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획득하지 못해도 격려해야 한다는 말에 공감 하지만 이해당사자들은 그렇지 않아, '좌불안석' 형국 “메달도 중요하지만 설령 메달 획득에 실패해도 욕하지 말고 그동안 값진 땀방울을 흘린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줍시다.”
태권라인 기사 댓글이다. 옳은 말이다. 시비를 걸 이유가 없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유행어가 말해주는 것처럼 금메달을 바라는 게 요즘 사람들의 심리다. 속성이다. 특히 효자종목 운운하며 태권도가 금메달을 싹쓸이하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는 한국 정부와 체육계는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이런 생리를 비판이라도 하 듯 개그맨 정태호씨가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메달 색깔을 중요시하는 우리 사회에 일침을 가했다. 그는 22일 방송된 KBS 2TV 개그콘서트의 코너 ‘용감한 녀석들’에서 “아쉽고 안타까운 것은 금메달의 색깔이 아니라 금메달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며 런던올림픽 때 ‘안타깝게 은메달에 그쳐, 아쉽게도 동메달에 그쳐’라는 기사는 쓰지 말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우리 현실, 특히 이해 당사자들은 이 같은 말을 흔쾌히 수용할 정도로 여유롭지 못하다. ‘금메달리즘’에 함몰되어 있는 체육계와 금메달 위주로 종합순위를 매기고 있는 방송계, 그리고 금메달 획득 여부에 따라 천당과 지옥을 오갈 선수 및 가족들, 그리고 선수들이 속해 있는 팀(학교)은 메달 색깔에 전전긍긍할 수 밖에 없다.
특히 한국 선수들을 선발해 파견한 대한태권도협회(KTA)의 처지는 그야말로 좌불안석이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1년 경주 세계선수권대회, 2012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역대 최악의 성적으로 거둔 KTA 입장에서는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많이 따 체면치레를 하고 우리나라의 종합성적을 끌어 올려야 한다. KTA는 대한체육회에 가맹되어 있는 태권도 경기단체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 올림픽에서도 성적이 좋지 못하면 KTA 집행부에 대한 책임론은 또 다시 불거질 것이고, 양진방 사무총장과 김세혁 총감독은 임기를 5개월 남겨 놓고 사퇴론에 직면할 것이다. 욕을 엄청 얻어 먹을 것이다. 이미 경주 세계선수권대회가 끝난 뒤 한국대표팀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홍준표 회장을 제외한 임원들의 사퇴 파동이 있지 않았던가.
“KTA는 태권도 경기단체”라며 경기인이 KTA 실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온 김세혁 총감독의 경우, 이번 올림픽에서 올림픽 사상 최악의 성적을 거두면 그동안 갈구해 왔던 ‘꿈’은 공허해질 수 밖에 없다. 책임론을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설령 이해 당사자와 단체들의 속사정이 이렇다고 해도 우리 태권도 선수들이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하더라도 너무 책망할 필요는 없다. 판정논란 없이 그동안 땀 흘린 대가를 얻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