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에 걸리지 않게 만드는 것이 목적
나는 병원 사업 이외에 건강 의료원, 헬스 클럽, 메디컬 에스테, 건강 호텔 사업 등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 확대 주의자란 말도 듣고 있으나, 이것은 모두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내가 목표로 하는 것은 '병에 걸리지 않게 하는 것'뿐이다. 건강 의료원은 병원과 별 차이 없으나, 이곳을 찾는 사람은 환자가 아니라 모두 건강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혹시 고질적인 질병이 발견되지나 않을까 두려워하며 찾아온다. 그런 사람들에게 쓸데없이 심리적인 부담을 주지 않고 편안하게 왔다가 '오기 잘했다'고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하려고 약간 정성을 기울인 것이 소위 '건강 의료원'이다. 우선 내부 장식을 완전히 우리식으로 꾸미고 안내하는 사람도 간호사 복장 대신 전통 의상을 입게 만들었다. 그리고 전통 음악을 틀어주고 검사 후에는 즉석 요리도 서비스 하고 맥주도 마실 수 있게 했다. 너무 파격적이라서 처음에는 여러 가지 물의를 일으켰다. 그러나 가격이 예상외로 저렴했기 때문에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모두 놀라워했다.
일반 종합 병원에서 실시하는 검사 가운데에는 검사 대상으로 하여금 불안감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 많다. 특히 위 내시경은 그 자체가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건강 진단을 하는 단계에서 병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스트레스를 주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병을 예방하기 위한 장소에서 병의 씨앗을 뿌리는 행위와 같다. 이러한 스트레스로 인하여 건강한 사람은 좀처럼 종합 병원을 찾아가지 않는다. 하지만 질병을 미연에 방지하려면 건강할 때 진단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종합 병원에 찾아오는 부담감을 덜어 주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편안한 호텔 같은 공간을 연출해 보았던 것이다. 경영상의 적자는 각오하고 시작했는데 뜻밖에도 초만원 사태를 이루게 되었다. 지금은 헬스 클럽과 메디컬 에스테 시설도 갖추게 되었고, 앞으로 건강 호텔도 만들 계획이다.
나는 이런 것을 통틀어서 '토탈 헬스 엔지니어링'이라 부르고 있다. 환자만 찾아오는 병원에서는 동양의학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충분히 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건강 의료원에서는 그 사람의 아킬레스
건을 찾아내서 어디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충분히 살핀다. 또한 '이 상태가 계속되면 곧 뇌가 상하게 됩니다', '심장이 나빠집니다', '암이 됩니다'라고 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처방해 준다. 처방 내용은 올바른 식사와 운동, 명상 그리고 메디컬 마사지이다.
일반 종합 병원에서는 여러 가지 수치만 제시하는데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은 그 수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좋을 지 모른다. 병에 걸리지 않게 하는 방법이 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경영상 돈벌이가 안 되기 때문이며 현재의 의료보험 제도가 잘못 되어 있기 때문이다. '건강을 회복시키면 그만큼의 보험료를 지불한다'는 시스템으로 전환하면 의사도 올바른 의료 행위를 하게 될 것이다.
현재의 의료 형태는 본래의 모습을 많이 역행하고 있다. 자신의 건강을 위해 의사에게 굽신거려야 하는 현상도 뭔가 크게 잘못된 것이다. 의사가 으스댄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일이다. 동양의학에서는 환자에게 머리 숙여 사과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오늘날 그것이 뒤죽박죽 되어버린 것이다. 최근에 인폼드 컨센트(informed consent/환자의 동의·승낙)라는 말이 많이 사용되는데, 나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격세지감을 느낀다. 의사로 일해온 지 30년, 그 동안 내가 추구해온 일이 바로 그런 것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겨우 내 의도를 이해하는 것 같다. 다행히 나는 어려서 동양의학을 접할 수 있어 남보다 빨리 그런 치료 방식을 실천할 수 있었다.
동양의학이 전반적으로 재평가되고 있는 오늘날의 상황으로 볼 때, 나는 앞으로 의료 행위가 좀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될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 한시라도 빨리 고쳐야 할 것은 건강을 위해 뭔가를 희생시켜야 한다는 사고방식이다. 약물 요법이 하나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어린이가 천식 발작을 일으키거나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약물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앞에서도 소개했지만 우리 병원에서는 인슐린 주사를 맞던 당뇨병 환자가 찾아오면 인슐린과 내복약을 최대한 빨리 중단시킨다. 식사 요법과 운동과 명상 그리고 메디컬 마사지로 대신한다.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병이 나서 의사 신세를 지는 일 자체를 없애는 것이다. 자기 스스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의사에게 배워 일상 생활 속에서 실행하면 성인병은 대부분 예방할 수 있다. 왜냐하면 성인병에 걸리는 원인은 대개 그 사람의 문란한 일상 생활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건강했던 사람이라도 좋지 않은 생활 습관이 붙게되면 차츰 질병의 골짜기로 빠져들게 된다. 만일 의사가 그 진행 과정을 알게 되면 그 단계에서 적절한 처방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런 단계에서 처방을 받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의사와 아주 친한 사람만 그 단계에서 처방을 받을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나는 병을 예방하는 차원의 전문의가 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동양의학은 건강을 증진시켜 질병을 미연에 방지하고 환자의 자연 치유력을 끌어내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일반 의사 역시 그런 사고를 갖는 것이 사회 전반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다. 의료 행위가 병만 치료하던 시대는 이제 종말을 고하고 있다. 이제부터는 '병에 걸리지 않는 방법'에 관해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의사나 환자도 그런 생각에 의견을 일치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상당한 의료비를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