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관계의 정의와 논쟁들
대상관계의 정의와 논쟁들Sigmund Freud(1856-1939) 이후에도 정신분석은 지속적으로 많은 발전과 변화가 있어 왔으며,
지난 수십년간 대상관계(object relation)와 관련된 활발한 논쟁과 연구들이 있었다.
대상(object)이라는 말은 Freud의 초기 사고에도 이미 존재하였는데, 당시에 Freud는 대상을 추동(drive) 만족의 수단으로 기술하였다.
(각주. 프로이드는 본능(Instinkt, instinct)라는 개념을 쓰지 않고 추동(Trieb, drive)이라는 개념을 썼다.
본능은 생득적인 행동 도식으로서 개인차가 적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발현되며, 목표를 달성하는데 비교적 장애가 적다.
이에 비해 추동이라는 개념은 에너지와 운동적 특성을 가진 유기체의 역동적 과정을 의미한다.
신체적 자극에 의한 긴장이 추동의 시발점이 되고, 긴장해소가 그 목적이다.
그 목표를 달성하는데 있어 추동은 본능보다 장애가 많고 갈등과 결핍 현상을 유발시키며,
그것에 상응하는 무의식적 방어기제와 보상 현상들이 나타난다(윤순임, 1995).)
Freud는 주로 추동의 표현과 관련지어서 대상관계를 검토하였지만,
추동과 독립적으로 대상관계의 발달적인 전개를 기술하려고 시도하지는 않았다.
그의 주요 공식화는 주로 외디푸스 컴플렉스와 관련되었으며, 외디푸스기 이전의 대상관계에 대해서는 별다른 기술을
하지 않았다(Freud, 1931).
정신분석적 개념에서 대상관계는 실제 관계와는 구별된다.
인간은 각자의 성격 특성을 가지고 태어나서 환경에 영향을 끼치며, 환경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성장한다.
그의 가장 중요한 환경은 주요 관계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대상과의 관계를 통해 심리내적인 구조(intrapsychic structure)가 형성되는데,
자신의 특성과 체험을 외재화(externalization)하고 외부의 정보와 자극을 내재화(internalization)하는 과정을 통해
주관적인 체험의 현실적, 상상적 내용이 심리내적인 표상(representation)으로 변화된다.
즉, 자기표상과 대상표상이 형성되고, 이 둘 간의 관계표상 자체도 내재화된다.
이러한 표상들은 심리내적인 조절 작용을 하게 되고, 발달 과정에서 수정되거나 부분적으로 억압되어
무의식적인 소망으로 머물게 된다(윤순임, 1995).
유기체를 한 소외된 존재로 보지 않고 환경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연구하려는 추세에 따라
정신분석 내에서도 차츰 그에 대한 관심이 높아갔다.
최근까지 전개된 정신분석적인 대상관계 이론들은 매우 다양한 접근들로 이루어져 있다.
우선 가장 광범위한 정의는, 정신분석 그 자체가 대상관계 이론이라고 기술될 수 있다.
모든 정신분석적인 이론은 무의식적 갈등의 생성에 미치는 초기 대상관계의 영향, 심리 구조의 발달,
현재의 전이 발달에서 과거의 병리적이고 내재화된 대상관계의 재활성화 혹은 상연(enactment)을 다룬다.
하지만 이렇게 광범위한 정의는 대상관계 이론과 관련된 개념들의 특정성을 잃게 할 수 있다(Kernberg, 1995).
가장 좁은 두 번째 정의는 대상관계 이론을 소위 말하는 영국 학파(British School)에만 국한시키는 것인데,
여기에는 특히 Melanie Klein(1946, 1948, 1957), Ronald Fairbairn(1954), Donald Winnicott(1958, 1965, 1971)의 연구가 포함된다.
하지만 이렇게 제한적으로 정의를 하면, Erik Erikson(1959), Edith Jacobson(1964, 1971), Margaret Mahler와 그의 동료들(1975),
Hans Loewald(1980), Joseph Sandler(1962), Otto Kernberg(1976, 1980, 1984) 등에 의한 자아심리학적 기여와,
Harry Stack Sullivan(1953), Greenberg와 Mitchell(1983)의 대인관계적인 접근들이 배제된다.
대상관계 이론을 구성하는 세 번째 정의는 영국 학파와 위에 열거한 다양한 이론가들의 사고를 포함하는 것이다(Kernberg, 1995).
이럴 경우 정신분석 대상관계 이론은, 생후 초기의 대상관계의 내재화, 구조화, 임상적 재활성화를 발생기원적이고, 발달적이며,
구조적인 공식화의 중심에 두는 것으로 정의된다.
Kernberg(1976, 1984)는 정신분석적인 대상관계 이론이 심리내적인 영역, 즉 원초적인 이자 관계를 나타내는 심리내적인 구조들에
관심을 가진다는 사실을 강조할 필요가 있으며, “대상”이라는 용어는 “인간 대상”에 국한해서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았다.
그에 의하면 대상관계 이론은 이자적인 심리내적인 표상의 형성에 미치는 유아-엄마 관계와, 그 관계가 이자적, 삼자적,
그리고 다중적인 내적, 외적 대인관계로 발달해가는 과정을 강조한다.
그동안 대상관계 이론들의 전개 과정에서 몇 가지 중요한 주제들이 대상관계 이론들을 구분하였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이론이 Freud의 전통적인 추동 이론과 얼마나 조화되는지 혹은 대립되는지이다.
즉, 인간 행동의 동기체계로서 대상관계가 추동을 대체하는 것으로 보는지 여부이다.
이러한 조망을 따르면 Klein(1946, 1948, 1957), Mahler(1975), Jacobson(1964, 1971)이 한 축을 이루는데,
이들은 Freud의 이원 추동 이론(dual drive theory)을 대상관계적인 접근과 결합시켰다.
반면에 Fairbairn(1954)과 Sullivan(1953)은 주된 동기 체계로서 Freud의 추동들을 대상관계 자체로 대체하였다.
Fairbairn과 Sullivan 개념들의 통합에 기초하여 Greenberg와 Mitchell(1983), 그리고 Mitchell(1988)이 주장한
현대의 대인관계 정신분석(interpersonal psychoanalysis)은, 심리적인 동기 체계에서 추동에 근거한 모델과
대상관계에 근거한 모델이 본질적으로 양립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였다.
Winnicott(1958, 1965, 1971), Loewald(1980), 그리고 Sandler(1987)는 각각 서로 다른 이유들로 중간 입장을 유지하였는데,
이들은 유아와 엄마 관계의 정동적인 틀을 추동 발달의 핵심적인 결정인으로 지각하였다.
또한 Kernberg(1976, 1984)는 Freud의 이원 추동 이론을 고수하면서, 추동을 상위 동기 체계로 보고,
정동(affect)을 이러한 추동들의 구성 요소로 보았다.
이와 관련하여 행동의 동인으로서 공격성의 기원과 역할에 관한 논쟁이 있다.
선천적인 추동을 거부하는 Sullivan, 리비도를 대상관계 추구와 동일하게 보는 Fairbairn은
공격성을 리비도적인 욕구의 좌절에 따른 이차적인 것으로 개념화하였다.
대조적으로 Freud의 이원 추동 이론을 고수하는 이론가들은,
공격성이 선천적이고, 인생 초기의 상호작용 형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입장에는 특히 Klein이 포함되고, Winnicott과 자아심리학적 대상관계 이론가들이 일부 포함된다.
Fairbairn은 이론적으로는 선천적인 공격성을 거부하였지만, 임상 실제에서는 공격적으로 점유된 대상관계의 구조화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였고, 전이에서 이것들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기울였다는 점은 주목할만한 일이다.
이러한 쟁점들에도 불구하고 대상관계 이론들에는 공통되는 특징들이 있다.
대상관계 이론들은 모두 심리 구조 형성에서 초기 발달 단계의 영향을 강조한다.
이 이론들은 모두 자기와 정체감 형성에서 정상적이고 병리적인 발달에 관심이 있고,
내재화된 대상관계를 심리 구조의 부분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자기와 대상, 자기표상과 대상표상 간 관계의 정동적인 측면에 대한 관심으로 인해 초기 정동의 기원과 변천에
특별한 관심을 갖는다. 이와 함께, 모든 대상관계 이론들은 전이(transference)를 통한 내재화된 대상관계의 상연에 초점을 두고,
해석적인 방략에서 역전이(countertransference)의 분석에 특히 초점을 둔다.
대상관계 이론들은 또한 심한 정신병리에 관심이 많은데, 여기에는 정신분석적인 기법으로 접근가능한 정신병 내담자,
경계선 상태와 심한 자기애적(narcissistic) 성격병리, 그리고 성도착 장애 등이 포함된다.
그리고 대상관계 이론들은 분열(splitting)이나 투사적 동일시(projective identification)와 같은 원초적인 방어기제들의 작용을
연구하는데, 이러한 방어기제들은 심한 정신병리 사례들에서 볼 수 있고, 또한 내담자들이 심하게 퇴행한 시점에서도 발견된다.
다음은 Freud 이후 전개된 대상관계 이론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것인데,
그중 대상관계 이론들과는 다소 다른 맥락에서 전개되었다고 볼 수 있는 자아심리학(ego psychology)과
Kohut의 자기심리학(self psychology)도 함께 제시하였다.
이를 통해 각각의 학파나 이론가들이 대상과의 관계를 어떻게 파악하고 다루었는지를 함께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