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리 탱자나무 부근에 있었던 것으로 기억했던 토가는
동막해수욕장을 한참 지나서 찾을 수 있었다. 3년 만에
찾은 토가의 음식값은 예전 그대로였고, 우리는 순두부
새우젓 찌게를 시켰다. 여전히 찌게 맛은 담백하면서 해장국처럼
시원했고 밑반찬으로 나온 시금치 무침과 겨울초 무침이 얼마나
맛있었든지 한 접시 더 먹었다. 밥을 다 먹어 갈 무렵 콩나물을
미처 내놓지 못했다면서 가져왔길래 다시 가져가라고 했더니
맛있다고 먹어보라고 했다. 안 먹었으면 진짜 후회할 뻔 했다.
시금치는 아주 살짝만 데쳐서 고추장에 달콤하게 무쳤고
콩나물은 고추가루에 무쳤는데 아삭한 맛이 정말 싱싱한
샐러드를 씹는 것 같았다. 주인 아줌마가 직접 음식을 하는 것
같았는데 그래서인지 식당 음식같지가 않았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행복 또한 살아가면서 느낄 수 있는 행복 중의 행복 아닌가!
행복이 연기 처럼 스물스물 올라와 내 주위를 감싸는 것 같았다.
식당 마당 곳곳에 파아랗게 돋아있는 새싹들을 지나칠 수 없어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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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핀 광대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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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느러미 엉겅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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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슨 무쇠솥
토가를 나와서 어디를 갈까 의논하다가 책에서 본 정수사의 꽃살문이 보고 싶다고 했더니
남편은 책에 있는 지도를 보고 정수사로 향했다. 정수사 가는 길 양 쪽에 아직은 어려 보이는
나무들이 빽빽히 서 있었다. 바스락거리는 마른 잎을 잔뜩 달고 있는 참나무도 소나무도
마치 때묻지 않은 어린아이의 해맑은 미소를 머금은 채 조용하게 잠자고 있는 것 같았다.
누구의 발길도 닿지 않은 오지의 비경을 보는 것 같은 기쁨이 밀려왔다. 정수사 오르는 길도
얼마나 한적한지 바람과 이야기라도 나눌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정수사는 작은 절이였다. 법당에 들어가 남편과 나는 각자의 바램을 가지고 부처님께
절을 했다. 정수사의 꽃살문은 사진에서 보는 것 보다 훨씬 더 아름다웠다. 사시사철
꽃을 구하기 쉽지 않은 옛날, 부처님 전에 늘 꽃을 바치고 싶은 마음이 꽃살문을 만들었
것 같아 그 간절한 바램과 절대적인 믿음이 부러웠다. 나는 내 삶에서 무엇을 그토록
간절하게 바라고 무엇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지 꽃살문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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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사를 내려와 석모도를 가기 위해 외포리 선착장에 갔다. 차들이 길게 두 줄로
서 있었고, 남편이 매표소에서 카페리호 승선권을 왕복으로 사 왔다. 주말이라
10분마다 배가 출발해서 줄을 서자 말자 승선할 수 있었다. 차에서 내려 선실로
올라가니 멀지 않은 갯벌에 갈매기 수십마리가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옆에 있던 어떤 아이가
새우깡을 던지자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여기 저기서 새우깡을 던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 광경이 무엇인지 몰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갈매기들이 날아 오르더니
배 가까이로 와서 바다에 던져진 새우깡을 채갔다. 새 마다 독특한 개성들과 표정을
가지고 있는데 괭이갈매기에 대한 내 느낌은 신데렐라의 언니들처럼 얌통머리여서 별로
좋하는 새는 아니였다. 그런데 생우깡을 채 가는 모습은 불쌍해 보여 참 많이 속이 상했다.
한강에서 본 괭이갈매기는 민물가마우지나 다른 새들이 물고기를 잡아와 먹으려는 찰나
쏜살같이 내려와 채가곤 했다. 그런데 외포리 선착장의 갈매기는 사람들이 던진 새우깡을
채간다. 길들여진다는 것은 본래의 자기를 잃어버린다는 뜻. 사람들은 자신들이 누군가에게
길들여진다는 의식도 없이 길들여진채 또 다른 누군가를 자신처럼 길들이지 못해 안달을 한다.
나와 다른 그 어떤 것도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인간의 오만불손함을 보는 듯했다. 배 뒤를 따라오던
갈매기들이 갑자기 보이지 않더니 석모도에 도착했다고 차를 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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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