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12월 부터 봄까지 핀다. 온대성 식물이라서 남해안에 많이 자생하는 꽃이다.)
눈내리는 겨울속에서도 동백꽃은 핀다. 그리하여 동자가 겨울동자를 쓴다.
동백꽃은 원래 붉은데 개량종으로 흰색꽃도 있다.
동백아가씨 - 서 안 나 -
야야 장사이기 노래 쪼까 틀어 봐라이
그이가 목청 하나는 타고난 넘이지라
동백 아가씨 틀어 불면
농협 빚도 니 애비 오입질도 암 것도 아니여
뻘건 동백꽃 후두둑 떨어지듯
참지름 맹키로 용서가 되불지이
백 여시같은 그 가시내도
행님 행님 하믄서 앵겨붙으면
가끔은 이뻐보여야
남정네 맘 한 쪽은 내삘 줄 알게되면
세상 읽을 줄 알게 되는 거시구만
평생 농사지어봐야
남는 건 주름허고 빚이제
비오면 장땡이고
햇빛나믄 감사해부러
곡식 알맹이서 땀 냄새가 나불지
우리사 땅 파먹고 사는 무지랭이들잉께
땅은 절대 사람 버리고 떠나질 않제
암만 서방보다 낫제
장사이기 그 놈 쪼까 틀어보소
사는 거시 벨것이간디
저기 떨어지는 동백 좀 보소
내 가심이 다 붉어져야
시방 애비도 몰라보는 낮술 한 잔 하고 있소
서방도 부처도 다 잊어불라요
야야 장사이기 크게 틀어봐라이
장사이기가 오늘은 내 서방이여
2007년 여름호 <시와 문화> 창간호 발표작
사설 - 동백꽃은 겨울에 피는 꽃이면서도
참붉게도 핀다. 우리나라에서 남해안에 많이 자생하는 야생화로
여수나 오동도에가면 동백꽃이 장관을 이룬다.
동백나무꿀을 빨아 먹고사는 동박새도 있다.
개화기에 활동한 시인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의
이상화님의 시에 보면 " 동백기름 바른이가 지심 매던 ~
" 동백기름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동백나무 열매를 따서 기름을 짜 머리에 바르면 윤기가 자르르 했던 것이다.
동백나무에 관한 설화는 참 많지만 그래도 동백아가씨란 노래가
우리 귀에 잘어울린다고나 할까?
노래중에도 우리 국민가수 이미자씨가 불러 공전의 히트를 쳤고
유신정권아래서는 왜놈들 엔카와 비슷하다 하여
한때 금지곡이기도 했었다.
이 노래를 많은 가수들이 불렀지만 "장사익"이처럼 구성지게 부른이는 없었다.
동백아가씨를 이미자씨 보다 장사익이 부르면 애간장을 더 녹인다.
위에 있는 시는 장사익이 부른 동백아가씨를 좋아하는
촌아지매의 절절한 한을 동백아가씨를 들으며 달래는 것을 잘 표현한 시이다.
경상도 특유의 사투리가 아름답게 느껴지도록 방언을 써서 잘 표현했다.
농부들이 다 그러하듯이 지치고 힘든 게 농삿일이 아닌가. 잘해야 본전
아무리 노력하고 애써 일해도 일기가 좋아야 하고 병충해가 없어야 하는 게
농사가 아니던가? 그래서 농자 천하지 대본이란 말이 생겨 나지않았을까?
제주 출신의 용띠 처자 "서안나"는 젊은 나이에 맞지 않게 농촌 아낙의 한서린
삶을 어쩜 저리도 잘 표현했는 지~ 경탄이 나온다.
그저 촌 아낙의 중얼거리는 소리를 그냥 옮겨 쓴 듯하기도 한 "동백아가씨"
난 이시를 아무리 읽어봐도 질리지가 않는다. 한편으론 민초들의 농촌현실을
꼬집은 저항시 같으면서도 순수성이 가득한 것을 보면 저항시가 아닌
순수시라고 해야 할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농삿일은 등한 시한 어느 한량을 남편으로 두고 자식들이 불쌍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남편의 첩까지도 껴안고 살아야 했던, 촌 아낙의 굴곡진
한평생 삶의 애환을 한가락 노래에 담아서라도 풀어 버리려는
촌 아낙의 질곡된 삶이 애처롭고 슬프다.
지금쯤 남해안에 동백꽃이 피었을까?
2010.12 저무는 날에 -시인과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