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조작농산물은 식량위기를 부추길 것
흔해빠진 바나나가 사라질 위기에 있다고 말한다면 믿을 수 있을까. 수십만 개체의 두꺼비가 변태하여 한꺼번에 산으로 오르던 청주 원흥이방죽에 한 마리의 두꺼비도 나타나지 않은 원인이 분별없는 주택단지 공사에 있다면 바나나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이유는 바나나나무의 유전적다양성이 매우 협소해졌다는 것이다. 다국적기업의 이윤추구에 최적화 육종한 품종의 바나나나무만 심은 결과라고 전문가는 전한다.
“농지 만들겠다고 새만금갯벌을 죽이면서 농사짓겠다고 버티는 (평택 대추리와 도두리) 농민을 한사코 끌어내리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문규현 신부는 개탄하는데, 매립한 새만금갯벌에 농사를 짓긴 지을까. 제방으로 둘러싸인 농지는 해수면보다 낮고, 300밀리의 강우는 1억 평이 넘는 제방 안 평원을 이내 흙탕 호수로 만들 텐데, 그 핑계로 공업단지나 미군기지로 개발하는 건 아닐까.
핸드폰 팔아 쌀 사먹으면 된다는 천박한 발상은 “진정한 독립은 식량자급부터”라는 프랑스 드골 대통령의 언설을 외면하는데, 농업 뒷받침 없는 개발이 얼마나 허약한지 깨닫지 못하는 작금의 세태에서, 내일이 몹시 두렵다.
무거운 농기계로 석유 펑펑 태우고 화학비료와 농약으로 흥건한 이른바 녹색혁명은 관개에 의존하는 단작이다. 초기 예상외 소출을 보였던 녹색혁명은 제1세계 농화학 다국적기업과 국제곡물상의 배를 불렸지만 땅과 농민과 생태계의 건강을 갉아먹더니 이제 사양길로 접어든다. 소비자는 무얼 얻었다. 곡물사료가 변한 고기를 포식하는 제1세계는 성인병에 허덕이고, 배곯던 제3세계는 여전히 굶주린다.
기아와 인구증가로 고통스런 제3세계를 위한다며 추진한 제1세계의 녹색혁명이 저물어가자 제1세계 다국적기업은 유전자조작으로 돈벌이에 나서는데, 제1세계의 논리에 취한 생명공학자들이 장담하듯, 유전자조작식품은 식량위기를 해결해줄 수 있을까.
사람도 위협하는 조류인플루엔자는 유전적다양성이 결핍된 닭이나 오리를 밀집 사육한 데 따른 부메랑이다. 사람이 변화시킨 환경에 조류인플루엔자의 유전자가 적응, 다시 말해 저절로 조작되자 사람들에게 전이되는 것이다.
자본의 논리에 세뇌된 생명공학자가 유전자를 조작한 농산물은 녹색혁명 농산물보다 유전적다양성이 현저히 낮다. 그렇게 조작된 유전자는 생태계로 빠져나가 다른 생물의 유전자를 조류독감처럼 감염시키고 있다. 유전자는 스스로 재생산하며 확산하는 까닭에 문제가 당장 드러나지 않는다고 안심할 수 없는데, 단작으로 광범위하게 재배한 유전자조작농산물이 사료와 식품으로 소비된 이후 문제가 드러난다면, 우리는 에이즈나 조류독감보다 안심할 수 없다.
수출용 식량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자본은 유전자조작농산물보다 부가가치를 높이는 의약용 식품 개발에 혈안이다. 기상이변이 곳곳에서 속출하고 온난화가 심화되는 이때, 단작에 문제가 생긴다면 국제곡물상은 식량자급률이 형편없는 우리나라에 어떤 이윤을 노릴까. 후손을 위협하는 유전자조작은 대안일 수 없다. 제철 제고장 유기농업으로 기아와 포식을 완충하는 것이 내일을 위한 유일한 대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