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첫전철을 타고 상봉터미날에 도착하니 새벽녁의 공기가 상당히 쌀쌀하고 귀가 시려오는 것이 꽤 추운 날씨이다. 더운 커피 한잔을 마시고 횡성행 6시30분 첫버스에 오른다. 지난주 토요일에 구목령에서 먼드래재까지 14시간의 힘든 산행을 하고 내일모레 29일에 다음구간을 이어야 하나 직장일로 참여치 못해 부득이 혼자서 미리 하는 산행이다. 한강기맥은 일부구간을 빼놓고는 길이 아주 희미하고 찾기가 힘들며 오늘 구간도 오르막 내리막이 심하다고 하니 속으로 은근한 걱정이 앞선다. 이런 저런 생각에 골몰하다 보니 횡성도착, 8시29분이니 2시간 걸린 셈이다.
택시를 불러 서석쪽의 먼드래재로 가자고 하니 확실하게 잘 모르는듯 우물쭈물해서 대강 위치를 알려주고 떠난다. 금방 갈것 같더니만 구불구불한 국도를 한참 가고 춘당리와 덕고산 입구가 있는 속실리를 지나서도 고개를 계속 올라와서야 전에 내려왔던 먼드래재에 도착한다.(09:02)(택시비 25,000원) 도로작업용 컨테이너박스를 열던 아저씨가 일찍 올라왔다고 인사를 건네며 등산 잘하라고 말씀을 하신다. 무선송신탑이 서있는 가파른 경사면을 올라 능선으로 붙으니 눈덮힌 낙엽사이로 비교적 뚜렸한 길이 남서쪽으로 뻗어있다. 드문드문 붙어있는 표지기를 확인하며 완만한 경사를 따라 작은 봉우리들을 연거퍼 넘는다. 봉우리들을 넘고 긴 오르막 길을 한동안 오르면 암봉이 나오는데 눈이 덮혀 미끄럽고 잡을것이 마땅치 않아 상당히 조심해서 완력을 쓰며 오르면 710봉이다.(09:48) 암봉위에 서면 횡성에서 서석으로 넘어가는 구불거리는 국도가 발아래로 지나가고 운무산에서 뻗어 내린 능선이 손에 잡힐듯하며 앞으로는 수리봉에서 발교산 병무산으로 이어지는 큰능선의 물결이 출렁거린다. 암봉을 내려오면 눈덮힌 급사면을 내려와야 하는데 거의 수직절벽이라 선뜻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동안 갖고 다니며 한번도 사용한 적이 없는 스링줄을 꺼내 나무밑등에 걸고 내려오니 비교적 수월하게 통과할수가 있다. 눈만 덮혀있지 않으면 나무와 바위를 잡고 내려올수 있지만 혼자하는 산행에서는 무엇보다도 안전한것이 제일 중요하다.
봉우리를 휘돌아 내려와 급한 내리막을 내려가면 낙엽위로 눈이 많이 쌓여있어 상당히 미끄럽다. 북쪽으로 급하게 꺽어지는 주능선을 따르면 수리봉까지는 작은 봉우리들이 꽤 많아 보인다. 완만해진 길을 한동안 내려와 다시 급하게 고도를 떨구면 노송이 많이 서있어 제법 운치있게 보이는 여무재에 내려온다.(10:27) 좌우로 등로가 뚜렸하며 좌측으로는 봉명리로 우측으로는 청량리로 내려갈수 있다. 이제부터는 길이 매우 가파르고 눈쌓인 길은 죽죽 미끄러져서 오르기가 힘들다. 구불구불한 길을 이리저리 올라가면 더운 땀이 줄줄 흐르고 안경에는 김이 서려 자주 수건으로 딱지만 운행하는데 아주 번거럽다. 힘들여 작은 봉우리에 오르면 북동쪽으로 솟아있는 864봉과의 갈림길이다.(10:57) 864봉 쪽으로는 잡목이 우거지고 등로는 보이지 않으며 사람의 흔적은 전혀 없다. 갈림길에서 북서로 내려오면 뚝 떨어지면서 안부에 닿고 다시 가파른 길이 시작된다. 한동안 올라 작은 봉우리에 서면 더 높은 봉우리가 앞에 보인다. 또 한봉우리를 오르면 다시 약간 높은 봉우리가 나타나고 거의 7-8개의 봉우리들을 넘어서야 수리봉(959.6m)에 오를수 있다.(11:38) 좁은 정상에서는 먼드래재에서 710봉으로 올라왔던 능선이 잘 보이고 발교산과 병무산으로 이어지는 여러 봉우리들이 가깝게 보인다.
이제 등로는 서쪽으로 급하게 꺽이며 다시 고도를 낮추어 내려간다. 한동안 내려오면 좌우로 희미한 길이 있는 안부로 떨어지고(12:07) 다시 급한 오르막이 시작되는데 "산가사(산으로 가는 사람들)"의 흰색 코팅표지기가 간혹 달려있어 눈길을 끈다. 이 사람들은 언제 이길을 알고 여기를 찿아 왔을까... 낙엽과 눈으로 미끄러운 급사면을 나뭇가지를 잡아가며 오르면 877봉이다.(12:22) 등로는 877봉에서 뚝 떨어지다가 앞에 솟은 봉우리를 향하여 다시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어찌나 가파른지 몇번을 쉬면서 끊임없는 다리품을 팔아야 908봉에 오른다.(12:42) 이제 길은 다소 완만해지고 잡목사이로 빠르게 진행하면서 935봉에서 꺽이는 갈림길을 지나치지 않으려 신경을 곤두 세운다. 계속 진행하면 발교산이 점점 다가오고 봉우리 같지 않은 약간 높은 곳에 오르니 표지기 몇개가 펄럭인다. 여기가 935봉이고 눈이 쌓여 길이 없는것 처럼 보여도 북서쪽으로 수직으로 꺽어져 들어가면 점차 뚜렸한 길이 나온다.(13:02)
이제부터는 산사면으로 등로가 잘 나있어서 편한 길이 이어진다. 두개의 작은 봉우리들을 우회하면 북쪽의 잣나무들 사이로 내려가는 뚜렸한 등로가 보이고 표지기도 달려 있지만 기맥은 서쪽으로 이어진다, 갈림길을 무시하고 싸리나무가 무성하고 쓰러진 잡목들이 막아서는 길을 오르면 헬기장으로 되어있는 927봉이다.(13:23) 따듯한 햇살이 비추는 헬기장에 앉아 찰떡으로 점심을 먹지만 아직도 갈길이 많이 남은것 같아 서둘러 일어난다. 다시 뚝 떨어지는 내리막이 시작되고 계속해서 내려가면 안부에 닿는데 북쪽은 대학산의 일반 산행로로 많이 이용하는 물골과 연결되고 남쪽의 희미한 길은 가래골로 내려가는 길이다.(14:04) 이제부터는 눈도 제법 많이 쌓여있고 가파른 길이 시작된다. 급한 오르막을 오르면 좌우로 임도들이 가깝게 지나가 문제가 생겼을때 탈출하기가 비교적 쉬운 곳이다. 땀을 뻘뻘 흘리며 급경사를 올라가면 점점 큰 암봉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암봉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험한 바위들을 붙잡고 오르면 대학산(876.4m)정상이다.(14:26) 삐죽 삐죽하게 솟은 암봉들 사이로 크고 작은 노송들이 곳곳에 서있어 아름다운 경치를 보여주는 곳이다. 제법 넓은 정상에 서면 발교산과 병무산의 후면이 잘 보이고 발아래로는 끝이 없는 수림의 바다가 펼쳐져 바람이 불때마다 파도치듯 제몸들을 흔들어댄다. 이제는 내려가기만 한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길을 재촉한다.
눈덮힌 한적한 길을 내려오면 서쪽으로 능선같지 않은 곳에 표지기가 있고 직진하는 북서쪽으로도 표지기들이(호산 김명호) 달려있다.(14:46) 워낙 북쪽 길이 뚜렸해 따라가 작은 암봉위에서 보니 포장도로가 보이고 민가들이 보여 일반 산행로로 생각하고 돌아온다. 서쪽 능선으로 들어서면 갈림길들이 자주 나타나고 나침반으로 서쪽만 찿으며 나아간다. 완만한 길을 따라가다 오르막을 치고 오르면 노송들이 많이 있는 580봉에 이른다.(15:28) 이제 밑으로는 임도가 조금씩 보이고 앞으로는 마지막 봉우리인 616.1봉이 불쑥 서있다. 내리막을 잠시 내려오면 높은 절개지가 나오고 우측으로 길게 우회하여 임도로 내려선다.(15:37) 넓은 공터로 되어 있는 임도 만남길에서 앞뒤로 오가며 길을 찿아도 마땅한 길이 없는데 유심히 보니 바로 정면으로 산을 올라간 희미한 족적이 보인다. 아주 가파른 길을 네발로 기어 올라 가뿐숨을 뱉으며 능선에 붙으니 길은 남서로 급하게 꺽어진다. 희미한 능선을 조금 올라가면 잡목이 꽉찬 작은 봉우리인 616.1봉에 닿는다. (16:06) 이제부터는 드문드문 보이던 표지기도 전혀 보이지 않고 갈림길들이 계속 나타난다.
616.1봉에서 조금 내려와 갈림길에서 남서의 능선을 따르고 내리막 길을 계속 내려오면 다시 갈림길이 나온다. 서쪽의 직진길을 버리고 조금 희미한 남쪽 길을 따르면 소나무들이 많아 전체적으로 푸른색의 숲이 눈에 많이 띤다. 다시 나타나는 갈림길에서 남쪽의 흐릿한 길을 따라서 내려와 묘지사이의 길로 내려간다. 뚜렸한 길도 거의 없고 표지기도 전혀 보이지 않아 틀림없이 잘못 내려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또 한기의 묘를 지나면 이제 길은 사라지고 잡목을 헤치고 나오면 임도가 보인다. 가파른 경사지를 내려와 임도를 약간 내려오니 406번 지방도로에서 임도가 시작되는 곳이 나온다. 임도입구에는 바리케이트가 쳐져 있고 임도 안내판에는 현위치 "새목이"라고 쓰여있으니 제길로 내려온것이다.(16:49) 눈이 수북하게 쌓여 있는 도로에 서니 차들이 힘든 엔진 소리를 내며 오르 내리고 있다. 마주 보이는 덕구산 능선을 보며 고개를 올라 오는 차에 손을 흔들어 보지만 쳐다보지도 않고 내려가 버린다. 묵직한 차소리가 들려 트럭이겠거니 했더니 마침 홍천행 완행버스가 힘겹게 고개를 올라 온다. 버스를 놓칠세라 눈길을 뛰어가는 발걸음은 평소같지 않게 무척이나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