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작성자 Co.필립보
ㆍ작성일 2008-07-21 (월) 15:59
아들의 옆구리
좀 삭막해서 내 세우진 않지만 아들만 둘이다. 삼년 터울로 큰아들은 대구大邱 살 때 대구파티마 병원에서 별 탈 없이 태어났고, 작은 아들은 서울로 이사移徙해 서울 수유리 한일병원에서 태어났었는데, 급한 마음에 좀 빠른 대면對面(?) 탓인지, 창 너머 간호사 품에서 이상하리만큼 쭈그러진 주름과 찡그린 얼굴로 나타나 구경하는 어떤 여자 엉겁결에‘아! E-T다‘라 소리쳤고, 옆에서 덩치 큰 내 동생 말조심하라는 고함에 병원이 들썩거렸다. 아내도 대구사람이라지만, 태어난 곳은 자기 외가外家였던 대전大田이라고 하고, 나는 열 살 때 대구로 전학轉學 갔지만, 유일하게 農村이였던 함안咸安에서 태어났다. 묘妙하게도 태어난 곳이 다 달라, 제목題目은 모르지만 우리 집엔 주제곡主題曲이 있다.‘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가 아니고 함안 찍고...♬’
부모 마음에 딸이 없어 딸 같은 작은 아들 애기다. 고등학교 2학년에 함안서 마산馬山으로 통학通學까지 하니, 서로 만나기도 참 힘들다. 아빠의 객지 생활, 한두 번의 대구 곗날, 집에 오면 신앙생활 한답시고 성당일, 주말 밤에 가끔 보는 얼굴에 밥 문나? 어데 가노? 뭐 하노? 이런 말 뿐인 것 같다.
여태껏 전화로나 아내가 전하는 소식으로 만나다가, 이번 칠월 첫 토요일 정오쯤 됐을까? 학기말 시험 마치고 학교에서 집에 있는 엄마하고 통화를 하는데, 무슨 가슴이 아프고 어쩌고저쩌고 하는 말에 아내는 와서 보자고 하고, 난 그 또래 시험 마치고 그냥 하는 소리라 여기며... 전날 늦게 집에 온 핑계로 피곤하다며 계속 벌러덩 누워 있었다. 삼사십 분 됐을까? 집에 도착할 놈이 동마산 병원 응급실이라며 연락이 왔다. 또 무슨 이런 일이... 입은 채로 아내와 놀라 달려가 보니, 침상에 누워있는 아들. 가슴이 계속 시큰거리고 아프단다. 약 먹고 주사 맞고 사진으로 의사와 면담 등, 몇 시간 후 서로들 갸우뚱 거리며 별 증상 못 찾아, 일단 시험 스트레스등으로 결론내고 집으로 왔지만, 나도 좀 어지러워졌다.
월요일 집 떠나 뭔가 여러 찝찝함이 스친다. 무슨 예감도 아닌 느낌들... 다른 곳도 아니고 가슴이라니... 그래도 그렇지 응급실까지... 설마 그런 일은 아니겠지.... 현장은 폭음暴炎에 별 진도도 없고 안전 문제 등... 거기에다 금요일엔 주관하는 꼬미씨움에 교구敎區에서의 순방巡訪도 있다는데... 참 뒤숭숭하기도 하다.
올 것이 왔다. 7월8일 아침. 아내의 전화 한통. 학교 선생님의 급한 전갈傳喝. 마산서 함안 박 내과로... 다시 창원 파티마 병원 응급실로... 결과 나면 연락하겠다는 아내와 누워 있을 아들 모습에, 이리저리 왔다갔다 묵주만 돌리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몇 시간 후 아내의 목소리. 기흉氣胸 -폐에 막이 뚫어져 구멍 난 병- 이란다. 재 빨리 컴퓨터로, 또 주위에 전화질로 좀 알고 보니 휴--- 감사드렸다. 재발은 잘 되지만, 흉부외과 쪽에선 감기정도란다. 그래도 지금 움직이기 힘들다니 하루 병간호를 위해서, 다음 날 현장과 협의하고 구미龜尾에서 창원으로 내려갔다.
“아빠도 안 입어 본 옷. 니가 입고 있네.”무슨 긴 관管을 옆구리에 연결해 무엇을 빼고 있었다. 밝아 보이는 아들 모습이 너무 좋았다. 혹시나... 행여나... 만萬에 하나... 가슴 아프다는 말에 몹쓸.... 온갖 잡생각을 잠재우는 아들의 밝은 웃음. 해가 어둑어둑 해질 무렵, 어설픈 간호看護도 힘든 걸 처음 알았다. 피곤함에 침상 귀퉁이에 두 손으로 얼굴 공기고 아들 얼굴을 올라다본다. 날 보고 히죽대며 조잘대며 소곤거린다. 며칠 뒤숭숭한 마음이 평온해 지는데, 차츰 시간 갈수록 뭔가 이상한 놀라움이 느껴진다. 이런 마음 왜 처음이지? 아들 자랑 팔불출이라지만, 그렇게 맑은 눈을 가진지를 몰랐었고, 소곤대는 그 목소리도 포근함으로 다가와, 여태 몰랐던 주님 평화가 혹여 이런 맛일까? 라는 편안함으로 밀려왔다. 마주치는 아들 눈빛에 순간순간 북 받쳐 오름에 눈가에 뭔가 맺히려 한다. ‘예! 알겠습니다. 하느님! 왜 내 아들이 여기에 누워 있으며, 무엇을 말씀 하시려는지?’
밤이 다가 올 무렵. ‘아빠! 오늘 7월 9일이 무슨 날인지 알아?’‘아니’‘친구의 날이잖아!’7.9 칠.구 친구 그럴 듯 했다. 아니 사실 이였다. ‘ 오늘 학교 친구들이 아프다고 전해온 편지들인데’ 한 스무 통 가까이 되었다. 하나같이 재미는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공통共通된 내용이 있었다. ‘ ....야! 니 아프다며... 평소 어떤 일에 무슨 일에도 그렇게 잘 웃더니만, 나중에 신부님 되려고 그런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고 허파에 바람 들어 그렇다며.... 그래! 그 바람 빠져도 늘 웃음 잃지 않길 바란다.’ 내 할 말 그 친구들이 다 한 것 같았다. 시간은 흘러 서로 잠이 올 쯤에‘아빠! 여기서 자면 다른 분들이 그 코 소리로 엄청난 고통을 ...’ ‘안 그래도 봐 두었다. 찜질방. 새벽에 올께’
사랑이신 주님께서 자비 베푸시어, 재발再發없이 토요일에 퇴원했고, 다음 날 주일 미사에 늘 앉는 그 자리에 앉았다. 성전 위 높은 십자가에 매달려 있는 예수님의 옆구리가 보인다. 찔리신 선명한 자국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순간 아파서 찡그리며 소독消毒하던 아들의 옆구리가 스친다. 어쩜 위치까지 똑 같을까? 아! 수數없이 수없이 물으시더니만... ‘너도 내 옆구리에 손 넣어 보고야 나를 믿겠느냐?’나의 깊은 침묵 안에서 응답應答하신다. ‘주님! 아닙니다. 믿습니다. 주님은 여기에 계십니다. 지금 이곳에 계십니다. 늘 제 곁에 계십니다.’아들의 눈에서, 아들의 목소리에서, 아픈 아들의 옆구리에서... 주님... 성령이시라는 그 주님... 만났음을 감敢히 두려움과 송구함으로 머리 숙여 증언證言하고 싶다. [熙雲]
Co.필립보
2008-07-21 16:00 + 예수님, 저희 죄를 용서하시며 저희를 지옥 불에서 구하시고,
연옥영혼을 돌보시되 가장 버림받은 영혼을 돌보소서.
주님! 주님만 바라보며 병마 싸우는 본당 형제자매님께 한없는 사랑과 자비로
쾌유의 은총 베푸시어 주님의 더 큰 사랑 증거 하게 하소서. -아멘-
박철주마르티노
2008-07-21 18:00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이 아팠을때는
무척 가슴이 아프셨겠네요
단장님 닮은 두 아들 항상 건강하시길 빕니다.
세실리아 자매님도 요.........
단장님 늘 주님께서 주시는 만복이 가득한 행복만이 가득한 가정되세요
황규화수산나
2008-07-25 12:01 단장님! 우리는 모든 우주공간 속에서 참으로 감사함을 모르며 ,지나쳐 생활하는 듯하죠.
그러나 우리를 사랑하시는 주님께서는 어떤 방식으로라도 우리를 부르십니다 . 이런 값진 하느님의 은총을 겸허히 받아들이시는 단장님께 핫~팅을 보냅니다. 늘 세실리아 가정에 주님의 은총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