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날아오르다
靑波 황인호
사회, 노인, 직장, 부부, 자녀, 건강
뒤를 따르는 문제를
굴비마냥 엮어서
툇마루 한 구석에 내어 걸어볼 일이다
기울지 않고 바로 누워 잠들 수 있게
‘사람이 존중 받는 사회’가 펄럭대는 현수막이
이상한 나라 이상한 도시를 만들고
언제쯤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지
줄줄이 묶인 문제들이 하늘을 향해 떠오르다
내려앉는다.
바람부는 청아한 날에 흔들리는 연줄을 놓아본다.
꿈과 현실사이
靑波 황인호
꿈이 현실을 마중 나간 아침
깬 듯 안깬 듯 영상을 이끌고 나간다.
이불이 개어지고 청소기와 세탁기가 움직이고
야채를 토막내더니 요리를 떠올리기 무섭게
눈이 떠진다.
꿈은 늘 찾아오는 아침을 미워하진 않는다.
로봇청소기에서 머리카락이 자라나고
장판처럼 굳어진 이불, 숨죽여 바라보는 빨래,
곰팡이의 탈출을 막고 있는 뚝배기에
눈꺼풀이 무겁다
주말 아침이 기다려지는 이유
靑波 황인호
잠이 오지 않는 밤이 지나 뒤엉켜 버린 아침
배고픈 사람이 먼저 일어나
아무 갈등없이 이불은 편한 얼굴이 된다
번거로워도 몸이 먼저 기억해
세수와 머리감기는 어렵지 않아
묵은 때를 벗기듯 밀린 숙제를 풀듯
집안 일들이 하나둘 사라진다.
생각할 틈 없이 급속으로 누른 전기밥솥
간밤내 삐닥이던
그릇들을 씻고 냉장고 문을 열고 서둘러 야채를 꺼내니
품에 안긴다,
이 맛에 가족이란다.
날선 칼이 기다렸다는 듯 쉴 새 없이 오가도
볶고 끓이는 가운데에도 결국 한 몸이 된다.
밥솥에서 김이 모락모락 날 때쯤
모든 반찬과 국을 차려내야 평온은 찾아온다
잠시 걸터앉은 식탁 위
굴러가려는 과일을 눈빛으로 잡아두고
믹서기를 힘껏 누른다. 눌러댄다
한 잔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지는
그대를 위한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