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는 지난날 배달겨레의 입말로 널리 쓰이다가
'식량, 음식' 따위 한자말에 눌려 사라져 갔던
순 우리말입니다. 곧 새로 만들어낸 말이 아니라
다시 살려 쓰는 우리말입니다.
수십 년 동안 '먹거리' 낱말 살려 쓰기 운동을 펼친 분이
'먹거리 선생'으로 유명한 김민환 님입니다.
김민환 님이 대표로 있는 '한국 먹거리 연구회'는 음식 관련
단체가 아니라, '먹거리'란 낱말을 퍼뜨리기 위한 모임입니다.
요즘은 김민환 님이 아흔에 가까운 노령에 지병까지 악화되어
한국 먹거리 연구회의 활동이 뜸합니다.
하기는, '먹거리'는 그 분의 헌신적인 애쓰심으로 어느 정도
'식량, 음식' 따위 일본식 한자말들을 바꾸어 나가고 있으니,
김민환 님의 평생의 우리말 사랑이 헛되지 않은 듯합니다.
이미 '먹거리'는 한글학회 <우리말 큰사전>에 올림말(표제어)로
올려져 있습니다.
흔히 우리말 풀이씨의 줄기(어간) 다음에는 이름씨가 결합되지
못하는 줄로 알고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먹을 거리', '입을 거리' 등은 '먹다, 입다'가 '거리'라는
이름씨를 한정하고 있는 매김씨+이름씨 관계이지 합성어는
아닙니다.
합성어에서는 '풀이씨 줄기+이름씨' 꼴이 여럿 있습니다.
가령,
깎다: 깎을 낫 --> "깎낫"
덮다: 덮을 밥 --> "덮밥"
등도 '먹을 거리 --> 먹거리'와 같은 합성어입니다.
'먹거리'는 '모든 먹을 거리'를 통틀어 부르는 순 우리말입니다.
'양식' 같은 한자말보다 낫고(양식은 곡류 위주이기 때문에
음료수, 과자 같은 식품을 아우르지 못하므로), '식량, 음식,
식품' 같은 일본식 한자말보다 바람직합니다.
'먹거리'에 대한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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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지(한글학회 책임연구원, 한글문화연대 운영위원) 님의 글을 옮겼습니다. 이 문제는 한글학회+허웅 회장님의 의견('먹거리' 찬성)과 국어연구원+이오덕 선생님의 의견('먹거리' 반대)이 대립되어 있습니다. 몇 년 전에는 지상 토론도 벌어졌었는데, 많은 학자들의 이론적 지원과 대중들의 우호적 지지를 받은 '한글학회' 쪽의 의견으로 대세가 흘러서, 지금은 큰 저항없이 '먹거리'가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순 우리말 어휘수를 풍부히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입니다.
억지로 이 말을 몰아낼 까닭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먹거리'가 '먹을거리'보다는 대중성과 실용성을 더 갖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말 조어에 인색하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