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17일, 한명숙 전 총리 공판 정리 2

[논가외딴우물]

오늘의 두번째 증인은 전 대한통운 서울지사장인 황해성 씨다. 증언은 간단하다.

2002년 8월 21일 오전에 곽영욱 사장으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내용인즉슨 귀한 손님께 선물해야 하니 자신의 이번 달 영업활동비(대한통운 지역 지사는 매월 일정 금액의 영업활동비를 비자금으로 조성해 사장에게 조달해 왔다.) 1천만 원과 선물용으로 사용할 별도의 자금 1천만 원을 준비해 오라는 것이었다.

황 지사장은 모두 2천만 원을 준비해, 기사가 운전하는 승용차 편으로 골프용품점에 도착, 곽 사장과 함께 골프용품점 내부를 돌면서 구매하는 모습을 지켜보다 2개의 골프채 세트를 구매한 이후에 출입구 부근에서 곽 사장에게 돈을 전달했고, 곽 사장은 2천만 원을 받아 양복 상의에 넣었으며, 자신은 돌아갔다는 것이다. 당시 곽 사장은 한 전 총리를 언급하면서 한 전 총리가 도착하면 함께 점심을 한 후에 선물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검찰의 조서에 의하면 황 증인은 업종 상 관련성이 전혀 없는 여성부, 환경부 장관에게 왜 선물을 하나? 라는 의문을 품었다고 진술했다. 검찰 심문이 이 부분에 이르자 재판장이 당시 한 전 총리는 여성부 장관이었고 환경부 장관에 취임한 때는 당시로써는 미래의 시점인 2003년 2월인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느냐고 물었고, 황 증인은 검찰 조사 시에 여성부 장관 때냐, 아니면 환경부 장관 때냐고 물었던바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고 대답했다.

어렴풋한 기억을 다시 되새기는 과정에 왜곡된 정보를 주게 되면 인간의 기억이란 이렇게도 교정되는 것인가 보다.

변호인의 반대심문에서 골프 관련 언급은 검찰이 먼저 했다고 말하면서 처음엔 ‘모른다.’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으나, 검찰이 특별한 물적 증거를 내밀지는 않았지만, 제반 정보를 먼저 알고 묻는 것 같아 시인했다고 한다. 골프채 선물과 관련해 사내에 소문이 돈 것도 아닌데 이를 검찰이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모르겠다고 진술한 황 증인은 곽 사장이 평소에도 누군가에게 타인에 대해 선물한 일들을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증언한다.

해당 골프용품점에는 처음 간 것이었으며 물건을 고를 때 전무 직위를 가진 여성이 따라다녔다고 한다. 그렇다면, 곽 사장이 실제로 계산했는지, 계산했다면 언제 결제를 했는지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몰랐다고 한다. 당연히 오전 중에 방문했던 황 증인으로서는 점심 식사 후에 한 전 총리가 온 것을 보지도 못했을 것이고, 이후의 일들에 대해 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역시나 그는 실제로 선물을 전달하는 상황도 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선물했더니 좋아하더라 라는 식의 말도 들은 일이 없었으며, 당시에도 계산대 앞에 갖다 놓은 골프 세트 중 클럽 백 등에 이름표가 붙어 있는 것 또한 보지 못했으며, 제삼자 누구도 이 현장을 보거나 수수 여부를 증언해줄 만한 사람 또한 없다고 진술한다.

당시 곽 사장은 여성용 골프채를 한 세트 갖다 놓았고, 자신의 골프채도 하나 사겠다면서 함께 골프채를 고르는 현장을 황 증인은 지켜보았다고 한다.

검찰 조서에 의하면, 그로부터 6~7개월이 지난 시점에 황 지사장이 곽 사장과 함께 골프장에 간 일이 있었는데, 이날 새로 구매한 골프채를 자랑하기에 그때 산 것이구나 하고 생각했고, 당시 본 골프채는 ‘마제스티’ 제품이었다고 진술했는데, 변호인이 그날 이후 며칠이 지난 시점인 8월 26일에 곽 사장이 구매한 것은 ‘다이와’ 상표였다는 것을 알리자, 그건 몰랐다고 대답했다.

황 증인은 10월 초에 횡령사건 관련으로 참고인 조사를 받았으며, 이후 11월 30일에 골프채 관련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11월 30일 당시의 검찰 심문 사항을 진술하는 과정에 재판장이 검찰 심문조서를 슬라이드로 비추면서 조서의 첫 심문 조항이 "서울지사장으로 근무하면서 곽영욱에게 골프채 구입비용을 준 사실이 있나요?"라고 시작하는 점을 지적하면서, 좀전에 황 증인이 답변하기를 검찰에서 ‘골프채 선물했다는 것 다 아니까 진술해라.’ 언급했기에 실토했다는 것인데 어떻게 조서에서의 첫 질문은 이렇게 시작될 수 있느냐고 묻는다. 황 증인은 이에 대답하기를 검사가 그렇게 물었을 때 처음에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대답했었고 다시 검사가 다 알고 있는데 왜 숨기려 하느냐고 하면서 실토하라 종용하기에 첫 부분과 같이 진술했으며, 당시 검찰이 장부 등의 자료를 제시하는 일은 없었다고 진술한다. 왜 재판장은 이 부분을 물었을까?

내가 재판장의 깊은 속을 다 알 수는 없으니 이를 직접적으로 거론할 수는 없겠지만, 개인적 의견으로는 첫째, 일단 검찰 심문 조서가 일부분 생략되었다는 것이 문제일 것이고, 둘째는 자백을 이끌어낼 만한 어떤 근거도 내밀지 못하는 상황에서 검사가 유도심문으로 자백을 얻어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일까? 엄격하게 따지면 이 조서의 증거 능력은 상당히 손상되었다고 생각된다.

이후, 재판장은 황 증인에게 대질이 필요할 것 같으니 기다리라 하고 법정 경위에게 별도의 방에 안내해 주라 했다. 이후에 골프용품점에서 온 증인과 대질심문이 벌어진다.

이번에는 해당 골프용품점의 전무 직위를 가진 이해자 증인이 증인석에 앉았다. 사실 이 증인의 증언은 딱 몇 마디면 끝난다. 자신은 8월 21일 당일 곽 전 사장과 함께 온 한 전 총리를 1층에서 잠깐 보았고, ‘사모님’이라 호칭했다가 곽 사장으로부터 지적을 받은 이상의 기억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자신은 당시 전무직에 있지 않았으며, 골프 클럽에 대한 상담 등 판매 서비스를 하지 않았고, 당연히 어떤 것을 샀는지, 어떻게, 누가 골프채를 가져갔는지, 누가 어떤 방법으로 어떤 시간에 결제했는지 전혀 모른다는 것이다. 자신은 2층 근무자였는데 2층에는 가방 등 액세서리 부분이고, 1층에는 골프 클럽들이 진열되어 있는 상점의 구조상 자신이 1층 관련 손님을 안내할 이유도 없었기 때문이며, 2층에서도 또한 안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의 장부 제출 요구가 있었을 때 해당 골프용품점은 판매 장부에서 곽 전 사장의 구매기록만 발췌해 팩스로 보냈으나, 이후 12월 29일 또는 30일쯤에 검찰이 압수영장을 가지고 와 컴퓨터의 판매장부 일체를 파일 자체로 복사해 갔다고 한다. 이 파일에서 검찰은 8월 21일 자 판매 기록에 한명숙이라는 이름이 기록되어 있음을 확인했고, 이를 근거로 이 증인을 소환 조사하면서 8월 21일을 특정해 질문했을 것이다. POS 특성상 구매 결정 시간이 아닌 실제로 물품 가액에 대한 결제가 이루어진 시점에 판매된 것으로 장부에 기록되었을 것이니 이 시점은 한 전 총리가 온 시점보다 늦어졌을지도 모르고, 또는 황해성 증인의 증언과 결부시켜 보면 한 전 총리가 도착하기 전 이미 상품을 골라놓았다는 것이므로 도착 전에 결제가 이루어졌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재판장은 재판 말미에 검찰에 판매 장부의 해당 상품 전후의 신용카드 결제 기록에 대해 금융정보공개명령을 발동해 추적해 보라고 한다. 5년 이상의 시간이 흘러 불가능하다는 검찰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요청해 보라는 것이다.

클럽 등에 시리얼 번호 등이 있으면 판매장부에 이름 기록이 필요치 않지만, 가방 등의 상품처럼 시리얼이 별도로 각인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는 장부에 고객의 이름을 기재하게 되는데, 구매자와 사용자가 같을 경우는 당연히 동일인의 이름이 쓰일 것이고, 선물일 때에는 선물 받을 사람의 이름을 구매자가 임의로 올릴 수도 있으며, 특이한 경우지만 자신의 이름이 노출되기를 원치 않는 경우에는 다른 이름으로 쓸 수도 있다는 것인데, 이 증인에 따르면 이름을 올리는 이유는 순수하게 애프터서비스 용도라고 한다. 그렇다면, 판매장부에 이름이 있다는 것만으로 한 전 총리가 구매했거나 선물 받았다고 확정할 수 있는 것일까?

재판 중에 검찰이 보여준 판매 장부에는 해당 부분에 음영 처리가 되어 있는데 이에 대해 변호인이 의문을 표했다. 검찰 측이 파일로 가져갔으니 음영 처리도 가능했겠지만, 생각해보면 모순된 것이 있는데 이 장부의 전체를 변호인이나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하지 않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문제의 날짜에 구매한 여성용 ‘혼마’ 세트 이외에, 6~7개월 이후에는 곽 증인이 골프장에서 서울지사장에게 ‘마제스티’를 자랑했다고 하고, 8월 26일에는 ‘다이와’를 산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 상황인데 과연 모든 자료를 다 파악하는 일을 검찰에만 의존해도 되는 것일까? 생각건대, 재판정에서 특정한 서류를 언급하면서 진실을 다투고자 한다면 필요성의 여부를 떠나 전체를 해당 당사자에게 모두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어지는 공판에서 검사는 동아일보 기사(http://news.donga.com/3/all/20100313/26817299/1)를 참고자료로 제출하면서 인터뷰를 했느냐고 이해자 증인에게 묻는다. 기사의 내용에서 골프공 장갑 모자 등 총액은 모두 1,039만 5,000원어치인데 대금은 왜 998만 원만 치렀느냐고 기자가 물었고, 이에 이 증인이 서비스 운운하면서 인터뷰에 응했다는 것인데 이 증인은 기자가 어떤 내역서를 갖고 와서 이 정도를 구매하면 이 정도의 차액은 서비스로 주지 않느냐라면서 일방적으로 말한 것이지, 자신은 당시 그 기자에게 “곽 전 사장이 단골손님이라 인사하러 나갔는데 여성분이 같이 오셨기에 무심코 ‘사모님’이라고 불렀다가 곽 전 사장에게 호통을 들은 기억이 난다. 당시 한 전 총리는 유명 인사가 아니어서 못 알아봤다."라는 말 이외에는 한 적이 없고 기사의 나머지 부분은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단언한다. 당연히 변호사는 참고자료를 제출하려면 변호인 쪽도 배려해 부본도 가져오라고 요청한다. 재판장마저 법원에도 없으니 달라고 하고...

이후 재판장은 앞선 증인 황해성을 증인석에 불러내 대질심문에 들어간다. 당시 골프채를 고르면서 옆에서 안내하던 여성이 전무라는 직위로 불린 것을 기억하는데 맞느냐 확인하고, 이에 이 증인은 당시에는 전무 직책이 없었다고 증언한다. 다시 황 증인은 분명히 2세트를 구매하는 모습을 보았다고 증언하고, 1층 계산대에서 각각 남성용과 여성용 골프 세트 2개를 보았다고 증언한다.

이렇게 증언이 끝나고 다음 재판 일정에 대한 조정을 하던 재판장이 느닷없이 곽영욱 증인에게 "그날 돈은 2천만 원 받았는데, 왜 여성용 세트는 그날 결제하고, 남성용은 26일에 결제했느냐?"라고 묻는다. 당연히 곽영욱 증인은 동문서답이고…. 기억력 타령에 이미 나간 증인들에게 자신이 물어볼 것이 있었다는 둥…. ᅲᅲ

과연 담당 셀러, 7번 셀러는 퇴직했을까? 그만둔 사람이니 찾지 못하는 것일까? 황 증인에게 옆에 선 이 증인을 아느냐고 물으니 기억이 없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그 당시 전무라고 칭하던 여성 직원은 누구였을까?

그리고…. 골프채 문제가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되기는 하는 것일까?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 내 입에서 나온 한마디, "국력의 낭비"

[크롱]

국력낭비 맞네요.
논가님께서 정성스레 정리해서 올려주신 글을 편하게 읽고 있긴 하지만.....
읽을때마다 한숨만 나와요~ 검찰쉐이들 것도 조서라고 꾸미고...기소를 하다뉫!!!!!
개가 물어갈 넘들...

좌우당간 논가님의 공판 정리 글 항상 고맙습니다.^^