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 필 무렵 떠나는 평창
야생의 초원, 대관령 하늘목장
풍력발전기 돌아가는 드넓은 초원, 낮은 구릉이 쉼 없이 이어지며 멀리 해발 1,000m 넘는 첩첩 산과 전원 풍경이 펼쳐지는 이국적인 곳. 그곳에 가면 조급했던 마음이 시나브로 여유로워진다. 대관령 하늘목장 얘기다. 9월 이맘때 평창에 가면 하얗게 흐드러진 메밀꽃밭에서 효석문화제도 즐기고, 목장의 드넓은 초원도 누릴 수 있다.
걷기 좋은 하늘목장의 너른 초지
40년간 가려진 야생의 목장
지난 9월 1일, 40년 만에 일반에게 문을 연 드넓은 목장이 있다. 그간 인근 주민들에게 '대관령 한일목장'으로 알려졌던 '대관령 하늘목장'이다. 목장을 개방하며 이름도 바꿨다.
대관령 삼양목장을 감싸 안은 형태의 하늘목장은 여의도의 4배에 달하는 방대한 초지를 자랑한다. 1974년부터 삼양목장과 함께 대관령을 지켜왔지만, 우유를 생산하는 젖소 목장의 기능을 했을 뿐, 관광 목적으로 일반에 공개된 적은 없었다. 최근에 새롭게 단장해 일반에게 문을 열며 처음으로 베일을 벗었다.
목장 관계자는 대관령 하늘목장을 자연을 몸으로 직접 체험하는 자연순응형 생태목장이라고 소개한다. 말 그대로 인공적인 것을 최대한 배제하고 목장의 자연을 몸으로 직접 느끼고 체험한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목장의 생태와 자연을 보다 친밀하게 접촉할 수 있도록 시설물과 산책길도 자연친화적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여느 목장들과는 달리 울타리 설치도 최소화하고, 산책로에 별도의 나무 데크도 설치하지 않았다.
지난 40년간 잘 보존돼온 목장의 생태 환경이 여행객들의 마음을 끈다. 목장 곳곳에 수십여 종의 야생화와 희귀식물들이 자생한다. 계절에 따라 투구꽃과 노루귀, 벌깨덩굴, 앵초, 얼레지, 홀아비바람꽃 등 토종식물들이 곳곳에 군락을 이룬다.
걷고 타고 뒹굴고 뛰면서 즐기는 초원
하늘목장에서는 구급차를 제외한 일체의 차량 출입이 제한된다. 이 또한 인근의 목장과는 다른 점이다. 차는 주차장에 세워두고 천천히 걷거나 좀더 색다른 방법으로 초원을 즐기게 된다.
다닥다닥 빌딩 숲에 지쳐 광활한 초원을 누려보고 싶다면 걷기를 추천한다. 하늘목장에는 테마에 따라 4개의 색다른 산책로가 있다. 초지가 많아 산티아고 순례길을 닮은 2km의 '너른풍경길', 선자령까지 이어지는 1.5km의 '가장자리숲길', 숲속의 나무가 터널을 이루는 500m의 '숲속여울길', 희귀식물과 야생화를 감상할 수 있는 800m의 '종종걸음길'이 그것이다. 무릎까지 올라오는 초원의 풀들에 파묻혀 낮잠 한숨 자도 좋겠다. 돗자리만 깔면 어디든 피크닉 장소가 된다.
[왼쪽/오른쪽]하늘마루 전망대까지 가는 트랙터 마차<사진제공·하늘목장> / 방목되고 있는 양들<사진제공·하늘목장>
편하게 목장을 누려보고 싶다면 트랙터 마차를 이용하면 된다. 트랙터가 끄는 32인승 거대한 마차가 하늘마루 전망대까지 방문객을 실어 나른다. 초입에서 마차를 타고 20분 정도 가면 전망대에 닿는다. 전망대에서는 목장 전경은 물론, 횡계 읍내와 인근 리조트, 스키점프대까지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 가슴이 뻥 뚫린다. 전망대에서부터는 대관령 트레킹 코스로 유명한 선자령과도 연결된다. 아늑한 야생의 숲이 아름다운 선자령 트레킹을 즐길 수도 있다. 트랙터 마차는 목장 초입에서 매시 정각과 30분에 출발하며, 이용료는 1인 4,000원이다.
[왼쪽/오른쪽]하늘목장을 순회하는 32인승 트랙터 마차 / 간단한 설명과 함께 즐기는 마차 투어
특이하게 몽골의 유목민이라도 된 듯 말을 타고 초원을 누릴 수도 있다. 승마 경험이 있다면 2~4시간 동안 초원으로 외승 체험을 나갈 수 있는데, 이 체험을 이끄는 사람은 한국인이라 오해할 정도로 한국말을 잘하는 몽골 청년이다. 굳이 몽골에 가지 않아도 몽골인의 삶을 엿들으며 초원을 달리는 외승 체험은 신선한 경험이다. 말을 타본 적이 한 번도 없다면 평지의 트랙을 한 바퀴 천천히 도는 승마 체험을 할 수도 있다. 어린이도 가능하며, 승마 체험은 1만 원, 외승 체험은 10~15만 원이다.
목장 초입에 있는 양떼체험장에 가면 울타리 안으로 직접 들어가 양떼와 함께 뛰어놀 수 있다. 아기동물원에서는 송아지와 망아지, 아기 양 등에게 먹이를 주는 체험도 가능하다. 짚풀마당과 초지마당은 굴러다니며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자연 그대로의 놀이터이다.
9월엔 하얀 메밀밭 속으로
평창효석문화제가 열리는 메밀밭
9월 5일(금)부터 14일(일)까지는 평창군 봉평면 효석문화마을 일대에서 제16회 평창효석문화제가 열린다.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인 봉평의 하얀 메밀밭에서 가을의 여유를 한껏 누려볼 수 있다. 마치 소금을 흩뿌려놓은 듯한 너른 메밀밭이 낮이나 밤이나 가히 장관이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라는 소설의 한 문장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메밀꽃 천지인 효석문화마을에 가면 다양한 체험과 공연도 즐길 수 있다. 나귀 타기, 메밀국수 만들기, 찹쌀떡 치기 등을 비롯해 백일장과 문학창작교실 등에도 참여할 수 있다. 행사장 안에는 옛날 장터를 재현해놓았고, 각종 민속놀이와 거리 공연, 마당극도 풍성하다. 매일 밤 9시에는 영화 <메밀꽃 필 무렵>을 야외 상영한다. 달빛 아래 흐드러진 메밀꽃과 함께 낭만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다. 100% 국산 메밀로 만든 다양한 메밀 요리는 덤이다.
메밀싹묵무침
햇빛과 달빛 아래 서로 다른 모습으로 반짝이는 메밀꽃밭을 배경으로 이색적인 체험과 흥겨운 공연이 가득한 평창효석문화제는 이른 가을 문학의 향기를 느끼고픈 이들에게 제격인 문화축제다.
여행정보
대관령 하늘목장
주소 :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산279-7
문의 : 033-332-8061~3
2014 평창효석문화제
주소 : 강원 평창군 봉평면 효석문화마을
문의 : 033-335-2323(이효석문학선양회), 033-330-2771(평창군 문화관광과), korean.visitkorea.or.kr
1.주변 음식점
미가연 : 메밀싹육회, 막국수 / 평창군 봉평면 기풍로 158 / 033-335-8805 / korean.visitkorea.or.kr
가벼슬 : 곤드레밥, 백숙 / 평창군 봉평면 이효석길 118-8 / 033-336-0609
대관령한우타운 : 한우구이 / 평창군 대관령면 올림픽로 38 / 033-332-0001
황태덕장 : 황태찜 / 평창군 대관령면 눈마을길 21 / 033-335-5942 / korean.visitkore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