'와 '법치의 확립'이다. 경제 활성화를 통한 국부(國富)의 증대, 법 질서가 지켜지는 공정한 사회가 전제되지 않은 선진화는 한낱 공염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나라는 침탈과 압제의 질곡에서 나라를 되찾고 정부를 수립한 역사의 의미를 새삼 되새겨 보지 않을 수 없다. 지난 60여 년의 그야말로 앞날을 전망할 수 없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오늘날 이 만큼 나라의 기틀을 만들고 경제를 성장시켜 온 민족의 저력과 자존을 마음껏 음미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는 어느 한쪽도 저절로 기록되고 쌓아지지 않는다. 선조들의 땀과 열정, 불굴의 정신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가시밭길을 헤쳐 과연 오늘 여기에 이를 수 있었을까? 다시한번 되 새겨 볼일이다.
때로는 감추고 되짚어 가고 싶은 시간이 없지 않았지만 그마저도 지난 60년의 역사속에 용해되고 긴 민족의 역사를 구성하는 토양이 됐을 것이라고 믿고자 한다. 건국과 산업화, 민주화의 연대를 거치면서 우리의 역사는 그렇게 켜를 쌓고 내공을 다져왔다. 여전히 우리는 오늘을 인식하고 내일을 전망하는데 부딪히며 소용돌이하는 과정을 밟고 있지만 새로운 60년의 패러다임을 열어가는 에너지가 될 것을 의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새로운 시대를 시작하고 마감해야 하는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국제적 불황의 여파로 인해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새로운 대통령이 이끄는 나라는 온통 촛불과 반목 그리고 정쟁으로 날을 새고 있으니 말이다. 이는 지난 63년전 해방을 맞이하고 3년 후 정부가 수립되던 시기와 흡사하다고 할 수 있다. 그때는 명확한 좌·우라는 이념으로 갈라져 있었지만 지금은 여․야라는 극명한 자리매김으로 서로를 믿지 않고 불신하는 현상으로 매일 나라가 혼란을 겪고 있다.
지금 우리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 빠진 채 안팎으로 최악의 여건에 봉착,선진국 진입의 기로에 서있다. 고유가에 따른 물가급등, 성장률 추락, 경상수지 적자, 실업자 증가 등 경제 전반이 손쓰기 힘든 위기인 것이다. 이런 마당인데도 60년 전 온 나라를 혼란에 몰아 넣었던 시대착오적 좌․우대립과 분열상이 되살아났고, 지난 몇달 촛불시위에서 드러났듯 법과 질서는 실종된 것이 오늘의 모습이다. 민생을 외면하고 끊임없이 갈등만 조장하면서 국회를 마비시키고 있는 정치에 대해서는 더 언급할 필요도 없다.
어려울 때일수록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이 우리 국민의 저력이다. 어느 때보다 위기 극복을 위한 국민적 역량(力量)의 결집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수와 진보의 소모적 대립과 논쟁을 종식시켜야한다. 시답지 않은 말싸움이 계속되는 한 국민 통합은 연목구어(緣木求魚)나 다름 없다. 노사 대립, 빈부 격차, 권력과 비권력의 차별, 법과 원칙, 친미와 반미, 친북과 반북 등 모두에 있어서 극단을 자제하고 평상심으로 되돌아 볼 때가 됐다. 건국 60년의 영광을 지키고, 재도약의 60년을 위해 똘똘 뭉쳐야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이후 36년동안 우리는 일제의 만행에 시달리며 고통과 울분의 세월을 보내고 마침내 1945년 압제에서 벗어나 해방을 맞은 뜻깊은 날이자 정부수립일이 바로 광복절이다.
그러나 쟁취한 독립이 아니고 남이 만들어준 독립으로 인해 우리는 지금도 혼란을 겪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우리가 스스로 쟁취하지 못하고 남에게 의존해 독립을 한 후유증이라고 볼때 새로운 각오를 다져야 하는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한다.
선열들이 피와 땀으로 만들어준 이나라를 단지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만을 위해 국민을 기망 하고 있는 지금의 혼란스런 모습은 결코 우리 앞날에 희망적 메시지는 아니다.
인간이 60년을 맞으면 회갑이라 해서 잔치를 벌인다. 이는 새롭게 태어난다는 뜻도 내포하고 있는 것임을 상기해 볼때 이번 광복절만큼은 새로운 가치관으로 무장해 새로운 국가 기틀을 마련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진정한 광복의 의미가 있고 피와 땀으로 독립을 외쳤던 순국선열들의 숭고한 정신에 보답하는 길이 될 것이다.
새 정부 출범이후 많은 어려움이 산적해 있는 듯하다. 이럴 때일수록 새로운 마음가짐과 각오로 우리 선조들이 피와 땀으로 지킨 이 나라를 세계 속에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후세에 자랑스럽게 물려주어야 하는 사명이 우리에게 있음을 깨닫는 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올바른 마음자세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아울러 우리 선열들의 피나는 투쟁을 통하여 얻어진 귀중한 '광복 (光復)'임을 깊이 깨달아 세계속에 경제대국으로 거듭났으면 하는것이 필자의 간곡한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