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추·꽁초 끼어 이달만 사고 3건… '고장철' 된 우이신설 경전철
작년 9월개통 '2량 꼬마전철', 그간 운행지연 등 안전사고만 8건
시민들 "걸핏하면 사고냐"… 의정부 경전철의 파산 악몽 떠올라
지난 19일 오전 7시 46분쯤 서울 경전철인 우이신설선 북한산보국문역에서 신설동행 열차가 출입문 고장으로 멈춰 섰다. 출근길 승객 300여 명은 하차해 다음 열차가 오기까지 기다려야 했다. 후속 열차도 덩달아 느리게 운행돼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알고 보니 이날 사고는 단추 때문이었다. 승객의 옷에서 떨어져나온 단추가 출입문 센서와 고무패킹 사이에 끼면서 문이 닫히지 않은 것이다. 회사원 우정현(35)씨는 "단추 하나 때문에 이 소동이 나다니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전철 관계자는 "최첨단 센서가 단추를 사람으로 오인한 것 같다"고 밝혔다.
시민들의 이동이 잦은 연말 경전철 우이신설선에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달 들어 열차와 역내 안전사고가 3차례나 발생하며 '중단철' 오명(汚名)을 얻었다. 지난해 9월 개통 이후 안전사고는 총 8건(28일 현재)이다. '단추 사고' 이틀 후에는 '꽁초 사고'도 있었다. 성신여대역 엘리베이터가 출입문 사이에 낀 담배꽁초 때문에 멈춰 승객 40여 명이 5분 동안 갇혔다.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던 회사원 권모(27)씨는 호흡곤란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엘리베이터엔 방범카메라가 따로 설치돼 있지 않아 관제실에선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운영사 측 안전관리가 총체적으로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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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신설선 노선도
시민들의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서울 강북구 주민 이정수(59)씨는 "운행 초기 고장이 잦은 건 시행착오라고 볼 수 있겠지만, 개통된 지 1년 반이 거의 다 됐는데 걸핏하면 고장 나니 시민들이 믿고 탈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단추 사고' 당시 우이신설선 홈페이지엔 지연증명서 발급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항의 게시물이 130건 이상 올라왔다. 한 시민은 "지연될 때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직장에서 사과해야 하는지 아느냐"며 "아침 출근길마다 스트레스"라고 썼다. 다른 시민은 "2량짜리 꼬마전철 운행하면서 허구한 날 고장이니 경영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적었다.
경전철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경전철 열차 운영 시스템을 도입하고 안정화하는 과정에서 고장이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유지·보수 요원의 경험 부족도 고장 원인으로 지목된다. 경전철을 도입한 부산∼김해(2011) 노선은 개통 1년 동안 10차례 고장을 일으켰다. 용인 경전철(2013)도 개통 6개월 사이 5건의 고장을 기록했다.
문제는 안전사고 발생 후 대처 방식이다. 운영사인 우이신설경전철운영 측은 고장이 날 때마다 "원인을 조사하겠다"면서도 "사고 원인이 제각각이어서 조사에 시간이 걸린다"는 설명을 반복하고 있다. 공식 해명을 내놓은 적도 없다. 우이신설선은 포스코건설, 두산건설 등 10개 업체가 참여한 주식회사가 30년간 운영을 맡고 있다. 이후 서울시로 귀속된다.
잦은 사고는 시민들의 불신으로 이어져 결국 적자로 돌아간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우이신설선의 적자액은 144억원에 달한다. 하루 예상 수송 인원 13만 명에 비해 실제 수송 인원(10월 기준 7만6000명)이 절반을 겨우 넘는다. 무임승차율도 일반 지하철의 2배 수준인 30%를 웃돈다. 이러다 '의정부경전철의 파산 악몽'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손의영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안전사고 발생 시 운영사에 벌점을 확실하게 부과하고, 사소한 고장이라도 원인 규명을 신속하게 밝혀야 시민이 믿고 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선엽 2018.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