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운아 크세르크세스[아하수에로]-글 세르빌리아

[씨알]

기원전 486년, 페르시아를 35년간 통치한 다리우스가 10월에 병사하자 그의 아들 크세르크세스가 왕위에 오른다. 
크세르크세스는 고대 그리스어이고 아하수에로는 히브리어 발음이다.
다리우스는 아르타바자네스라는 장자가 있었지만 왕위에 오른 후 키루스 대왕의 딸인 아토사(Atossa)를 아내로 맞아 그 사이에서 태어난 첫 번째 아들인 크세르크세스(Xerxes)를 장자 계승원칙을 무시하고 후계자로 지명했다.
결과적으로 키루스 2세의 외손자므로 아마도 페르시아인들에게 정통성을 내보이고 싶었나 생각된다.
다리우스는 크세르크세스를 그의 형 아르타바자네스보다 더 편애했는데 페르세폴리스 왕궁의 남쪽 현관과 장식계단의 동쪽 문에 새겨진 부조에서 크세르크세스는 후계자의 모습으로, 옥좌에 앉은 아버지의 뒤에 서 있는 걸 봐서 일찌감치 후계자로 지명한것 같다.
기원전 486년 다리우스가 죽었을 때 크세르크세스는 35세였고 이미 12년 동안 바빌로니아를 통치한 경험이 있다.
다리우스가 죽자 이집트와 바빌로니아에서 동시다발적인 반란이 일어나는데 즉위 후, 반란자의 수중에 있는 이집트를 평정하고 바빌로니아의 반란을 진압해야했다.

영화 300에서의 크세르크세스

제국이 평온을 되찾자 크세르크세스는 평화로운 활동에 전념하려 했으나 그를 둘러싼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전쟁을 부추긴다.
특히 그의 사촌이자 매제인 마르도니우스는 다리우스가 마라톤에서 당한 모욕(기원전 490년)을 복수하자고 선동했다.
감동 잘하는 성격인 크세르크세스는 측근들의 압력에 약했다.
기원전 484-481에 걸쳐 꼼꼼하게 준비된 그리스와의 전쟁.
헤로도토스는 이때의 전쟁준비를 일찍이 없었던 대규모의 것이었다고 기록했다.
원정의 진정한 목적에 대해서는 후세에 많은 설명이 있었는데 당시 그리스는 중요한 국가가 아니었기 때문에 경제적인 목적은 아니었을테고 아마도 군주 절대주의의 표현으로 여겨진다.
왕들의 일대기를 들여다보면 왕위에 오른 후 커다란 전쟁을 일으키는데 원정성공은 국민들에게 주는 선물로 여기던 시대인걸 보면 그로 인해 자신의 입지도 다져진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역사란 승자의 입장에서 기록되기 때문에 크세르크세스의 성격은 나중에 그리스의 전설에서 많이 왜곡되었지만, 결코 어리석거나 지나치게 낙관적이지는 않았다.
G. 글로츠에 의하면 그는 비록 분별있고 똑똑했지만, "신권에 의한 군주로서 자신에 대한 반대를 신성모독과 같이 귀찮아했고...흥분하기 쉬운 성격이었으며, 젊은 열정을 가지고 있던 그는 나태함에 빠져 있었고 자기가 싫어하는 전쟁을 일으키도록 부추김을 받았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선왕인 다리우스가 선제 공격한 그리스와의 전쟁에서 3번 모두 패했으니 페르시아인들이나 크세르크세스 입장에서 보면 그리스 정복은 다리우스의 숙원사업이라 여겼을 듯 하다.
기원전 480년, 군대의 선두에 서서 사르디스를 출발한 그는 다르다넬스 해협을 건너기 위해 2개의 배다리를 만들었다. '배다리'는 배를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놓고 그 위에 판재를 건너질러 놓아 이동 수단으로 사용하는 임시다리이다. 그러나 폭풍이 다리를 날려버렸고 크세르크세스는 그 벌로 바다를 향해 300대의 채찍질을 하도록 했다.
다리가 다시 만들어진 후 그리스 원정길에 오르는데 헤로도토스는 500만 명이라 기록했지만, 1,200척의 배가 동원된 것으로 보아 36만명으로 추산한다.(영화 300에서는 100만명이라고 표현)
그리스와의 전쟁을 그린 영화 "300-1"(테르모필레 전투)이 2007년에 개봉했고, 2014년에 개봉한 "300-2 제국의 부활"에서는 살라미스 해전을 그렸는데 이는 크세르크세스가 지상과 바다에서 동시에 일으킨 전쟁이다.
크세르크세스의 그리스 침공은 '세계사를 바꾼 전쟁들'편에 자세히 쓸 예정이다.
지상전에서는 완승으로 테르모필레 고개를 넘어 거침없이 진격하여 아테네를 불태웠지만 살라미스 해전의 완패와 바빌론의 반란이 결정타가 되어 2년만에 원정을 중단하게 된다.
매제인 마르도니우스는 크세르크세스에게 명백히 '우리가 패배했다'라고 보고를 하자 마르도니우스에게 전쟁의 뒷처리를 맡기고 서둘러 페르시아로 귀환하는데 전쟁 결과가 페르시아에 전해질 경우에 지배국에서 일어날지도 모를 반란을 염려해서였다,
이 전쟁의 여파로 페르시아는 상당한 손실을 입는다. 30만의 병력과 천여척에 달하는 해군의 궤멸이라는 직접적인 손실과 에게 해의 제해권을 완전히 상실함으로 점차적으로 그리스는 페르시아에 적극적으로 군사원정을 가한다.

크세르크세스는 페르시아로 철수한 이후에는 수도 페르세폴리스에 머물면서 부왕 다리우스 때 부터 진행중이던 방대한 건축 사업을 벌인다. 수도에 자신만의 궁전을 세웠고 그의 보물창고도 이 때 만들어진다. 여러모로 불쾌해진 크세르크세스는 말년에는 정치에 관심을 잃고 하렘에 빠져 정사를 내팽개치자 기원전 465년, 아르타바누스등의 신하들이 쿠테타를 일으켜 크세르크세스와 장남을 암살하고 셋째 아들인 아르타크세르크세스(아닥사스다) 1세를 왕으로 옹립한다.

페르세폴리스의 크세르크세스궁 입구

크세르크세스 대왕은 구약 성경 1장부터 10장까지' 아하수에로 왕'으로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여기서부터는 성경의 내용과 세계사를 대비해 알아보고자 한다.
에스더서 1장 내용을 보면
아하수에로는 인도로 구스까지 일백 이십 칠도를 치리하는 왕인데 즉위 3년차에 대규모의 연회를 베푼다.
6절- 백색, 녹색, 청색 휘장을 자색 가는 베줄로 대리석 기둥 은고리에 매고 금과 은으로 만든 걸상을 화반석, 백석, 운모석,흑석을 깐땅에 진설하고 금잔으로 마셨다고 되어 있는데 글로만 읽어도 얼마나 화려하고 대규모의 연회였는지 짐작이 간다.
11절에 사건이 일어나는데...
제 칠일에 왕이 주흥이 일어나서 왕후 와스디를 청하여 왕후의 면류관을 정제하고 왕의 앞으로 나아오게하여 그 아리따움을 뭇 백성과 방백들에게 보이게 하라 하니 이는 왕후의 용모가 보기에 좋음이라.
그런데 왕후 와스디는 왕명을 거역하고 왕은 진노한다. 결국 와스디는 왕후에서 폐위되고 새로운 왕후를 선발하는데 유대인 처녀인 에스더가 뽑혔고 아각 사람 함므다다의 아들인 하만이 계획하고 있던 유대인 말살계획으로부터 유대인을 지켜낸다는 내용이다.

페르세폴리스 100개의 기둥 홀. 만명이 들어갈 수 있는 규모라고 한다.

이면을 들여다보면...
선왕인 다리우스는 페르시아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확장했던 왕이었고 그대로 계승했으니 동으로는 인도까지, 지중해에서는 그리스까지, 그리고 그 아래로는 이집트와 이디오피아 북으로는 러시아까지 팽창했었다.
각기 다른 30여 민족을 하나의 제국으로 묶고 그 거대한 제국의 주인은 스스로를 '세계의 왕'이라 불렀다.
즉위 3년 차에 연회를 베푸는데 486년에 즉위해서 484~481까지 전쟁준비를 했으니 이 연회는 그리스 원정을 위해 준비하던 기간임을 볼 때 일종의 군사력 점검 차원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칠일째 되던 날 왕이 주흥이 일어나서 왕후 와스디를 부르는데, 고대의 격식있는 연회는 남녀가 분리되어 거행되었고 여성이 남성들의 연회에 함께 하는 것은 고급 매춘부의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왕비가 모욕감을 느껴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국의 유력인사를 다 모아 놓고 벌인 연회에서 왕비가 왕의 명령을 공개적으로 무시한 셈이니 크세르크세스 입장에서는 모욕이라고 여길 소지가 있었겠다.
이후, 와스디는 참수를 당한다.
왕후가 폐위되고 후에 참수까지 당하면서까지 왕명을 거역했던 와스디는 누구였을까?

영화 300에서의 크세르크세스왕(좌)과 역사책 속 상상화

전해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페르시아의 속령인 고대 갈데아(신바빌로니아)의 작은 나라인 '아르미안'은 대대로 여왕이 다스리던 나라였는데 이 여왕에게는 네 명의 아리따운 딸이 있었는데 둘째 딸인 와스디 스와르다의 미모는 페르시아 전역에 비할 상대가 없을 만큼 빼어났다고 한다.
페르시아의 귀족인 리할 오타네스를 사랑했으나 언니인 레 마누아가 리할을 선택했고 마누아의 계략에 의해 리할의 사촌인 크세르크세스와 결혼한다.
이미 크세르크세스에게는 3명의 왕비가 있었고 와스디는 네번째 왕후인 셈이지만 세계 제일의 미모에 우아하고 기품이 넘쳐서 크세르크세스가 많은 부인들 중에서도 특히 총애하였으나, 그녀를 질투한 셋째 왕후이면서 이복 누이인 시메야의 음모로 리할을 사랑했었다는 사실이 크세르크세스에게 알려지게 된다.
대연회에서의 왕명을 거역했던 것과 그녀의 정신적인 외도는 크세르크세스로 하여금 질투로 미쳐서 그녀를 처형하는 결과를 가져오지만 와스디를 도저히 잊을 수 없었던 크세르크세스는 그녀의 죽음을 전후로 서서히 망가져간다.

페르세폴리스 벽의 부조

결론적으로...
와스디에게 닥친 불행도, 뜻밖의 행운을 얻은 에스더도, 자기 연민에 눈물 흘리며 칩거에 들어가는 크세르크세스에게서도 하나님 계획안에서 우연은 없다는 것이다.
와스디 왕후와 크세르크세스가 서로 사랑하며 내내 행복하게 살았다면 하만이 계획했던 '유대인 말살 정책'이 진행됐을 것이고 유대 땅으로 돌아갈 백성이 남아있지 않게 된다. 우연찮게 일어난 사건으로인해 에스더가 새로운 왕후로 뽑혀서 '죽으면 죽으리라'는 각오로  유대민족을 구하고 크세르크세스의 아들인 아르타크세르크세스(아닥사스다) 1세 때에 2차(기원전 458년), 3차(기원전 444년)의 귀환이 이루어지게 됨으로 하나님의 백성들은 본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리스와의 전쟁에서 궤멸이 대국인 페르시아에 당시에는 별로 중요한 일은 아니었는지 전쟁 후에도 페르시아의 위세는 여전했다.
그러나 전쟁 패배의 결말은 서서히'국력 쇠퇴'로 이어지고 크세르크세스 사후 피정복민들이 줄지어 반란을 일으키면서 지배층이 분열되어 하나님의 예언대로 배와 넓적다리-헬라제국(단2:31)의 시대가 열리게 된다.

크세르크세스는 그리스를 정벌하기 위해 바다를 건너는 자신의 대군을 보고 언젠가는 그들도 전쟁으로 죽게 될 것을 생각하고 느낀 허무함 때문에 울었다고 한다.
너무도 아름다웠던 왕후 와스디가 있었고, 죽으면 죽으리라는 각오로 민족을 구함으로 성경에 영원히 기록되어지는 에스더가 있고, 강하고 단호한 성격에 다소 격정적이고 자신을 신성시하는 망상도 있지만, 감동도 잘 하고 사랑의 상처도 맛 봤고 인생의 허무함에 눈물도 흘릴 줄 알았던 크세르크세스는 세계사에서 내가 만난 최고로 매력적인 왕이다^^

고증을 거쳐 재현된 크세르크세스 초상

[출처] 풍운아 크세르크세스(아하수에로)|작성자 세르빌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