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론
1. 철학 대상을 고찰함에 있어서 서로 대립되는 두 개의 원리나 원인으로써 사물을 설명하려는 태도. 또는 그런 사고방식. 두 개의 원리에는 주관과 객관, 오성(悟性)과 감성, 천지, 음양 따위가 있다.
2. 철학 정신과 물질의 두 실재를 우주의 근본 원리로 삼는 이론. 17세기에 데카르트가 정신은 의식을 그 속성으로 하고, 물질은 연장을 속성으로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근세 철학의 이원론이 성립하였다.
3. 종교 일반 선과 악, 창조자와 피조물, 영혼과 몸 따위의 대립되는 원리로써 사물을 설명하려는 입장.
- 이원론(二元論, 영어: dualism)은 세계나 사상(事象)을 두 개의 상호간에 '독립'하는 근본 원리로 설명하는 입장이다. 세계나 인간을 설명할 경우에 쓰인다.
- 조로아스터교 등의 종교에도 있지만 철학에서는 데카르트가 대표자이다. 데카르트는 물심(物心, mind and body) 이원론을 주장하여, 정신과 물질은 전혀 이질(異質)의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원론을 철저히 구명한다면 물심(物心)이 분열해버리기 때문에 스피노자는 물심이 실체의 표리(表裏)라 하여 일원론을 주장했다. 또한 다원론도 이원론의 곤란을 극복하는 것으로서 생겨났다.
- 이원론의 주요 개념들: 독립, 대립, 투쟁, 승리
이원론에서 두 개의 원리가 상호간에 '독립'한다는 개념은 두 개의 독립적인 원리가 서로 간에 '대립'하고 '투쟁'한다는 것을 함의한다. 그리고, 대립과 투쟁의 과정을 통해 두 개의 독립적인 원리 중 어느 하나가 궁극적으로 '승리'한다는 관점이 흔히 이원론의 자연스러운 논리적 귀결이 된다. 예들 들어, 대표적인 이원론인 조로아스터교의 교의에 따르면, 물질 세상은 선한 원리 또는 빛의 원리인 아후라 마즈다와 악의 원리 또는 어둠의 원리인 앙그라 마이뉴가 서로 대립하며 우주적인 전쟁을 벌이고 있는 곳이다. 그리고, 이 우주적인 전쟁의 결과는 빛의 원리인 아후라 마즈다가 어둠의 원리인 앙그라 마이뉴를 이겨서 완전한 빛의 왕국이 세워지는 것으로 끝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1].
-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 아브라함 계통의 종교는 유일신을 모시는 일신교이지만 하느님과 사탄으로 대표되는 선과 악의 이원론의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 주류 기독교의 신론에 따르면 예수 그리스도는 삼위일체의 성자에 해당하므로 하느님과 동일한 존재이다. 그런데, 하느님과 동일한 존재인 예수 그리스도가 광야에서 사탄의 유혹을 받지만 그 유혹을 거절하는 것이 신약성경[2]에 나타나 있다. 이것은 선과 악의 두 원리가 대립하고 투쟁하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사탄은 인간을 유혹하고[3] 인간에게 시련을 준다[4]. 주류 기독교에서는 사탄을 "마귀들의 지배자"[5], "세상의 지배자" 그리고 "이 세상의 신"이라고[6] 부르고 있다. 하지만, 사탄은 결국 "불의 호수"로 내던져지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7]. 사탄을 신과는 독립적인 원리로 볼 것인가 아닌가는 논쟁의 여지가 있는데, 독립적인 원리로 보는 경우 신과 사탄으로 대표되는 선과 악의 이원론이 성립된다.
- 고대, 특히 기원후 1세기부터 4세기까지 활발히 존재하였던 혼합주의적 종교 운동들 중의 하나였던 영지주의는 그 성격이 전형적인 이원론이었다[8]. 영지주의의 교의에 따르면 '지고한 신'과 하위 창조신으로서 물질 세상을 지배하는 데미우르고스가 선과 악으로 대립하는데, 인간은 그노시스를 통해 데미우르고스의 지배를 벗어나 물질 세상으로부터 빛의 세계 즉 플레로마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하였다[8]. 이와 관련하여, 한스 요나스는 "영지주의 사상의 주요한 특징은 (두 개의 근본 원리 또는 실체가) 신과 세상의 관계를 지배하고, 따라서 (두 개의 근본 원리 또는 실체가) 인간과 세상의 관계를 지배한다는 급진적 이원론"이라고 말했다.[9] 한편, 영지주의의 일파였던 발렌티누스파는 일종의 일원론에 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