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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태조산 수련장 2.2km,→정상 1.4km]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잠시 휴식이다. 춘자미스리가 가져온 오이 먹는 시간이다. 안 오듯 하더니 비가 내린다. 무딘 이 녀석은 오는지 마는지 아직 무덤덤한데, 하나 둘 비옷을 입는다.
정상이 가깝자 건장한 울타리가 길을 막는다. 다소곳한 출입구가 있어 다행이다. 철책 울타리는 능선을 따라 정상으로 연결된다. 출입구를 통해 안으로 들어선다. 교보생명 연수원이 안내도에 나오는데, 이곳도 그 연수원 부지 내인가 보다. ‘네 것 내 것’ 구별위해 경계표시는 당연하겠지만, 시민의 산 정상에 설치된 울타리는 너무 튼튼하다. 페인트로 채색이 되었지만 만져 보니 나무는 아니고 철제구조물이다.
울타리 따라 정상에 도착한다. 단체 산행객이 사진 촬영하고 있다.
정상 표시석이 산의 규모처럼 아담하다. 앞면에는 정상표시 [태조산 해발 421.5m], 뒷면에는 태조산의 유래에 대하여 간단한 설명이 적혀있다. [ 태조산의 유래- 천안의 진산으로 고려 태조 왕건이 삼국을 통일하기위하여 친히 산에 올라 오룡쟁주형국의 지세를 살핀 후 비로소 천안부를 설치하였다하여 태조산이라 하였다.]
12:00 하산 시작
처음 가는 산이다. 가이드 춘자미스리도 이곳이 초행이란다. 산행객이 많지 않아 행선지 찾기가 쉽지 않다. 10분을 내려오니 안내 이정표가 색다르다. [2 post, →3 post 1230m]. 연수원에서 설치한 이정표인가 보다. 철책 울타리 밖으로 나오는 출입구가 있다. 다행히 빗방울은 멈추었지만, 먹구름은 아직도 미지근하다.
12:30 [3post, 흑성산 2.1km] 이정표가 서있다.
오르막도 그랬지만 내리막도 한결같이 푹신푹신한 육산이다. 지리산의 어느 능선 같기도 하고 무등산의 뒤안길 같기도 하다.
하산 길, 절개지 도로가 나온다. 길을 잘못 들어 절개지에서 헤맨다. 가져 온 도면을 보니 ‘아홉싸리고개’이다. 2차선 아스팔트 포장도로이다.
○ 흑성산
13:00. 기왕 계획대로 흑성산을 향해 돌진이다. 도면상 30분 코스이다. 내려왔다 다시 올라감은 새삼스럽다. 처음 같이 힘 든다. 오늘 처음 산행을 같이한 조 선생이 맨 뒤에 선다. 땀을 뻘뻘 흘리기는 나도 마찬가지이다. 30분 거리지만 조금씩 여러 번 쉰다. 아 힘들다 할 무렵에, 저 멀리서 보았던 흑성산 정상의 송신탑 건물이 눈앞에 보인다. 어- 다 왔네. [대전 MBC 흑성산 TV중계소]이다. 13:40.
흑성산, 해발 519.3m. 태조산보다 더 높은 산이다. 높다보니 방송국 송신탑들이 정상을 차지해 버린다. 포장도로가 정상까지 올라오고, 산행객은 점차 기피해가고.
우리의 희망 모 회장이 그곳에 차를 대고 기다리신다. 승합차로 하산도 한참이다. 그곳까지 차를 운전해 온 모 회장님, 구세주 같다. 지금, 이곳 운전이 모 회장 업적 중 최고의 치적이란다. 다들 피로에 지쳐 있다. 배고픈 이리 때다. 오늘의 동창회 모임 터인 김옥련 친구의 집을 향한다.
지나는 곳이 천안시 목천면이다. 독립기념관이 있어 기억하는 지명이다. 조금 더 가니 순대로 유명하다는 병천면이 나오고 ‘아우내’ 장터도 간판들이 보인다. 기미년 3․1 운동 때 유관순 열사가 ‘아우내 장터’에서 만세 불렀던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상점 간판을 보면서도 역사의 유적지에 온 듯 마음이 숙연해 진다.
○ 동창회 모임
14:10 김옥련 친구 집에 도착하다. 산 좋고 공기 좋은 산 언덕배기의 작은 마을이다. 우리 외가집 마을 같은 느낌이다. 집안에 들어서니 고향 집을 찾은 듯 낯설지 않다. 이 마을 부녀회장 옥련씨, MBC 연속극 ‘전원일기’에 나오는 부녀회장이 딱 어울린다. 오전에 도착하여 산행 간 우릴 기다리다 지쳐있는 이영순 부회장님, 방윤태 아자씨, 정말 죄송합니다. 기다리게 해서.
*(동창회모임 참석자. 등산팀 8명+ 모용식+ 방윤태 + 이영순+ 김옥련 =12명)
도착하자마자 상다리 부러질 듯 야채더미가 나온다. 야채 이름 거의 모른다. 생선회 먹을 때 넣는 겨자 냄새가 입안에 가득하다. 배춧잎 같이 생긴 그 야채가 겨자(와사비)란다. 당귀도 있고, 모두 무공해 자연산 그곳 생산품이라니 건강에는 얼마나 좋을꼬. 뽕나무 열매, 오디(오돌개)도 반찬이 되어 나와 있다. 이 집 주인장, 우리가 뽕 따러(^**^) 온지 알았나보다.
돼지고기가 더 맛있다. 시원한 맥주도, 소주도, 포도주도 잘도 들어간다. 옆에 앉은 김영수 아자씨, 등산만 잘 한줄 알았더니 소주를 물 보듯 한다. 소주 따르기가 바쁘다. 몸이 건강하니 저렇게 마음도 건강하지. 식물인간이 되신 장모님을 모시는 천사 같은 인간이다. 전라도 돌쇠다. 그 와중에 총무 이규운이는 부회장 ‘영순이성’에게서 경고를 받는다. 손만수를 처음 본다는 여학생도 있고-
저녁밥까지 먹고서도 일어서지 않는다. 그새 비가 많이 내린다. 산행 후에 내린 비라서 무척 다행이다. 6시 30분,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제는 노래방이다. 배부르면 그 다음 행선지는 노래방이다. 백의민족은 원래 가무를 좋아한다.
아우내 장터에 있는 노래방에 들어선다. 처음엔 이복임 학생이 흥을 돋운다. 그래도 아직은 분위기가 뻣뻣하다. 트로츠 연속곡을 틀어놓고서야 분위기가 열을 받는다. 이춘자, 김옥련 두 천안댁이 온몸으로 스트레스를 풀어 흔든다. 모두가 따라 흔들어 댄다. 막대기 같은 목석이 분위기라고 해서 풀릴까마는 그래도 즐겁다. “대한독립 만세!!!”를 불렀던 그곳, 아우네 장터에서 “독도는 우리 땅-♪♬♬♩♩” 이라고 악을 써 본다.
9시 넘어 출발한 모 회장 승합차는 고속도로에서 버스전용차선을 달린다. 버스전용차선을 달리니 신난다. 남보다 혜택 받는다는 것 그 자체가 신나는 일이다.
서울에 도착해서도 일일이 가까운 곳을 찾아 내려주는 모(牟)회장 자상하고 대단하다. 회장감은 타고나야 된다니까. 여느 某회장처럼 생색만 내는 그런 회장 말고 -
지하철 대방역 앞에서 하차하여, 집에 도착하니 11시다. 즐거운 동창회, 즐거운 산행, 즐거운 여행이다.
( 2006. 6. 11. 이 철 환. )
첫댓글 즐거운 산행, 즐거운 모임였습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자주 뵙기를 바랍니다. 천안에서 환대해준 춘자미스리, 옥련이 부녀회장님, 서울 모임에서 자주 보세나-
그래 좋은 모임에 정다운 친구 만나니 즐거웠겟네. 보고싶네.
좋은 하루였네.. 흑성산 산행에 고생기켜 미안...........
동문들앞에 산행대장 한번하쎴구만 훌륭하심에 !!!
'친구는 옛 친구가 좋고 , 옷은 새옷이 좋다.' 실감하는 하루였네. 혼잣몸도 가쁜숨 몰아쉬어야 하는 흑성산 마의 고지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나를 가뿐하게 정상에 안착시키고 이렇게 훌륭한 글솜씨로 마무리 해주는군. 친구들 반가웠네. 행복했네.
포도주는 오래될수록좋아 샬롬은 말도잘해 ㅎㅎㅎ옛친구가좋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